/ 로맨스 / 선 이혼, 후 집착 / 챕터 461 - 챕터 470

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1335 챕터

제461화

성진이 그 말을 듣더니 오랫동안 기다렸던 게임을 시작하는 듯이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흥분의 감정이 내비쳤다.“걱정할 것 없어요, 저는 변태도 아니고 여색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이상한 짓을 강요하지 않을게요. 다만 저랑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어요. 잠깐만 가 있으면 돼요.”“네가 변태가 아니라면 세상에 변태가 어디 더 있겠어?”배경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성진의 멱살을 잡더니 그를 벽에 세게 밀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진, 너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잖아. 보스를 엄청 오랫동안 눈여겨봤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경고하는데, 만약 보스 머리카락이라도 건드린다면 너 죽여버릴 거야!”“경고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데? 배짱이 있으면 날 어디 한 번 죽여봐.”성진은 배경수의 밀치기를 당하면서도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조롱했다.“하지만 설아 씨 동의 없이 날 죽이기는커녕 내 머리카락도 못 건드릴 거잖아.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 엄청 각별한 사이라고 하던데, 지금 보니 당신은 결국 설아 씨의 한 마리 개일 뿐이었군. 그런데 뭐가 그렇게 잘났어?”“닥쳐!”배경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긴 손가락으로 성진의 목을 꽉 조였다.그 모습을 본 직원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고, 경비원들이 얼른 다가가 말렸다.하지만 상대는 해안의 악동, 배경수였다.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결국 차설아가 나서고서야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그녀는 엄숙한 표정으로 배경수를 보며 말했다.“경수야, 나도 결정을 내릴 때 생각이라는 걸 하는 거야. 요즘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배경수는 이번에 정말 화가 났다. 더는 전처럼 상냥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차가운 얼굴을 하며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그럼 저 남자랑 정말 하룻밤을 보낼 생각인 거야?”“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부대표님과 약속했던 일도 절대 번복하지 않을 거야. 부대표님도 다른 나쁜 마음이 없으리라 믿고 있어.”
더 보기

제462화

차설아는 마음이 괴로워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그건 물어보지 않은 게 좋을 것 같았는데.”그녀에게 있어서 배경수는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자, 그녀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녀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가?수많은 소녀들을 매료시킨 배경수의 깊은 눈망울은 기대에 가득한 반짝이는 눈빛으로부터 점점 실망으로 가득한 채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저도 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알겠어, 보스, 대답하지 않아도 돼. 이미 대답을 알았으니까.”“경수야, 왜 그래? 분명 내 마음 알잖아. 왜 이러는...”“그냥 이러자!”배경수는 애써 섭섭한 마음을 꾹 누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짜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보며 말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더는 보스의 약혼자가 아니야. 앞으로 우린 단순한 누나 동생 사이라고. 난 여전히 보스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다만 보스는 내 구속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도 돼. 보스가 정말 선택하고 싶은 남자를 선택하라고.”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배경수는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하지만 그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사랑을 강요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차설아는 그와 애써 사랑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이럴 때 배경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그녀를 놓아주는 것이었다.“경수야,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나랑 헤어지겠다고? 나 포기하는 거야?”차설아도 마음이 조급해져 다른 사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팔을 덥석 잡고는 다급하게 말했다.“내가 너무 마음이 급했어, 네 입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말을 내뱉고 말았어. 잘못했어... 나 다른 남자 선택할 것도 없어, 너만 있으면 돼. 그러니까 화내지 마. 나 포기하지도 말고, 응?”그녀의 말은 비굴하게 들렸지만 모두 차설아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더 보기

제463화

차설아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기다릴 게 뭐가 더 있겠어요? 지금 당장 출발해요!”그렇게 두 사람은 성대 그룹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직원들은 하나같이 김빠진 듯이 실망의 얼굴을 드러냈다.“4년 만에 사모님이 이렇게나 달라졌다니. 온화하고 단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더는 전처럼 순진하고 착한 사람도 아닌 것 같아. 오히려 이 남자 저 남자 다 건드리는 팜므 파탈이 되었구먼!”“이제 보니 ‘차성 커플’도 더러워진 것 같아. 나 팜므 파탈 안 좋아한단 말이야. 팜므 파탈인 사람이 어떻게 우리 대표님에게 어울리겠어. 대표님은 그동안 다른 여자 건드린 적도 없는데 성진 부대표님같은 바람둥이도 놓지 않으려고 하네, 우리 대표님만 불쌍하지...”“어디 대표님만 불쌍할 뿐이야? 심지어 배경수 씨도 엄청 불쌍하잖아. 배경수 씨는 뭔 죄야.”벌써 차설아에게 탈덕한 직원들도 있었다.그중 어떤 직원이 한껏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참, 그거 들었어? 이번에 대표님께서 회사로 오지 않은 게 심한 상처를 입어서래. 심지어 사모님 때문에 상처를 입은 거래.”“어디 상처를 입은 것뿐이야. 믿을 수 있는 정보에 의하면 대표님은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대.”“뭐? 그럼 성진 부대표님이 대표님 자리를 이어받을 건가? 이건 아닌 것 같아. 아무리 대표님이 무섭게 굴었어도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이야. 그런데 성진 부대표님은 사람이 너무 소인배야. 만약 부대표님이 정말 성대 그룹 대표님으로 된다면 난 바로 그만둘 거야!”사람들이 한창 열띤 토론을 펼친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들 많이 한가해요?”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도윤처럼 오랫동안 성대 그룹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비서실장 진무열이었다.“실, 실장님!”사람들은 바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진무열은 성도윤의 심복으로 성대 그룹에서도 지위가 대단했다. 사람들은 심지어 진무열을 성도윤처럼 무섭게 생각하기도 했다.“방금 뭘 의논하고 있었어요
더 보기

제464화

어둠 속에서, 실버 부가티 베이론이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조수석에 앉은 차설아는 덤덤한 얼굴로 앞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성진이 좋은 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도, 오늘 밤에 많은 함정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그녀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다른 사람을 상대하면 몰라도 성진같이 실속 없는 바보를 상대하는 건 그녀는 누구보다 잘했으니까 말이다.차 안에는 경쾌한 리듬의 록 스타일 노래가 흘렀다.성진은 눈에 띄게 즐거워 보였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리듬을 따라 창문을 툭툭 두드렸다. 마디가 뚜렷한 길고 가는 그의 손가락은 어둑어둑한 가로등 불빛에 비쳐 유난히 보기 좋았다.“당신이 아직 자지 않았다면, 내가 아직 그대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맨정신을 한 것도 죄라면, 제발 함께하기로 한 약속을 무르지 말아요, 제발 떠나지 말아요...”남자는 몸을 흔들며 유쾌한 목소리로 흥얼거렸다.성도윤과 비슷한 옆모습을 가진 그는 완벽한 이목구비와 정교한 윤곽을 자랑했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차설아는 한순간 바보 같은 성진이 혹시 잘생긴 남자의 탈을 썼는지 의심이 갔다. 평소보다 매력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부대표님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네요. 파이브 밴드의 노래가 잔잔하게 들리지만 사실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자칫하면 과하게 들릴 수 있는데 부대표님은 아주 적절하게 부르시네요, 심지어 원곡보다 듣기 좋은데요...”차설아가 진심으로 칭찬했다.바보 같은 성진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는 차설아를 놀라게 했다.“그래요?”성진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옆에 앉은 여자를 힐끔 바라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설아 씨가 처음이 아니에요. 다만 제가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도 설아 씨보다는 못하죠.”“그게 무슨 말씀이죠? 그럼 제가 노래한 걸 들어본 적이 있는 거예요?”“들어보고 말고요, 심지어 설아 씨 열
더 보기

제465화

차설아는 항상 그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고, 기회만 있으면 그녀에게 온갖 비난을 하고 수모를 안겨줬던 시동생이 그녀의 열혈 팬이었단 사실을 아직도 믿지 못했다.‘너무 이상하고도 신기하잖아?’“그러니까 내가 도윤 씨랑 결혼하기 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는 거네요? 게다가 내 팬이었다고요?”차설아는 믿기 어려워 거듭 성진에게 확인했다.‘바다의 소리’ 밴드는 그녀가 대학에 다닐 때 심심해서 실험실 메이트들과 만든 밴드였다.차설아와 친구들은 실험실에서 실험만 하는 괴짜가 아니라, 저마다 악기를 다루고 노래할 줄 아는 다재다능한 친구들이었다.특히 차설아는 작사와 작곡 실력은 물론이고, 듣기 좋은 목소리까지 가지고 있었다.‘바다의 소리’는 처음에 녹음한 싱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그리고 또 지하 펍에서 공연했는데 공연을 할 때마다 만석을 기록하며 더 많은 팬을 얻게 되었다.‘쯧쯧,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래도 결혼하지 않았을 때 훨씬 재밌게 살았네. 사람들의 응원과 박수를 받는 그 느낌, 너무 짜릿하잖아.’나중에 차씨 가문에는 변고가 생긴 바람에 차설아는 성도윤과 결혼을 했고, ‘바다의 소리’는 그대로 해체되었다. 밴드의 멤버들도 지금은 과학 연구계의 거물급 인물로 거듭났다.그들만의 눈부신 과거는 영원히 역사의 흐름 속에 새겨졌었다...다만, 성진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당연히 설아 씨를 알고 있었죠. 그때 나에게 설아 씨는 더없이 순진하고 성결한 여신이었는데요. 설아 씨 꿈이라도 꾸면 오히려 설아 씨를 더럽힌 것 같아 참회했는데요.”“푸흡!”차설아는 성진의 말을 듣고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부대표님, 농담도 정도껏 하셔야죠. 이런 순애보 스타일은 전혀 부대표님과 어울리지 않아요, 엄청 황당하게 들리는 거 알아요?”“믿기지 않아요?”성진은 진지한 얼굴을 보이더니 차설아에게 말했다.“잠시만요, 증명할게요.”말을 마친 그는 긴 손가락으로 차의 모니터에서 저장 파일을 누르더니 그
더 보기

제466화

그래서 차설아는 궁금증을 참고 조용히 조수석에 앉아있기만 했다.성진의 스포츠카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도시에서 점점 황폐한 교외로 진입했다. 주위는 점점 어두워졌는데 가로등 하나 없어 분위기는 점점 더 기괴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르는, 범죄를 저지르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하지만 차설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녀의 싸움 실력으로 아무리 다리를 다쳤다고 해도 성진 같은 실속 없는 사람은 열 명이라도 상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그러니까...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차설아는 귀찮아진 듯이 어두운 얼굴색으로 말했다.“조금만 기다려요, 곧 도착할 거니까.”성진이 말하고는 차를 움푹 팬 오솔길로 꺾었다. 길 양쪽은 모두 울창하고 깃발처럼 우뚝 선 측백나무였다.차설아는 창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곳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이곳이 어딘지를 떠올렸다.‘어머, 이곳이 예전에 나랑 성도윤이 떨어졌던 묘비가 있는 숲 아니야?”이 숲은 음기가 가득해 죽은 사람이 이곳에 묻히면 무궁무진한 자손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산 사람이 이곳에 오래 머무르면 좋지 않은 것들과 부딪쳐 운이 나빠지고 운명이 기괴해진다고 한다.‘성진은 왜 한밤중에 날 이런 으스스한 곳에 데려온 거야? 나 깁스 금방 풀었단 말이야, 더 다치고 싶지 않다고!”“유턴해요!”차설아가 단호하게 성진을 향해 명령했다.“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지금 당장 유턴해요.”하지만 성진은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잘생긴 얼굴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핸들을 지금 제가 잡고 있어요, 제가 유턴하기 싫다면요?”“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저 원망하지 말아요.”차설아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점점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살기가 어렸다. 나비칼을 성진의 목에 바짝 붙이며 말했다.“어차피 이곳은 외진 곳이라 사람보다 귀신이 더 많을 거예요. 자꾸 저 자극하면 당신 목을 베어서 이곳에 묻을 거예요!”성진도 지독한 사람이었다.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흥분의 표정으
더 보기

제467화

하지만 성진 입가의 웃음은 더 깊어졌다.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차설아를 빤히 지켜보며 물었다.“지금 저를 걱정하는 거예요?”차설아는 말문이 막혔다.“피를 흘려서 설아 씨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목을 베어서라도 설아 씨를 웃게 하고 싶네요.”“그럼 가서 죽어요!”차설아가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그에게 손수건 하나 던졌다.성진은 손수건을 들더니 오뚝한 코 앞에 갖다 대고는 깊이 들이마시고서야 아쉬운 듯 피가 흘리는 목을 덮고는 매듭을 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좋은 손수건인 것 같은데, 이런 데에 쓰이다니 아쉽게 되었군요.”“미쳤어, 정말 미쳤어.”차설아는 머리가 지끈거렸고 후회가 몰려왔다.차설아는 성진이 아무 생각이 없는 바보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에게서 성대 그룹의 기밀이라도 알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성진은 차설아를 방심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실력을 감춘 것이다. 워낙 미친 사람이라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이렇게 시간을 끈다면 오히려 그녀의 계획만 더 지체될 것이고, 또 그녀와 배경수의 사이만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실책했네, 내가 실책했어! 성진이 이렇게 미친놈일 줄이야. 먼저 목적지까지 운전하게 한 뒤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이곳을 벗어나야겠네.’차는 좌회전에 우회전하더니 넓은 평지 앞에 도착했다.“다 왔어요.”성진이 차를 멈추고 차설아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나 믿어요, 이곳에 온 걸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네, 그러길 바라네요.”차설아가 얼버무려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른 계획을 세웠다.성진이 차에서 내리자 그녀도 따라서 내렸다. 그리고 성진이 그녀에게 다가올 때 발로 그의 배를 걷어차고는 그의 손에 쥐어진 차 키를 뺏었다.“시간이 늦어 저는 피곤해요, 더는 당신이랑 끌 시간이 없어요. 이곳이 마음에 든다면 여기에 계속 있어요, 저는 먼저 돌아가 봐야 하니까.”말을 마친 그는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고 했다.차설아에게 차인 성진은 오장육부가 박살 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의
더 보기

제468화

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짐작 가는 것이 없어요, 추측하고 싶지도 않고요, 성진 씨가 여기서 시시콜콜 따지는 걸 들을 기분이 없어요. 그러니까 알아서 길을 비켜주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당신을 밟고 지나가도 나 원망하지 말아요!”훤칠한 성진은 나른하게 차 앞에 주저앉았는데 차설아의 경고는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설아 씨가 많이 강해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겁쟁이네요. 사실을 마주할 용기도 없다니. 이렇게 자신을 속이는 게 정말 못나 보여요.”“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차설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할게요, 비켜요!”그녀의 발은 액셀을 밟고 있었다. 살짝 밟기만 해도 성진은 차에 깔리게 될 것이다.“흥, 나를 차로 깔아 죽인다고 해도 재수 없는 사촌 형이 죽어서 돌아올까요?”성진은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두 팔로 무릎을 지탱하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운전석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어갔다.“제가 왜 설아 씨를 이 황폐한 산으로 데려왔는지 궁금하다고 했죠. 여기 묘지를 좀 봐봐요, 풍수가 엄청 좋아요. 여기가 바로 성씨 가문에서 성도윤을 위해 특별히 고른 묘지라고 하네요. 장례를 치르는 때가 되면 평생 도도하게 살았고, 사람들을 우습게 보던 사촌 형도 영원히 이곳에 머물게 되겠네요...”“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지금 분명 저 속이고 있잖아요!”차설아의 머릿속이 하얘졌다.성진이 계속 주절주절 뭔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알아듣지도 못하고, 알아들을 마음도 없었다.그녀의 귓가에는 오직 성진이 했던 말 한마디가 맴돌고 있었다.“재수 없는 사촌 형이 죽어서 돌아올까요?”‘아니, 그럴 리가 없어. 성도윤이 왜 갑자기 죽어? 구미호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데. 구미호도 목숨이 아홉 개니, 성도윤은 분명 목숨이 열 개나 있을 거야. 성도윤이 이대로 죽었다는 사실은 절대로 믿지 않아!’“내가 설아 씨를 속였는지 아닌지
더 보기

제469화

성진이 다리를 거두고는 고개를 돌려 차설아를 보더니 씩 웃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저는 원래 좋은 놈 아니에요. 소문난 쓰레기라고요,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살아있는 성도윤을 상대하지 못해도 죽은 성도윤도 상대하지 못하겠어요? 수모를 안겨줄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죠!”차설아는 눈가가 붉어진 채 이를 악물며 말했다.“당신은 미친 사람이야, 성도윤은 죽어도 당신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성진의 눈빛이 음흉하게 번지더니 차설아에게 점점 다가가며 말했다.“그래요? 하지만 지금의 성도윤은 뭘 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 얼굴에는 내 발자국이 찍혀 있는데요. 지금 성도윤 앞에서 그의 여자와 하룻밤을 가져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저보다 낫다고요?”“뻔뻔스럽네!”차설아가 팔을 들더니 성진의 뺨을 세게 때렸다.“당신 같은 쓰레기가 무슨 엄두로 감히 나 차설아를 탐내? 주제를 모르는 놈!”차설아는 그래도 화가 안 풀리는지 가는 다리를 들어 매섭게 성진의 배를 향해 걷어찼다.“웁!”성진은 허리를 굽히더니 그대로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차설아는 그를 내려다보며 발로 그의 등을 꾹 밟고는 콧방귀를 뀌었다.“이래야 사촌 형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거죠. 그래도 모르겠다면 한 번 더 가르쳐줄 수도 있어요.”“하하하, 계속 이렇게 대해줘요. 멈추지 마세요, 이런 당신이 좋으니까!”성진은 분명 차설아에게 맞아 목숨이 거덜 났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매우 고조되었다. 심지어 눈에는 흥분된 빛까지 반짝이고 있었다.“전에 물었었죠, 제가 설아 씨를 그렇게 숭배하고 좋아했는데도 설아 씨가 성도윤과 결혼하고 나서 왜 난처하게 굴고 수모를 안겨줬는지. 이제 알려주죠, 설아 씨는 그때 저를 실망하게 했기 때문이에요!”남자가 눈을 감고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분명 설아 씨는 누구보다 훌륭한 우수한 여자이고, 그렇게 밝게 빛났는데, 그렇게 매력적이었는데, 건드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 성스러운 존재였는데. 그런 설아 씨는
더 보기

제470화

차설아는 성진과 말씨름하기도 귀찮아 돌아서서 차에 올라타고는 액셀을 밟고 이 숲을 떠났다.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위 말하는 성도윤의 묘비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성도윤이 죽었다는 것을 절대로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달빛을 맞으며 차설아는 가장 빠른 속도로 도심 한복판에 있는 배경윤의 아파트로 돌아갔다.오늘 그녀는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이미 피곤할 대로 피곤했다. 눈꺼풀이 무거웠기 때문에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단지 잠을 푹 자고 싶었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아파트 안에는 배경윤뿐만 아니라 배경수도 있었다.성대 그룹에서 결별을 겪어 그런지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하기만 했다.“설아 언니, 드디어 돌아왔네. 계속 안 돌아온다면 오빠랑 경찰에 신고할 뻔했어.”배경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다정하게 그녀의 팔을 끌어안으며 물었다.“안 배고파? 배고프면 내가 야식 해줄까?”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피곤한 눈으로 말했다.“안 배고파, 그냥 너무 졸려서 한잠 푹 자고 싶어. 그러니까 야식은 둘이 먹어.”차설아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배경수를 돌아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자고 싶다고?”배경윤은 차설아의 뒷모습을 보더니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설마 원이에게서 소식이 온 건가? 아니면 설아 언니는 절대 잠을 잘 기분이 나지 않을 텐데 말이야.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원이를 찾으려고 할 텐데 잠을 자려고 하다니?’“언니, 혹시 성진 그 개자식한테 정말 당한 건 아니지? 왜 언니가 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배경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차설아와 배경수가 이미 헤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성진 같은 개자식 때문에 헤어졌다는 것도 알아 마음속으로 배경수를 다소 감싸고 있었다.오빠인 배경수는 오랫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많은 것을 바쳤기 때문이다.만약 상대가 성도윤이라면 차라리 패배를 인정하겠는데 성진 같은 쓰레기가 차설아를 가로챈다면 배경수는 물론이고 당사자가 아닌
더 보기
이전
1
...
4546474849
...
13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