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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차설아는 마음이 괴로워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그건 물어보지 않은 게 좋을 것 같았는데.”

그녀에게 있어서 배경수는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자, 그녀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녀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가?

수많은 소녀들을 매료시킨 배경수의 깊은 눈망울은 기대에 가득한 반짝이는 눈빛으로부터 점점 실망으로 가득한 채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알겠어, 보스, 대답하지 않아도 돼. 이미 대답을 알았으니까.”

“경수야, 왜 그래? 분명 내 마음 알잖아. 왜 이러는...”

“그냥 이러자!”

배경수는 애써 섭섭한 마음을 꾹 누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짜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보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더는 보스의 약혼자가 아니야. 앞으로 우린 단순한 누나 동생 사이라고. 난 여전히 보스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다만 보스는 내 구속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도 돼. 보스가 정말 선택하고 싶은 남자를 선택하라고.”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배경수는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랑을 강요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설아는 그와 애써 사랑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럴 때 배경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그녀를 놓아주는 것이었다.

“경수야,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나랑 헤어지겠다고? 나 포기하는 거야?”

차설아도 마음이 조급해져 다른 사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팔을 덥석 잡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내가 너무 마음이 급했어, 네 입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말을 내뱉고 말았어. 잘못했어... 나 다른 남자 선택할 것도 없어, 너만 있으면 돼. 그러니까 화내지 마. 나 포기하지도 말고, 응?”

그녀의 말은 비굴하게 들렸지만 모두 차설아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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