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하늘에 별똥별 스치듯 성도윤은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한 사람은 위로, 한 사람은 아래로, 아무도 서로를 위해 멈춰 서지 않았다.“하하, 1위를 한 형님이 그래도 네가 마음이 쓰였나 봐, 약속 지키러 온 걸 보니.”바람은 엘리베이터가 밑층으로 내려갔을 때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며 말했다.“일이 있어서 여기로 온 거겠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하이힐을 신은 차설아는 또각또각 주차장으로 향해 걸어갔다. 마치 방금 성도윤과의 만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오늘 저녁 성도윤이랑 잘 얘기해 볼 생각이 없어?”“약속한 저녁 시간은 여덟 시부터 열한 시야, 지금은 이미 열한 시 1분이잖아. 지각했으니 뭐 어쩌겠어. 내 시간은 안 소중해? 내가 왜 성도윤 때문에 멈춰 서야 하는데?”덤덤한 얼굴의 차설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긴, 임채원이랑 약속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아니면 아까 설아를 보고 성도윤이 그렇게 차가운 얼굴을 보일 리가 없잖아. 마치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야!”바람이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는 끝이 보이지 않은 꼭대기 층을 보며 분석하기 시작했다.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포츠카 키를 꺼내고는 차 문을 열었다.“시간이 늦었어. 이제 각자 집으로 돌아가자고. 다음에 시간 되면 다시 만나.”차설아가 바람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예쁘장한 그녀의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았고,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네가 말한 거야, 시간 나면 다시 만나자고.”바람은 아쉬운 마음으로 차설아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쯧쯧, 4년 만에 겨우 만나 같이 식사를 했는데, 이렇게 이별하다니. 많이 아쉽네. 하지만 성도윤은 아까 설아의 얼굴을 몇 초밖에 못 봤잖아? 그럼 내가 훨씬 운이 좋은 거 아닌가?’빨간색 스포츠카는 ‘슉’하고 어둠 속에 질주하면서 사라졌다. 마치 한 번 결심하면 절대 뒤 돌아보지 않는 차설아처럼 말이다.같은 시각, 520미터 높이 레스토랑 통창 앞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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