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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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허민희는 엘리베이터에 기댄 채 화려하고 현란한 야경에 감탄을 내뱉었다.차설아는 이런 전설을 믿는 허민희가 귀여워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 돈에 환장하니까 돈이 듬뿍 담긴 엘리베이터를 만날 수는 없을까?”“휴, 언니, 나 진지하단 말이에요. 왜 이렇게 낭만을 몰라요? 로맨틱한 사랑이 기대되지 않으면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겠어요?”“민희야, 내가 경험자로서 충고 하나 하는데, 네가 잘만 살아간다면 사랑도 필요 없어. 돈이야말로 최고라고. 사랑 같은 건 다른 사람이 너를 공격하는 무기밖에 더 안 돼!”차설아가 허민희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농담이 전혀 섞이지 않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제 막 열여덟 살 된 여자애에겐 너무 잔혹한 말일지는 몰라도 이 도리를 일찍 알수록 상처를 더 적게 받을 것이다.허민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설아 언니, 저는 언니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사랑이야말로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죠, 왜 고통을 가져오겠어요? 언니가 남자한테 너무 심하게 상처받아서 예민해진 거 아니에요? 겉으로 보기엔 호탕하고 용감한 것 같아도 사실 그 누구보다 연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더는 사람을 사랑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요.”“그게...”차설아는 말문이 막혔다.‘지금 애들이 다 이렇게 성숙하나?’엘리베이터는 마침내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레스토랑의 인테리어는 우아하고 세련되었고, 사방에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심지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도 있어 매우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언니, 1위를 한 남자가 언니를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밤은 두 사람 만의 로맨틱한 식사가 기다릴 테니 저는 두 분 방해하지 않을게요. 이만 갈게요!”허민희가 말하고는 맞은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리를 떴다.“어서 오세요, 유일한 고객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웨이터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차설아를 데리고 레스토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통창 앞에 서 있는 남자는 훤칠한 뒷모습은 그의 몸매를 잘 보여줬다. 블랙 캐쥬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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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그만해!”차설아가 손을 내밀고는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낯 간지럽게 굴지 말아줄래? 우리는 순수한 남녀 사이잖아.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겠어.”“설아가 날 그렇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난 설아랑 순수한 남녀 사이로 지내고 싶지 않은데?”바람은 잘생긴 얼굴로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거리를 두기는커녕 심지어 과감하게 차설아의 가는 손목을 확 잡고는 그녀를 자기 품 안에 끌어안으려고 했다.물론, 어마어마한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차설아는 민첩하게 그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바람의 팔을 잡고는 등 뒤로 해 거의 190cm 가까운 훤칠한 남성을 손쉽게 제압했다.“녀석, 감히 누나한테 장난을 쳐? 심심했던 거야? 이제 잘못을 알겠어?”차설아가 힘을 주며 바람에게 제대로 교훈을 주고 싶었다.바람은 팔이 거의 부러질 정도로 아팠는데도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씩 웃으며 말했다.“내가 뭘 잘못했는데? 설아를 좋아하는 게 죄가 아니잖아. 갑자기 4년 동안 사라져 버렸어. 난 설아를 4년이나 보고 싶었다고. 그런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야?”“너!”차설아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다.‘4년 만에 다시 보니 바람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말을 설레게 하는 거야... 아니지, 4년 전에도 이런 말 잘했었던 것 같은데?’도도하고 차가울 뿐만 아니라 애정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성도윤과는 달리, 바람은 단도직입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했다.그는 사랑하는 마음을 열 배, 백 배 모두 드러내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성도윤은 한 사람을 좋아해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를 싫어하나 싶을 정도로 착각하게 했다.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선우시원, 오늘 이 팔이 부러져도 상관없나 봐? 그럼 네 소원을 들어주지, 당장 팔을 부러뜨려야겠어!”차설아는 이 자식에게 더는 설렌 마음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거친 방식으로 혼내줄 수밖에 없었다.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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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바람의 잘생긴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만약 차설아가 정말 성도윤을 내려놨다면, 언젠간 자신의 진심이 차설아의 마음을 움직일 거로 생각했다.“너한테 기회 없어. 나 요새 일 다 끝내면 재혼할 거야.”차설아가 덤덤하게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바람의 얼굴색은 확 변하더니 다급하게 물었다.“재혼한다고? 누구랑?”“그건 네가 꼭 알아야 하는 거 아니잖아.”바람은 긴장한 얼굴을 보이더니 이내 여유롭고 자신 있게 말했다.“누구든지 상관없어. 성도윤만 아니라면, 아직 재혼을 한 게 아니라면 설아가 다시 나한테 사랑에 빠지게 할 자신 있어.”“자신이 있는 건 좋지만, 잔머리를 다른 데로 굴리는 게 좋지 않아?”차설아가 고개를 들더니 바람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그럼 이제 말해줄 수 있어? 오늘 밤 성도윤 스케줄이 뭔지?”“뭐야, 아직도 엄청 신경 쓰고 있네...”바람이 한숨을 푹 쉬고는 솔직하게 말했다.“설아랑 똑같이 저녁 약속이 있던데? 이런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말이야.”“그래?”차설아는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누구랑?”“임채원이라는 여자랑. 아마 설아는 모를 거야. 설아가 사라진 이 몇 년 동안 성도윤은 꽤 알차게 산 모양이야. 임채원과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아마 임채원과 재혼... 하는 거 아닐까?”“그럼 정말 잘됐네!”차설아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만약 성도윤이 정말 임채원과 재혼한다면 그녀의 두 아이를 뺏진 않을 것이니 말이다.임채원도 자존심이 강한 여자라 계모 노릇 따위는 하기 싫을 것이니 더더욱 말릴 것이고.“하느님, 제발 부탁합니다. 제발 두 사람 남은 평생 사랑하게 해주세요.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저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네요.”차설아가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바람은 미간을 구기더니 차설아의 반응을 보며 말했다.“지금 일부러 괜찮은 척하는 거야?”“그렇게 보여?”차설아는 너무 기쁜 나머지 활짝 미소를 지었다.바람이 말했다.“4년 전, 성도윤이랑 설아랑 그렇게 비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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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다만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하늘에 별똥별 스치듯 성도윤은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한 사람은 위로, 한 사람은 아래로, 아무도 서로를 위해 멈춰 서지 않았다.“하하, 1위를 한 형님이 그래도 네가 마음이 쓰였나 봐, 약속 지키러 온 걸 보니.”바람은 엘리베이터가 밑층으로 내려갔을 때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며 말했다.“일이 있어서 여기로 온 거겠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하이힐을 신은 차설아는 또각또각 주차장으로 향해 걸어갔다. 마치 방금 성도윤과의 만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오늘 저녁 성도윤이랑 잘 얘기해 볼 생각이 없어?”“약속한 저녁 시간은 여덟 시부터 열한 시야, 지금은 이미 열한 시 1분이잖아. 지각했으니 뭐 어쩌겠어. 내 시간은 안 소중해? 내가 왜 성도윤 때문에 멈춰 서야 하는데?”덤덤한 얼굴의 차설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긴, 임채원이랑 약속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아니면 아까 설아를 보고 성도윤이 그렇게 차가운 얼굴을 보일 리가 없잖아. 마치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야!”바람이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는 끝이 보이지 않은 꼭대기 층을 보며 분석하기 시작했다.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포츠카 키를 꺼내고는 차 문을 열었다.“시간이 늦었어. 이제 각자 집으로 돌아가자고. 다음에 시간 되면 다시 만나.”차설아가 바람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예쁘장한 그녀의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았고,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네가 말한 거야, 시간 나면 다시 만나자고.”바람은 아쉬운 마음으로 차설아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쯧쯧, 4년 만에 겨우 만나 같이 식사를 했는데, 이렇게 이별하다니. 많이 아쉽네. 하지만 성도윤은 아까 설아의 얼굴을 몇 초밖에 못 봤잖아? 그럼 내가 훨씬 운이 좋은 거 아닌가?’빨간색 스포츠카는 ‘슉’하고 어둠 속에 질주하면서 사라졌다. 마치 한 번 결심하면 절대 뒤 돌아보지 않는 차설아처럼 말이다.같은 시각, 520미터 높이 레스토랑 통창 앞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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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성도윤이 엄숙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드디어 올라온대요?”“네?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죠?”웨이터가 어안이 벙벙했다.“누구겠어요?”“엇, 죄송합니다, 대표님.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일그러졌다.그는 겨우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누군지 모르면서 왜 나를 찾아왔어요?”“이제 곧 레스토랑이 영업을 종료할 거라서요.”웨이터가 눈을 내리깔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실 레스토랑은 30분 전에 이미 영업 종료했다.다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인 성도윤이 차가운 얼굴로 서 있고, 전혀 떠날 뜻이 없는 것 같아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 일깨워 주지 않았을 뿐이다.“혹시 기다리시는 사람 있으세요? 저희가 전화를 해서 재촉해 볼까요?”웨이터는 어두운 안색의 성도윤을 보더니 용기 내어 한마디 물었다.“필요 없어요!”성도윤이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건 바로... 차설아는 정말 그에게 미련이 남지 않은 것 같았다!성도윤은 ‘휘황찬란’했던 20여 년 동안의 과거를 떠올렸다.그의 인생은 순탄했기에 이렇게 좌절감이 들 때는 아주 드물었다.좌절감을 몇 번 느꼈던 것도 모두 차설아 때문이었기에 차설아를 향한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리고 차설아의 마음을 정복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차설아, 나 만나기 싫다 이거지? 그럼 이제 만나달라고 빌게 만들어 줄 거야.”성도윤은 뭔가를 계획한 듯 곧바로 레스토랑을 걸어 나가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층으로 내려갔다.밤은 점점 깊어졌고, 가로등도 어둑어둑해져 거리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가끔 도로에 한두 대의 차가 쌩쌩 지나가 찬바람이 휘몰아쳤다.성도윤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긴 다리를 뻗으며 야외 주차장으로 향했다.“삑!”갑자기 고요한 밤하늘 아래서 경적이 울려 그의 눈길을 이끌었다.훤칠한 그는 몸을 돌렸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매혹적인 차설아는 나른하게 빨간색 스포츠카에 기대고 있었다.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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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성도윤은 입술을 차설아의 귓가에 닿았다. 그리고 차가우면서도 분노와 고통이 담긴 쉰 목소리로 말했다.“차설아, 당신은 내가 본 이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매정한 여자야!”4년 동안 쌓아온 감정이 이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버렸다.성도윤은 차설아를 있는 힘을 다해 꽉 끌어안았다. 마치 그녀는 부스러뜨리고 자기 몸속으로 녹아낼 듯이 말이다...그래야만 차설아를 묶어둘 수 있고, 그녀가 다시 떠날 기회가 없듯이 말이다!“...”차설아는 너무 꽉 끌어안겨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실력으로 충분히 성도윤을 쓰러 눕힐 수 있었지만 그녀는 반항하지 않았다. 토끼처럼 얌전히 그에게 안겨 있었다.그녀가 그토록 갈망하고 그리워했던 그의 품이었다. 넓고 든든한 그의 가슴팍은 한없이 따뜻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쉽지만, 그 감정을 내려놓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4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그녀는 충분히 이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짧고도 긴 포옹 후, 성도윤은 자기가 너무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걸 인지하고는 미련 있는 얼굴로 천천히 차설아를 놓아줬다. 하지만 여전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오해하지마, 이 포옹에는 그 어떤 뜻도 담겨있지 않아.”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여유롭고 차분한 여자의 모습에 성도윤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마치... 힘껏 주먹을 휘둘렀는데 솜에 맞은 듯한 무력감을 느꼈다.그는 모든 것을 손쉽게 다룰 수 있었지만, 유독 눈앞의 이 여자는 마음대로 다룰 수 없었다.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으니 그는 좌절감이 들었다.“나한테 불만이 있다면 왜 아까 날 밀어내지 않았어? 분명 그럴 수 있었잖아!”성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차설아가 어깨를 들썩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당신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 당신한테 불만 없어. 우리 부부였잖아. 오랜만이니까 그냥 포옹한 거지. 포옹한 게 뭔가 대단한 일도 아니고.”“부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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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그들이 서로 엮인 일은 이 일밖에 더 없었다.만약 이 일까지 깔끔하게 처리된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더는 서로 뒤얽히는 일이 없게 된다.“알면 됐어, 나도 더 할 말은 없어.”성도윤은 마음이 착잡했고, 차설아를 향한 감정도 말로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원망스럽진 않았는데 그녀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는 이유가 부족했다.4년 동안의 시간 때문에 많은 것들이 뒤바뀌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성도윤은 차가운 얼굴을 보이더니 몸을 돌리고는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잠깐만.”차설아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무슨 일이야?”“고마워.”차설아가 진심으로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성도윤은 어안이 벙벙했다.“4년 동안 우리 부모님 산소를 계속 찾아왔잖아. 당신 깊이 사랑하기도 했고, 깊이 미워하기도 했지만 이건 별개의 이야기야. 지금 당신한테 사랑의 감정도, 미움의 감정도 없어. 앞으로 원한을 품지 않고 웃으면서 서로를 마주 보는 건 어때? 이젠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야지.”차설아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진지하게 말했다.전에는 마음속에 너무 많은 걸 담다 보니 너무나도 피곤하게 살아왔는데 모든 걸 내려놓으니까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성도윤의 얼굴은 점점 차가워졌다.‘젠장, 왜 차설아가 나랑 선 긋는 것처럼 들리지?’“이 엠버 펜던트, 당신 거지? 4년 전에 주웠어. 이제 주인한테 돌려줘야지.”차설아는 소중히 보관해 왔던 엠버 펜던트를 목걸이에서 꺼내고는 성도윤에게 건넸다.“당신한테 있었어?”성도윤은 재빨리 펜던트를 건네받았다. 그 위에는 아직 따뜻한 차설아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그는 꼼꼼히 살펴보더니 형님의 유품인 걸 확신하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는 엄청 중요한 물건이야. 오래 찾았는데도 찾질 못했거든.”“당신이 우리 부모님 산소 앞에 놓고 간 것 같던데? 그때 당신이 우리 부모님 산소를 찾아갔 줄 몰랐었고, 그래서 이 펜던트도 당신 물건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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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차설아가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늦었다.하지만 뜻밖에도 절친인 배경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뭐야? 이 녀석 정말 사랑을 찾은 건가?”차설아가 궁금해하던 이때, 배경윤이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소녀 같은 수줍음을 보였다.“크흠!”차설아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배경윤의 팔을 잡아당기며 ‘엄마’처럼 캐묻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해봐, 어딜 가서 신나게 논 거야?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언니, 내가 솔직하게 말할게. 나 이번에 제대로 사랑에 빠졌다고. 나 그 사람이랑 이번 달 말이면 혼인신고 하려고. 어쩌면 우리 같이 결혼식을 할 수도 있어!”“벌써 결혼 생각을 하는 거야? 너무 섣부른 결정 아니야?”차설아는 배경윤을 위해 기뻐하면서도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전에 결혼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그건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고.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지!”배경윤은 전에 덕질만 하며 아이돌에게만 관심을 쏟아부었고, 연애나 결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배경윤은 갑자기 연애를 넘어 결혼을 하겠다고 선포했다!차설아는 더 잔소리도 하지 않고 배경윤에게 말했다.“결혼까지 결심한 사람 말이야. 나한테 보여줄 생각 없어?”“당연히 그래야지!”배경윤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렇지 않아도 나 오늘 저녁에 말해뒀거든. 내일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어. 언니가 잘 봐줘.”“좋아.”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언니는 오늘 밤 어땠어? 그 1위를 한 사람과 식사 약속 있었잖아. 갔어?”배경윤이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차설아에게 물었다.“갔어, 그런데 그 사람과 식사를 하진 않았지.”차설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배경윤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어때? 1위 한 사람 누구야? 쓰레기 성도윤 맞지?”“그래.”차설아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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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서재는 매우 크고 깜깜했다. 그 안에는 책장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성도윤은 무표정으로 불을 켰더니 소파에 앉아 있는 성주혁을 보고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할아버지, 늦은 시간인데 주무시지 않고 왜 여기에 계세요? 저를 놀래려고 작정하셨어요?”성주혁은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벌컥 역정을 냈다.“나 자신을 놀라게 해서 이대로 죽고 말지. 아들이고 손주고 다 속을 썩여서야. 내가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왜 또 그러세요...”성도윤은 이마를 짚으며 감정을 다스리고는 성주혁 앞에 웅크리고 앉아 인내심 있게 말했다.“저한테 말해보세요, 오늘 또 무슨 일 때문에 화가 나셨어요?”“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지. 늙어서 눈도 침침해 사람 하나 제대로 못 보고 말이야.”성주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는 차무진과 전장을 누비며 적을 무찌르고 의기양양했던 과거를 떠올렸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제대로 잘 걸지도 못했고, 말도 똑똑히 하지 못했고, 심지어 눈까지 침침해졌으니...성주혁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더니 주름이 가득한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짚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어휴, 내가 눈이 안 좋아서 그래. 도윤아, 이리 와서 할아버지 도와줘. 이 동영상 속 여자가 누구야? 싸움을 이렇게 잘해?”“누구요?”성도윤이 고개를 내밀고는 진지한 얼굴로 보기 시작했다.성주혁이 그에게 보여준 동영상은 바로 차설아가 도로에서 남자를 제압해 실검까지 오른 그 동영상이었다.그는 갑자기 성주혁의 뜻을 알아챘다.그래서 그는 실눈을 뜨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러게요, 이 여자가 누구죠? 조회수 찍으려고 일부러 연기하는 거 아닐까요? 사람들이 뜨려고 정말 아무 짓이나 다 하네요. 이런 건 그만 보세요, 다 가짜니까.”성도윤은 성주혁의 휴대폰을 뺏으려고 했다.그러자 휘청거리던 성주혁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얼굴로 경고하며 말했다.“자식, 어디서 모르는 척이야. 눈 똑바로 뜨고 봐. 영상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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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이튿날.차설아와 배경윤은 같이 어느 고급 씨푸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언니, 봐봐. 저 사람이 바로 내 남자친구 강우혁이야. 엄청 잘 생기고 훈훈하지?”배경윤은 VIP 구역에 있는 젊은 남자를 가리키더니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차설아는 배경윤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한 남자가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만지작거리지 않으면 식기를 정리했는데 누가 봐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번 약속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점잖아 보이는데. 너 이런 스타일 남자 좋아했어?”차설아는 의외인 듯 웃으며 말했다.배경윤이 멋있고 카리스마 있는 차도남을 좋아할 줄 알았다. 그녀가 덕질했던 아이돌도 다 그런 스타일이었으니.하지만 점잖은 남자도 괜찮을 듯했다.듬직하고 배경윤의 말을 잘 들을 것이니 털털한 성격의 배경윤과는 서로 보완이 되었다.다만 그가 정말로 점잖은 남자인 전제하에 말이다.이때 남자가 그들을 발견했는지 바로 따뜻한 미소를 짓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경윤아!”그는 마중 오더니 배경윤 손에 든 가방을 건네받고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안부를 물었다.“자기야, 안 힘들어? 안 배고파? 자기가 좋아하는 코코넛 크랩을 시켰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자기야, 고마워.”배경윤이 활짝 웃고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차설아를 소개했다.“여긴 나의 가장 친한 언니 차설아야. 우린 친자매보다 더 친하거든. 참, 언니 엄청 대단한 사람이야. 얼굴도 예쁘게 생겼지, 머리도 똑똑하지, 회사 사장으로서 돈도 많이 벌고 싸움도 잘해 변태들을 다 물리칠 수 있어. 게다가 어려서부터 공부도 엄청 잘했고, 해...”“캑캑!”배경윤이 자기 정체를 밝힐 것으로 보이자 차설아는 다급하게 그녀의 말을 끊고는 미소를 지으며 강우혁에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차설아라고 합니다.”“반갑습니다, 저는 강우혁입니다.”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고는 예의를 갖추며 대답했다.식사 내내 강우혁은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을 드러냈다.배경윤에게 새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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