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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작가: 배시아
성도윤은 입술을 차설아의 귓가에 닿았다. 그리고 차가우면서도 분노와 고통이 담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차설아, 당신은 내가 본 이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매정한 여자야!”

4년 동안 쌓아온 감정이 이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버렸다.

성도윤은 차설아를 있는 힘을 다해 꽉 끌어안았다. 마치 그녀는 부스러뜨리고 자기 몸속으로 녹아낼 듯이 말이다...

그래야만 차설아를 묶어둘 수 있고, 그녀가 다시 떠날 기회가 없듯이 말이다!

“...”

차설아는 너무 꽉 끌어안겨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실력으로 충분히 성도윤을 쓰러 눕힐 수 있었지만 그녀는 반항하지 않았다. 토끼처럼 얌전히 그에게 안겨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갈망하고 그리워했던 그의 품이었다. 넓고 든든한 그의 가슴팍은 한없이 따뜻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쉽지만, 그 감정을 내려놓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4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그녀는 충분히 이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짧고도 긴 포옹 후, 성도윤은 자기가 너무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걸 인지하고는 미련 있는 얼굴로 천천히 차설아를 놓아줬다. 하지만 여전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해하지마, 이 포옹에는 그 어떤 뜻도 담겨있지 않아.”

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아.”

여유롭고 차분한 여자의 모습에 성도윤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마치... 힘껏 주먹을 휘둘렀는데 솜에 맞은 듯한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모든 것을 손쉽게 다룰 수 있었지만, 유독 눈앞의 이 여자는 마음대로 다룰 수 없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으니 그는 좌절감이 들었다.

“나한테 불만이 있다면 왜 아까 날 밀어내지 않았어? 분명 그럴 수 있었잖아!”

성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차설아가 어깨를 들썩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당신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 당신한테 불만 없어. 우리 부부였잖아. 오랜만이니까 그냥 포옹한 거지. 포옹한 게 뭔가 대단한 일도 아니고.”

“부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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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감일 것도 없어요. 내어준 게 아니라 갚은 거니까.”차설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나 위해서 말해 주는 건 고마운데 내가 손해 볼 건 없는 거래에요.”“알겠어요... 설아 씨가 비밀로 해주길 원하신다면 저희도 당연히 말은 안 하죠. 떠나고 싶으실 때 저한테 알려주시면 제가 서영 언니한테 물어볼게요. 하지만 언니도 별말 없이 보내줄 거에요.”“아직은 급하지 않아요.”차설아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진이 아직 안 깨어났다면서요, 일어나서 눈은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한 뒤에 기회 봐서 나갈게요. 만약 수술이 성공적이지 않아서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내가 여기서 지내는 게 더 효율적이긴 하잖아요.”“설아 씨는 어쩜 이렇게 착해요? 우리 도련님을 이렇게 다 생각해주시고, 설아 씨는 우리 도련님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아요.”차설아의 말에 제대로 감동받은 현이는 순진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도련님도 설아 씨한테만큼은 진심이니까 아무 걱정 마세요. 회복 마치고 나면 성대 그룹 주권도 성도윤 손에서 빼앗아 오실 거에요. 그때는 도련님이 성도윤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을 테니 설아 씨한테도 꼭 제대로 보상해주실 거예요.”“그런 생각까진 안 해봤는데...”차설아도 자신의 행동이 성대 그룹의 내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눈이 보이지 않아 잠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긴 했지만 성진은 그리 쉽게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동안 필시 성도윤에 대응할 방도를 마련했을 것이다.그런 성진과 맞서려면 성도윤도 한동안 바빠질 것 같았다.하지만 차설아는 그래도 멀어버린 눈 덕분에 그 꼴사나운 모습들을 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이렇게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회로를 돌리는 게 바로 차설아였다.---그 시각, 성도윤의 뇌수술도 한창 준비 중이었다.이미 수술복으로 환복을 마친 성도윤은 수술실에 들어가 있었고 문밖에는 소영금, 서은아, 진무열 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아주머니, 아직 시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53화

    “아, 아니야!”똑똑한 원이가 눈치라도 채면 집요하게 캐물을 걸 알기에 차설아는 당황하며 다급히 부인했다.“엄마 아무 일도 없이 잘 있어. 엄마한테 언제 무슨 일 생기는 거 봤어? 걱정 말고 동생 잘 챙기고 민이 이모 말씀 잘 듣고 있어.”말을 마친 차설아는 바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원이는 그렇게 놔두질 않았다.“엄마한테 생긴 일이 적진 않죠. 이런저런 귀찮은 일들이 얼마나 많이 생겼는데요, 지금도 무슨 일이 있으니까 영상통화 못 하는 거잖아요. 1초만 켜요, 아무 일 없다는 거 내 눈으로 확인하면 믿어줄게요.”“그게...”원이를 속이지 못한다는 걸 알아챈 차설아는 핸드폰을 멀리 놓고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원아, 뭐라는지 잘 안 들리네? 엄마 지금 친구랑 등산 하고 있어서 신호가 안 좋아. 나중에 통화하자!”말을 마친 차설아가 통화를 끝내자 옆에서 보고 있던 현이가 감탄하며 말했다.“설아 씨는 정말 행복하겠어요. 아들딸 다 저렇게 귀엽고 똑똑한데 엄마도 엄청 사랑하는 게 눈에 보여요!”“나는 행복한데 애들은 행복하지 않아요...”“나 따라다니면서 겁도 많아졌고 힘든 일도 많이 겪었어요. 나는 좋은 엄마는 아니에요.”“그런 말씀 마세요. 애들한테 설아 씨처럼 착하고 대단한 엄마가 있어서 행복할 거예요. 설아 씨는 애들이 설아 씨랑 살면서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해도 애들은 엄마랑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을 거예요.”아직 어리지만 아이는 무척이나 좋아하는 현이는 아들딸을 모두 둔 차설아가 부러웠다.그렇게 아름다운 가정인데 엄마가 시각장애인이 돼버렸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가슴 아플지 눈에 선해 현이는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집에... 모셔다드릴까요?”동정심이 차오른 현이는 차설아에게 앞으로의 생각을 물었다.“나 나갈 수 있어요?”그에 차설아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하죠, 설아 씨는 도련님한테 빛을 보게 해준 은인인데 하늘의 별을 따달라 해도 다 드려야죠. 자유를 원하시면 두말없이 보내드릴

  • 선 이혼, 후 집착   제1452화

    상대방이 악의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한숨 돌린 차설아가 말했다.“수술은 다 끝난 거죠? 잘 됐어요? 진이는 어때요? 이제 보인대요?”“언니가 그러는데 수술은 잘 끝났고 일주일 뒤에 실 빼면 도련님은 볼 수 있대요. 그런데 설아 씨는...”현이는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은 창백한 얼굴의 차설아를 보며 가슴 아파했다.“설아 씨는 앞으로 어떡해요...”“난 괜찮아요. 눈만 잃었지 죽은 것도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살아지겠죠. 세상에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사람들도 잘살고 있잖아요.”자신의 상황이 더 고통스러울 텐데 차설아는 이 와중에도 현이를 위로해주고 있었다.그래서 현이는 그런 차설아를 보는 게 더 마음이 아팠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았다.“요 며칠은 제가 잘 보살펴드릴게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릴게요.”착하고 긍정적인 차설아를 보며 현이는 아까부터 마음속으로 수십 번도 넘게 감탄하고 있었다.이런 좋은 사람에게 가혹한 일이 생긴 게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그럼 나 부탁하나 있는데 좀 도와줄래요?”현이가 착한 사람이라는 걸 보아낸 차설아는 사양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내 핸드폰으로 민이 이모한테 전화 좀 해줄래요? 며칠 동안 연락을 안 해서 아마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알겠어요.”침대 머리맡에서 핸드폰을 찾아낸 현이는 차설아의 말대로 핸드폰 잠금을 풀고 ‘민이 이모’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왜 이제야 전화하세요! 어디 가셨던 거에요 그동안? 갈 만한 데는 다 찾아봐도 없어서 원이랑 달이가 얼마나 놀랐는데요.”민이 이모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어제는 경찰서에 신고까지 했다고 말했다.“저 친구 집에서 놀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잘 지내고 있어요. 원이랑 달이는 잘 있어요? 통화라도 하고 싶은데.”“방금 일어난 것 같아요. 진짜 하루종일 아가씨 얘기만

  • 선 이혼, 후 집착   제1451화

    이틀 뒤, 차설아는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성진과 함께 별장의 무균 수술실로 들어갔다.“두 분은 수술대에 누워주세요.”안과 교수는 둘을 데리고 간단한 검사를 진행한 뒤 마취 테스트를 마치고는 간호사더러 그들을 수술대에 눕히게 했다.차설아는 검사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모자만 푹 눌러쓰고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수술대에 멍하니 누워있었다.엄청 큰 수술대 위에는 환한 전등이 아주 많이 달려있었는데 그것들이 하도 눈부셔서 차설아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광환이 감긴 눈앞을 스쳐 지나가자 차설아는 그제야 자신이 지옥문 앞에 와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후회돼요?”그때 옆에서 성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후회되면 지금이라도 가요.”“후회 안 해요.”하지만 차설아는 태연하게 웃으며 답했다.“눈 하나로 그렇게 많은 돈을 얻는데 제가 왜 후회하겠어요.”“그래요. 절대 손해 본다고 느끼지 않게 내가 달라는 거 다 줄게요.”성진이 확신에 찬 약속을 하자 마취제 배합을 마친 의사가 차설아와 성진을 향해 말했다.“이제 마취 시작할 건데 전신 마취라서 두 분 다 의식을 잃으실 거예요. 깨어나는 시간은 체질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3시간에서 6시간 사이로 의식 차리실 겁니다.”“네.”“시작해주세요.”“시작하시죠.”의사의 말에 차설아와 성진 모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자신의 등을 통해 약물이 주입되는 걸 느끼던 차설아는 빠르게 의식을 잃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차설아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건 자신의 세상이 비로소 어두워졌다는 것이다.“거... 거기 누구 있어요?”처음 겪어보는 암흑에 심연에 빠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떨던 차설아는 허공에 대고 손을 저어보았다.“깨어났어요? 어때요, 눈은 안 아파요? 의사 선생님이 적어도 일주일은 있어야 상처가 다 낫는다고 하셨어요. 엄청 아프죠...”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박서영이 아님을 알아챈 차설아는 잔

  • 선 이혼, 후 집착   제1450화

    대단한 집안 아가씨가 평생 숨겨야 할 남자들에게 강간당한 일을 이렇게 수면 위로 꺼낸 건 다 진무열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였다.성도윤의 최측근이 진무열이 자신을 믿고 도와준다면 성도윤과의 관계발전도 아주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었다.“아가씨가 대표님을 그 정도로 사랑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모든 얘기를 들은 진무열의 마음에는 거센 파동이 일었다.성도윤을 향한 차설아의 사랑은 달빛처럼 부드럽고 깨끗하기만 하다면 서은아의 사랑은 뜨거운 태양처럼, 영원히 빛을 낼 것처럼 정열적이었다.둘 중에 어떤 사랑이 성도윤한테 더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뜨거운 편이 나은 것 같았다.“서은아 씨랑 대표님 감정은 아직도 전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걱정은 마세요. 대표님이 요즘 바빠서 그렇지 서은아 씨 생각은 항상 하고 계세요. 바쁜 일만 다 처리하면 예전처럼 더 좋아질 거예요.”상태가 안 좋은 저를 위로하기 위한 말임을 눈치챈 서은아는 진무열을 노려보며 말했다.“지금 어린 애 달래요?”“도윤이가 누굴 생각하는지는 진 비서님이 더 잘 알잖아요. 그냥 잠깐 나를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고 나중에 기억 돌아오면 또 차설아한테 가버릴 건데... 그럼 나는 비서님 말대로 그저 해프닝, 변수가 되어버리겠죠!”“수술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만약 대표님이 기억해낸 게 서은아 씨와 보냈던 행복한 일상이면 서은아 씨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그럴 리가요. 도윤이랑 그 여자가 얼마나 깊이 얽혔는데 기억만 돌아온다면 내 자리는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예요.”“그럼 서은아 씨는 뭘 원하는 거예요?”진무열은 울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서은아를 슬쩍 떠보듯 물었다.“도윤이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니고 뇌가 다친 적도 있으니까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일단은 그냥 놔두는 게 어떠냐는 말을 하는 거예요. 그냥... 이 수술 하지 말고 계속 기억 안 나는 채로 살아도 되는 거잖아요. 내가 진짜 잘할게요!”한시가 급했던 서은아는 이 수술을 원하지 않

  • 선 이혼, 후 집착   제1449화

    그 말을 들은 서은아는 표정을 굳히며 오만한 태도로 진무열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에요? 지금 도윤이에 대한 내 마음을 의심하는 거예요?”“아니요, 마음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대표님을 위해서 어떤 희생까지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한 거죠.”이기적이고 강압적인 보스라 할지라도 감정에서는 많은 시련을 겪었었기에 진무열은 서은아가 성도윤에게 정말 어울리는 짝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차설아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만약 서은아도 이상한 마음을 품는다면 성도윤이 또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진무열이 걱정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도윤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나는. 목숨까지도 내어줄 거에요.”진무열의 말에 서은아는 입술을 깨문 채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때 그 여자 오빠가 미친 사람처럼 도윤이 납치해갔을 때 내가 도윤이 구하려고 무슨 짓까지 했는지 진 비서님은 모르죠?”이 얘기는 처음 듣는 진무열은 호기심에 차 물었다.“무... 무슨 일을 겪었는데요?”“차설아 씨 오빠가 도윤이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비서님도 알죠?”“대표님과 자정 살인마가 오랫동안 싸우기는 했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나간 일은 다 잊고 잘 지내는 걸로 알고 있어요.”두 사람의 원한에는 깊은 관여를 하지 않고 가끔 조언을 해준 게 전부였기에 진무열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둘 다 원한을 내려놓고 화해하는 게 서로에게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성대 그룹의 고위 간부들은 이 기회에 자정 살인마를 제대로 눌러놔야 한다며 성도윤을 부추겼지만 성도윤은 결국 박성훈을 보내 차성철을 구해주며 그와의 화해를 선택했다.타인에게 장미를 건네면 내 손엔 그 잔향이 남는다고 그 인연으로 성도윤도 이번에 박성훈에게 수술받아 기억을 되찾을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이렇게 보니 마음을 곱게 쓰는 사람은 하늘도 굽어살펴 주는 것 같았다.“둘은 화해했지만 나는... 내가 받은 상처는

  • 선 이혼, 후 집착   제1448화

    그 모습을 보던 성도윤은 눈썹은 꿈틀거렸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됐어, 성훈이 형 실력이면 너희들이 아무리 숨겨도 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 뭐.”그 말을 들은 서은아는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와 들고 있던 보온 용기까지 떨어트려 버렸다.“아! 아파...”뜨거운 국물에 덴 손이 아픈지 그녀가 비명을 지르자 성도윤도 빠르게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로 향했다.“괜찮아?”“응, 그냥 살짝 데인 것뿐이야.”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서은아의 표정은 서러움 그 자체였다.“봐봐.”여자의 앞에 쭈그려 앉은 성도윤은 빨개진 손등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진무열을 향해 말했다.“진무열, 은아 보건실로 데려가.”“괜찮아, 나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하지만 서은아는 계속 괜찮다고 하며 바닥에 엎질러진 국물을 보며 말했다.“너 주려고 온 오후 끓인 건데 다 쏟아버려서 어떡해... 그리고 네 러그도 더러워졌네.”“그거야 다시 끓이면 되고 러그도 사람 불러서 청소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네가 여기서 다치면 내가 미안하잖아 괜히. 그러니까 말 들어.”“알, 알겠어.”성도윤의 다정한 모습을 다시 본 서은아는 밀려오는 행복감에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하지만 만약 수요일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성도윤은 다시는 자신에게 이토록 다정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기억을 되찾은 그라면 전에 자신이 의사를 매수해 뇌에 이상이 생기게 만든 걸 알아내는 것도 시간문제일 텐데 그래서 서은아는 지금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마냥 불안했다.“아가씨, 저 따라오세요.”서은아를 데리고 성대 그룹 보건실로 향한 진무열은 의료진이 처치를 해주는 걸 보며 팔짱을 끼더니 서은아를 향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우리 대표님 마음 사로잡기가 쉽지 않죠?”“진 비서님도 내가 너무 달라붙으니까 꼴사나워 보여요?”“아가씨가 대표님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전혀 꼴사납지 않죠.”진무열은 또 옛날의 차설아를 떠올리며 말했다.“예전 사모님도 서은아 씨처럼 우리 대표님한테 지

  • 선 이혼, 후 집착   제1447화

    보온 용기를 들고 들어온 서은아는 활짝 웃으며 성도윤에게로 다가섰다.“보신탕 끓여왔는데 이게 위에 좋대, 너 안 그래도 위 안 좋은데 얼른 마셔봐.”그녀가 뚜껑을 열자마자 향기로운 보신탕의 냄새가 확 풍겨오자 진무열은 감탄을 자아내기 시작했다.“와, 냄새 너무 좋은데요. 서씨 집안 아가씨로 살면서 요리는 언제 배우셨어요?”책상을 마주 앉아 계약서를 넘기던 성도윤은 눈길도 돌리지 않은 채 무미건조하게 말했다.“그렇게 좋으면 가져가서 마시던가.”“...”성도윤에게 보신탕을 덜어주려던 서은아는 매정한 남자의 말에 행동을 멈추었는데 진무열도 바보는 아닌지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가씨가 대표님 위해서 직접 만들어 오신 건데 제가 뭐라고 감히 그걸 마셔요, 저는 그냥 뜨거운 물 마실게요.”그 말에 빠르게 마음을 가다듬은 서은아가 진무열을 보며 웃었다.“많이 해와서 괜찮아요. 드실 거면 덜어드릴게요.”“말씀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냥 장난이었어요. 대표님 요새 마침 속 안 좋으신데 대표님 다 드리세요. 앞으로 종종 해주시면 좋고요...”말을 하던 진무열은 갑자기 제 아내를 떠올리며 말했다.“대표님 이혼 전에는 사모님도 이런 보신탕 자주 해왔었는데 대표님만 드리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마다 다 나눠줬었어요. 회사 복지라면서 곳곳에 놔두고 왔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아서 우렁각시라는 별명도 얻었죠.”“그... 그래요?”자신을 난처하게 하는 진무열의 말에 서은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대꾸했다.이렇게 눈치 빠르고 일 잘하는 사람이 성도윤 옆에 있으면 언젠가는 자신의 일을 방해할 게 분명했기에 서은아는 하루빨리 진무열부터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한편 일에 열중하며 진무열과 서은아의 대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성도윤은 갑자기 들리는 ‘이혼’과 ‘사모님’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들며 물었다.“진 비서, 아까 이혼이라고 했어?”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캐묻기 시작했다.“내가 전에 결혼을 했었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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