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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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차설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부자연스러운 손길로 배를 가리며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나도 임신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자연히 배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혼해서 너무 신이 났나 봐. 맨날 맛있는 거 먹었더니 살이 찐 거더라고.”“그래도 그런 말 해줘서 고마워, 내가 다이어트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줬네. 경수가 워낙 젊어서 활력도 넘치고, 내가 몸매를 잘 가꾸지 않으면 걔가 다른 여자한테 마음을 뺏길지 누가 알아?”성도윤의 얼굴빛은 한껏 어두워졌다.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으로 차설아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행운을 빌게.”남자가 코웃음을 치고는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차설아는 그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으면서 자신이 했던 말을 되돌아봤다.‘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나? 반응 보니까 엄청 화난 것 같은데? 그런데 화가 났다고 해도 왜 때문이지? 경수가 싫어서 그러나? 어휴, 나도 모르겠어!’차설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역시 남자 마음은 알 수가 없다니까!’그녀는 생각을 거두고 집 안에서 포대기를 샅샅이 뒤져보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찾아봐도 포대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바로 그녀가 포대기를 성씨 가문 본가에 두고 온 것이다.지난번에 임채원이 갑자기 들이닥친 바람에 차설아는 너무 급하게 떠났다. 그래서 주로 옷을 담는 상자 하나를 두고 왔었다. 포대기는 분명 그 상자 안에 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고 성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지금 마침 한낮이라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채원은 유럽의 귀부인처럼 파라솔 밑에 있는 의자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하인들에게 말했다.“다들 밥 안 먹었어요? 당장 움직이란 말이에요. 차설아가 이 화원에 심은 모든 화초와 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려요!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를 심어놓으란 말이에요. 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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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임채원은 원수를 만난 것처럼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살벌한 표정으로 차설아에게 말했다.“여긴 왜 온 거야? 개인 구역에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 거야? 내가 확 경찰에 신고할까 봐!”“경찰에 신고하려고?”차설아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휴대폰에 번호 112를 찍어 눌렀다. 그리고 휴대폰을 임채원에게 건네고는 말했다.“얼른 신고해, 경찰들에게 채원 씨가 어떻게 사람들을 학대했는지 보여줘야지.”“내가 언제 학대했다고 그래? 잘못을 했으니까 벌 받는 건 당연한 거야. 난 이 별장의 여주인으로서 이 사람들을 다룰 권리가 있다고! 욕하든 때리든 네가 상관할 건 아니야.”임채원은 턱을 치켜들더니 일부러 ‘여주인’을 말할 때 힘을 더 주고는 어깨를 우쭐 흔들었다.죽을 지경으로 탈진한 하인들은 주눅이 들어 한쪽에 가만히 서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별장 여주인?”차설아는 코웃음을 치더니 되물었다.“당신이 별장 여주인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 이 별장이 당신 이름으로 된 거야?”“그걸 증명할 수 없다면 당신이 이 사람들과의 고용 관계도 증명되지 않아. 그럼 당신이 한 짓은 형사 범죄에 해당된다고. 이 사람들이 당신을 고소하겠다고 하면 충분히 3년이나 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받게 될 거야.”차설아의 무심한 말에 임채원은 기세가 반쯤 꺾였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더니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나는 지금 도윤이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 이 별장은 조만간 내 명의로 바뀔 거라고. 미래 성씨 가문의 모든 것도 내 아들의 것으로 될 거야. 겨우 하인 몇 명을 부려먹었다고 네가 감히 이런 말을 해?”“참, 채원 씨가 이렇게 순진하게 구네...”차설아는 임채원을 바보를 보듯 한참 보더니 진실을 가차 없이 폭로했다.“첫째. 이 별장은 내 허락 없이 영원히 당신 명의로 되지 않을 거야. 지금 내 공동 명의로 되어있거든. 둘째, 당신이 성도윤이랑 결혼하지 않은 이상 당신 아들은 영원히 사생아 신세야. 성씨 가문의 합법적인 상속인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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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이 아주머니의 반응으로 봤을 때 차설아의 기억은 틀림없었다. 포대기가 담긴 상자를 확실히 성씨 가문 본가에 두고 온 것이 분명하다.“왜 말을 더듬어요? 상자는 어디에 있냐고요?”차설아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이 아주머니는 난감한 기색을 보이더니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사모님 물건은 모두 그분께서 치우셨어요. 정확히 어디에 뒀는진 저희도 잘 몰라요.”“저분이 얼마나 유난을 떠는데요. 요 며칠 사모님 방에 있는 물건을 모두 치우고 다시 인테리어를 하겠다고 하질 않나, 또 화원에 사모님이 심어놓으신 화초를 모두 뽑아버리겠다고 하질 않나... 아무튼 이 별장에 사모님의 그 어떤 물건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얼마나 까다로운지!”이때 임채원이 큰 배를 내밀면서 들어오더니 이 아주머니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감히 내 험담을 해요? 입 안 다물어요?”이 아주머니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에 이 아주머니가 차설아를 괴롭혔을 땐 그렇게 기고만장하더니 지금 주눅이 든 모습을 보이는 건 그렇게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역시 하나님은 공평해.’차설아는 더는 말을 하기도 귀찮았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채원을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놔.”“뭘?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셋 셀 때까지 내 물건 내놔. 아니면 무슨 일이 생겨도 나 탓하지 마.”“어디서 협박질이야?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임채원은 양팔을 감싸 안은 채 건방진 태도로 말했다.“내가 설아 씨 물건을 가져갔다는 증거 있어? 그리고 내가 가져갔다고 해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하면 뭐 어쩔 건데?”‘흥, 나는 지금 성씨 가문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 내 최강의 호신 부적이라고. 아무리 차설아라고 한들 날 어쩌지는 못할 거야!’“하나...”“둘...”차설아는 그저 차가운 목소리로 숫자를 세고 있으면서 임채원을 압박했다.그녀는 단지 자기 물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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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성도윤은 임채원의 목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하지만 차설아가 있다는 말에 그는 바로 핸들을 돌려 성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임채원은 퉁퉁 부은 얼굴을 감싼 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딱 기다려. 도윤이가 곧 온대. 방금 나 때린 걸 증명할 사람도 있고, 내 뺨도 빨갛게 부어올랐으니 절대 빠져나갈 생각 마.”차설아도 휴대폰을 내려놓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도 딱 기다려. 경찰이 곧 도착할 거야. 날씨가 더우니까 시원한 경찰서에 가 있어.”그렇다, 차설아는 방금 휴대폰으로 번호 ‘112’를 누른 것이었다.말로 생떼를 부리는 임채원을 설득할 수 없었으니 경찰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곧 현장에 도착했다. 그레이 슈퍼카는 ‘부릉부릉’ 엔진 소리를 내었는데 뜨거운 태양 아래서 유난히 멋있어 보였다.남자는 드리프트로 주행하더니 멋지게 별장 앞에 주차했다. 그리고 훤칠한 그가 차에서 내렸다.“도윤아, 너 드디어 왔구나. 너 안 왔으면 나랑 아기가 설아 씨한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몰라!”임채원은 배를 내밀며 빠르게 성도윤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빨갛게 부어오른 두 볼을 가리키며 눈물을 흘렸다.“오늘 설아 씨가 무슨 이유로 갑자기 별장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주머니 보고 내 물건 모두 길바닥에 던지라고 했어. 나보고 이 별장에서 당장 나가라고 했다고. 내가 싫다니까 바로 내 뺨을 때렸어...”“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아기도 겁먹었는지 뱃속에서 꾸물꾸물해. 난 그렇다고 해도 우리 아기를 괴롭히는데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 대신 설아 씨 좀 혼내줘!”차설아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온갖 유난을 떨며 불쌍한 척하며 성도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했다.하지만 성도윤은 그런 임채원이 시끄러운지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차설아를 힐끔 보더니 다시 임채원을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럴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차설아가 아무 이유 없이 너를 때리진 않았을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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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두 경찰은 차설아의 말을 듣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임채원을 보며 물었다.“사실이에요?”임채원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두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사람이 나를 모함한 거예요. 저 사람은 제 물건을 모두 길바닥에 내던졌어요, 저 사람이야말로 범죄자니까 잡아가세요!”“내가 당신을 모함했는지 아닌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차설아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차가움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논리정연하게 경찰들에게 말했다.“이 별장의 소유자로서 나는 집안의 모든 물건을 처분할 권리가 있어. 당신이 방금 한 말이 바로 당신이 허락 없이 우리 집에 눌러산 증거이지.”“그리고... 당신에게 악의적으로 도둑맞은 내 상자 안에는 귀중한 물품들이 엄청 많이 있어. 이것만으로도 당신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어!”“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임채원은 다급한 마음에 높은 목소리로 변명했다.“상자 안에는 누더기 옷 몇 벌밖에 없었어. 명품도 아니라 2000만도 안 할 거라고. 뭐가 귀중하다는 거야?”말을 마친 임채원은 바로 후회가 몰려왔다.차설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경찰을 향해 말했다.“경찰 아저씨, 방금 들으셨죠? 저 사람은 모든 걸 자백했어요. 잔말 말고 바로 데려가시면 돼요.”경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채원에게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협조 부탁드립니다.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작성하시겠습니다.”임채원은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려 연신 뒷걸음질을 치며 성도윤의 몸 뒤로 숨었다.“가까이 오지 마세요. 저는 억울하다고요. 도윤아, 나 좀 살려줘!”이때, 임채원에게 원래도 불만이 가득했고, 또 눈치를 잘 살피던 이 아주머니는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임채원 씨가 차설아 씨의 물건을 모두 가져간 게 맞습니다!”“뿐만 아니라 임채원 씨는 우리 아랫사람들을 전혀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별장에 있는 동안 저희한테 한 모든 일들은 정말 너무합니다...”이 아주머니는 임채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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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차설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성도윤이 정말 임채원을 경찰서에 보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임채원을 엄청 감싸주지 않았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기세더니 벌써 질렸나 보지? 쯧쯧, 역시 남자들이란 한결같네. 내가 역시 이혼을 하길 잘했어!’성도윤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두 경찰도 더는 임채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녀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이것 놔, 나 다치지 말라고!”임채원은 감정이 북받쳐올라 울면서 성도윤을 향해 애원했다.“도윤아, 나 정말 억울해. 나 믿어달라고!”“얼른 저 사람들 보고 나 한 번 봐주라고 해. 아기가 두려워할 거라고. 나는 몰라도 우리 아기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있어?”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덤덤하게 말했다.“데려가세요!”“성도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냥 진술서를 작성할 겁니다, 임채원 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거고요.”두 경찰이 말하고는 임채원을 경찰차에 태웠다.차가 멀어져 갔는데도 임채원의 애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설아는 점점 시선으로 사라져가는 경찰차를 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일이 이렇게 흘러갈지 그녀조차 생각 못 했다.그녀는 단지 돌아와서 포대기를 돌려받으려고 했을 뿐, 임채원을 경찰서에 보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아이까지 임신한 임채원에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억울한 누명을 쓸 수도 있었다.“도윤 씨,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난 그냥 시늉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정말 경찰분들이 채원 씨를 데려가게 하면 어떻게 해?”차설아는 이마를 짚으면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정색했다.“정말 나 짝사랑한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할 필요 없어. 채원 씨는 당신 아이를 임신하고 있잖아.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내 탓하지 마!”성도윤은 말문이 막혔다.‘이 여자가 얼마나 뻔뻔스러운지 왜 전엔 몰랐을까?’기억 속의 차설아는 수줍음이 많은 여자였다. 그와 눈만 마주쳐도 얼굴이 빨개지고 한껏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서 주눅 들고 연약한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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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차설아는 기쁜 마음에 다급하게 물었다.“어디 있어요? 얼른 갖다주세요.”젊은 하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사모님, 상자가 언제 지하실로 옮겨졌는진 모르겠지만... 한 번 직접 가보세요!”“지하실에 있다고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힘들게 여러 군데를 찾아봤는데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을 간과했다니, 역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니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다.차설아는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로 향했다.성도윤도 눈살을 찌푸리더니 긴 다리로 묵묵히 차설아의 뒤를 따랐다.성씨 가문 본가의 지하실은 지하 2층에 있었는데 굽이굽이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어떤 재난이 일어났을 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에 지하실은 캄캄하고 공기가 탁해 평소에는 사람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지하실 앞에 도착하자 차설아는 문이 약간 열려있는 걸 발견했다. 그 안에는 어두운 붉은색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으쓱한 기운이 풍겼다.“바, 바로 이 안이에요!”젊은 하인이 문밖에 서서 한사코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차설아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여기는 결국 그녀가 4년 동안 묵은 집이라 두려울 것도 없어 그냥 문을 밀고 들어갔다.“아악!”눈앞의 장면이 너무 기괴해서 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몸을 휘청거리며 금방이라도 바닥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는데.“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성도윤이 긴 팔로 차설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잡았다. 넓은 가슴팍은 그녀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가져다줬다.차설아가 뒤돌아봤다. 잔뜩 겁에 질린 그녀는 차가운 남자와 눈을 맞췄다.‘이 녀석은 언제 따라온 거야! 귀신인 줄 알았네, 소리도 없이 따라와서!’그녀는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지하실에 널려있는 기괴한 물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이 물건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놓은 거야? 무섭지 않아?”성도윤은 차가운 시선으로 지하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무섭긴 하네.”백여 평의 지하실에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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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아마 오늘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무리한 듯했다.차설아는 복부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을 겨우 참으며 저주가 가득 적힌 포대기를 손에 꼭 쥐었다.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일렁였다.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성도윤을 쏘아보며 차갑게 물었다.“당신 애인은 어떻게 이런 악독하고도 역겨운 일을 저지를 수가 있어? 당신 이번 일을 어떻게 할 셈이야?”임채원은 계속해서 차설아를 도발해왔다. 전에야 따지기 귀찮아서 가만히 있었다지만 차설아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절대 이번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아니면 다음, 또 다음이 있을 것이고 그녀는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성도윤은 허리를 곧게 펴고는 별 표정 없는 얼굴로 되물었다.“어떻게 했으면 하는데?”“하하!”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대표님 참 재밌는 분이시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거야? 상대가 임채원이어도?”차설아의 분노를 직접 확인했는데도 성도윤은 한결같이 높은 자세로 덤덤하게 말했다.“이번 일은 채원이가 너무 심했어. 당신 요구가 타당하다면 될수록 그렇게 해줄게.”“단지 너무 심했을 뿐이야? 당신 눈에는 그렇게 보여?”성도윤의 무심함과 임채원에 대한 관용은 차설아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정말 모르겠어, 임채원한테 정말 단단히 홀렸나? 왜 이렇게 원칙 없이 감싸고 있는 거지? 내가 4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던 남자가 이런 저속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 한때 사랑했던 것마저 후회하게 만드네! 정말 역겨워!’“타당한 요구라고 했지?”차설아는 빨갛게 물든 입술을 치켜올렸다.“그럼 글로벌 매체 앞에서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진심이 느껴진다면 내가 마지못해 용서해 줄게.”성도윤은 미간을 구기면서 차가운 얼굴로 위압감 있게 말했다.“너무 심한 거 아니야?”“너무 심하다고?”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역겨운 방식으로 나를 저주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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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그녀는 차를 한 대 부르고는 별장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극심한 고통에 몸을 휘청거렸다. 성도윤이 언제 따라왔는지 큰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확 잡고는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안색이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거야?”“당신 애인 때문에 화가 나서!”차설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녀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허약하고 힘이 없어 전혀 뿌리칠 수가 없었다.“괜찮아? 병원으로 데려다줄게.”성도윤은 혼자 떠나려는 차설아가 걱정되어 운전할 차를 가지러 가려고 했다.“선심 쓰는 척할 필요 없어!”차설아는 성도윤의 모든 행동들이 가식으로 느껴져 그에게 눈길 한 번 주고 싶지 않아 피식 웃으며 말했다.“만약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당신 애인 잘 설득해서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안 그러면 더 비참해지게 만들 거니까... 아무튼 이 일은 내가 반드시 끝까지 추궁할 테니 임채원은 이 일을 쉽게 넘기지 못할 거야!”차설아는 진지하게 말했지만 몸이 워낙 허약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큰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그래, 당신 좋을 대로 해, 그럴 자격 있으니까. 지금은 먼저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어.”성도윤은 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차설아를 설득하고 있었다.그는 긴 팔로 휘청거리는 차설아의 몸을 부축하고는 슈퍼카가 멈춰 선 곳으로 걸어갔다.“내가 말했었잖아,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이거 놔!”차설아는 고집을 부리며 발버둥 쳤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녀는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분명 상처를 입은 건 자신인데 이 녀석은 원칙 없이 차설아를 보호하질 않나, 괜히 그녀만 악독한 여자 신세가 되고 말이다.그래서 성도윤이 갑작스레 베푼 관심에 차설아는 그 억울함이 분출되었다...‘그래, 이 녀석 그래도 양심은 있네. 아직 구제불능의 지경에 이른 건 아니라고.’두 사람이 마침 슈퍼카 앞에 다다랐을 때, 성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바로 임채원을 데려간 두 경찰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성도윤 씨, 얼...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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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차설아는 민이 이모를 보자 마치 엄마를 본 듯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민이 이모, 배가 너무 아파요!”그녀는 아이처럼 민이 이모의 품에 와락 안기고는 거침없이 울기 시작했다.4년 동안 차설아는 집안에 변고가 생겨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심지어 성도윤과 이혼을 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는 것도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녀도 겨우 스무 살 넘은 여자애일 뿐이었고, 더는 강인한 척을 하고 싶지 않았다!“아가씨...”민이 이모는 어리둥절했다.어쩌다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차설아를 보며 가슴이 아파 그녀도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차설아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괜찮아요, 아가씨. 힘든 일은 다 지나갈 거예요. 민이 이모가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영원히 아가씨 곁에 있을 거니까요!”차설아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민이 이모의 품에 쏙 안겨 있었다.이런 편안함을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기에 차설아의 몸도 덩달아 긴장이 풀리면서 고통이 덜해졌다.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유모였다. 출산 육아 경험이 풍부한 그녀는 차설아의 배를 보고 또 차설아의 안색을 보더니 대충 짐작이 갔다.“아가씨, 혹시 임신하셨어요?”민이 이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게...”차설아는 민이 이모에게 알려줄지 고민하고는 부인하려고 했다.하지만 민이 이모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맥박을 살피더니 말했다.“제 짐작이 맞는다면 이제 곧 임신 3개월 되죠?”“민이 이모는 속일 수 없을 줄 알았어요.”차설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민이 이모는 의학 가문 출신이라 뛰어난 의술을 익히 알고 있었다.엄마한테서 들은 얘기에 의하면 민이 이모는 할머니께서 직접 차씨 가문으로 모신 분이시라고 한다. 차씨 가문의 여러 가지 사무를 관리하고 임신한 엄마와 나중에 태어난 차설아를 보살펴 출산과 육아 방면으로는 많은 의사들보다도 더 경험이 풍부했다.민이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차설아의 맥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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