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찰은 차설아의 말을 듣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임채원을 보며 물었다.“사실이에요?”임채원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두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사람이 나를 모함한 거예요. 저 사람은 제 물건을 모두 길바닥에 내던졌어요, 저 사람이야말로 범죄자니까 잡아가세요!”“내가 당신을 모함했는지 아닌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차설아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차가움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논리정연하게 경찰들에게 말했다.“이 별장의 소유자로서 나는 집안의 모든 물건을 처분할 권리가 있어. 당신이 방금 한 말이 바로 당신이 허락 없이 우리 집에 눌러산 증거이지.”“그리고... 당신에게 악의적으로 도둑맞은 내 상자 안에는 귀중한 물품들이 엄청 많이 있어. 이것만으로도 당신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어!”“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임채원은 다급한 마음에 높은 목소리로 변명했다.“상자 안에는 누더기 옷 몇 벌밖에 없었어. 명품도 아니라 2000만도 안 할 거라고. 뭐가 귀중하다는 거야?”말을 마친 임채원은 바로 후회가 몰려왔다.차설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경찰을 향해 말했다.“경찰 아저씨, 방금 들으셨죠? 저 사람은 모든 걸 자백했어요. 잔말 말고 바로 데려가시면 돼요.”경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채원에게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협조 부탁드립니다.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작성하시겠습니다.”임채원은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려 연신 뒷걸음질을 치며 성도윤의 몸 뒤로 숨었다.“가까이 오지 마세요. 저는 억울하다고요. 도윤아, 나 좀 살려줘!”이때, 임채원에게 원래도 불만이 가득했고, 또 눈치를 잘 살피던 이 아주머니는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임채원 씨가 차설아 씨의 물건을 모두 가져간 게 맞습니다!”“뿐만 아니라 임채원 씨는 우리 아랫사람들을 전혀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별장에 있는 동안 저희한테 한 모든 일들은 정말 너무합니다...”이 아주머니는 임채원의
차설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성도윤이 정말 임채원을 경찰서에 보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임채원을 엄청 감싸주지 않았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기세더니 벌써 질렸나 보지? 쯧쯧, 역시 남자들이란 한결같네. 내가 역시 이혼을 하길 잘했어!’성도윤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두 경찰도 더는 임채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녀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이것 놔, 나 다치지 말라고!”임채원은 감정이 북받쳐올라 울면서 성도윤을 향해 애원했다.“도윤아, 나 정말 억울해. 나 믿어달라고!”“얼른 저 사람들 보고 나 한 번 봐주라고 해. 아기가 두려워할 거라고. 나는 몰라도 우리 아기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있어?”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덤덤하게 말했다.“데려가세요!”“성도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냥 진술서를 작성할 겁니다, 임채원 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거고요.”두 경찰이 말하고는 임채원을 경찰차에 태웠다.차가 멀어져 갔는데도 임채원의 애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설아는 점점 시선으로 사라져가는 경찰차를 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일이 이렇게 흘러갈지 그녀조차 생각 못 했다.그녀는 단지 돌아와서 포대기를 돌려받으려고 했을 뿐, 임채원을 경찰서에 보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아이까지 임신한 임채원에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억울한 누명을 쓸 수도 있었다.“도윤 씨,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난 그냥 시늉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정말 경찰분들이 채원 씨를 데려가게 하면 어떻게 해?”차설아는 이마를 짚으면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정색했다.“정말 나 짝사랑한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할 필요 없어. 채원 씨는 당신 아이를 임신하고 있잖아.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내 탓하지 마!”성도윤은 말문이 막혔다.‘이 여자가 얼마나 뻔뻔스러운지 왜 전엔 몰랐을까?’기억 속의 차설아는 수줍음이 많은 여자였다. 그와 눈만 마주쳐도 얼굴이 빨개지고 한껏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서 주눅 들고 연약한 모습을
차설아는 기쁜 마음에 다급하게 물었다.“어디 있어요? 얼른 갖다주세요.”젊은 하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사모님, 상자가 언제 지하실로 옮겨졌는진 모르겠지만... 한 번 직접 가보세요!”“지하실에 있다고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힘들게 여러 군데를 찾아봤는데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을 간과했다니, 역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니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다.차설아는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로 향했다.성도윤도 눈살을 찌푸리더니 긴 다리로 묵묵히 차설아의 뒤를 따랐다.성씨 가문 본가의 지하실은 지하 2층에 있었는데 굽이굽이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어떤 재난이 일어났을 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에 지하실은 캄캄하고 공기가 탁해 평소에는 사람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지하실 앞에 도착하자 차설아는 문이 약간 열려있는 걸 발견했다. 그 안에는 어두운 붉은색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으쓱한 기운이 풍겼다.“바, 바로 이 안이에요!”젊은 하인이 문밖에 서서 한사코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차설아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여기는 결국 그녀가 4년 동안 묵은 집이라 두려울 것도 없어 그냥 문을 밀고 들어갔다.“아악!”눈앞의 장면이 너무 기괴해서 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몸을 휘청거리며 금방이라도 바닥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는데.“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성도윤이 긴 팔로 차설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잡았다. 넓은 가슴팍은 그녀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가져다줬다.차설아가 뒤돌아봤다. 잔뜩 겁에 질린 그녀는 차가운 남자와 눈을 맞췄다.‘이 녀석은 언제 따라온 거야! 귀신인 줄 알았네, 소리도 없이 따라와서!’그녀는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지하실에 널려있는 기괴한 물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이 물건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놓은 거야? 무섭지 않아?”성도윤은 차가운 시선으로 지하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무섭긴 하네.”백여 평의 지하실에는 어
아마 오늘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무리한 듯했다.차설아는 복부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을 겨우 참으며 저주가 가득 적힌 포대기를 손에 꼭 쥐었다.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일렁였다.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성도윤을 쏘아보며 차갑게 물었다.“당신 애인은 어떻게 이런 악독하고도 역겨운 일을 저지를 수가 있어? 당신 이번 일을 어떻게 할 셈이야?”임채원은 계속해서 차설아를 도발해왔다. 전에야 따지기 귀찮아서 가만히 있었다지만 차설아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절대 이번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아니면 다음, 또 다음이 있을 것이고 그녀는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성도윤은 허리를 곧게 펴고는 별 표정 없는 얼굴로 되물었다.“어떻게 했으면 하는데?”“하하!”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대표님 참 재밌는 분이시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거야? 상대가 임채원이어도?”차설아의 분노를 직접 확인했는데도 성도윤은 한결같이 높은 자세로 덤덤하게 말했다.“이번 일은 채원이가 너무 심했어. 당신 요구가 타당하다면 될수록 그렇게 해줄게.”“단지 너무 심했을 뿐이야? 당신 눈에는 그렇게 보여?”성도윤의 무심함과 임채원에 대한 관용은 차설아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정말 모르겠어, 임채원한테 정말 단단히 홀렸나? 왜 이렇게 원칙 없이 감싸고 있는 거지? 내가 4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던 남자가 이런 저속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 한때 사랑했던 것마저 후회하게 만드네! 정말 역겨워!’“타당한 요구라고 했지?”차설아는 빨갛게 물든 입술을 치켜올렸다.“그럼 글로벌 매체 앞에서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진심이 느껴진다면 내가 마지못해 용서해 줄게.”성도윤은 미간을 구기면서 차가운 얼굴로 위압감 있게 말했다.“너무 심한 거 아니야?”“너무 심하다고?”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역겨운 방식으로 나를 저주하는 건
그녀는 차를 한 대 부르고는 별장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극심한 고통에 몸을 휘청거렸다. 성도윤이 언제 따라왔는지 큰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확 잡고는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안색이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거야?”“당신 애인 때문에 화가 나서!”차설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녀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허약하고 힘이 없어 전혀 뿌리칠 수가 없었다.“괜찮아? 병원으로 데려다줄게.”성도윤은 혼자 떠나려는 차설아가 걱정되어 운전할 차를 가지러 가려고 했다.“선심 쓰는 척할 필요 없어!”차설아는 성도윤의 모든 행동들이 가식으로 느껴져 그에게 눈길 한 번 주고 싶지 않아 피식 웃으며 말했다.“만약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당신 애인 잘 설득해서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안 그러면 더 비참해지게 만들 거니까... 아무튼 이 일은 내가 반드시 끝까지 추궁할 테니 임채원은 이 일을 쉽게 넘기지 못할 거야!”차설아는 진지하게 말했지만 몸이 워낙 허약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큰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그래, 당신 좋을 대로 해, 그럴 자격 있으니까. 지금은 먼저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어.”성도윤은 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차설아를 설득하고 있었다.그는 긴 팔로 휘청거리는 차설아의 몸을 부축하고는 슈퍼카가 멈춰 선 곳으로 걸어갔다.“내가 말했었잖아,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이거 놔!”차설아는 고집을 부리며 발버둥 쳤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녀는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분명 상처를 입은 건 자신인데 이 녀석은 원칙 없이 차설아를 보호하질 않나, 괜히 그녀만 악독한 여자 신세가 되고 말이다.그래서 성도윤이 갑작스레 베푼 관심에 차설아는 그 억울함이 분출되었다...‘그래, 이 녀석 그래도 양심은 있네. 아직 구제불능의 지경에 이른 건 아니라고.’두 사람이 마침 슈퍼카 앞에 다다랐을 때, 성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바로 임채원을 데려간 두 경찰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성도윤 씨, 얼... 얼른
차설아는 민이 이모를 보자 마치 엄마를 본 듯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민이 이모, 배가 너무 아파요!”그녀는 아이처럼 민이 이모의 품에 와락 안기고는 거침없이 울기 시작했다.4년 동안 차설아는 집안에 변고가 생겨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심지어 성도윤과 이혼을 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는 것도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녀도 겨우 스무 살 넘은 여자애일 뿐이었고, 더는 강인한 척을 하고 싶지 않았다!“아가씨...”민이 이모는 어리둥절했다.어쩌다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차설아를 보며 가슴이 아파 그녀도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차설아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괜찮아요, 아가씨. 힘든 일은 다 지나갈 거예요. 민이 이모가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영원히 아가씨 곁에 있을 거니까요!”차설아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민이 이모의 품에 쏙 안겨 있었다.이런 편안함을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기에 차설아의 몸도 덩달아 긴장이 풀리면서 고통이 덜해졌다.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유모였다. 출산 육아 경험이 풍부한 그녀는 차설아의 배를 보고 또 차설아의 안색을 보더니 대충 짐작이 갔다.“아가씨, 혹시 임신하셨어요?”민이 이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게...”차설아는 민이 이모에게 알려줄지 고민하고는 부인하려고 했다.하지만 민이 이모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맥박을 살피더니 말했다.“제 짐작이 맞는다면 이제 곧 임신 3개월 되죠?”“민이 이모는 속일 수 없을 줄 알았어요.”차설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민이 이모는 의학 가문 출신이라 뛰어난 의술을 익히 알고 있었다.엄마한테서 들은 얘기에 의하면 민이 이모는 할머니께서 직접 차씨 가문으로 모신 분이시라고 한다. 차씨 가문의 여러 가지 사무를 관리하고 임신한 엄마와 나중에 태어난 차설아를 보살펴 출산과 육아 방면으로는 많은 의사들보다도 더 경험이 풍부했다.민이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차설아의 맥박을
“큰사모님 얘기가 궁금한 거예요?”민이 이모는 차설아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그럼 미안하게 되었네요, 저도 큰사모님에 대해선 잘 몰라요. 한 번밖에 보지 못했거든요...”“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고요?”“네!”민이 이모는 회상에 잠기더니 차근차근 말하기 시작했다.“저는 어려서부터 집안의 가르침을 받았어요. 모씨 가문은 평생 성씨 가문을 모시며 살아야 한다고요. 그래서 큰사모님께서 저를 찾아오시고 저에게 차씨 가문의 집사일 외에 그당시 임신한 사모님과 곧 태어날 아가씨를 돌볼 것을 제의하셨죠. 저는 무조건 큰사모님의 지시를 따랐습니다.”“큰사모님은 워낙 신비로운 분이셨어요. 그 어떤 공식 석상에서도 얼굴을 비추시지 않으셨고 저를 만날 때도 베일을 쓰고 계셨어요. 큰사모님을 뵌 건 딱 그 한 번뿐이었어요.”“큰 사모님께선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셨죠. 단지 ‘아름답다’는 말로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가지셨어요.”“제가 처음 차씨 가문으로 왔을 때 큰사모님께서는 이미 떠나셨어요. 어디로 떠나셨는지는 어르신, 선생님, 그리고 사모님 모두 함구하셨어요. 그 이후로 아무도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죠...”차설아가 의기소침하게 말했다.“그래요, 할아버지도 할머니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으셨잖아요. 집에는 할머니 사진도 없고요. 하지만 엄마,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 모두 할머니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동안 할머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사랑하는 가족을 부득이하게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어요.”민이 이모한테서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는데 어쩌면 민이 이모가 알고 있는 것이 그녀보다도 많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여러 가지 경로로 겨우 짜깁기하여 조금의 정보를 알아냈었다.할머니 성이란은 머나먼 해주시의 가장 오래되고 신비로운 가문인 성씨 가문 출신이었다.이 가문은 한때 무한의 영광을 누렸지만 어떤 특별한 이유로 지금은 세월의 연륜 속으로 사라져 아무도 감히 언급할 수 없는 존재로 되었다.“아
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배를 보더니 선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뱃속의 아이를 안정시키고 건강하게 아이를 낳는 거예요.”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차설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민이 이모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차설아는 민이 이모를 굳게 믿고 있었다, 민이 이모도 워낙 입이 무겁기에 차설아의 허락을 받지 않은 한 이 비밀을 영원히 지킬 것이다.그 후 며칠간, 차설아는 모든 활동을 미루고 아이의 안정을 위해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민이 이모도 그녀를 정성껏 보살폈다.민이 이모는 역시 의학 가문 출신이었다. 탕약을 몇 첩 마시더니 차설아의 사소한 병들은 다 나았다. 더는 걸핏하면 피곤해지는 일이 없었고 전보다 활력이 넘쳤다. 심지어 입맛도 살아 하루에 식사를 여러 끼나 먹었다.이날, 민이 이모는 아침 일찍이 장을 보러 나갔다. 차설아는 아직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고 따스한 햇빛이 몸에 내리쬐어 편안함을 안겨줬다.그렇게 차설아는 다짐했다, 이제 비즈니스가 안정기에 들어서면 그녀는 아이와 민이 이모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생활할 계획이었다.그때면 차설아는 전혀 금전적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온종일 느릿느릿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쾌적한 기분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집 밑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겁내지 말고 다 부숴!”“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괴롭힐 수도 있나? 오늘 여기 제대로 부수지 않으면 너희들 다 나한테 죽도록 맞을 각오해!”차설아는 미간을 구기더니 불만의 표정을 지으며 눈을 떴다.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래서 차설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누군가가 집에 쳐들어와 소란을 피우고 있다.그녀는 묵묵히 침대에서 일어나 아무 가디건을 밖에 걸치고는 슬리퍼를 신은 채 상황을 살피러 나갔다.아래층에는 흰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쇠 파이프를 든 건달 네, 다섯 명을 지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