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881 - Chapter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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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강서연이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희 둘 다 아저씨의 책을 읽은 적 있어요. 연준 씨가 정말 좋아해요. 매일 몇 페이지라도 읽어야 잠이 들 정도로요.”변덕수는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사람 좋게 웃었다.“아니야, 내가 운이 좋아서지.”강서연이 생긋 웃었다.운은 실패한 자의 핑계이기도, 성공한 자의 겸손이기도 했다. 보아하니 변덕수는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인 것 같았다. 어쩐지 김자옥을 사로잡았더라니, 두 사람의 성격이 잘 맞아 가능한 일이었다.변덕수는 김자옥에게 굉장히 잘해줬다. 그녀가 최근 일 때문에 몸이 약해져 있는 걸 알고는 일부러 자극이 덜한 요리를 주문했다. 김자옥의 허리가 안 좋은 걸 알고는 쿠션을 가져와 그녀의 허리 뒤에 받쳐주기도 했다.강서연과 변덕수는 몇 마디 더 나누었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좋은 분인 것 같았다. 성격도 좋았고 특히 모르는 게 없었기에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식사 도중 최군형이 칭얼대자, 강서연이 그를 데리고 나갔다. 식당 안에는 최연준, 김자옥 그리고 변덕수만이 남아있었다.김자옥은 과거의 호랑이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변덕수를 바라보며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최연준은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가 변덕수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김자옥에게 눈치를 주었다.“뭐 해?”“엄마, 두 분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결혼한 것처럼 굴지 마요. 변씨 집안 사람 다 됐네.”“내가 언제? 네 아빠와 이혼하기 전에도 난 최씨 집안 사람은 아니었어!”“그래요? 그럼 아저씨가 데릴사위가 되는 거예요?”“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혼인신고서 한 장 따위가 뭐가 중요해. 그리고 결혼하면 꼭 그 집안 사람이 돼야 해? 누가 뭐래도 난 김씨 집안 사람이야!”“어...”“나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덕수랑은 정말 서로 좋아서 만나는 거야. 난 영원히 김씨 집안 사람이야!”최연준이 멍하니 김자옥을 쳐다보았다. 김자옥은 웃으며 최연준의 손등을 톡톡 쳤다.“내 성격 이런 거 알잖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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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본업을 언급하자 변덕수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음... 아예 그런 건 아니고, 로맨스 요소가 들어간 추리소설을 써볼까 해.”“진짜 재미있겠네요! 줄거리를 조금 알려주실 수 있어요?”“서연아!”최연준이 웃으며 강서연을 저지했다. 작가들은 작품의 뒤 내용을 알려주기 꺼린다는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변덕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책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건 실화를 바탕으로 쓴 거야. 찾아봤는데, 남양의 공주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한 유랑하는 예술가와 사랑에 빠졌대.”“네?”강서연과 최연준은 동시에 흠칫하고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그 예술가는 집시였는데, 엄청난 재능이 있었나 봐! 얼굴도 잘생겼고. 아니면 어떻게 공주의 마음에 들었겠어?”“그래서요?”“황실은 이를 반대했는데, 공주는 그 예술가를 사랑한 나머지 그와 자식까지 낳았대! 하지만 누군가 이를 모두 지워버려서 별다른 자료는 남아있지 않아. 황실의 치부라서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게 싫은가 봐.”강서연은 포크를 내려놓고 최연준과 눈을 맞췄다. 무언가를 알아낸 듯했다.공주, 유랑하는 예술가, 집안의 반대, 사생아...모든 단서가 송임월을 가리키고 있었다.“그 예술가는 어떻게 됐어요?”“죽었대. 공주가 황실에 잡혀 돌아간 뒤, 그 예술가는 배를 타고 남양에 가서 공주를 찾으려 했대. 그런데 배가 전복된 모양이야. 이건 누군가의 음모일 수도 있어. 이게 내 소설의 중요한 사건이야.”강서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변덕수가 작게 웃었다.“이건 다 소설을 쓰려고 사처에서 긁어모은 정보야. 그러니 너무 믿지는 마. 다른 작가가 지어낸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난 이 결말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내 작품에서는 다른 결말로 갈 거야.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걸로!”“네 스타일은 아닌데? 전에 썼던 작품은 모두 새드엔딩이었는데, 어쩌다 해피엔딩을 다 쓰고?”김자옥이 웃으며 말했다. 변덕수가 김자옥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인생 짧은데 언제까지나 슬픔에 잠겨 살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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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윤정재는 최근 남양의대에서 초청 교수로 특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송임월을 돌보러 갈 수 없었다.하지만 서지현은 그 대신 서궁에서 본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송지아는 가끔 대황궁의 높은 곳에 서서 망원경으로 서궁 안의 상황을 살피곤 했다. 서지현을 그 안에 가두면 송임월은 분명 미친 듯이 서지현을 괴롭힐 줄 알았다.그래서 비명을 지르거나 괴롭힘에 시달리는 서지현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녀의 상상과 정반대였다.서궁은 한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송지아는 망원경으로 질서정연한 서궁의 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가끔 서지현이 마당에 나타나곤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얼굴색이 불그스름한고 혈색이 좋아 보였다. 몸이 조금 말라진 것 외에는 전혀 괴롭힘을 당한 것 같지 않았다.송지아는 미간을 구기더니 짜증이 몰려와 어금니를 깨물었다.‘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지? 송임월은 사람만 보면 미친개처럼 무는 거 아니었어? 저번에도 포크로 서지현을 찔러 유혈사태가 발생했었잖아.’“전하...”시녀가 살금살금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막 찻잔에 차를 부으려고 하자 송지아는 팔을 휙 들더니 찻잔과 받침까지 모두 내동댕이쳤다. 바닥에는 산산조각이 난 유리 조각으로 가득했다.송지아가 주먹을 꽉 쥐고는 벽을 ‘쿵’ 내리찍더니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전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건강도 생각하셔야지요.”“쓸모없는 것. 그 미련한 년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송지아는 시녀에게 화풀이를 했다.“송임월은 왜 갑자기 얌전해진 거야? 미친 사람 아니었어? 서지현 그년을 보고서도 왜 발작을 하지 않아?”“전하, 목소리를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시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전하의 고모님이시잖아요. 그대로 이름을 부르시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떡하려고 그럽니까...”“들으면 들으라고 하지. 어차피 왕위에 오르지도 못하는 사람인데.”“하지만 윤정재 회장님께서 치료에 성공한다면요?”송지아는 날카로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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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바느질을 하고 있던 서지현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송임월은 얼굴로 베개를 쓰다듬으면서 정말 아기 재우기라도 하는 듯 부드럽게 흔들며 자장가를 불렀다.“우리 아기, 여자 아기...”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다시 서지현을 향해 웃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주 예쁜 여자 아기!”서지현은 코끝이 찡했다.남양에 오기 전에 그녀는 여자애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희미해졌는데도 말이다.열 살이 되기 전에 그들 세 식구는 더럽고 음산한 지하실에 살고 있었다. 집에 돈이 한 푼이라도 있으면 그녀의 아버지는 술과 마약을 사곤 했다.집안의 돈은 모두 그녀의 어머니가 몸을 팔아 벌어들인 돈인데 서지현은 한겨울에도 짧은 옷을 입은 어머니가 길거리에 서 있으면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던 게 기억이 났다.그녀의 부모님은 별로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듯 매일 음식만 조금씩 던져줬다.그리고 두 사람이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항상 여자애를 키워봤자 소용없다며 서지현을 비아냥거리곤 했었다.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부모님은 ‘소용없는’ 서지현을 버리고 떠났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 지하실에서 살아남아야 했다.그 생각에 서지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닭똥 같은 눈물이 바느질하고 있는 옷에 뚝뚝 떨어졌다.“왜, 왜 그래?”어리둥절한 송임월은 두 눈을 크게 떴다.서지현은 눈물을 닦으며 서둘러 사과했다.“전하, 죄송해요... 제가 옷을 더럽혔네요...”송임월은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그녀의 시선은 줄곧 서지현을 따라다녔다.“왜 울어?”서지현은 억지로 미소를 짜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혹시... 배고파?”“아니에요.”“그럼 왜 우는데? 말해 봐!”서지현은 그저 하염없이 송임월을 바라봤다.송임월은 조금 정신이 이상한 것처럼 보였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상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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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송임월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그녀를 품에 더 꼭 끌어안았다. 마치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처럼 말이다.“착하지, 이제 뚝 그치자?”송임월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네!”서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전하, 저를 보호해 주실 건가요?”“응.”송임월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왜요?”“넌, 넌 내 아가니까.”“전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전하의 아기는 저기에 있습니다.”서지현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저쪽에 있는 베개를 가리키며 말했다.송임월은 멈칫하더니 그녀의 뜻을 알아챘는지 멋쩍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베개를, 다른 한 손으로는 서지현을, 그렇게 두 ‘아기’를 모두 품에 안았다.“아니야!”송임월은 소리를 높여 또박또박 말했다.“둘 다 내 아기야!”서지현은 말로 이룰 수 없는 행복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이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서지현은 경계심을 느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대문으로 걸어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회장님!”서지현은 두 눈을 반짝였다.윤정재는 ‘쉿’ 제스처를 취하더니 사방을 살펴보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낮은 목소리로 서지현에게 물었다.“내가 없는 며칠 동안 전하는 어떠셨어?”“그대로십니다.”서지현은 솔직히 대답하더니 이내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시녀들이 너무하더군요. 전하가 따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일부러 전하를 괴롭히니 말이에요.”“그건 큰 문제가 아니야.”윤정재는 덤덤한 얼굴을 보였다.지금은 송임월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그녀를 해치려는 사람부터 알아내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 송임월의 병도 빨리 나을 수 있을 것이다.윤정재는 지난 몇 년 동안 황실에서 송임월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투자한 많은 돈이 헛되게 쓰이지 않았나 싶었다. 어쩌면 꿍꿍이가 있는 누군가가 송임월의 치료를 방해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윤정재가 서지현에게 분부했다.“오늘 전하께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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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요 며칠 변덕수는 자료 찾기에 전념했고 강서연과 최연준은 서재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채 옆에서 그를 도왔다.변덕수가 모은 자료들은 대부분 영어로 된 게 아니었지만 최연준은 번역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그 자료들을 매끄러운 표현으로 잘 번역할 수 있었다.최연준이 한 페이지의 라틴어를 다 번역하자 강서연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와락 안겼다.“여보는 정말 대단해요!”강서연은 마치 최연준의 팬처럼 그에게서 시선을 떼려 하지 않았다.“라틴어도 할 줄 알았어요?”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이잖아.최연준은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사실 그도 처음에 작정해서 라틴어를 배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다만 배경원의 말에 의하면 모든 유럽 황실 귀족들은 라틴어를 배울 뿐만 아니라 여인들도 라틴어를 할 줄 아는 남자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 말에 최연준은 바로 라틴어 수업을 등록했지만 세 번째 수업부터 따라가기 힘들어졌다.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려면 학점을 이수해야 했기 때문에 최연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머지 수업을 모두 마쳤다.강서연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그는 고급 라틴어 수업도 이수했을 것이다.“아니야, 문법을 완벽히 아는 것도 아니고.”그래도 최연준은 올라간 입꼬리를 숨길 수 없었다.“졸업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많이 까먹었어. 이제 시간 될 때 한 번 제대로 공부해야지.”강서연은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겸손한 남편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최연준은 강서연의 칭찬을 만끽하며 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문자를 보고 얼빠지게 되었다. 그가 전혀 본 적이 없는 언어였다.“여보, 이것도 라틴어예요?”강서연이 자료를 들여다보며 물었다.목이 바짝 바른 최연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멋있는 모습 오래 못 가게 생겼네...’“이건 라틴어가 아니라 로마니야.”변덕수는 안경을 벗고는 두 사람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로마니가 바로 집시어야. 이건 어디서 찾았어?”“바로 이 밑에서요.”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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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남양, 황궁 밀실.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송지아는 시녀를 밖에서 기다리게 한 후 혼자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이미 안에 도착해 있던 가연 왕후는 벽을 마주하고 서 있었는데 청석 벽에는 그녀와 현 군주인 송이수의 모습이 담긴 유화가 걸려 있었다.송이수가 국왕이 되던 그날, 화려한 옷차림에 왕관을 쓴 그는 위엄 있는 기개와 카리스마 넘치는 자태를 뽐냈다. 덕분에 그의 앞자리에 앉았던 가연 왕후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졌다.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두 번 있었다. 하나는 송이수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지켜볼 때였고, 또 하나는 그의 신부가 되었을 때였다.송지아가 살며시 가연 왕후에게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숙모님를 뵙니다.”가연 왕후가 정신을 차리고는 물었다.“일은 잘 해결됐어?”“숙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송지아가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방금 숙이랑 옥이에게 연락했는데 두 사람 벌써 맨체스터 시티에서 그 부부를 찾았다고 합니다.”“정말이야?”가연 왕후가 눈썹을 치켜들었다.“네!”송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와중에 가연 왕후에게 아부를 떨 생각을 했다.“역시 숙모님의 통찰력은 대단하십니다. 미리 사람 시켜 그 부부를 수소문하지 않았다면 숙이와 옥이가 이렇게 빨리 못 찾았을 겁니다.”“사람 제대로 찾은 거 확실해?”“네, 서지현 부모님인 게 확실합니다.”송지아가 자신 있게 말했다.“아이를 보면 그 부모가 보인다더니, 부모가 그 모양이니 서지현 그년도 그렇게 천박한 거죠.”가연 왕후는 말 없이 그저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단지 송지아더러 사람을 찾으라고 했을 뿐, 그 두 사람이 서지현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가연 왕후가 서궁을 지나가던 어느 날, 갑자기 본능에 이끌려 그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송임월의 흰색 치마를 입은 서지현을 발견했는데 그녀의 미소는 꽃처럼 아름답고 맑았다.그런 서지현의 모습을 본 가연 왕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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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어쩐지 며칠 동안 편하게 잤더라니, 어쩐지 모기는 그녀가 아닌 송임월만 물더라니...서지현은 그동안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게 인터넷 게시글에서 본 것처럼 자신이 모기에게 잘 물리지 않는 혈액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송임월이 그녀를 위해 모기를 모두 쫓아냈기 때문이었다니...“깼어?”어둠 속의 송임월은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내, 내가 너무 시끄럽게 해서 깬 거야? 모기, 모기가 있는데 물리면 가려울까 봐...”서지현은 입술을 깨물어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송임월의 품에 와락 안겼다.어렸을 때 지하실에서 살았던 서지현은 벼룩에게 물려 엉엉 울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귀찮아하면서 오히려 발로 벽에 걷어찼었다.송임월은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괜찮아, 내가 있잖아.”“네...”서지현은 흐느끼다가 그녀를 올려다보더니 한참 망설이며 조용히 물었다.“혹시 전하를 엄마라고 한 번만 불러보면 안 될까요?”송임월은 그녀의 말을 못 알아들은 듯 그저 하염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기만 했다.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모기를 내쫓았다.좀 갑작스럽긴 했지만 서지현은 진심으로 송임월을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었다.어렸을 때 엄마가 있었는데도 사랑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송임월에게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있으니 서지현은 기쁘면서도 조금 의아했다.“전하, 무례하게 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그녀는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제 작은 소원을 들어주실래요? ‘엄마’라고 이 번 한 번만 부르고 깨끗하게 잊어버릴게요.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네?”송임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바보처럼 실없이 웃기만 했다.서지현은 입술을 달싹 움직이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그녀의 품에 기대 나지막이 그 두 글자를 내뱉었다.“엄마.”드디어 말하고 나니 주체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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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서지현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송혁준 뒤에 선 그 사람은 벌써 정체를 드러냈다.상대를 본 서지현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그렇게 놀랄 것까지야...”송혁준은 겨우 웃음을 참았다.하지만 서지현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줄곧 송혁준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시녀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그녀는 눈을 부릅뜬 채 나석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어봤다.나석진은 짧은 상의에 통치마를 입고 있었다. 이제 보니 사이즈가 XL인 통치마인 듯했다. 꽃이 수놓인 플랫슈즈를 신고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있었으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가 남자인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나석진이 안으로 걸어 들어올 때 일부러 몸을 비틀거리며 교태를 부렸기에 영락없는 여인처럼 보였다.서지현은 안색이 어두워진 나석진을 보더니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웃음을 참다가 끝내 터뜨리고 말았다.“쉿!”송혁준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나석진더러 스카프를 다시 잘 쓰라고 했다.대문 앞을 지키는 시위와 시녀가 있으니 절대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되었다.송혁준은 유유히 밖으로 걸어 나가고는 손을 휘저으며 그들더러 물러가라고 했다.“고모님을 뵈러 온 거니까 지현 씨 혼자면 충분해. 그러니까 다들 물러나.”“전하, 그게...”시위는 주춤거리며 말했다.“왜? 고모님을 뵈러 온 나를 감시하려고?”시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재빨리 물러났다.서궁은 비로소 안전해졌으니 나석진은 스카프를 벗은 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서지현도 그제야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웃었다.“웃기는!”나석진이 뾰로통해하며 말했다.“아저씨...”서지현은 웃느라 숨까지 헐떡였다.“왜 이런 차림으로 왔어요? 하하하, 왜 시녀인 척했는데요?”“석진 씨는 함부로 궁에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송혁준이 설명했다.“그리고 만약 제가 석진 씨와 같이 서궁에 나타났으면 분명 숙모님의 의심을 샀을 거예요. 그래서 석진 씨를 제 시녀로 변장시킨 거예요.”“그런데 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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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나석진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송임월을 발견했다.나석진은 아무 이유도 없이 뒤통수를 맞았기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위엄 있는 분위기를 뽐내던 송임월을 보자 그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그 손 놓으라고 했지?”송임월은 포기를 모르는 여자였다.“놔!”평소 같으면 나석진은 벌써 짜증이 몰려와 맞대응을 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여위고 안색이 창백한 송임월에게서 말로 이룰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 송임월을 그저 지켜볼 뿐 나석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한참 쭈뼛거리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뭐, 뭐 하시려는 거예요?”송임월은 콧방귀를 뀌더니 그를 확 밀어내고는 서지현의 앞에 섰다.건장한 체격의 나석진과 비교하면 송임월은 한없이 왜소해 보였다.하지만 그런 나석진을 상대하면서도 송임월은 전혀 겁을 먹지 않은 것 같았다.나석진은 문득 사냥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냥꾼이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그의 사냥개는 둥지에서 땅으로 떨어진 새끼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사냥개가 다가가려 하자 어미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고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데 사냥개는 어미 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몸집인데도 그 기세에 눌려 꼼짝하지 못한다고 한다.두 팔을 벌리고 서지현 앞에 서 있는 송임월은 꼭 이야기 속의 그 어미 새와 같았다.나석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저도 모르게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서지현은 웃으면서 두 손을 송임월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그녀의 팔을 내렸다.“전하, 왜 그러세요?”서지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참, 이 사람을 본 적 없으시죠? 제가 평소에 자주 얘기했었던 아저씨는 기억이 나요?”송임월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정식으로 소개할게요.”서지현은 송임월의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아저씨, 전하께 인사를 올려야죠.”나석진은 마음이 내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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