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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나석진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송임월을 발견했다.

나석진은 아무 이유도 없이 뒤통수를 맞았기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위엄 있는 분위기를 뽐내던 송임월을 보자 그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

“그 손 놓으라고 했지?”

송임월은 포기를 모르는 여자였다.

“놔!”

평소 같으면 나석진은 벌써 짜증이 몰려와 맞대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여위고 안색이 창백한 송임월에게서 말로 이룰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 송임월을 그저 지켜볼 뿐 나석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한참 쭈뼛거리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뭐, 뭐 하시려는 거예요?”

송임월은 콧방귀를 뀌더니 그를 확 밀어내고는 서지현의 앞에 섰다.

건장한 체격의 나석진과 비교하면 송임월은 한없이 왜소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나석진을 상대하면서도 송임월은 전혀 겁을 먹지 않은 것 같았다.

나석진은 문득 사냥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냥꾼이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그의 사냥개는 둥지에서 땅으로 떨어진 새끼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사냥개가 다가가려 하자 어미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고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데 사냥개는 어미 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몸집인데도 그 기세에 눌려 꼼짝하지 못한다고 한다.

두 팔을 벌리고 서지현 앞에 서 있는 송임월은 꼭 이야기 속의 그 어미 새와 같았다.

나석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저도 모르게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서지현은 웃으면서 두 손을 송임월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그녀의 팔을 내렸다.

“전하, 왜 그러세요?”

서지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참, 이 사람을 본 적 없으시죠? 제가 평소에 자주 얘기했었던 아저씨는 기억이 나요?”

송임월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서지현은 송임월의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 전하께 인사를 올려야죠.”

나석진은 마음이 내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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