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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서지현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송혁준 뒤에 선 그 사람은 벌써 정체를 드러냈다.

상대를 본 서지현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놀랄 것까지야...”

송혁준은 겨우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서지현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줄곧 송혁준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시녀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을 부릅뜬 채 나석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어봤다.

나석진은 짧은 상의에 통치마를 입고 있었다. 이제 보니 사이즈가 XL인 통치마인 듯했다. 꽃이 수놓인 플랫슈즈를 신고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있었으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가 남자인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나석진이 안으로 걸어 들어올 때 일부러 몸을 비틀거리며 교태를 부렸기에 영락없는 여인처럼 보였다.

서지현은 안색이 어두워진 나석진을 보더니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웃음을 참다가 끝내 터뜨리고 말았다.

“쉿!”

송혁준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나석진더러 스카프를 다시 잘 쓰라고 했다.

대문 앞을 지키는 시위와 시녀가 있으니 절대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되었다.

송혁준은 유유히 밖으로 걸어 나가고는 손을 휘저으며 그들더러 물러가라고 했다.

“고모님을 뵈러 온 거니까 지현 씨 혼자면 충분해. 그러니까 다들 물러나.”

“전하, 그게...”

시위는 주춤거리며 말했다.

“왜? 고모님을 뵈러 온 나를 감시하려고?”

시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재빨리 물러났다.

서궁은 비로소 안전해졌으니 나석진은 스카프를 벗은 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서지현도 그제야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웃었다.

“웃기는!”

나석진이 뾰로통해하며 말했다.

“아저씨...”

서지현은 웃느라 숨까지 헐떡였다.

“왜 이런 차림으로 왔어요? 하하하, 왜 시녀인 척했는데요?”

“석진 씨는 함부로 궁에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

송혁준이 설명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석진 씨와 같이 서궁에 나타났으면 분명 숙모님의 의심을 샀을 거예요. 그래서 석진 씨를 제 시녀로 변장시킨 거예요.”

“그런데 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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