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84화

작가: 빛나라
바느질을 하고 있던 서지현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송임월은 얼굴로 베개를 쓰다듬으면서 정말 아기 재우기라도 하는 듯 부드럽게 흔들며 자장가를 불렀다.

“우리 아기, 여자 아기...”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다시 서지현을 향해 웃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주 예쁜 여자 아기!”

서지현은 코끝이 찡했다.

남양에 오기 전에 그녀는 여자애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희미해졌는데도 말이다.

열 살이 되기 전에 그들 세 식구는 더럽고 음산한 지하실에 살고 있었다. 집에 돈이 한 푼이라도 있으면 그녀의 아버지는 술과 마약을 사곤 했다.

집안의 돈은 모두 그녀의 어머니가 몸을 팔아 벌어들인 돈인데 서지현은 한겨울에도 짧은 옷을 입은 어머니가 길거리에 서 있으면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녀의 부모님은 별로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듯 매일 음식만 조금씩 던져줬다.

그리고 두 사람이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항상 여자애를 키워봤자 소용없다며 서지현을 비아냥거리곤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부모님은 ‘소용없는’ 서지현을 버리고 떠났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 지하실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 생각에 서지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닭똥 같은 눈물이 바느질하고 있는 옷에 뚝뚝 떨어졌다.

“왜, 왜 그래?”

어리둥절한 송임월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서지현은 눈물을 닦으며 서둘러 사과했다.

“전하, 죄송해요... 제가 옷을 더럽혔네요...”

송임월은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그녀의 시선은 줄곧 서지현을 따라다녔다.

“왜 울어?”

서지현은 억지로 미소를 짜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 배고파?”

“아니에요.”

“그럼 왜 우는데? 말해 봐!”

서지현은 그저 하염없이 송임월을 바라봤다.

송임월은 조금 정신이 이상한 것처럼 보였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상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85화

    송임월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그녀를 품에 더 꼭 끌어안았다. 마치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처럼 말이다.“착하지, 이제 뚝 그치자?”송임월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네!”서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전하, 저를 보호해 주실 건가요?”“응.”송임월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왜요?”“넌, 넌 내 아가니까.”“전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전하의 아기는 저기에 있습니다.”서지현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저쪽에 있는 베개를 가리키며 말했다.송임월은 멈칫하더니 그녀의 뜻을 알아챘는지 멋쩍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베개를, 다른 한 손으로는 서지현을, 그렇게 두 ‘아기’를 모두 품에 안았다.“아니야!”송임월은 소리를 높여 또박또박 말했다.“둘 다 내 아기야!”서지현은 말로 이룰 수 없는 행복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이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서지현은 경계심을 느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대문으로 걸어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회장님!”서지현은 두 눈을 반짝였다.윤정재는 ‘쉿’ 제스처를 취하더니 사방을 살펴보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낮은 목소리로 서지현에게 물었다.“내가 없는 며칠 동안 전하는 어떠셨어?”“그대로십니다.”서지현은 솔직히 대답하더니 이내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시녀들이 너무하더군요. 전하가 따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일부러 전하를 괴롭히니 말이에요.”“그건 큰 문제가 아니야.”윤정재는 덤덤한 얼굴을 보였다.지금은 송임월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그녀를 해치려는 사람부터 알아내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 송임월의 병도 빨리 나을 수 있을 것이다.윤정재는 지난 몇 년 동안 황실에서 송임월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투자한 많은 돈이 헛되게 쓰이지 않았나 싶었다. 어쩌면 꿍꿍이가 있는 누군가가 송임월의 치료를 방해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윤정재가 서지현에게 분부했다.“오늘 전하께서 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86화

    요 며칠 변덕수는 자료 찾기에 전념했고 강서연과 최연준은 서재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채 옆에서 그를 도왔다.변덕수가 모은 자료들은 대부분 영어로 된 게 아니었지만 최연준은 번역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그 자료들을 매끄러운 표현으로 잘 번역할 수 있었다.최연준이 한 페이지의 라틴어를 다 번역하자 강서연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와락 안겼다.“여보는 정말 대단해요!”강서연은 마치 최연준의 팬처럼 그에게서 시선을 떼려 하지 않았다.“라틴어도 할 줄 알았어요?”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이잖아.최연준은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사실 그도 처음에 작정해서 라틴어를 배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다만 배경원의 말에 의하면 모든 유럽 황실 귀족들은 라틴어를 배울 뿐만 아니라 여인들도 라틴어를 할 줄 아는 남자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 말에 최연준은 바로 라틴어 수업을 등록했지만 세 번째 수업부터 따라가기 힘들어졌다.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려면 학점을 이수해야 했기 때문에 최연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머지 수업을 모두 마쳤다.강서연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그는 고급 라틴어 수업도 이수했을 것이다.“아니야, 문법을 완벽히 아는 것도 아니고.”그래도 최연준은 올라간 입꼬리를 숨길 수 없었다.“졸업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많이 까먹었어. 이제 시간 될 때 한 번 제대로 공부해야지.”강서연은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겸손한 남편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최연준은 강서연의 칭찬을 만끽하며 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문자를 보고 얼빠지게 되었다. 그가 전혀 본 적이 없는 언어였다.“여보, 이것도 라틴어예요?”강서연이 자료를 들여다보며 물었다.목이 바짝 바른 최연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멋있는 모습 오래 못 가게 생겼네...’“이건 라틴어가 아니라 로마니야.”변덕수는 안경을 벗고는 두 사람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로마니가 바로 집시어야. 이건 어디서 찾았어?”“바로 이 밑에서요.”강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87화

    남양, 황궁 밀실.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송지아는 시녀를 밖에서 기다리게 한 후 혼자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이미 안에 도착해 있던 가연 왕후는 벽을 마주하고 서 있었는데 청석 벽에는 그녀와 현 군주인 송이수의 모습이 담긴 유화가 걸려 있었다.송이수가 국왕이 되던 그날, 화려한 옷차림에 왕관을 쓴 그는 위엄 있는 기개와 카리스마 넘치는 자태를 뽐냈다. 덕분에 그의 앞자리에 앉았던 가연 왕후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졌다.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두 번 있었다. 하나는 송이수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지켜볼 때였고, 또 하나는 그의 신부가 되었을 때였다.송지아가 살며시 가연 왕후에게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숙모님를 뵙니다.”가연 왕후가 정신을 차리고는 물었다.“일은 잘 해결됐어?”“숙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송지아가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방금 숙이랑 옥이에게 연락했는데 두 사람 벌써 맨체스터 시티에서 그 부부를 찾았다고 합니다.”“정말이야?”가연 왕후가 눈썹을 치켜들었다.“네!”송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와중에 가연 왕후에게 아부를 떨 생각을 했다.“역시 숙모님의 통찰력은 대단하십니다. 미리 사람 시켜 그 부부를 수소문하지 않았다면 숙이와 옥이가 이렇게 빨리 못 찾았을 겁니다.”“사람 제대로 찾은 거 확실해?”“네, 서지현 부모님인 게 확실합니다.”송지아가 자신 있게 말했다.“아이를 보면 그 부모가 보인다더니, 부모가 그 모양이니 서지현 그년도 그렇게 천박한 거죠.”가연 왕후는 말 없이 그저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단지 송지아더러 사람을 찾으라고 했을 뿐, 그 두 사람이 서지현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가연 왕후가 서궁을 지나가던 어느 날, 갑자기 본능에 이끌려 그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송임월의 흰색 치마를 입은 서지현을 발견했는데 그녀의 미소는 꽃처럼 아름답고 맑았다.그런 서지현의 모습을 본 가연 왕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뒷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88화

    어쩐지 며칠 동안 편하게 잤더라니, 어쩐지 모기는 그녀가 아닌 송임월만 물더라니...서지현은 그동안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게 인터넷 게시글에서 본 것처럼 자신이 모기에게 잘 물리지 않는 혈액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송임월이 그녀를 위해 모기를 모두 쫓아냈기 때문이었다니...“깼어?”어둠 속의 송임월은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내, 내가 너무 시끄럽게 해서 깬 거야? 모기, 모기가 있는데 물리면 가려울까 봐...”서지현은 입술을 깨물어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송임월의 품에 와락 안겼다.어렸을 때 지하실에서 살았던 서지현은 벼룩에게 물려 엉엉 울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귀찮아하면서 오히려 발로 벽에 걷어찼었다.송임월은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괜찮아, 내가 있잖아.”“네...”서지현은 흐느끼다가 그녀를 올려다보더니 한참 망설이며 조용히 물었다.“혹시 전하를 엄마라고 한 번만 불러보면 안 될까요?”송임월은 그녀의 말을 못 알아들은 듯 그저 하염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기만 했다.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모기를 내쫓았다.좀 갑작스럽긴 했지만 서지현은 진심으로 송임월을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었다.어렸을 때 엄마가 있었는데도 사랑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송임월에게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있으니 서지현은 기쁘면서도 조금 의아했다.“전하, 무례하게 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그녀는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제 작은 소원을 들어주실래요? ‘엄마’라고 이 번 한 번만 부르고 깨끗하게 잊어버릴게요.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네?”송임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바보처럼 실없이 웃기만 했다.서지현은 입술을 달싹 움직이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그녀의 품에 기대 나지막이 그 두 글자를 내뱉었다.“엄마.”드디어 말하고 나니 주체할 수 없는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89화

    서지현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송혁준 뒤에 선 그 사람은 벌써 정체를 드러냈다.상대를 본 서지현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그렇게 놀랄 것까지야...”송혁준은 겨우 웃음을 참았다.하지만 서지현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줄곧 송혁준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시녀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그녀는 눈을 부릅뜬 채 나석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어봤다.나석진은 짧은 상의에 통치마를 입고 있었다. 이제 보니 사이즈가 XL인 통치마인 듯했다. 꽃이 수놓인 플랫슈즈를 신고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있었으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가 남자인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나석진이 안으로 걸어 들어올 때 일부러 몸을 비틀거리며 교태를 부렸기에 영락없는 여인처럼 보였다.서지현은 안색이 어두워진 나석진을 보더니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웃음을 참다가 끝내 터뜨리고 말았다.“쉿!”송혁준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나석진더러 스카프를 다시 잘 쓰라고 했다.대문 앞을 지키는 시위와 시녀가 있으니 절대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되었다.송혁준은 유유히 밖으로 걸어 나가고는 손을 휘저으며 그들더러 물러가라고 했다.“고모님을 뵈러 온 거니까 지현 씨 혼자면 충분해. 그러니까 다들 물러나.”“전하, 그게...”시위는 주춤거리며 말했다.“왜? 고모님을 뵈러 온 나를 감시하려고?”시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재빨리 물러났다.서궁은 비로소 안전해졌으니 나석진은 스카프를 벗은 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서지현도 그제야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웃었다.“웃기는!”나석진이 뾰로통해하며 말했다.“아저씨...”서지현은 웃느라 숨까지 헐떡였다.“왜 이런 차림으로 왔어요? 하하하, 왜 시녀인 척했는데요?”“석진 씨는 함부로 궁에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송혁준이 설명했다.“그리고 만약 제가 석진 씨와 같이 서궁에 나타났으면 분명 숙모님의 의심을 샀을 거예요. 그래서 석진 씨를 제 시녀로 변장시킨 거예요.”“그런데 왜 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90화

    나석진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송임월을 발견했다.나석진은 아무 이유도 없이 뒤통수를 맞았기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위엄 있는 분위기를 뽐내던 송임월을 보자 그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그 손 놓으라고 했지?”송임월은 포기를 모르는 여자였다.“놔!”평소 같으면 나석진은 벌써 짜증이 몰려와 맞대응을 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여위고 안색이 창백한 송임월에게서 말로 이룰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 송임월을 그저 지켜볼 뿐 나석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한참 쭈뼛거리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뭐, 뭐 하시려는 거예요?”송임월은 콧방귀를 뀌더니 그를 확 밀어내고는 서지현의 앞에 섰다.건장한 체격의 나석진과 비교하면 송임월은 한없이 왜소해 보였다.하지만 그런 나석진을 상대하면서도 송임월은 전혀 겁을 먹지 않은 것 같았다.나석진은 문득 사냥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냥꾼이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그의 사냥개는 둥지에서 땅으로 떨어진 새끼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사냥개가 다가가려 하자 어미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고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데 사냥개는 어미 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몸집인데도 그 기세에 눌려 꼼짝하지 못한다고 한다.두 팔을 벌리고 서지현 앞에 서 있는 송임월은 꼭 이야기 속의 그 어미 새와 같았다.나석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저도 모르게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서지현은 웃으면서 두 손을 송임월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그녀의 팔을 내렸다.“전하, 왜 그러세요?”서지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참, 이 사람을 본 적 없으시죠? 제가 평소에 자주 얘기했었던 아저씨는 기억이 나요?”송임월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정식으로 소개할게요.”서지현은 송임월의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아저씨, 전하께 인사를 올려야죠.”나석진은 마음이 내키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91화

    하지만 그는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었다.송임월은 그의 앞길을 막더니 절반 바느질한 옷을 그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바느질 다 하고 가!”“네?”어리둥절한 나석진의 표정을 보며 서지현은 겨우 웃음을 참았다.송임월은 서지현의 작은 손을 꼭 잡더니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는 그녀를 데리고 편전으로 향했다.“나쁜 놈이니까 바느질을 마저 다 해게 해야지! 그래야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 아니야. 흥!”나석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그러다가 서지현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메롱’ 표정을 지었다....요 며칠 동안 최연준은 변덕수를 도와 자료를 번역하고 있었다.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스페인어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전의 도움이 있었기에 번역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니었다.어느덧 시간은 거의 자정이 되어 갔다.강서연은 서재에 들어가 우유 한 잔을 최연준의 옆에 살포시 내려놓은 후 그의 어깨를 주물러줬다.“군형이는 자?”최연준은 고개를 들어 잠깐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강서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자기 전까지도 아빠가 이야기를 해주길 기다렸어요. 그런데도 여보는 오지 않았죠!”“날 기다렸다고?”최연준은 약간 놀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놀라운 마음을 넘어서 감격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녀석은 그를 기다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요.”강서윤은 허리를 숙여 뒤에서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그의 볼과 볼을 맞대며 말했다.“남자애니까 용감하고 듬직한 아빠가 옆에 함께하길 바라는 건 아닐까요?”“생각해 보니 군형이를 품에 안아 애지중지 키울 수 있는 시간도 2, 3년밖에 안 되더라고요. 이제 막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하겠죠? 그러면 집에서 기린처럼 목 빼고 자기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겠죠?”최연준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김자옥은 전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보다 자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892화

    강서연은 표정이 나른해진 최연준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손을 뻗어 최연준의 목을 감싸고는 그의 입가에 키스하기 시작했다.최연준은 바로 강서연의 교활한 눈빛을 포착했다.‘뭐야? 방금은 나 놀리려고 한 말이야? 아들 일곱 명이라니, 대단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군. 그렇게 많이 낳고 싶다고 해도 내가 원하지 않아. 아들 일곱 명이면 골칫덩이들만 등에 업는 셈이잖아, 그래도 딸이 좋지.’그렇게 생각한 최연준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굶주린 늑대처럼 강서연에게 덮쳤다.“여보!”강서연은 거짓말이 이렇게 빨리 간파당할 줄 몰랐다.“정말 아들 일곱 명을 낳을 셈이에요?”“여보, 우리 내기할까?”“무슨 내기요?”“이번에는 무조건 딸일 거야!”“우웁!”강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최연준은 그녀에게 딥 키스를 퍼부었다....이튿날 아침.강서연은 몸이 부서진 듯이 아파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했다.어젯밤에 장난삼아 아들 일곱 명을 낳을 거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연준은 그 거짓말을 간파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세를 몰아 새벽까지도 그녀를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온몸에 힘이 탁 풀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최연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그의 얼굴을 찬찬히 지켜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았다.아이가 생긴 후로 그녀는 정성을 다해 아들을 돌보느라 남편에게 소홀했었다.최연준은 이 일로 강서연에게 몇 번이나 불평했지만 강서연은 그를 아들에게 질투심이나 느끼는 철없는 인간으로 간주했다.미안한 마음이 든 강서연은 부드러운 손길로 각진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졌다.최연준은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빠! 엄마!”이때 문밖에서 군형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연은 깜짝 놀라 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때 가정부가 문을 두드렸다.“도련님, 사모님, 아기 도련님께서 두 분을 찾으시는데 들어가도 될까요?”“문을 잠그지 않았으니까 들여보내세요.

최신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9화

    배현진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을 떠나 허공을 떠도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그는 허공에 떠 있는 듯 응급실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의사들이 급히 자신을 응급처치하는 모습과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누워 있는 자기 육체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에서 해방된 듯한 감각이 그를 감쌌다.의식은 또렷했지만,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없었다.그날, 배현진은 오강호와 싸웠다.송윤희와 이혼 후 더 나락으로 떨어진 오강호는 그날 술집에서 술에 취해 있던 배현진과 우연히 마주쳤다.말다툼은 곧 몸싸움으로 번졌고 오강호는 배현진이 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자, 송윤지를 언급하며 조롱을 쏟아냈다.배현진은 격분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먼저 손을 댄 쪽이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오강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배현진은 오강호에게 몇 대 얻어맞고는 응급실로 실려 가고 말았다.지금도 배현진의 귀에는 오강호의 말이 메아리처럼 맴돌고 있었다.“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더니 별수 없군. 여자를 제대로 붙잡지도 못하고 결국 임지강에게 뺏겼다지? 하하하...”“배 도련님, 혹시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임지강이 송윤지에게 접근한 건 처음부터 다 계획된 거였을 거야!”“너 같은 쓰레기가 무슨 남자야. 약혼녀도 남에게 빼앗기고 말이야.”배현진의 가슴 한구석이 세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강한 힘이 그의 영혼을 다시 육체로 끌어당겼다.옆에서 심전도가 삐 울리더니 직선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의사들은 제세동기를 정리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환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했습니다. 약물을 투여하세요.”배현진의 꼭 감겼던 두 눈이 살짝 떨렸다.그를 때린 사람이 임지강과 송윤지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걸까?혹시, 그 둘 사이에 정말로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그는 알아내야 했다.죽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자신이 겪은 모든 수모를 반드시 임지강에게 똑같이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8화

    임지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제가 누나랑 형부께 누를 끼쳤네요.”“그렇게 생각하지 마.”임우정은 부드럽게 말했다.“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은 결국 운명 같은 거야. 따지고 보면 이 일의 원인은 나야. 내가 처음에 송윤지를 현진이에게 소개하지 말아야 했어.”“저 때문에 누나가 곤란해진 거예요.”임지강은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제가 조금 비겁한 방법을 썼어요.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배씨 가문을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배현진이 은행에 진 빚은...”임지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우정이 임지강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경원이와 수정이는 모두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빚진 돈은 은행에 분할해서 납부할 거야.”“그럼 이자는 받지 않을게요.”임우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안도와 약간의 무력감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배현진에 대해서는.”임지강은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윤지를 괴롭힐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죠. 지금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심지어 정말로 정신이 나갔다 해도 그건 자업자득이에요.”“됐어, 봐줄 줄도 알아야지. 너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잖아...”임지강은 고개를 들어 임우정을 바라봤고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냄새예요?”갑자기 집 안에서 송윤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지강은 놀라며 황급히 돌아섰다.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송윤지가 급히 주방으로 달려 들어왔다.임지강도 곧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아이고, 이거 다 태웠네요!”송윤지는 놀라 외치며 불을 껐다. 그런 다음 행주로 냄비 뚜껑을 열었다.“이건 뭐예요?”“제가 만든 당근 소고기 스튜예요...”임지강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윤지에서 한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이 모양이었다.“물 안 넣었어요?”송윤지는 코를 찡그리며 물었다.“당근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7화

    임지강은 송윤지의 세계에 다시 한번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임지강은 이제 송윤지의 아파트에서 종종 머물렀다. 겉으로는 송윤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라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윤지는 몇 번 거절하려 했지만, 임지강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그냥 놔두기로 했다.임지강은 비록 소파에서 자야 했지만, 그것조차도 행복했다.임지강은 언젠가는 송윤지의 곁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임지강은 대부분의 시간을 송윤지와 함께 보내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세 끼를 직접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송윤지가 과거에 자신을 위해 했던 일들이 얼마나 힘들고 정성이 담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과거 송윤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가끔 송윤지는 집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임지강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꿈이 자꾸 송윤지를 괴롭혔지만, 송윤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조강이 곁에 있으면 훨씬 마음이 놓인다는 것을.임지강은 배현진과는 완전히 달랐다.배현진은 늘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앞으로’ 같은 말로 막연한 미래를 약속하곤 했다.반면, 임지강은 ‘내가 있잖아’, ‘나한테 맡겨’, ‘두려워하지 마’ 같은 말로 송윤지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임지강의 말 속에는 사랑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서 송윤지를 얼마나 아끼는지 충분히 느껴졌다.그날은 송윤지가 쉬는 날이었다. 임지강은 주방에서 당근과 소고기를 넣은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이 요리는 임지강이 새로 배운 것이었다. 임지강은 요리의 모든 과정을 조심스럽게 진행했고 조미료를 넣는 것도 마치 화학 실험을 하듯 정밀하게 측정했다.잠시 후, 요리의 향기가 퍼져 나갔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냄비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조절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그가 문을 열자, 임우정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우정은 복잡한 표정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누나?”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6화

    배현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임지강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소중히 여겨야 할 때 외면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임지강은 손가락으로 배현진의 코앞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다시 내 여자를 건드리면, 소피아와 함께 감옥에서 만나게 될 거야.”임지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송윤지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는 이제 배현진과 배윤아 두 남매만 남아 있었다.배현진은 멍하니 바닥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후회와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배현진의 모습을 보며 배윤아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오빠...”배윤아는 조심스럽게 배현진을 부축하며 말했다.“사실, 오빠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진작에 알아봐야 했어. 소피아가 없었다면, 우리 집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배현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벽에 기대어 머리를 부딪치며 자신을책망했다.“오빠.”배윤아는 애써 배현진의 마음을 다독이며 말했다.“내 생각엔 임지강 씨는 오빠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진심으로 오빠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닐 거야. 이미 송윤지의 복수를 한 거나 다름없으니, 더는 오빠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게다가 다행히도 오빠가 진 빚은 임지강 씨의 은행에서 대출받은 거니까, 그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부탁하면 좀 봐주지 않을까?”“봐준다고?”백약곡의 쓴웃음은 공허하고 힘이 없었다.“지금 나는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끝났어...”“오빠에겐 아직 나랑 부모님이 있잖아!”배윤아는 울먹이며 말했다.“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야! 오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잘못했다고 해. 오빠가 진 빚은 부모님이 분명 해결하려고 하실 거야.”“내가 은행에 진 빚은 수천억이라고.”배현진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게다가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한 사람은 임지강이야. 그 사람은 절대 날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오빠...”배윤아가 더 말을 이어가려 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5화

    “현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소피아는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건... 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은 모든 걸 여동생에게 넘겼잖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랑 제임스는? 당신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여기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제임스를 어떻게 키우겠어?”“그만해!”배현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소피아는 오직 자신과 제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소피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현진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대하려 했던 건 소피아를 사랑해서지,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현진 씨...”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고 우리가 순조롭게 결혼하길 원했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네가 원하는 건, 배씨 가문을 차지하는 거잖아?”“당신...”“윤아는 내 친동생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등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배현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소피아는 배현진의 외침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배현진! 앞으로 네 여동생이랑 살 거야? 아니면 나랑 살 거야?”그 말에 배현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소피아의 뺨을 세게 때리며 속에 쌓여 있던 모든 후회와 분노를 폭발시켰다.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배현진의 얼굴을 긁으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며 뒤엉켰고 배현진의 얼굴에는 소피아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그때, 경찰이 방으로 들이닥쳐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차가운 수갑이 소피아의 손목에 채워졌다.배현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소피아가 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의 존재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온몸이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다시는 하나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4화

    임지강은 대출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 선명한 배현진의 서명과 붉게 찍힌 도장은 마치 피로 얼룩진 조롱처럼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제 생각엔,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조 회장이 말했다.“지강아, 빨리 돈을 배 도련님 계좌로 송금하고 그 두 광산을 사들여라. 그리고 배 도련님,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대해주고 있는데, 도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죠. 흥! 약속을 어기는 일은 배씨 가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배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절망이 그의 마음을 홍수처럼 휩쓸고 있었다.“배씨 가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제가 데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배 도련님도 보고 싶었을 겁니다.”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룸의 문이 열리며 배윤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배현진은 배윤아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놀라움은 곧 걱정과 초조함으로 변했다. 배현진은 재빨리 배윤아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윤아야, 괜찮아?”“나 괜찮아.”배윤아는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고작 사흘뿐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러나 배윤아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하는 순간, 증오가 담긴 눈빛이 소피아를 사로잡았다. 배윤아는 이를 악물며 소피아를 가리켰다.“오빠, 바로 저 여자가 사람을 시켜 날 해친 거야!”“뭐라고?”배현진은 몸을 떨며 경악했다.소피아는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발악하듯 배현진 곁으로 뛰어들며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아니야! 윤아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네가 사라진 동안, 난 네 소식을 찾으려고 정말 애를 썼어. 난 정말로...”“거짓말하지 마세요!”배윤아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소피아 씨가 사람을 시켜 날 폭행하고 내 물건을 훔쳐 간 건 분명해요! 그리고 소피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게 배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3화

    “조 회장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소피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우리가 그 광산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시잖아요. 대박을 기대했는데, 지금 헐값에 팔면 원금도 못 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요. 게다가 그 돈은 전부 은행 대출입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조 회장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건 아가씨가 주도한 일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배 도련님이 처음엔 그 두 광산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만.”“조 회장님...”“배 도련님.”조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오히려 추악한 수단으로 올라선 여자의 말을 믿었으니, 그 손해는 당연히 본인이 책임져야죠.”“지금 말 다했어요?”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며 격분해 외쳤다.조 회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짓누르듯 바라보았다. 그때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소피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배 도련님, 매입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배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회장은 부하에게 매입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배현진은 그만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임지강과 송윤지였다.배현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테이블을 건드렸고 접시와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임지강도 옆에 나란히 앉았다.“배 도련님, 아는 분이시죠?”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따로 소개해 드려야 할까요?”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배 도련님.”임지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도련님이 투자하신 두 광산이 이제 3200억밖에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3400억에 사들이겠습니다. 도련님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2화

    화면에 띄워진 데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배현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피아 역시 어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피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우리가 1조를 들여 산 두 광산이라고! 무려 1조라고!”배현진이 소리쳤다.“가격이 분명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3200억으로 폭락한 거냐고!”“나도... 나도 모르겠어...”소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광산의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했었단 말이야. 그 두 광산은 운산시에 있는데, 지금 운산시 광산 가격이 상승세잖아. 분명 손해 볼 투자가 아니었어.”“하지만 지금 상황 좀 봐.”배현진은 입술을 떨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피아, 그 1조는 전부 은행 대출금이야. 지금 난 은행에 수천억 빚을 졌고 이자도 엄청나다고.”“현진 씨, 진정해.”소피아는 급히 배현진을 달래며 말했다.“이 일은 조 회장이 중간에서 소개한 거래잖아. 조 회장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내가 직접 물어볼게.”...배현진과 소피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호텔 룸에서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진은 오늘의 만남을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도록 특별히 부탁했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의 대표 메뉴들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조 회장이 방에 들어서자, 배현진은 그가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의 눈빛은 마치 코너에 몰린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았고 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쥐가 된 듯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두 분이 너무 과하게 준비하셨네요.”조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의 술잔을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나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1화

    이른 아침, 소피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옆에 누운 남자의 맨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배현진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했다.배현진은 그녀의 키스에 미소로 답하며 부드럽게 눈을 떴다.하룻밤의 열정에 지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희미한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제임스는 아직 안 깨어났어?”“이 시간엔 절대 안 일어나요.”소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한 번 더?”“아니.”배현진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그는 정말로 피곤했다. 소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매일 밤 이렇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걸까?소피아는 송윤지와 완전히 달랐다. 송윤지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가 바라볼 때만 순수한 미소를 띠곤 했다.배현진은 문득 송윤지를 떠올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자기야, 무슨 일이야?”“아, 별거 아니야.”배현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맞다, 나 현진 씨랑 상의할 게 있어.”소피아는 배현진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리며 말했다.“제임스도 점점 크고 있어. 가정교사를 불러서 집에서만 공부시키는 건 이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어쨌든 앞으로는 제임스가 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지?”“음...”배현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모님이 이미 가업을 전부 윤아에게 넘겼잖아.”소피아는 미소를 띠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흡족해했다.배윤아 같은 풋내기는 소피아와 겨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배윤아를 기절시켜 조 회장의 카지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조 회장이 배윤아를 데려갔으니, 모두가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조 회장과 임지강이라고 믿을 것이다.혹시 조 회장이 색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