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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바느질을 하고 있던 서지현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송임월은 얼굴로 베개를 쓰다듬으면서 정말 아기 재우기라도 하는 듯 부드럽게 흔들며 자장가를 불렀다.

“우리 아기, 여자 아기...”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다시 서지현을 향해 웃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주 예쁜 여자 아기!”

서지현은 코끝이 찡했다.

남양에 오기 전에 그녀는 여자애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희미해졌는데도 말이다.

열 살이 되기 전에 그들 세 식구는 더럽고 음산한 지하실에 살고 있었다. 집에 돈이 한 푼이라도 있으면 그녀의 아버지는 술과 마약을 사곤 했다.

집안의 돈은 모두 그녀의 어머니가 몸을 팔아 벌어들인 돈인데 서지현은 한겨울에도 짧은 옷을 입은 어머니가 길거리에 서 있으면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녀의 부모님은 별로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듯 매일 음식만 조금씩 던져줬다.

그리고 두 사람이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항상 여자애를 키워봤자 소용없다며 서지현을 비아냥거리곤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부모님은 ‘소용없는’ 서지현을 버리고 떠났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 지하실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 생각에 서지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닭똥 같은 눈물이 바느질하고 있는 옷에 뚝뚝 떨어졌다.

“왜, 왜 그래?”

어리둥절한 송임월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서지현은 눈물을 닦으며 서둘러 사과했다.

“전하, 죄송해요... 제가 옷을 더럽혔네요...”

송임월은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그녀의 시선은 줄곧 서지현을 따라다녔다.

“왜 울어?”

서지현은 억지로 미소를 짜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 배고파?”

“아니에요.”

“그럼 왜 우는데? 말해 봐!”

서지현은 그저 하염없이 송임월을 바라봤다.

송임월은 조금 정신이 이상한 것처럼 보였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상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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