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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요 며칠 변덕수는 자료 찾기에 전념했고 강서연과 최연준은 서재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채 옆에서 그를 도왔다.

변덕수가 모은 자료들은 대부분 영어로 된 게 아니었지만 최연준은 번역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그 자료들을 매끄러운 표현으로 잘 번역할 수 있었다.

최연준이 한 페이지의 라틴어를 다 번역하자 강서연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와락 안겼다.

“여보는 정말 대단해요!”

강서연은 마치 최연준의 팬처럼 그에게서 시선을 떼려 하지 않았다.

“라틴어도 할 줄 알았어요?”

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이잖아.

최연준은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사실 그도 처음에 작정해서 라틴어를 배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배경원의 말에 의하면 모든 유럽 황실 귀족들은 라틴어를 배울 뿐만 아니라 여인들도 라틴어를 할 줄 아는 남자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 말에 최연준은 바로 라틴어 수업을 등록했지만 세 번째 수업부터 따라가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려면 학점을 이수해야 했기 때문에 최연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머지 수업을 모두 마쳤다.

강서연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그는 고급 라틴어 수업도 이수했을 것이다.

“아니야, 문법을 완벽히 아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최연준은 올라간 입꼬리를 숨길 수 없었다.

“졸업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많이 까먹었어. 이제 시간 될 때 한 번 제대로 공부해야지.”

강서연은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겸손한 남편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최연준은 강서연의 칭찬을 만끽하며 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문자를 보고 얼빠지게 되었다. 그가 전혀 본 적이 없는 언어였다.

“여보, 이것도 라틴어예요?”

강서연이 자료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목이 바짝 바른 최연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멋있는 모습 오래 못 가게 생겼네...’

“이건 라틴어가 아니라 로마니야.”

변덕수는 안경을 벗고는 두 사람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로마니가 바로 집시어야. 이건 어디서 찾았어?”

“바로 이 밑에서요.”

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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