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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강서연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저희 둘 다 아저씨의 책을 읽은 적 있어요. 연준 씨가 정말 좋아해요. 매일 몇 페이지라도 읽어야 잠이 들 정도로요.”

변덕수는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사람 좋게 웃었다.

“아니야, 내가 운이 좋아서지.”

강서연이 생긋 웃었다.

운은 실패한 자의 핑계이기도, 성공한 자의 겸손이기도 했다. 보아하니 변덕수는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인 것 같았다. 어쩐지 김자옥을 사로잡았더라니, 두 사람의 성격이 잘 맞아 가능한 일이었다.

변덕수는 김자옥에게 굉장히 잘해줬다. 그녀가 최근 일 때문에 몸이 약해져 있는 걸 알고는 일부러 자극이 덜한 요리를 주문했다. 김자옥의 허리가 안 좋은 걸 알고는 쿠션을 가져와 그녀의 허리 뒤에 받쳐주기도 했다.

강서연과 변덕수는 몇 마디 더 나누었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좋은 분인 것 같았다. 성격도 좋았고 특히 모르는 게 없었기에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식사 도중 최군형이 칭얼대자, 강서연이 그를 데리고 나갔다. 식당 안에는 최연준, 김자옥 그리고 변덕수만이 남아있었다.

김자옥은 과거의 호랑이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변덕수를 바라보며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최연준은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가 변덕수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김자옥에게 눈치를 주었다.

“뭐 해?”

“엄마, 두 분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결혼한 것처럼 굴지 마요. 변씨 집안 사람 다 됐네.”

“내가 언제? 네 아빠와 이혼하기 전에도 난 최씨 집안 사람은 아니었어!”

“그래요? 그럼 아저씨가 데릴사위가 되는 거예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혼인신고서 한 장 따위가 뭐가 중요해. 그리고 결혼하면 꼭 그 집안 사람이 돼야 해? 누가 뭐래도 난 김씨 집안 사람이야!”

“어...”

“나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덕수랑은 정말 서로 좋아서 만나는 거야. 난 영원히 김씨 집안 사람이야!”

최연준이 멍하니 김자옥을 쳐다보았다. 김자옥은 웃으며 최연준의 손등을 톡톡 쳤다.

“내 성격 이런 거 알잖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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