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뭔데?”옥이가 침을 삼켰다. 이게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열여덟 살부터 가연을 모셨기에 그녀에 대한 감정이 깊었다. 하지만 가연에게 그녀는 중요한 사람이 아닌 듯싶었다.“제 아들 학교 말인데요...”“이미 해결해 줬잖아?”“마마, 그 학교는 꼴통 학교에요! 학생들은 패싸움하고, 선생들도 제대로 일하지 않고, 아무것도 배울 수 없어요!”“하지만 호적이 필요 없는 건 거기뿐이잖아. 옥아, 네 아들은 사생아야. 호적도 없는 애가 어떻게 공립학교를 다녀?”옥이가 멍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가연의 비웃음 어린 눈길을 쳐다보았다. 십여 년의 충성이 한낱 종이조각이 된 기분이었다.호적?왕후의 시녀가 제 아들의 호적도 만들지 못한다니,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가연이 입만 열면 해결될 문제였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가연은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가연에게 옥이는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다.옥이는 맨체스터 시티에 있을 때 강서연에게 똑같이 말했었다.“제 아들은 사생아라서 호적에 없어요. 그래서 공립 학교를 못 다니는데, 사립 학교를 보내려니 학비가 너무 비싸네요.”“걱정 마요, 제가 해결해 줄게요.”강서연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저 해보는 말인 줄 알았는데, 사흘 뒤 남양 최고의 공립학교 교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었다.......“멍하니 뭐 해?”가연의 질책에 옥이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숙여 붉어진 눈시울을 가렸다.“옥아, 만족하지 못하는 건 알겠지만, 이게 내 최선이야. 내가 왜 한낱 시녀 때문에 학교 교장에게 부탁해야 해? 심지어 사생아잖아. 치욕스러운 사생아 말이야!”“마마! 사생아가 뭐 어때서요? 사생아는 이 세상에 살아갈 자격도 없는 거예요? 교육받을 권리도 없는 건가요?”가연은 서지현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사생아는 방해만 되는 존재야. 됐어, 여기까지 하자. 경고하는데, 여기저기 내 이름 대고 다니지 마. 들켰다가는 너고 네 아들이고 모두 끝이야!
최신 업데이트 : 2024-04-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