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09화

서릿발에 걸친 달은 위엄 있는 황궁에 한기를 드리웠다. 청석판 계단에는 이슬이 맺혀 사람들에게 한 줄기 서늘함을 안겨줬다.

궁전 중앙에 서 있던 가연 왕후는 눈꺼풀이 축 처졌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녀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사람은 송이수뿐이었다.

송이수가 더는 그녀를 믿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미워하고 증오한다면 그녀의 세상은 더 이상 빛나지 않을 것이다.

“폐하.”

가연 왕후는 한참의 침묵을 지키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배고프시죠? 제가 만든 약과를 좋아하시던 걸 기억합니다. 지금 바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송이수가 잠긴 목소리로 말하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마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달고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약과를 좋아한다고 계속 착각했던 건 당신이야!”

가연 왕후의 눈빛은 어두워지더니 그녀는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송이수의 날카로운 눈빛에 가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신은 항상 당신의 취향대로 나의 모든 것에 관여했지. 나를 사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이수 씨...”

“나도 인정해. 그때 왕위에 마음이 혹한 걸.”

송이수는 후회막심했다.

“임월이가 잘못을 저질렀으면 오빠로서 도와줬어야 했는데 내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동생을 해쳤어.”

“당신.”

송이수는 그녀에게 점점 다가가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풍겼다.

“난... 당신이 그 아이에게라도 잘해줄 줄 알았어. 당신이 정말 그 아이를 변호사 부부에게 맡겼다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그 아이뿐만 아니라 내 동생에게도 손을 대다니!”

가연 왕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였다.

그녀는 문득 송이수와 처음 만났던 그날을 떠올렸다.

열네 살의 나이에 옷을 차려입고 대황궁에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는데, 한눈에 바로 중앙에 서 있는 왕자를 발견했다. 그는 마치 태양처럼 눈 부셨다.

첫눈에 반하게 된 송이수는 그렇게 평생 그녀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