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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서지현.”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지난번에 내가 술에 취했을 때 네가 내 손에 반지를 끼워줬잖아. 그때 반지 사이즈도 딱 맞는 것 같았어. 나, 나 그렇게 잘 맞은 반지를 낀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네?”

서지현은 이 상황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나중에 네가 다시 가져갔잖아. 내 손가락이 텅텅 빈 것 같아 너무 괴로워!”

“...”

“서지현, 넌 내가 괴로운 게 좋아?”

서지현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나석진이 이렇게까지 조바심이 난 모습은 처음 봤다.

그는 조급해 보였으나 또 그녀에게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유달리 인내심이 있었고, 말투는 상냥함을 넘어서 비굴하기까지 했다.

평소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지현은 문득 누군가에게서 들은 남양의 주술을 떠올렸다. 그 주술은 사람의 성격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심장이 쿵 내려앉은 그녀는 바로 나석진에게 물었다.

“아저씨, 혹시 주술에 걸렸어요?”

...

송혁준은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서궁은 원래도 외딴곳이었지만 정원 안은 더욱 조용해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이 평온한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반대편에서 흥분한 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서지현의 목소리, 나석진의 목소리.

그러다가 서지현과 나석진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오기도 했다.

‘뭐야? 두 사람 데이트하는 거 아니었어? 왜 싸우고 있어?’

다시 돌아가려고 고개를 들자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면서 핑크색 가발을 쓰고 있는 나석진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반짝이는 뭔가가 하나 더 생겨 송혁준은 흠칫했다.

‘끝내 반지를 뺏어온 거야?’

“서지현, 감히 나에게 반지를 안 주려고 해? 흥, 이제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겠지?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정말 만만한 사람인 줄 아나 봐!”

송혁준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나석진을 보며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

이때, 반대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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