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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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최연준은 말문이 막혔다.만약 강서연이 아이를 낳지 않기로 마음 먹으면, 이제 뜨겁고 엉큼한 짓은 못하게 된다.아이를 낳는 건 둘째 치고 뜨겁고 엉큼한 짓을 못 하는 건 큰일이다.요즘 일진이 좋지 않은지 말을 잘못하지 않으면 곧 말을 잘못할 예정이었다.최연준은 얼른 강서연의 팔을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여보, 나는 그 뜻이 아니라, 내 말은... 그러니까 전에 당신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나? 당신을 딸처럼 아껴주겠다고?”강서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만해요.”“진짜야.”최연준도 웃으며 말했다.“이번 생에 내 ‘딸’은 너 하나야...”“네 이놈!”최연준은 갑자기 들려오는 윤정재의 목소리에 심장이 떨렸다.윤정재는 어느샌가 편전으로 들어와 있었다. 최연준은 고개를 들자마자 부릅뜬 윤정재의 두 눈을 맞닥트렸다.“무슨 헛소리야?”“...”“지금 감히 내 머리 위로 기어올라?”윤정재는 은침으로 소독을 하던 차에 은침을 하나 더 꺼내 최연준을 찌르려고 했다.강서연이 얼른 최연준을 막아서며 말을 돌렸다.“아빠, 아빠가 약 가져다 달라고 시켜서 온 거잖아요. 확인해 보세요. 이거 맞아요?”윤정재는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그들이 가져온 한약을 유심히 살펴봤다.그는 한약을 살피면서 오버스럽게 냄새를 킁킁 맡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었다.“그래, 이거 맞아... 음, 그래 이것도 맞고.”강서연은 윤정재가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최연준은 멈칫하더니 주변을 둘러봤다.생기를 잃은 듯 창백한 여자가 내전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바로 송임월이었다.강서연과 최연준이 오기 전에 윤정재는 이미 송임월의 주요 혈 자리에 침을 놓았기에 그녀는 이렇게 깊이 잠들 수 있었다.송임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은...최연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 시녀들은 아마 송임월을 보살피러 온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좋은 마음’으로 일부러 송임월 옆에 심어놓은 사람일 수도 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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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윤정재는 실눈을 뜨고 씩씩거리며 최연준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은침함을 만지작거렸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달콤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발음이 들려왔다.“하라부지.”윤정재가 멈칫했다.최군형이 비틀거리며 윤정재를 향해 달려왔다. 멀리서 보면 정말 하얗고 동그란 것이 찹쌀떡 같았고 동그란 눈은 사람을 사르르 녹게 했다.햇빛 아래 어린아이의 미소는 유난히 빛났다. 마치 하느님이 그를 만들 때 모든 아름다움을 그의 보조개에 때려 넣은 것처럼 말이다.강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얼른 고쳐주었다.“내 새끼, 할아버지야, 하라부지가 아니라.”윤정재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든 하라부지든 막론하고 손주의 목소리는 천사의 속삭임 같았다.윤정재는 얼굴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큰 소리로 불렀다.“아이고! 하라부지 여기 있다. 하라부지가 우리 손주 만나러 왔어.”강서연과 최연준이 서로 마주 보며 겨우 웃음을 참아냈다.찹쌀떡과도 같은 최군형은 그대로 윤정재의 품에 쏙 안겼고 윤정재는 최군형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조심스럽게 그를 꼭 끌어안았다. 뽀뽀하고 싶었지만 꺼칠꺼칠한 수염이 그를 찌를까 봐 짓궂은 표정을 지었고 이에 최군형이 깔깔 웃어댔다.최연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군형은 하늘이 보낸 구세주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윤정재는 최군형을 보자 최연준이 개코라고 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손주랑 놀아주기 시작했다.평소에 다가가기 힘들다고 소문난 윤정재는 늘 엄숙하고 거리감이 느껴졌고 그와 대화하려면 숨을 꾹 참고 얘기해야 할 것 같았다.하지만 최군형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윤정재의 수염을 당기고 눈썹을 뽑고 머리채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아이는 힘 조절이라는 걸 몰랐기에 윤정재는 아파서 표정이 일그러졌고 보다 못한 강서연이 최군형의 포동포동한 손을 찰싹 내리쳤다.“이거 놔!”“뭐 하는 거야?”윤정재는 바로 눈을 부릅뜨며 최군형을 품속에 숨겼다.“아빠, 어릴 때부터 좋은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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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최연준은 할말을 잃었다.강서연은 풍부한 남편의 표정에 풉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꺼이꺼이 웃었다....송지아가 낮잠을 자려는데 누군가 살금살금 들어오는 게 보였다.“전하, 왕후 마마께서 부르십니다.”송지아는 가슴이 떨렸다. 말하는 사람은 가연 왕후의 시녀였다. 왕후는 인자하기로 소문난 사람이기에 오수에 이렇게 시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이 시간에 그녀를 불렀다는 건 아마 나석진이 다쳤다는 소문을 들어서일 것이다.송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시녀에게 단장을 해달라고 하고는 얼른 정전으로 향했다.왕후가 그녀를 부른 곳은 정전 속의 한 밀실이었다.송지아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뒤에 있던 나무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어두운 불빛 아래 왕후는 돌벽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깡마른 뒷모습이었지만 아우라는 여전했다.송지아는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숙모님...”이렇게 부르자마자 저번처럼 가연의 따귀가 날라왔다.“지아야,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가연 왕후는 참다못해 이번에 끝내 터지고 말았다.이번에 송지아를 때릴 때도 힘을 잔뜩 넣었기에 손바닥이 아팠다.덕분에 송지아는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났고 바로 눈물이 핑 돌면서 억울하고 분했다.“숙모님, 이번엔 정말 억울합니다.”송지아가 변명을 늘어놓았다.“아저씨가 다칠 줄은 몰랐어요. 그냥 그 비천한 여자를 손 봐주려고 했을 뿐인데...”“그게 네 무덤을 직접 파는 거야!”가연 왕후는 눈을 부릅뜬 채 죽일 듯이 송지아를 노려봤다.“나석진이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황궁에서 다쳤다는 걸 장군부 전체가 다 알고 있어. 나씨 집안과 얼마나 더 원수를 지려고 그러는 거야?”“지아야, 너 알기나 하니? 내각에서 정권을 잡고 있다면 나도훈 장군은 군권을 들고 있어. 우리는 황족이지만 그냥 타이틀만 있을 뿐이고. 송혁준도 너보다 이를 더 잘 알고 있어!”“숙모님, 저는...”송지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미리 생각해 둔 핑계를 꺼냈다.“그날 저들이 어화원에서 연회를 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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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요새 나석진은 계속 병원에서 지냈다.병원 꼭대기의 VIP 병실 피부과.두 손 다 화상으로 껍질이 한층 벗겨졌기에 잘 보호해야 했고 의사들은 회진 후 두 손을 만두처럼 붕대로 꽁꽁 감쌌다.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마 도라에몽과 비슷할 것이다.손을 쓸 수 없으니 핸드폰을 만지거나 게임을 할 수도 없었고 그저 매일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거기에 새겨진 모양이 몇 개의 실로 이루어졌는지를 셌다.다행히 서지현은 양복점에 휴가를 내고 매일 밤낮으로 나석진의 곁을 지켰다.서지현은 나석진이 그를 보호하다가 다쳤다고 생각해 죄책감으로 가득 찼다. 전에는 그저 약간의 애정을 느꼈을 뿐이었다면 지금은 그 애정이 홍수처럼 그녀의 마음을 덮치고 있었다.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몸을 닦는 일까지 손수 진행했다.처음에는 나석진도 이를 불편해했다.하지만 익숙해져서 그런지 세 번째부터는 그저 즐겼다.서지현이 몸을 닦아주는 손짓이 너무 부드러워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손은 야들야들하고 타올의 온도도 알맞았다. 그렇게 그의 몸을 닦아줄 때마다 그는 코피가 터질 것 같았고 머릿속엔 19금 장면들로 가득했다.“아저씨.”서지현이 열심히 나석준의 몸을 닦으며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남양은 날씨가 더워서 반드시 몸이 뽀송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니면 계속 이렇게 누워 있다가 땀띠가 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그래.”나석진은 서지현의 부드러움에 푹 빠져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그럼 몇 번 더 닦아주든지.”서지현이 멈칫하더니 빨개진 얼굴로 아무 말 없이 계속 몸만 닦았다.하지만 고양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그녀의 손짓이 점점 아래로 향할수록 나석진은 온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이러다 정말 망신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대배우로서 그럴 수는 없었다. 특히 서지현 앞이라면 더더욱 말이다.하여 나석진은 마치 장어처럼 펄떡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에 서지현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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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서지현이 깜짝 놀라더니 이내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다.나석진의 손은 지금 만두처럼 붕대가 치렁치렁 감겨 있으니 바지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서지현은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고는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말했다.“제, 제가 간병인 불러줄게요.”“간병인 올 때까지 기다리다 바지에 지르겠어.”“그게...”“얼른 들어와!”나석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끈만 풀어주면 돼.”서지현은 고개를 숙였다. 난감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하여 나석진이 하라는 대로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그를 변기 옆으로 부축해 갔다. 나석진은 다리를 벌리고 서더니 서지현에게 눈치를 줬다.“빨리 벗겨!”서지현은 갑자기 뭐가 웃기는지 웃음을 터트렸다.“웃긴 뭘 웃어?”“남자가 돼서 여자한테 억지로 바지를 벗겨달라고 해서요.”“너...”나석진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너 이 계집애 오후 내내 이것저것 먹이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러겠어? 빨리 풀어. 더는 못 참을 것 같아.”“네...”서지현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하얗고 작은 손으로 그의 바지 끈을 풀었다. 하지만 그 끈은 마치 일부러 그들과 장난이라도 하듯 서지현이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서지현은 허리를 숙이고 바지 끈과 사투를 벌였다. 나석진은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 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너무 참아서 그런지 그쪽에서 고통이 전해졌고 더는 오래 못 버틸 것 같았다.서지현은 끈이 풀리지 않자 급해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확 잡아당겼다.“헉!”서지현은 깜짝 놀라더니 잘못을 한 아이처럼 두려운 표정으로 나석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아저씨, 이거 더 단단히 묶인 거 같아요...”“...”나석진은 할말을 잃었다. 머리에 보이는 핏줄은 터질 것처럼 불끈 솟아올랐다.“잠깐만, 급해하지 마요.”나석진이 화를 내기 전에 서지현은 최대한 만회하려 했다.“저, 저 할 줄 알아요. 지금 당장 해결해 드릴게요.”맞다, 할 수 있다. 바지 끈이 자수도 아닌데 그렇게 어려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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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나석진은 화장실 문이 채 닫히지 않은 걸 보고 서지현에게 닫으라고 말하려는데 고개를 들자마자 화장실 문 앞에서 넋을 잃고 들여다보는 윤찬을 발견했다.윤찬의 눈에 들어온 광경이라면 이랬다.나석진이 다리를 벌리고 변기 앞에 서 있고 서지현은 허리를 숙이고 그의 앞에 선 채 가위를 휘두르고 있었다.그 가위가 향한 곳은 바로 남자의 자존심이었다.윤찬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얼른 그쪽으로 뛰어갔다.“안 돼요. 멈춰요!”서지현은 손을 부르르 떨었고 가위는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그녀는 윤찬과 나석진을 번갈아 보더니 순간 얼굴이 빨개졌고 그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윤찬은 서지현을 쫓아갈 새 없이 얼른 나석진의 상황을 살폈다.“형, 저 여자 미친 거 아니에요?”윤찬은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다 잘못 자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잘못 잘랐다간 장군부의 씨가 마르게 될지도 모른다.나석진은 살기 싫다는 표정이었고 어두운 눈빛으로 윤찬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형, 진짜 괜찮아?”“형, 나 일부러 온 거예요. 피부과 교수님이 우리 아빠 오래된 친구거든요. 절대 형 손에 흉터 남지 않게 해줄 거예요.”“형?”“형!”윤찬은 나석진이 멍한 표정을 하고 있자 손을 흔들어 보였다.하지만 돌아온 건 나석진의 호통뿐이었다.“나가!”윤찬이 깜짝 놀랐다.“형, 혹시 어디 아파요?”나석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그냥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서 그래. 일단 나가 있어.”윤찬은 그런 나석진을 이상해했다. 그러다 나석진의 손을 생각해 전문 간병인을 불러 화장실을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나석진은 속으로 한참을 울부짖었다. 소리도 지르고 싶고 누군가 쥐어박고 싶고 벽에 머리를 박고 싶었다....새벽의 햇빛이 하얀 커튼을 뚫고 방으로 들어왔다.최연준이 천천히 눈을 떠 품에 안긴 강서연을 쳐다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꿀 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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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최연준은 입을 삐죽거렸다. 복어처럼 생긴 장인어른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말씀해 보세요. 무슨 일이에요?”“그냥 얘기할 사람이 필요해요.”최연준의 미간이 구겨졌다.“저 빼고 다른 사람은 없어요?”나석진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아니 얘기 좀 하자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와이프랑 아이가 있으니까 이제 아쉬울 게 없나 보죠?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 좀 동정하면 안 되나?”최연준은 그제야 눈치챘다.무조건 서지현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최연준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아직 곤히 자는 강서연을 힐끔 보더니 한참 후 다시 입을 열었다.“주소 보내요.”“병원 옆에 있는 카페로 와요. 같이 아침이나 먹어요.”나석진은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연준은 카페에 도착했다. 테이블에 꽉 차게 올라온 메뉴를 보며 최연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촬영 들어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식단 조절은 해야죠.”최연준은 그 앞에 서서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명색이 어진 엔터테인먼트 연예인이고 저는 나석진 씨 대표되는 사람이죠.”나석진은 그런 최연준을 힐끔 쳐다보더니 손에 든 소고기 버거를 계속 먹었다.손에 감은 붕대를 푸니 물건을 자유자재로 가질 수는 있었지만 평소에 약을 계속 발라야 했다.“말해봐요. 무슨 일인데요?”최연준은 나석진의 맞은편에 앉더니 커피잔을 이리저리 흔들었다.나석진은 입에 넣은 소고기 버거를 삼키더니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여자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인정하게 할 수 있을까요?”최연준은 그런 나석진을 한참 바라보더니 가볍게 웃어 보였다.“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안 좋아하면 안 좋아하는 거지, 왜 협박해요?”“나도 몰라요. 지현이 저 못된 년이요..”최연준은 일단 잠깐 듣더니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맞네, 전에 내 동생이랑 같이 있을 때 어떻게 마음을 확정한 거예요.”이렇게 말한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경멸의 눈빛을 받게 되었다.“큭, 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근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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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나석진은 비록 연예계를 전전하고 있었지만 집안이 잘 보호해 준 덕분에 늘 순조로웠고 고생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돈의 의미를 잘 몰랐다.나석진은 돈을 그저 숫자로만 생각했다.최연준이 주장하는 바는 처음 들었지만 뭔가 그럴싸했다.“그렇다는 건 지현이가 내게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면 나를 좋아한다고 봐도 된다는 거죠?”“음...”최연준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이론적으로 보면 그렇죠?”나석진은 보배라도 얻은 듯 흥분하며 바로 핸드폰을 꺼내 서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나 지금 갖고 싶은 벨트가 하나 있는데 15만 원이래.”“풉...”최연준은 하마터면 마신 커피를 전부 뿜을 뻔했다.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앞에 앉은 기인을 쳐다봤다.대배우로서 그렇게 많은 작품을 찍은 사람이 대본을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베껴 쓰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서지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석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 테스트했다.“여보세요? 지현아, 듣고 있어?”“설마 고작 15만 원에 놀란 거 아니지?”“지현아, 사줄 거야 말 거야?”“여보세요?”최연준은 어이가 없어 얼굴을 가린 채 차마 그쪽을 쳐다보지 못했다.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화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나석진은 화면을 확인했다. 전화는 분명히 걸린 상태였다.“서지현!”나석진이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말해다.“귀머거리라도 된 거야?”“어허, 고작 15만 원짜리 벨트가 어떻게 도련님의 성에 차겠어요? 왜요? 장군부에는 어울리는 벨트가 없나 보죠?”나석진이 흠칫 놀랬다. 수화기 너머로 이 목소리가 흘러나올 줄은 몰랐다.최연준은 나석진의 표정이 돌변하자 바로 무슨 일이 터졌음을 직감하고 바로 스피커폰을 켜라고 그에게 눈짓했다.나석진은 침착하게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스피커폰을 켜고 문안을 올렸다.“왕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도련님, 별말씀을요.”가연 왕후가 웃으며 말했다.“장군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아버지는 잘 계십니다.”“요새 폐하께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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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나석진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이때 핸드폰에서 작은 소리가 전해졌다.전화를 끊은 나석진의 기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했고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지현이가 위험해요... 그녀가 위험하다고요!”나석진은 인내심을 잃고 갔다 왔다 안절부절못했다.“지금 바로 가서 구해낼 거예요.”“일단 진정해요!”최연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막았다.“전화 한 통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없어요.”“매제가 모르는 게 있어요. 송지아는 왕후 손에서 컸어요.”나석진은 매우 조급해하며 이렇게 말했다.“무조건 송지아가 왕후 마마 앞에서 뭐라고 한 게 틀림없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왕후 마마께서 왜 뜬금없이 지현이를 대황궁으로 불러들였겠어요. 왕후 마마께서는 지현이가 주군지도 모르는데.”“그렇다 해도 가면 안 돼요!”최연준이 진지하게 분석했다.“저도 비록 남양에 온 시간은 별로 안 되지만 황궁이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고, 나오고 싶으면 나오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지금 무슨 명분으로 들어갈 거예요? 들어가서는 뭐라고 할 건데요? 설마 가연 왕후에게 지현이를 납치했다는 죄명이라도 씌우려고요?”“그게...”나석진이 침을 꿀꺽 삼키며 갈라진 입술을 살짝 젖혔다.“그리고.”최연준이 그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가연 왕후가 아까 그랬잖아요. 그저 지현 씨를 데려다 옷 수선을 맡긴 것뿐이라고. 진짜 왕후의 말씀이 맞다면 지현 씨는 일이 끝나면 오겠죠. 지금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갔다가 장군부도 영향받을 수 있어요.”나석진은 심호흡을 연거푸 하며 진정하려 애썼다.그도 최연준이 하는 말이 다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대황궁에 갇힌 사람이 강서연이라면 최연준이 여전히 이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아마 나석진보다 더 인내심이 없을 것이다.“그럼 어떡하자는 거예요?”나석진이 힘껏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내기할까요? 가연 왕후가 절대 좋은 뜻으로 왔을 리가 없어요.”최연준은 침착하게 잠깐 고민하더니 눈빛이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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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서지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최대한 침착하게 보이려고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가연 황후는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송임월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둘은 나이가 비슷했기에 어른들을 따라 연회에 자주 나가곤 했었다. 가연 왕후는 전형적인 숙녀였지만 송임월은 황실에서 놓고 보면 반항아 스타일이라 자주 사람을 놀랍게 할만한 행동을 했었다.매번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일을 저지르면 황실의 선생님들은 권력을 행사하여 채찍으로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혼내곤 했다.하여 송임월도 어릴 적 많이 맞았고 맞기 전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바르르 떨었던 것이다.가연 왕후는 머리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서지현의 밤색 긴 생머리를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부르르 떨렸다.이럴 수가?가연 왕후는 애써 침착해지려 했다.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가연 왕후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마른기침을 짓고는 웃으며 서지현에게 말했다.“서지현 씨,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 보자고 한 건 바느질을 매우 잘한다고 들어서입니다. 윤씨 집안 아가씨에게 맞춤 제작해 준 드레스를 보니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 무늬와 설계는 궁에 있는 수냥도 비기지 못할 만큼 정교하던데요.”“왕... 왕후 마마, 과찬입니다.”서지현은 떠듬거리며 이렇게 말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를 대굴대굴 굴렸고 손바닥은 어느새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늘 여기로 ‘모셔져’ 왕후를 만나려면 복잡한 예절을 따라야 할뿐더러 황실 내규에 따라 핸드폰도 몰수당해야 했다.외부와 연락이 닿을 방법이 아예 없었다.“나도 옷이 몇 벌 있는데 자수가 좀 별로인 것 같아서 지현 씨가 좀 고쳐줬으면 하는데.”가연 왕후가 웃으며 덧붙였다.“돈은 10배로 줄게요.”서지현은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올려다봤다.왕후는 자태가 고귀했고 관리를 잘 받아서 그런지 전혀 마흔 살이 넘은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말할 때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 우아하면서도 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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