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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윤정재는 실눈을 뜨고 씩씩거리며 최연준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은침함을 만지작거렸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달콤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발음이 들려왔다.

“하라부지.”

윤정재가 멈칫했다.

최군형이 비틀거리며 윤정재를 향해 달려왔다. 멀리서 보면 정말 하얗고 동그란 것이 찹쌀떡 같았고 동그란 눈은 사람을 사르르 녹게 했다.

햇빛 아래 어린아이의 미소는 유난히 빛났다. 마치 하느님이 그를 만들 때 모든 아름다움을 그의 보조개에 때려 넣은 것처럼 말이다.

강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얼른 고쳐주었다.

“내 새끼, 할아버지야, 하라부지가 아니라.”

윤정재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든 하라부지든 막론하고 손주의 목소리는 천사의 속삭임 같았다.

윤정재는 얼굴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큰 소리로 불렀다.

“아이고! 하라부지 여기 있다. 하라부지가 우리 손주 만나러 왔어.”

강서연과 최연준이 서로 마주 보며 겨우 웃음을 참아냈다.

찹쌀떡과도 같은 최군형은 그대로 윤정재의 품에 쏙 안겼고 윤정재는 최군형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조심스럽게 그를 꼭 끌어안았다. 뽀뽀하고 싶었지만 꺼칠꺼칠한 수염이 그를 찌를까 봐 짓궂은 표정을 지었고 이에 최군형이 깔깔 웃어댔다.

최연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군형은 하늘이 보낸 구세주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윤정재는 최군형을 보자 최연준이 개코라고 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손주랑 놀아주기 시작했다.

평소에 다가가기 힘들다고 소문난 윤정재는 늘 엄숙하고 거리감이 느껴졌고 그와 대화하려면 숨을 꾹 참고 얘기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최군형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윤정재의 수염을 당기고 눈썹을 뽑고 머리채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는 힘 조절이라는 걸 몰랐기에 윤정재는 아파서 표정이 일그러졌고 보다 못한 강서연이 최군형의 포동포동한 손을 찰싹 내리쳤다.

“이거 놔!”

“뭐 하는 거야?”

윤정재는 바로 눈을 부릅뜨며 최군형을 품속에 숨겼다.

“아빠, 어릴 때부터 좋은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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