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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서지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최대한 침착하게 보이려고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

가연 황후는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송임월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둘은 나이가 비슷했기에 어른들을 따라 연회에 자주 나가곤 했었다. 가연 왕후는 전형적인 숙녀였지만 송임월은 황실에서 놓고 보면 반항아 스타일이라 자주 사람을 놀랍게 할만한 행동을 했었다.

매번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일을 저지르면 황실의 선생님들은 권력을 행사하여 채찍으로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혼내곤 했다.

하여 송임월도 어릴 적 많이 맞았고 맞기 전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바르르 떨었던 것이다.

가연 왕후는 머리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서지현의 밤색 긴 생머리를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부르르 떨렸다.

이럴 수가?

가연 왕후는 애써 침착해지려 했다.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가연 왕후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마른기침을 짓고는 웃으며 서지현에게 말했다.

“서지현 씨,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 보자고 한 건 바느질을 매우 잘한다고 들어서입니다. 윤씨 집안 아가씨에게 맞춤 제작해 준 드레스를 보니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 무늬와 설계는 궁에 있는 수냥도 비기지 못할 만큼 정교하던데요.”

“왕... 왕후 마마, 과찬입니다.”

서지현은 떠듬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를 대굴대굴 굴렸고 손바닥은 어느새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여기로 ‘모셔져’ 왕후를 만나려면 복잡한 예절을 따라야 할뿐더러 황실 내규에 따라 핸드폰도 몰수당해야 했다.

외부와 연락이 닿을 방법이 아예 없었다.

“나도 옷이 몇 벌 있는데 자수가 좀 별로인 것 같아서 지현 씨가 좀 고쳐줬으면 하는데.”

가연 왕후가 웃으며 덧붙였다.

“돈은 10배로 줄게요.”

서지현은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왕후는 자태가 고귀했고 관리를 잘 받아서 그런지 전혀 마흔 살이 넘은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말할 때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 우아하면서도 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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