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691 - 챕터 700

1660 챕터

제691화

강서연은 곽보미의 어깨를 잡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최연준은 경찰을 따라 지하 1층으로 향했고, 두 사람은 천천히 뒤를 따라갔는데 발에 족쇄가 채워진 듯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경찰이 한숨을 쉬며 최연준을 보며 말했다.“직접 확인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그리고 임산부는 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서연을 돌아봤다.“여기서 기다려, 내가 금방 나올게.”곽보미는 안색이 어둡고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그 계단을 내려가니 지하 1층의 음침하고 좁은 공간이 나왔다.경찰이 문을 열자 안에는 흰 천을 덮고 누워있는 남자였는데 음침한 불빛이 비쳐 등골이 서늘해졌다.곽보미는 문에 기대어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최연준 씨.”경찰이 손으로 가리켰다.“신원을 확인해 주세요.”최연준은 억지로 정신을 버티며 천천히 그 사람에게 다가갔고 손을 살짝 떨면서 그 사람의 얼굴에 덮인 흰 천을 걷어 올렸다.유찬혁이 아니다!그의 심장은 뭔가에 세게 맞은 것처럼 갑자기 심하게 뛰었고 손발에 힘이 빠져 등 뒤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다시 환생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아니에요.”경찰은 끄덕이며 다시 문밖으로 나갔다.“그럼 제 친구는...”“최연준 씨, 걱정하지 마세요.”경찰이 공손하게 말했다.“경력을 총동원하여 최선을 다해 수색하겠습니다.”곽보미은 담벼락에 기대어 주저앉아 크게 숨을 헐떡이더니 삽시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최연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가볍게 어깨를 토닥이며 조용히 말했다.“먼저 돌아가서 쉬고 있으세요. 찬혁이는 무사할 거예요.”“지금까지 왜 아무런 소식이 없을까요!”곽보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시간을 끌수록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최연준은 한숨을 쉬고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유찬혁의 능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으로 그는 핸드폰과 여권을 모두 빼앗긴다 해도 어떻게든 그들에게 소식을 전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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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유찬혁은 감히 크게 움직이지 못하여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 보았는데 몸에는 옷을 갈아입지 않았고 흰 셔츠에는 피와 땀으로 흥건하여 볼품이 없었다.상처를 싸맸는데 수법은 매우 허술했다.유찬혁은 고개를 들어 소녀를 보고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당신이 저를 구했어요?”소녀는 눈을 깜빡이며 웃었는데 마치 유럽 교회 벽화에 그려진 천사 같았다.“제가 구해줬다고 하면 은혜를 갚을 건가요?”유찬혁은 열이 나서 머리가 아직 좀 띵해 잠시 멈칫했다.그는 텅 빈 머릿속에서 다시 일어난 일을 정리했다.곽보미를 찾으러 맨체스터에 왔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불법 택시에 올라탔다. 그는 몇 번 와본 적이 없어 맨체스터의 길을 잘 몰랐고 차가 골목으로 들어가자 운전기사는 험악한 모습을 드러내며 한패를 불렀다.그 뒤로...그는 칼에 찔렸다.그러다 의식을 잃었고 눈을 뜨니 이곳이었다.“여기요.”소녀의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어당겼다.그녀는 유찬혁에게 약 두 알과 물 한 컵을 건네며 빨리 삼키라고 했다.“해열제와 소염제예요.”소녀는 설명했다.“제가 비싼 것을 살 수 없어 이거는 가장 싼 것이에요.”약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유찬혁은 가볍게 웃었다.그는 약을 먹고 소녀를 보며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써니.”써니는 햇빛이라는 뜻이다.이런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미소도 이렇게 깨끗하니 써니에 어울린다.“당신 이름이 뭐예요?”소녀는 그에게 다가와서 물었다.“외국인인데... 어디서 왔어요?”“제 이름은 유찬혁이고 영어 이름은 없어요. 오성에서 왔는데 혹시 그곳을 들어보셨어요?”유찬혁이 웃으며 대답했다.“오성 출신이에요?”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 영어는 순식간에 정통 한국어로 바뀌었고 새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한 줄로 드러났다.“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잖아요. 영어를 그렇게 오래 쓸 필요도 없고요!”“써니 씨는...”“저는 반 영국인이에요.”써니는 미소를 지었다.유찬혁은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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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며칠째 유찬혁의 소식이 없자 최연준은 겉으로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강서연은 그의 마음속이 얼마나 애타는지 알고 있었다.이 남자는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그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 것을 원치 않아 강서연은 어떻게 그를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그녀 앞에서 최연준은 항상 상냥하게 웃는 좋은 남편이다.다만 강서연은 그의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그의 웃는 모습에서 피곤함이 느껴졌다.나석진이 강서연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가 남양으로 휴가를 가는 김에 그녀의 부모님을 방문했다고 말했다.강서연은 담담하게 응했고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무슨 일이야?”나석진이 히죽히죽 웃었다.“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혹시 산전 우울증이야?”“무슨 소리예요!”강서연이 요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해 주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내일 영국으로 갈게.”강서연은 깜짝 놀랐다.“보미 씨 때문이면 지금은 오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지금 상황이 특수하기 때문에 반드시 보미 씨 곁에 있어야 해!”나석진은 더없이 확고하게 말했다.“하지만...”“내가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해야 한다고? 서연아, 나를 과소평가하지 마. 내가 그 유찬혁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에는 그래도 조금은 힘을 보태주고 싶어.”강서연이 잠시 멈칫했다.“어떻게 할 건데요?”“몇 사람을 데리고 갈 거야. 그 사람들은 남양군의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몸에 지니고 있는 장비도 최신형이어서 사람을 찾는 것에 대해 더 유리할 거야. 그리고 약도 챙겨갈게. 칼에 찔려서 좋은 치료를 받지 못하면 후유증이 남을지도 몰라. 윤제 그룹의 약은 효과가 있을 거야!”강서연은 너무 감동해서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 말도 하지 마!”나석진은 활달하게 웃었다.“그 사람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유찬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곽보미를 위해서 그녀를 도와 이 고비를 넘길 것이다.그는 유찬혁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곽보미는 평생 안심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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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유찬혁은 눈을 뜨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잡혀 일어났다.상처가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에 여태껏 온화하고 점잖았던 그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미안해요! 미안해요!”서지현이 연거푸 사과를 했다.“제가 좋은 약을 찾아서 너무 흥분한 바람에 찬혁 오빠 몸에 상처가 있다는 걸 잊어버렸어요.”유찬혁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상처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말은 요즈음 벌써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그는 자신에게 자문해 보았다. 변호사로서 한 번도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고, 매번 정의를 위해 일했지, 한 번도 양심에 찔린 일을 한 적이 없다!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원수를 보내 상처를 치료하게 한다니!유찬혁은 쓴웃음을 지었고 소녀의 순진한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제가 누구를 돌본 적이 없어요.”서지현은 중얼거리며 물과 약을 건네주었다.“찬혁 오빠가 내 첫 남자예요!”“풉...”유찬혁이 방금 마신 물이 모두 뿜어져 나왔다.서지현이 황급히 수건으로 닦으며 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내 말이 틀렸어요? 찬혁 오빠가 처음이고, 그리고 또 남자잖아요! 그래서...”“이보세요, 한국어는 이렇게 쓰는 게 아니에요!”유찬혁은 어쩔 바를 몰라 했다.서지현은 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영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많은 말들이 어설프게 나온다.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게 웃기 시작했다.유찬혁이 약을 먹는 것을 보고 서지현은 기뻐했다.“이것은 집시의 약인데 집시를 들어봤어요?”“네, 알아요.”“그 사람들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상처를 입는 것도 다반사이기 때문에 어떤 칼부림, 총상, 타박상에 대처하는 데 특히 뛰어나요! 찬혁 오빠의 이 정도 상처는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에요!”유찬혁이 웃었다.“아무튼 나는 지금 가망이 없지만 지현 씨 말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수 밖에 없어요.”“네?”서지현은 이해하지 못했다.“당신은 지금 아직 살아있어요. 포기하지 마세요!”유찬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마도 약을 먹은 탓인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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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유찬혁은 그녀의 수입이 어디에서 오는지 약간 궁금해했다.서지현은 그를 돌아보고는 매우 경계하며 조용히 작은 상자를 거두었다.“걱정하지 마요. 그 돈을 건드릴 생각은 전혀 없어요.”유찬혁은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챘다.“그런데 저를 도와 제 친구들에게 연락해 줄 수 있어요?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어요...”“안 돼요!”서지현이 그의 말을 끊었다.“지현 씨, 부탁할게요!”“꿈도 꾸지 마요! 나는 절대 경찰에 신고 안 해요!”그녀의 예쁜 얼굴에는 노여워하는 표정이 어려 있었고 그를 살뜰히 보살펴 주던 소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유찬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찰에 신고하지 않아요. 친구에게만 연락하는 것뿐인데...”“찬혁 오빠 친구는 분명히 경찰을 부를 거예요!”서지현이 소리쳤다.“어쨌든... 내 인생을 망친다면 나도 찬혁 오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그를 노려보더니 돌아서서 문을 쾅 하고 닫았다.유찬혁은 또 익숙한 문 잠그는 소리를 들었고 그는 당황하여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를 막으려고 했지만 몸 상태가 허락하지 않았다.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곧추세우고 아픔을 억누르며 외쳤다.“서지현!”문밖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그는 매우 화가 나서 침대를 세게 두드렸다.그런 무력감이 마음을 가득 채우자 그는 침대에 누워 곰팡이가 핀 천장을 보며 탄식했다....남양에서 온 전용기가 맨체스터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나석진은 여러 명의 호송 아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로비에서 기다리는 곽보미가 한눈에 들어왔다.그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영국으로 달려온 것이었는데 그녀는 이미 초췌해졌고 두 개의 깊게 파인 눈꺼풀과 짙은 다크서클은 물론 살도 많이 빠져 몰라볼 정도로 말랐다.그리고 그녀는 복주머니를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나석진은 그것을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한순간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곽보미가 그를 향해 억지웃음을 짓자 나석진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정말 웃기 싫으면 내 어깨에 기대서 울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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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곽보미는 순간 당황해서 손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에 떨어뜨렸다.조급해할까?그녀는 정말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그녀는 그저 자신이 요즘 갈팡질팡하며 허둥대고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 복주머니만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그것은 유찬혁이 그녀에게 준 것이고 위에는 그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다.그때 복주머니를 건네줄 때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모든 운을 바쳐 그의 평안을 바꾸려 했다.곽보미는 머리가 복잡해졌고 입을 벌렸지만 한마디도 안 나왔다.“나는...”“알고 있어요!”나석진은 태연하게 웃었다.“당연히 조급하겠죠! 내가 없어진다면 누가 남주를 맡을 수 있겠어요?”곽보미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후 말을 했다.“미안해요.”나석진은 잠깐 멈칫하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계속 자르고 있었다.“나는 마음이 좁은 사람이 아니니 나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어요. 게다가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뜬금없이 왜 저에게 말하는 거예요?”그를 보는 곽보미의 눈에는 감사의 빛이 가득했다.기왕 말이 나온 김에 그녀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아직 찬혁이를 잊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그녀는 복주머니를 꽉 쥐었다.“요즘 눈만 감으면 전부 학창 시절 때의 화면이에요.”“음...”나석진이 웃었다.“집착이네요!”곽보미도 같이 웃어줬다.“그럼 유찬혁 씨가 나보다 어디가 더 좋은지 말해 줄래요?”곽보미는 이 문제를 대답할 수 없었다.사람의 감정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특히 그녀처럼 집착이 심한 사람은 한 사람을 좋아하면 평생 바뀌지 않을 것이다.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그녀는 그의 흰 셔츠에 햇볕 냄새가 나는 것이 좋았고, 그가 캠퍼스 길에서 그녀를 만날 때마다 스쳐 지나가는 그 웃음이 좋았고, 토론대회에서 그의 패기가 좋았고, 그가 인내성 있게 그녀에게 문제를 설명해 주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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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서지현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고 나석진을 보면서 그녀는 갑자기 등 뒤에서 한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이 사람은 옷에 많은 신경을 쓰고 또 귀공자 느낌이 들고 눈빛은 날카로워서 쉬운 상대는 아닌 것 같다...나석진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었는데 힘이 자기도 모르게 세졌다.서지현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자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저기요, 이거 놔주세요!”“아직 제 질문에 대답 안 했어요.”“무슨 문제요?”소녀는 눈을 굴렸다.“이 옷을 말하는 거예요? 흠, 글쎄...”서지현은 나석진에게 다가갔고 천진난만한 미소 속에는 약간의 요연함을 띠고 있었다.“먼저 손을 놓으면 말해 줄게요!”나석진의 손가락은 자기도 모르게 힘을 풀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서지현은 그를 밀치고 토끼처럼 반대 방향으로 재빨리 도망갔다.‘경찰이야, 경찰일 거야!’서지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경찰이 아니면 왜 저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지? 망가진 옷인데 죽은 사람한테서 벗겨낸 게 아니냐고 묻다니.’하마터면 사복 경찰에게 잡힐 뻔했다고 긴장했다.서지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지만 나석진이 계속 자기를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뒤돌아보자 놀라서 넘어질 뻔했다. 나석진은 그녀와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고, 또 남자고 힘이 넘쳐서 쉽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사실 나석진은 왜 따라왔는지 모르겠다.단지 무의식적으로 그 옷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그 브랜드는 자신이 모델을 한 적이 있는데, 오성의 브랜드 모델로서 그는 여러 차례 발표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그때마다 곽보미가 와있었고 곽보미가 나타난 곳에는 반드시 유찬혁이 있었다.한번은 유찬혁이 즉석에서 주문 제작한 것이 있었는데 스타일과 원단이 방금 이 소녀가 들고 있던 것과 똑같았다.이런 맞춤 제작형 복장은 수량이 희소하고, 디자인과 재질도 매우 정교한 데다가 자신이 모델도 한 적이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리고 유찬혁이 영국에 오자마자 칼에 두 번 찔렸다고 한다...이것은 더욱 나석진의 의심을 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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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서지현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런 경우는 그녀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지난 18년 동안 그녀는 하수구의 쥐처럼 살았고, 주동적으로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이익과 자기 보호를 위해 무언가를 팔아야 했다.예를 들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의식이다.정상적인 사람이 칼에 찔린 유찬혁을 만났더라면 첫 번째 반응은 바로 경찰에 신고하여 병원에 보내는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가 죽는 것을 볼 수 없었지만,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도 않았다.유찬혁을 끌고 와서 붕대를 감아 주고 출혈 과다로 길거리에서 죽지 않게 하는 것이 이미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서지현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잠시 멍하니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사악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돌아서서 문을 잠그고 그 사람이 그 안에서 죽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다.그리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밖으로 끌고 나가 어딘가로 던지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서지현은 자기 자신에게 놀라 그 사악한 생각이 머리를 점령하고 있을 때 갑자기 혼자서 뺨을 두 번 세게 때렸다.한참 후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 손을 떨면서 유찬혁을 향해 걸어갔다.먼저 그가 숨을 쉬고 있는지 체크해 봤는데 다행히 없는 것은 아니고 미약했다.서지현은 돈이 들어 있는 철제 상자를 찾아내고 유찬혁을 자신의 몸에 업히려고 시도했다.그녀는 나이가 어리고 몸집이 가늘어서 몇 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녀는 밖으로 뛰어나가 도움을 청했다.지하실에 있는 모든 방을 두드렸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어서 그녀를 돕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집시 할머니는 그녀를 약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이 사람을 병원에 데려간다면 우리는 모두 끝장이야!”“할머니!”서지현도 마음이 급해서 소리를 질렀다.“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좀 도와주면 안 돼요?”“이러다 경찰까지 부르겠어! 죽고 싶으면 너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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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최연준과 강서연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병원에 도착했다.수술실밖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곽보미는 초췌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여전히 복주머니를 쥐고 있었다. 강서연은 최연준의 등을 토닥이며 다 잘될 거라고 작은 목소리로 위로했다.남양에서 온 몇 명의 보디가드는 안색이 차갑고 이 층의 각 출구를 지키고 있었다.사람은 물론 파리 한 마리조차 날아가기도 힘들었다.서지현은 벽에 바짝 붙어 서서 눈앞의 이 사람들을 조심히 바라보았고 철제 상자를 꼭 안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전부 돈이 많고 신분이 높아 보이는데 유찬혁은 그들의 친구이다...그러면 자기는 어떻게 되는 거지?서지현은 감히 생각하지 못하고 온몸에 오한이 들었고 철제 상자만 지켰다.상자 안에는 그녀의 전 재산이 들어 있었는데, 그녀는 이것으로 유찬혁을 병원에 데려오려고 했었다.그러나 지금은 필요 없을 것 같다.지금 일어나는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수술실 불이 꺼지고 의사가 나와 땀에 젖은 마스크를 벗자 곽보미가 쏜살같이 달려가 물었다.“지금 어떤 상황이에요?”“환자는 큰 이상이 없고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환자 상처가 감염됐지만 봉합한 후에는 더 이상 문제가 없습니다. 다행히 제때 도착했어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곽보미는 숨을 길게 내쉬었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서지현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라앉았다.다행히 제때에 병원에 데려온 그녀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그녀는 수술실을 멀찌감치 바라보고 있었고 유찬혁이 이미 치료를 받았으니 그녀도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둘러 여기에서 탈출하는 것이다.나석진은 손을 흔들며 부하들에게 병원 수속을 밟는 등 여러 가지 잡일을 하게 했다.서지현은 지키는 사람이 없어진 것을 보고 등을 벽에 대고 살금살금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강서연에게 들켰다.“잠시만요!”그러자 서지현은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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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서지현은 입을 꾹 다물고 경직된 사지를 약간 떨면서 잠시 그 경찰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그의 눈을 피했다.낯이 익은데...아마도 이 경찰관은 자주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집시들을 도둑처럼 노려보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서지현의 용모는 사람들로 하여금 잊지 못하게 하기에 충분하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큰 눈을 껌벅이었다. 평소에는 머리가 빨리 돌아갔는데 지금은 정신이 딴 데 가 있다.그러나 어깨의 힘이 갑자기 세지더니 곧이어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낯익은 얼굴인가요?”나석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더 꼭 끌어안았다.“저와 제 약혼녀는 직업이 모두 배우예요. 우린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어요!”경찰은 눈살을 찌푸리며 반신반의했다.“저희 쪽에서도 일부분 영어로 번역되어 해외에서 방영되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찰관님께서는 제 약혼녀가 낯이 익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자주 대중 앞에 나서는 스타이기 때문에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그래요...”경찰은 잠시 망설이다가 여권을 나석진에게 돌려주고 마지막으로 서지현을 한 번 더 보았다.그는 아직도 그다지 믿지 않았지만 부하가 그의 귓가에 몇 마디 말을 속삭였다.“나석진 씨는 사모님의 사촌오빠로서 남양 배경을 가지고 있어 보통 신분이 아닙니다.”경찰은 즉시 얼굴을 바꾸고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나석진은 예의 바른 미소를 잃지 않았고 서지현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몇 명의 경찰이 떠날 때까지 서지현의 그 텅 빈 머리는 여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고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보호받는 따뜻함이 있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그녀의 세계에 들어온 남자는 나석진이 처음이었다.예전에 그녀는 경찰을 마주할 때면 늘 길을 잃은 쥐처럼 허겁지겁 도망쳤다.그런데 오늘 그녀는 뜻밖에도 당당하게 경찰과 마주 서 있었고 당당하게 한 남자의 보호를 받았다.경찰이 그녀의 신분증을 조사하려고 하자, 그의 곁에 있던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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