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681 - 챕터 690

1665 챕터

제681화

“하나도 안 아팠어. 하지만...”최씨 가문이든 김씨 가문이든 가정 교육이 엄하여 문신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하지만 가슴에는 문신할 수 있어.”최연준이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가슴 이 자리는 평생 단 한 사람에게만 남길 수 있어. 그러니까 서연아...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무슨 일이 있든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내 가슴에 새겨져 있어. 이 자리는 영원히 당신 것이야.”최연준은 강서연의 작은 얼굴을 받쳐 들고 입술에 진한 키스를 남겼다.뒤로 불꽃이 하늘로 솟아올라 아름답게 펼쳐졌고 반짝이는 하트 모양을 이루었다.불빛이 강서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최연준과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볼을 타고 뚝 떨어졌다....휴대 전화를 들고 있는 김유정의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친선경기 생방송을 보던 김유정은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안색도 창백해졌다. 홧김에 휴대 전화를 던지려던 그때 손미현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뭐 하는 거야? 비싼 휴대 전화가 망가지면 어쩌려고?”“엄마.”김유정이 히스테릭하게 울부짖었다.“그깟 휴대 전화 망가지면 망가졌지, 뭐가 대수라고요. 왜요? 우리 인제 휴대 전화도 못 사는 신세가 됐어요?”“이게 휴대 전화 문제야?”손미현이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휴대 전화를 망가뜨린다고 해도 안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하잖아.”김유정이 하도 씩씩거린 바람에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딸.”손미현이 영상을 힐끗 보았다.“최연준 그 녀석이 남의 호의를 무시한다면 너도 죽어라 매달릴 필요 없어. 엄마가 최연준보다 만 배 더 좋은 남자를 찾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김유정은 소파에 엎드린 채 목청이 터져라 울었다.“됐어, 그만해. 그냥 나대게 내버려둬.”손미현이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아직 조급해하지 마. 쟤네 얼마 나대지도 못해. 엄마에게 다 방법이 있어.”“또 무슨 방법이 있어요?”김유정이 높은 목소리로 떠들어댔다.“지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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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손미현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족히 십여 초 동안 넋을 놓았다.“사모님, 사모님? 듣고 계세요?”손미현이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주문은 내 거야. 여러 브랜드와도 이미 얘기를 마쳤고 마지막으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일만 남았다고. 그런데 어떻게 최연준에게 뺏겨?”“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그게 참 이상해요.”비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방금 전해 들은 소식에 따르면 여러 브랜드 측에서 셋째 도련님과 계약했고 또...”“또 뭐?”“주문을 누군가 셋째 도련님께 준 것 같아요.”“뭐라고?”손미현이 손을 내려놓자 휴대 전화가 바닥에 툭 떨어지면서 화면이 와장창 깨졌다.“엄마, 무슨 일이에요?”김유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성주가 한 손에는 새장을, 다른 한 손에는 밀랍 염주를 들고 베란다에서 비틀거리며 걸어왔다.“미현 씨, 무슨 일이야?”“아빠.”김유정이 재빨리 도움을 청했다.“엄마가 준비했던 패션위크 주문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어요.”“주문?”김성주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뭔가를 떠올렸다.“아, 국제 패션위크 말하는 거야?”“네.”“하하, 그거 내가 연준이에게 넘겼어. 당신이 자료를 저기에 둔 걸 알고 연준이더러 가져가라고 했어.”김성주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손미현은 잘못 들은 줄 알고 귀까지 의심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성주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내가 주문을 연준이에게 넘겼다고. 왜?”김성주는 화난 얼굴로 새장을 옆에 던져놓더니 팔짱을 꼈다.“지난번 연회에서 유정이가 그런 식으로 나에게 말하고서는 지금까지도 사과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도 요 며칠 이상해. 맨날 날 볼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기나 하고. 예전처럼 나에게 잘해주지도 않아. 흥, 유정이는 날 아빠 취급 안 하고 당신은 날 남편 취급 안 했잖아. 그래서 작은 복수를 한 거야. 하하, 어때?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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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엄마가 꺼지라잖아요. 못 들었어요?”김유정이 두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다가가 그를 확 밀쳤다.“바보! 멍청이! 꺼져요!”김성주는 순간 멍해졌다. 엄청난 굉음이 귓가에서 폭발하는 것 같았고 마음을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분명 먼저 태도가 나쁘게 달라진 건 두 사람인데 복수하면 뭐 어때?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그를 탓하고 딸도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이 집안에서 자신이 쓸데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김성주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꽉 쥔 두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천천히 몸을 돌려 비틀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엄마, 우리 인제 어떡해요?”김유정이 다급하게 묻자 손미현은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이 바닥 사람이라면 손미현이 그 프로젝트를 담당할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최연준에게 빼앗겼으니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닌단 말인가?하지만 만약 최연준과 손을 잡는다면... 그녀의 몫도 있게 된다.손미현이 눈알을 굴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분부했다.“유정아, 얼른 가서 선물 준비해. 비싼 걸로. 우리 아무래도 내일 최연준을 또 찾아가야 할 것 같아.”...오전, 서재에 앉아 계약서를 내려다보는 최연준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국제 패션위크의 주문을 이렇게 쉽게 손에 넣었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손미현이 별의별 궁리를 다 써서 어머니에게서 빼앗은 것을 외삼촌이 다시 해결해 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게 바로 이익을 탐하여 뒤에 올 위험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건가?최연준은 씩 웃으며 계약서를 서랍에 넣었다.그때 강서연이 문을 열고 들어와 방금 내린 드립 커피를 테이블 앞에 내려놓았다. 최연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슬쩍 잡아당겨 다리 위에 앉혔다.그러자 강서연이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얼굴을 코에 대고 비비적거렸다.“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최연준은 계약서를 꺼내 강서연에게 보여주었다. 자초지종을 듣던 강서연은 화들짝 놀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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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강서연이 커다란 두 눈을 굴리더니 누가 올지 단번에 알아챘다.“외숙모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고요?”최연준이 가볍게 웃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강서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하긴, 이혼하고 애까지 데리고 김씨 가문에 시집온 손미현이 쉽게 물러나는 사람이었더라면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지.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최연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웃었다.“그럼 난 좀 더 잘게요. 여기 일은 전부 슈퍼맨 최연준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사모님.”최연준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모든 게 최연준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강서연이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잠시 후 집사가 다가와 알렸다.“도련님, 미현 사모님과 유정 아가씨가 오셨습니다. 안으로 들일까요?”고개를 든 최연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손미현과 김유정은 1층 거실에서 최연준을 기다렸다. 계단을 내려가던 최연준의 눈에 다급함과 초조함, 그리고 불안감이 뒤섞인 두 모녀의 표정이 보였다. 게다가 빈손으로 오지 않고 선물까지 챙겨왔는데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한정판 가방이었다.김유정의 얼굴에 아까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딱 봐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티가 팍팍 났다. 이번에 손미현이 마음먹고 돈을 꽤 쓴 모양이다.최연준은 자신만만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표정은 냉랭했지만 갖춰야 할 예의는 갖췄다.“외숙모, 유정아.”“아이고... 연준아.”손미현이 반갑게 인사했다.“외숙모가 참 오랜만에 너희들을 보러 왔지? 아 참, 서연이는? 이번 달에 산부인과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니야? 유정이 시간 되니까 유정이와 함께 가면 되겠네.”“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가면 돼요.”최연준의 입가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한없이 냉랭했다.“그나저나 두 사람은 무슨 일로 우리 집까지 찾아왔어요?”손미현은 강서연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성의라면서 선물을 건넸다. 하지만 최연준은 무덤덤하게 힐끗 쳐다보기만 했다. 최연준의 싸늘한 모습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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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부모도 자식도 없는 게 장사 바닥이에요. 이런 상황에 지금 저와 가족 간의 정을 운운하는 건 금기를 어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손미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최연준이 한참 어린 손아랫사람이긴 하지만 엄청난 카리스마에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살짝 밀려왔다.“연준아...”손미현은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네 삼촌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잖아. 그냥 애야, 애. 애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겠어? 오늘 너에게 주문을 넘겨줬지만 내일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달라고 할지도 몰라. 허, 네 삼촌이 달라는데 안 줄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연준이 네 체면만 깎이잖아.”“그런가요?”최연준이 웃을 듯 말 듯 했다.“외숙모는 제 체면을 생각해서 이러시는 거군요?”“그럼, 당연하지.”“우리 삼촌이 그 정도로 지능이 낮다고 생각해요?”“그건...”손미현은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때 김성주에게 진심이라면서 죽어도 결혼하겠다고 한 건 그녀였으니 말이다.“허, 외숙모.”최연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싸늘하게 비웃었다.“우리 삼촌이 반응이 느리긴 하지만 바보도 아니고 이랬다저랬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에요. 외숙모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하신 거 같아요.”손미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그를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그러니까 넌 주문을 나에게 돌려줄 생각이 없다, 이거지?”최연준은 그녀를 차갑게 쏘아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손미현은 같이 죽자는 식으로 덤벼들었다.“경고하는데 퇴로를 남겨두는 게 좋을 거야. 날 건드렸다간...”“어쩔 건데요?”최연준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허, 유정이 백화점에서 서연이를 난처하게 할 때 퇴로를 생각해 봤어요?”“오빠, 그건 다 오해야.”김유정이 억지소리를 꾸며댔다.“내가 임신을 해본 것도 아니고 튼살이 뭔지 당연히 모르지. 난 그저 신기해서 그런 것뿐이야... 여자의 배에 그렇게 흉측한 게 생길 줄은 정말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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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손미현은 정신을 차리고 목청을 가다듬은 후 다가가 천천히 말했다.“연준아, 가족끼리 얼굴을 붉혀서야 하겠어? 아무튼 이 주문은 남에게 줄 수는 없는 거잖아. 너 평소에도 무척이나 바쁠 텐데 우리 손 잡는 건 어때? 수익은 5대 5로 하고. 네가 절대 밑지는 일은 없을 거야.”최연준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보며 웃었다.“이건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네요.”손미현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안색도 다시 환해졌다.“하지만 5대 5는 동의할 수 없어요.”최연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손미현은 잠깐 생각하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익 배당 얘기까지 나왔다는 건 호전의 조짐이 보인다는 뜻이다.“허, 그럼 연준이 너는...”“외숙모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손을 잡는 형식은 아니에요. 이 프로젝트는 담당자가 따로 있으니 담당자가 시키는 일만 하면 돼요.”“뭐라고?”손미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니까.”최연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면 와서 시키는 일을 해요. 다른 건 논의할 필요도 없어요.”...손미현과 김유정이 비틀거리며 별장 대문을 걸어 나왔다.더운 날씨였지만 두 사람의 낯빛은 백지장처럼 새하얬고 식은땀까지 뻘뻘 흘렸다.최연준은 그들에게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다. 주문에 대해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았고 참여하고 싶다면 자세까지 낮추라고 했다.손미현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입술을 어찌나 꽉 깨물었는지 피가 다 날 지경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여러 번 했다.“엄마, 인제 어떡해요?”김유정이 조급하게 물었다.“집에 돌아가서 그 바보에게 이 일을 해결하라고 할까요?”“소용없어.”손미현은 최연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최연준은 김자옥과 그야말로 판박이였다. 마음을 굳게 먹으면 가족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다. 김성주가 아니라 김씨 가문 영감이 나선다고 해도 최연준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그... 그럼 그냥 이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요?”김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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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임산부가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는가? 과실을 찾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김유정이 정신을 가다듬고 가볍게 웃었다.“맞아요, 엄마. 아직 앞길이 구만리잖아요. 강서연이 쭉 잘 풀릴 리는 없다고 생각해요.”“너 어찌할 생각이야?”손미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유정아, 지금은 절대 걔랑 등을 돌려선 안 돼. 알았어? 먼저 고분고분한 척했다가 강서연과 최연준이 경계심을 늦춘 다음에...”“알았어요. 저 다 알아요.”김유정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엄마는 늘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게 문제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처음부터 강서연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앞으로의 날들이 아마 더 힘들어질 것이다....며칠 후, 강서연은 김중 그룹의 맨 꼭대기 층 회의실에 제시간에 도착했다.오늘은 패션 프로젝트의 정례회의 날이자 그녀가 프로젝트 팀원들과 만나는 날이다.앞으로 몇 달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생각만 하면 강서연은 온몸에 힘이 샘솟는 것 같았다. 배를 만지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배 속의 아이도 엄마의 기쁜 마음을 느꼈는지 발을 내밀며 응원을 보냈다.“걱정하지 마. 엄마가 너무 힘들게 일하지는 않을게.”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얌전하게 잘 있어. 몇 달 후에 엄마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다음에 그때 만나자, 응?”“사모님, 계속 밖에 서 있을 거예요?”이효연이 뒤에서 다가와 히죽 웃었다.“회의 곧 시작해요. 얼른 들어가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만만하게 회의실로 들어갔다.이곳은 김중 그룹에서 가장 큰 회의실이었는데 아주 성대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각 측 대표들이 참석했고 몇몇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도 함께 자리했다.이효연은 자료를 강서연에게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소개했다.“이쪽은 패션 브랜드의 대표들이고 저쪽은 우리 사람들입니다... 사모님은 가운데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테이블에 명찰이 있는데 사모님의 직함은 이사입니다...”강서연이 고개를 들었다.‘가운데?’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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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김유정은 순간 흠칫했다. 강서연과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지금까지 봤던 다정하고 부드러운 눈빛이 아니라 날카롭기 그지없었고 얼굴에 지어진 미소도 복잡미묘했다.이 모습은... 최연준과 어딘가 닮아있었다.김유정은 정신을 가다듬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허, 언니를 부르지 않으면 누굴 불렀겠어요? 저한테 새언니가 몇이나 된다고.”“행정부 매니저가 됐다면서요?”강서연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묻자 김유정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회사 행정부는 아주 중요한 부서예요. 그런 부서의 매니저라면 회사의 제도와 규정을 잘 따라야죠. 여긴 회사지, 집이 아니에요.”강서연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날 부르는 호칭이 너무 버릇없는 거 아닌가요?”“당신...”김유정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강서연의 말이 구구절절 일리가 있으니 말이다. 다만 강서연이 호칭을 문제 삼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회사에서 김자옥을 고모라고 불러도 김자옥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사람들의 시선이 김유정에게 쏠렸고 뭔가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뒤에 서 있던 이효연이 심드렁한 얼굴로 비웃었다.“매니저님, 갑자기 호칭을 뭐라 할지 모르겠다면 저희처럼 사모님이라고 불러요.”김유정은 그녀를 째려보기만 할 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그런데 사모님이라는 호칭도 좀 아닌 것 같아요.”이효연이 차갑게 웃었다.“직급으로 따진다면 매니저님은 사모님을 이사님이라고 불러야 해요.”강서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한참 후에야 불만이 가득한 ‘이사님’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이사님.”김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의를 시작하셔야죠.”“그래요?”강서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계를 내려다보았다.“그런데 세팅이 채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해요?”김유정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회의실 세팅은 이미 다 마쳤는데요?”강서연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명찰에 머물렀다.김유정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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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지금 묻고 있잖아요.”강서연의 말투가 거세졌다.“누가 회의장을 이렇게 세팅했냐고요!”김유정은 재미난 구경을 기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모릅니다.”“모르면 매니저님이 직접 내 명찰을 정확한 자리에 가져다 놓아요.”강서연의 목소리가 힘차고 쩌렁쩌렁했으며 또 아주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자리에 있던 영국인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도 단번에 알아챘다.김유정은 이 상황이 창피했지만 여전히 억지를 부렸다.“이사님, 회의 시간이 이미 다 지났어요. 계속 이깟 작은 일을 물고 늘어질 건가요? 영국 사람들은 시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렇게 질질 끄시면 이사님이 손을 잡기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맞아요. 영국 사람들은 시간을 중요시하고 그 사람들만의 규정이 있죠.”강서연이 싸늘하게 웃었다.“하지만 여긴 김중 그룹이고 내가 책임진 프로젝트예요. 내가 진행하는 회의에서 내가 정한 규정이 바로 지켜야 할 규정이에요!”표준적인 영어에 발음도 아주 정확했다. 목소리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현장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다.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조금 전까지 짜증 내던 대표들도 다시 묵묵히 자리로 돌아갔다.김유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매니저님.”이효연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경멸 섞인 눈빛을 보냈다.“사모님이 시키신 대로 안 하고 뭐 해요? 얼른 명찰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요.”김유정은 화들짝 놀란 나머지 온몸이 굳으면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매니저님은 부하 직원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이런 중요한 회의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했어요. 아무래도 매니저 자리는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이... 이사님.”“내일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필요 없어요.”강서연이 차갑게 웃었다.김유정은 창피하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그녀가 따지기도 전에 강서연이 손을 흔들자 문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바로 들어와 김유정을 끌어냈다.“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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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김유정은 한동안 잠잠하다가 또 타깃을 곽보미에게로 옮겼다.이제 더는 강서연에게 아침저녁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곽보미를 귀찮게 구는 바람에 곽보미는 머리가 다 지끈거릴 지경이었다.그날은 주말이었다. 마침 햇볕도 따스하여 강서연은 정원의 의자에 기댄 채 햇볕 쪼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 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집사가 나가서 문을 열어보니 곽보미가 헝클어진 머리와 다크서클이 짙은 모습으로 뛰어 들어왔다.“으악. 서연 씨, 나 좀 살려줘요. 제발 그 여우 같은 여자를 처리해 주면 안 돼요? 제발요.”강서연이 피식 웃더니 곽보미를 끌어당겨 옆에 앉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요 며칠 김유정이 곽보미에게 보낸 문자와 메일을 보았다.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문구 말고도 사진도 수두룩했다. 섹시한 사진, 민낯 사진, 투명 메이크업 사진, 진한 메이크업 사진, 일상 사진 등을 여러 각도로 찍어서 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포스러운 건 어젯밤 한밤중에 보낸 얼굴 사진이었다.“이젠 내가 매일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겠어요?”곽보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여주인공 자리를 달라고 맨날 보채요. 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죠?”강서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차단하면 되잖아요.”“차단 안 해봤을 줄 알아요?”곽보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내가 차단할 때마다 사무실로 찾아온다니까요. 이러니 내가 연수나 할 수 있겠어요? 수업도 제대로 못 듣고 편집도 못 해요.”강서연은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를 안아주었다.따지고 보면 이 일은 강서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강서연이 김유정의 일자리를 자르지 않았더라면 김유정도 맨날 곽보미를 찾아가서 귀찮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더는 못 버티겠어요.”곽보미가 의자를 세게 내리쳤다.천재 감독 곽보미는 그동안 수많은 장면을 연출했었다.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침착함을 잃는 법이라곤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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