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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김유정은 한동안 잠잠하다가 또 타깃을 곽보미에게로 옮겼다.

이제 더는 강서연에게 아침저녁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곽보미를 귀찮게 구는 바람에 곽보미는 머리가 다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그날은 주말이었다. 마침 햇볕도 따스하여 강서연은 정원의 의자에 기댄 채 햇볕 쪼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 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집사가 나가서 문을 열어보니 곽보미가 헝클어진 머리와 다크서클이 짙은 모습으로 뛰어 들어왔다.

“으악. 서연 씨, 나 좀 살려줘요. 제발 그 여우 같은 여자를 처리해 주면 안 돼요? 제발요.”

강서연이 피식 웃더니 곽보미를 끌어당겨 옆에 앉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요 며칠 김유정이 곽보미에게 보낸 문자와 메일을 보았다.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문구 말고도 사진도 수두룩했다. 섹시한 사진, 민낯 사진, 투명 메이크업 사진, 진한 메이크업 사진, 일상 사진 등을 여러 각도로 찍어서 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포스러운 건 어젯밤 한밤중에 보낸 얼굴 사진이었다.

“이젠 내가 매일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겠어요?”

곽보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여주인공 자리를 달라고 맨날 보채요. 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죠?”

강서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차단하면 되잖아요.”

“차단 안 해봤을 줄 알아요?”

곽보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차단할 때마다 사무실로 찾아온다니까요. 이러니 내가 연수나 할 수 있겠어요? 수업도 제대로 못 듣고 편집도 못 해요.”

강서연은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를 안아주었다.

따지고 보면 이 일은 강서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강서연이 김유정의 일자리를 자르지 않았더라면 김유정도 맨날 곽보미를 찾아가서 귀찮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더는 못 버티겠어요.”

곽보미가 의자를 세게 내리쳤다.

천재 감독 곽보미는 그동안 수많은 장면을 연출했었다.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침착함을 잃는 법이라곤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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