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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유찬혁은 눈을 뜨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잡혀 일어났다.

상처가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에 여태껏 온화하고 점잖았던 그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서지현이 연거푸 사과를 했다.

“제가 좋은 약을 찾아서 너무 흥분한 바람에 찬혁 오빠 몸에 상처가 있다는 걸 잊어버렸어요.”

유찬혁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상처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말은 요즈음 벌써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자신에게 자문해 보았다. 변호사로서 한 번도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고, 매번 정의를 위해 일했지, 한 번도 양심에 찔린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원수를 보내 상처를 치료하게 한다니!

유찬혁은 쓴웃음을 지었고 소녀의 순진한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제가 누구를 돌본 적이 없어요.”

서지현은 중얼거리며 물과 약을 건네주었다.

“찬혁 오빠가 내 첫 남자예요!”

“풉...”

유찬혁이 방금 마신 물이 모두 뿜어져 나왔다.

서지현이 황급히 수건으로 닦으며 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내 말이 틀렸어요? 찬혁 오빠가 처음이고, 그리고 또 남자잖아요! 그래서...”

“이보세요, 한국어는 이렇게 쓰는 게 아니에요!”

유찬혁은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서지현은 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영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많은 말들이 어설프게 나온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게 웃기 시작했다.

유찬혁이 약을 먹는 것을 보고 서지현은 기뻐했다.

“이것은 집시의 약인데 집시를 들어봤어요?”

“네, 알아요.”

“그 사람들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상처를 입는 것도 다반사이기 때문에 어떤 칼부림, 총상, 타박상에 대처하는 데 특히 뛰어나요! 찬혁 오빠의 이 정도 상처는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찬혁이 웃었다.

“아무튼 나는 지금 가망이 없지만 지현 씨 말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수 밖에 없어요.”

“네?”

서지현은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은 지금 아직 살아있어요. 포기하지 마세요!”

유찬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마도 약을 먹은 탓인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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