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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지금 묻고 있잖아요.”

강서연의 말투가 거세졌다.

“누가 회의장을 이렇게 세팅했냐고요!”

김유정은 재미난 구경을 기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 모릅니다.”

“모르면 매니저님이 직접 내 명찰을 정확한 자리에 가져다 놓아요.”

강서연의 목소리가 힘차고 쩌렁쩌렁했으며 또 아주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자리에 있던 영국인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도 단번에 알아챘다.

김유정은 이 상황이 창피했지만 여전히 억지를 부렸다.

“이사님, 회의 시간이 이미 다 지났어요. 계속 이깟 작은 일을 물고 늘어질 건가요? 영국 사람들은 시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렇게 질질 끄시면 이사님이 손을 잡기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맞아요. 영국 사람들은 시간을 중요시하고 그 사람들만의 규정이 있죠.”

강서연이 싸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여긴 김중 그룹이고 내가 책임진 프로젝트예요. 내가 진행하는 회의에서 내가 정한 규정이 바로 지켜야 할 규정이에요!”

표준적인 영어에 발음도 아주 정확했다. 목소리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현장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다.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조금 전까지 짜증 내던 대표들도 다시 묵묵히 자리로 돌아갔다.

김유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매니저님.”

이효연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경멸 섞인 눈빛을 보냈다.

“사모님이 시키신 대로 안 하고 뭐 해요? 얼른 명찰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요.”

김유정은 화들짝 놀란 나머지 온몸이 굳으면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매니저님은 부하 직원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이런 중요한 회의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했어요. 아무래도 매니저 자리는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이사님.”

“내일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필요 없어요.”

강서연이 차갑게 웃었다.

김유정은 창피하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그녀가 따지기도 전에 강서연이 손을 흔들자 문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바로 들어와 김유정을 끌어냈다.

“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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