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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유찬혁은 감히 크게 움직이지 못하여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 보았는데 몸에는 옷을 갈아입지 않았고 흰 셔츠에는 피와 땀으로 흥건하여 볼품이 없었다.

상처를 싸맸는데 수법은 매우 허술했다.

유찬혁은 고개를 들어 소녀를 보고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

“당신이 저를 구했어요?”

소녀는 눈을 깜빡이며 웃었는데 마치 유럽 교회 벽화에 그려진 천사 같았다.

“제가 구해줬다고 하면 은혜를 갚을 건가요?”

유찬혁은 열이 나서 머리가 아직 좀 띵해 잠시 멈칫했다.

그는 텅 빈 머릿속에서 다시 일어난 일을 정리했다.

곽보미를 찾으러 맨체스터에 왔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불법 택시에 올라탔다. 그는 몇 번 와본 적이 없어 맨체스터의 길을 잘 몰랐고 차가 골목으로 들어가자 운전기사는 험악한 모습을 드러내며 한패를 불렀다.

그 뒤로...

그는 칼에 찔렸다.

그러다 의식을 잃었고 눈을 뜨니 이곳이었다.

“여기요.”

소녀의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유찬혁에게 약 두 알과 물 한 컵을 건네며 빨리 삼키라고 했다.

“해열제와 소염제예요.”

소녀는 설명했다.

“제가 비싼 것을 살 수 없어 이거는 가장 싼 것이에요.”

약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유찬혁은 가볍게 웃었다.

그는 약을 먹고 소녀를 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써니.”

써니는 햇빛이라는 뜻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미소도 이렇게 깨끗하니 써니에 어울린다.

“당신 이름이 뭐예요?”

소녀는 그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외국인인데... 어디서 왔어요?”

“제 이름은 유찬혁이고 영어 이름은 없어요. 오성에서 왔는데 혹시 그곳을 들어보셨어요?”

유찬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성 출신이에요?”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 영어는 순식간에 정통 한국어로 바뀌었고 새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한 줄로 드러났다.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잖아요. 영어를 그렇게 오래 쓸 필요도 없고요!”

“써니 씨는...”

“저는 반 영국인이에요.”

써니는 미소를 지었다.

유찬혁은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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