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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엄마가 꺼지라잖아요. 못 들었어요?”

김유정이 두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다가가 그를 확 밀쳤다.

“바보! 멍청이! 꺼져요!”

김성주는 순간 멍해졌다. 엄청난 굉음이 귓가에서 폭발하는 것 같았고 마음을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분명 먼저 태도가 나쁘게 달라진 건 두 사람인데 복수하면 뭐 어때?

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그를 탓하고 딸도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이 집안에서 자신이 쓸데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주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꽉 쥔 두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천천히 몸을 돌려 비틀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엄마, 우리 인제 어떡해요?”

김유정이 다급하게 묻자 손미현은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이 바닥 사람이라면 손미현이 그 프로젝트를 담당할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최연준에게 빼앗겼으니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닌단 말인가?

하지만 만약 최연준과 손을 잡는다면... 그녀의 몫도 있게 된다.

손미현이 눈알을 굴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분부했다.

“유정아, 얼른 가서 선물 준비해. 비싼 걸로. 우리 아무래도 내일 최연준을 또 찾아가야 할 것 같아.”

...

오전, 서재에 앉아 계약서를 내려다보는 최연준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국제 패션위크의 주문을 이렇게 쉽게 손에 넣었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손미현이 별의별 궁리를 다 써서 어머니에게서 빼앗은 것을 외삼촌이 다시 해결해 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게 바로 이익을 탐하여 뒤에 올 위험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건가?

최연준은 씩 웃으며 계약서를 서랍에 넣었다.

그때 강서연이 문을 열고 들어와 방금 내린 드립 커피를 테이블 앞에 내려놓았다. 최연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슬쩍 잡아당겨 다리 위에 앉혔다.

그러자 강서연이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얼굴을 코에 대고 비비적거렸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최연준은 계약서를 꺼내 강서연에게 보여주었다. 자초지종을 듣던 강서연은 화들짝 놀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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