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1665 챕터

제701화

“저기요.”서지현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당신 눈에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조금 전 그의 경멸하는 태도와 눈빛은 경찰 앞에서 그녀를 구해준 그 남자와는 사뭇 달라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그 부풀어 오른 풍선 같은 마음은 마치 한순간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려 사라진 것 같았다.그래, 그녀 같은 사람은 그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없어.“서지현 씨, 화내지 마세요.”강서연이 부드럽게 말했다.“찬혁 씨는 우리의 친구예요. 지금 위험에 처해 있어서 우리가 모두 걱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일에도 많은 의문점이 있으니 아가씨께서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주길 바라요!”서지현은 몸을 굽혀 바닥에 있는 철제 상자를 주웠다.사실을 말할 게 뭐가 있는가?진실을 그녀는 천 번을 말했지만, 그들은 모두 믿지 않는다!“또 또 벙어리 행세를 하기 시작하네.”나석진은 그녀의 팔을 꽉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서지현은 너무 아파서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알게 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의 이 가느다란 팔은 이미 그에게 여러 번 잡혔고 혈 자국이 생겼다.“내가 방금 왜 경찰 앞에서 감싸줬다고 생각해?”나석진은 악물고 말했다.“만약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경찰서에서보다 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거야!”“이거 놔요!”서지현은 힘껏 몸부림쳤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그녀는 구석으로 몰린 작은 짐승처럼 결연한 눈빛으로 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들은 귀족이고 부유한 가문이고 높은 지위의 사람이다. 그녀와 천양지차다.만약 그녀를 죽이고 싶으면 개미 한 마리를 밟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닌가?하지만 그녀는 또 무엇을 잘못했는가? 사람을 구하는 것도 잘못인가?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잘못인가?유찬혁을 만난 날 지하실로 끌고 가서 상처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그 거리에서 피 흘리다 죽게 놔뒀어야 한다는 건가?서지현은 두려움과 분노 때문에 몸이 떨렸다.집시 할머니의 말씀이 옳았다. 이런 신분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고 모두 거만하게 남을 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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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서지현은 눈앞의 부드럽고 하얀 손을 바라보았는데 그녀가 보았던 지하실에 있는 수많은 거친 손들과는 전혀 달랐다.손의 주인도 아우라가 있는 듯 예쁘고 부드럽지만 눈빛에는 결연함이 스며 있어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하지만 서지현은 그녀 같은 사람은 이렇게 깨끗한 손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숨을 깊게 한 번 쉬고 스스로 일어섰다.하지만 강서연이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서지현의 마음은 무엇인가에 찔린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고 한참 후 물었다.“저를... 믿으세요? 저 같은 사람은 남을 속이고 무엇이든 다 하는 사람인데 지금도 연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줬다.“서지현 씨는 연기를 못하지만 우리 여기에 연기 잘하는 영화배우가 있어요. 연기에 대해서는 이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고 어쩌면 다음에 경찰을 만나면 쓸모가 있을지도 몰라요!”서지현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나석진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서연아,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마! 이 사람은...”“어쨌거나 서지현 씨가 없었더라면 유 변호사님은 정말 길거리에서 죽었을지도 몰라요!”강서연은 그에게 눈짓을 했다.“어쨌거나 이번에 다행히 찾았잖아요. 서지현 씨도 고충이 있으니 더 이상 원망하지 마세요.”서지현은 강서연을 고맙게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그녀는 강서연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떠나려 했지만 떠나기 전 또 무언가가 떠올라 강서연에게 달려가 상자를 열어 보여줬다.“이 돈은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서지현은 정중하게 말했다.“원래 찬혁 오빠를 병원에 데려가 입원하려고 했는데 보니까 다 부자들이라 쓸모가 없을 것 같아서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돈은 깨끗한 거예요. 제 출신이 안 좋지만 법을 어긴 적이 없어요. 저는 평소에 집시들과 함께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관광객들에게 팁을 받습니다. 관광객들을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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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유찬혁은 이미 VIP 병실로 옮겼다.요즘은 줄곧 곽보미가 그를 돌보고 있었다.이번 영국 여행은 정말 몽환적이어서 유찬혁은 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다. 다만 이 꿈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뜰 때마다 곽보미가 곁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이렇게 고생할 필요 없어.”그가 부드럽게 말했다.“여기 의사와 간호사가 있어서 매일 오지 않아도 돼. 정말 너무 고생이야.”“나랑 같이 가기 싫어?”곽보미는 신선한 딸기를 가지고 왔는데 알이 동그랗고 통통한 것을 하나 골라 그의 입가에 갖다 대었다.유찬혁이 웃으며 꼼짝도 하지 않자 곽보미가 잠시 멈칫했다.“너 이거 안 먹어?”“아니.”유찬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네가 딸기를 먼저 한입 먹고 나머지 부분을 나한테 주면 돼!”곽보미는 웃으며 눈가가 약간 촉촉해졌다.“보미야...”유찬혁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등에 살포시 얹었다.“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어?”곽보미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여 말을 하지 않았다.“내가 왜 영국에 왔는지 알아?”“네가 영국에 온 것을 나는 몰랐어.”곽보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나중에 듣기로는... 네가 여기 와서 몇 가지 일을 처리한다고 들었어.”유찬혁은 고개를 저었다.“네가 여기 있기 때문이야.”곽보미는 마음이 흔들렸다.“내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는 한밤중이었고 전에 맨체스터에 몇 번 와본 적은 있지만 여기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공항 밖에 대기하고 있는 저 택시들 속에 현지 불법 택시가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어... 불행히도 나는 딱 그런 차를 타가지고 그 기사가 나를 그 달동네로 데려갔을 때야 느낌이 왔어.”“그냥 순순히 그 사람들에게 물건을 주면 되잖아!”곽보미는 조급했다.“그 사람들은 단지 재물을 노리고 있을 뿐, 목숨을 해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야! 얌전히 가방을 넘겨주고 핸드폰과 여권만 남겨주라고 하면 되잖아!”유찬혁은 시종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렇게 영리한 변호사가 어떻게 이런 대처 능력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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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응, 그래.”유찬혁은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곽보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이건... 어째서 정석대로 흘러가지 않는 거야!줄거리는 분명히 그녀가 가방을 뒤지겠다고 하자 그는 필사적으로 막아섰고, 그녀는 정말로 일어나서 가방을 들고 그의 앞에서 뒤집었고, 그리고 그가 급하게 잡아채는 사이에 그녀도 그에게 끌려갔고, 마지막에는...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온 세상이 핑크빛이 되어야 했잖아!감독 생활을 하면서 대본대로 하지 않는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다!“내 가방은 저기에 걸어 놓았어. 가져와 줘.”유찬혁이 웃으며 말하자 곽보미는 얼굴이 살짝 붉어져서 어쩔 수 없이 그를 한 번 보고는 가방을 건네주었다.“열어서 제일 안쪽에 있는 층을 꺼내봐.”곽보미는 지시대로 했다.변호사의 가방은 안에 3층 겉에 3층, 모두 중요한 사건 자료를 담고 있다.그녀는 그가 말한 대로 손을 뻗어 안을 만져 보다가 갑자기 작은 물건을 만졌는데, 천의 질감이 매우 익숙했다...그녀가 꺼내 보니, 뜻밖에도 다른 하나의 복주머니였다.“이건...”“이걸 꺼냈어?”유찬혁이 웃었다.“이게 이렇게 빨리 나오면 안 되지! 다시 만져봐!”곽보미는 의심 서린 눈빛으로 계속해서 만져 들어갔다.맨 안쪽 층 아래에서 그녀는 작은 편지를 꺼냈는데 꺼내는 순간 그녀의 심장은 거의 멈췄다. 편지에 적힌 글씨는 그녀에게 너무나 익숙했고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지나간 한 장면이 다시 뇌리에 떠올랐다.처음으로 사랑감정이 싹튼 그 시절, 그녀는 글씨를 곱씹으며 수도 없이 써서 이 연애편지를 만들었고, 그에게 직접 줄 용기가 없어 그의 탈의실 옷장 안에 몰래 숨겼다.결국 같은 반 남학생에게 발각되었는데... 바로 그 소문 잘 내는 배경원이었고 결국엔 그 일이 모두가 알게 되어 전교의 화제가 되었다.한동안 곽보미는 열등감에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어했다.그 편지에 서명이 없어 아무도 그것이 그녀가 준 것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그녀는 주위의 시선이 바늘처럼 자기를 찌르는 것만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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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유찬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보미야, 촬영할 때 NG 하잖아. 배우 컨디션 안 좋으면 NG도 많이 나고... 그럼 나도 한 번만 NG 해주면 안 돼? 내가 약속할게.”유찬혁이 더없이 정중하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는 반드시 한 번에 통과하고 곽 감독님의 최고의 남자 주인공이 될 거야!”곽보미는 잠시 멈칫하고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하지만 이내 다시 웃음을 지었다.그녀는 몸을 굽혀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으며 눈에는 행복함이 가득했다.“그래.”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부터 내 대본에는 네가 유일한 남자 주인공이야. 하지만 너는 감독의 지시를 따라야 해. 더 이상 독단적으로 대본을 바꾸면 안 돼. 알겠어?”유찬혁은 입꼬리를 올렸다.“곽 감독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밤이 되자 강서연은 최연준의 곁에 누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곱씹었다.유찬혁이 부상을 입고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지금 그가 위험에서 벗어난 것까지 사실 2주일에 불과했지만, 너무 길게 느껴졌다.강서연은 옆에 있는 남자를 보며 작은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뭐 하는 거야?”최연준이 웃으며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움직이지 말고 잠자코 누워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안 참을 거야.”그녀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얼른 손을 거두었다.“여보.”최연준이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큰 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둥근 배를 어루만졌으며 목소리에는 약간의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아기는 언제 나올 수 있어?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둘만의 시간이 없었어...”“왜요, 이제 와서 아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아니...”남자는 억지로 웃으며 마음속으로는 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우리의 아이예요. 그런 생각 하면 안 돼요!”강서연이 진지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임산부는 약간의 감상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서지현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더욱 그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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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강서연과 최연준은 밤새 달려 신제품 패션 회장에 도착했다.신제품 런칭쇼는 내일 오전에 진행된다. 그런데 스태프가 저녁에 마지막 점검을 하다가 십여 벌의 맞춤 드레스가 각기 다른 정도로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구멍 뚫린 곳이 크진 않았지만 미관에 영향을 미쳐 아예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딱 봐도 누군가 일부러 망가뜨린 것이 분명했다.강서연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옷들을 자세히 살펴본 후 물었다.“이 옷들이 3일 전에 도착한 거 아닌가요? 그때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어요?”“이 옷들은 브랜드 측의 수석 디자이너들이 직접 가져온 거예요. 운송 차량마저 방탄 차량이고 도착해서도 꼼꼼하게 살폈었는데 그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최연준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고 당장 CCTV를 확인하라고 분부했다.“서연아, 조급해하지 마.”최연준이 그녀를 위로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회장은 맨체스터에서 보안이 가장 좋은 곳이야. 정말로 누군가 일부러 망가뜨린 거라면 분명 CCTV에 찍혔을 거야.”강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발표회가 바로 내일인데...”“내일 발표회는 잠시 취소하도록 해.”최연준이 휴대 전화를 꺼내 비서에게 연락했다.“고급 드레스의 런칭쇼를 연기한다고 알려. 그리고 구체적인 시간은 미정이야.”“여보...”강서연이 긴장한 얼굴로 최연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고급 드레스 런칭쇼는 국제 패션 위크의 일부분이라 각계에서도 매우 중시했고 드레스의 디자이너들도 전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었다. 그런데 만약 김중 그룹에서 이 행사를 망친다면 체면이 깎이는 건 물론이고 거액의 위약금까지 물어내야 한다.“괜찮아.”최연준은 강서연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꽉 잡았다.“런칭쇼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 미뤘을 뿐이야. 위약금을 물어도 괜찮아. 난 당신의 건강이 가장 중요해.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선 안 되지. 안 그래?”강서연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니까 책임을 져도 내가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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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화들짝 놀란 곽보미가 강서연을 붙들었다.“흥분하지 말아요. 애가 놀라면 어떡해요.”강서연은 웃으며 곧장 회의실로 돌아가 디자이너들과 어떻게 디자인을 수정하면 좋을지 상의했다.구멍 난 부분이 그리 크지 않아 조금만 수정하고 동양의 요소를 가미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디자이너들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수정본을 확인한 그들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동양 요소들의 고귀함과 신비함이 드레스를 더욱 남다르게 만들어주었다.“그림으로 보면 효과는 아주 좋아요.”한 디자이너가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만든다는 건 아마 어려울 것 같아요.”회의실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이 드레스들은 전부 수작업으로 제작한 거예요. 이 부분도 예외는 아니고요.”“여기에 동양 요소가 담긴 무늬를 새긴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우리는 자수를 수놓을 줄 몰라요. 지금부터 배운다면 시간이 될까요?”강서연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구멍 난 곳에 자수를 수놓는 건 물론이고 바느질까지 해야 했다. 그리고 무늬가 옷감과도 잘 어울려야 하고 터진 자리가 절대 보여선 안 되었다. 그야말로 난도가 높은 작업이었다.문제는 그들도 자수할 줄 몰랐고 맨체스터를 다 뒤져도 자수 장인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 지금부터 배운다고 해도 여전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한참 고민하던 강서연은 오성에서 사람을 데려와야 하나 망설였다. 그런데 그때 한 가지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나석진이 서지현을 처음 만났을 때 그 혼혈 소녀가 외투를 그에게 팔려고 했었다.그때 나석진이 이런 평가를 했다.“서연아, 걔가 그 외투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몰라. 바느질이 어찌나 꼼꼼한지 나까지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니까. 허, 정말 감쪽같았어.”어릴 적부터 호의호식하며 지낸 나석진은 항상 좋은 것만 보면서 자랐다.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한다는 건 손재간이 엄청나다는 게 분명했다.강서연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새어 나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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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여길 활보하고 다니는 거예요? 이렇게 다니면 당신이 저 사람들의 타깃이 된다는 거 몰라요? 아마 몸에 지닌 걸 다 뺏겨서 팬티 바람으로 도망쳐야 할걸요?”나석진은 잠깐 흠칫하다가 이내 가볍게 웃었다.“그 정도로 심각해?”서지현이 진지하게 말했다.“찬혁 오빠가 당한 걸 보고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그때는 저녁에 사고가 났잖아...”“아저씨.”서지현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밤낮을 가리지 않아요.”“뭐?”나석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범죄라는 소리에 놀란 게 아니라 아저씨라는 호칭에 충격을 받았다.‘아저씨? 아까 찬혁 씨는 오빠라고 불렀잖아! 내가 아저씨라고 불릴 정도로 늙어 보여? ’나석진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고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그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던 서지현은 기분이 별로라는 걸 눈치챘다.‘하긴, 귀한 사람이 이런 곳에 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서지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정하게 물었다.“아저씨는 절 찾으러 왔어요? 찬혁 오빠는 인제 괜찮죠? 제... 제가 잘못했어요. 찬혁 오빠를 지하실에 며칠이나 가둬놓는 게 아닌데... 그래도 제가 찬혁 오빠의 목숨을 살려줬는데 용서해 주면 안 돼요?”서지현이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전 정말 배상할 돈이 없어요... 하지만 힘은 있어서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경찰에 신고하지만 말아줘요. 저... 강제적으로 추방되면 진짜 갈 곳이 없어요.”나석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서지현은 마음이 움찔했다.‘망했다! 그날 병원에서도 참 괴상했어. 아저씨처럼 잘난 사람은 당연히 나 같은 사람을 얕잡아보겠지. 인제... 정말로 나에게 뭐 어쩌려는 거 아니야?’“아저씨...”서지현이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저씨? 지금 제 말 듣고 있어요?”고개를 돌린 나석진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당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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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호텔 룸 밖에 서 있는 강서연은 안의 상황이 걱정되었다.그 룸은 나석진의 스위트 룸이었는데 서지현이 안에 들어간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나석진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서만 지냈다. 굳게 닫힌 방 안에는 서지현이 갇혀있었다.그는 경호원까지 데려다가 방문을 지키게 하면서 정작 자신은 여유롭게 밖으로 돌아다녔다. 호텔로 돌아오면 거실 소파에 축 늘어져 긴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술잔을 흔들며 그윽한 눈빛으로 방문을 쳐다보면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곤 했다.강서연은 경호원에게서 나석진이 서지현을 잡아 온 그날 딱 두 마디만 했다고 들었다.“들어가 있어!”이게 첫마디였다고 한다. 그러고는 모든 드레스와 설계도를 그녀에게 던지고 퉁명스럽게 두 번째 말을 내뱉었다.“자수를 완성하지 못하면 밥도 없어!”강서연이 실소를 터트렸다. 물론 나석진이 진짜로 서지현을 굶길 리가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평소 매우 점잖고 팬들에게도 다정한 나석진이 왜 서지현을 만난 후에 이성을 잃은 것일까?“서연이 왔어?”나석진은 그제야 문 앞에서 왔다 갔다 망설이는 강서연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가려야 하는 음식도 많았다. 아무거나 마실 수 없어 그냥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강서연은 웃으며 컵을 건네받고는 안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지현 씨는...”“걱정하지 마.”나석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솜씨가 재빠르고 능숙해서 하루만 더 주면 다 완성할 거야.”그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이 옷장에서 서지현이 자수를 마친 몇 벌을 꺼냈다. 옷을 보자마자 강서연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이 세상에 이런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정말로 있구나!’“어때? 괜찮지?”나석진이 말을 이었다.“저 녀석 다른 재주는 없어도 손재간은 아주 훌륭해. 허, 예전에 남양 집에도 자수를 놓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는데 다들 고수였어. 그런데 다 얘보다 못해.”“오빠가 이렇게까지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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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서지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떠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아쉬웠다.조급해진 나석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서지현이 아무 반응이 없자 얼굴을 톡톡 치려던 그때 의사가 말렸다.“아가씨가 그동안 너무 과로해서 이런 거니까 푹 자게 내버려둬요. 한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겁니다.”“한잠이요? 벌써 12시간이나 잤다고요.”시계를 내려다보는 나석진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너무 오래 자서 바보가 되는 건 아니겠죠?”의사는 헛웃음을 짓더니 별다른 말 없이 그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석진은 모든 화를 문 앞의 경호원에게 쏟아냈다.“거기 서서 뭐 해? 다시 가서 의사 선생님을 모셔 와!”“도련님, 그건...”경호원도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방금 나간 의사는 벌써 다섯 번째 의사였다. 물론 의사마다 전부 똑같은 말만 했다.서지현이 이틀 밤낮을 자지 않고 꼬박 새웠으니 당연히 충분한 수면이 필요했다. 너무나도 정상적인 일인데 왜 도련님은 이토록 긴장하는 걸까?경호원들은 또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워 의사를 찾으러 가는 척했다.나석진은 문을 쾅 닫고 들어와 서지현의 옆에 앉았다.소녀의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긴 하지만 안색은 그래도 괜찮았다. 발그스름한 두 볼이 마치 봄날의 벚꽃 같았고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은 동화 속의 잠자는 공주 같았다.나석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에게 바느질하라고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밥도 먹지 말고 잠도 자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서지현이 진짜로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 이틀 밤낮을 꼬박 새우면서 아주 훌륭한 무늬를 드레스에 수놓았다. 그러다가 결국 과로로 쓰러지고 말았다.‘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거야? 설마 바보는 아니겠지?’나석진은 후회막심했고 자신을 자책했다.‘고작 호칭 때문에 어린애에게 왜 그랬을까? 품위나 잃게...’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갈색 곱슬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숱이 많고 촘촘하여 아주 예뻤다.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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