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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Author: 빛나라
last update Huling Na-update: 2024-02-06 18:00:00
강서연과 최연준은 밤새 달려 신제품 패션 회장에 도착했다.

신제품 런칭쇼는 내일 오전에 진행된다. 그런데 스태프가 저녁에 마지막 점검을 하다가 십여 벌의 맞춤 드레스가 각기 다른 정도로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구멍 뚫린 곳이 크진 않았지만 미관에 영향을 미쳐 아예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딱 봐도 누군가 일부러 망가뜨린 것이 분명했다.

강서연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옷들을 자세히 살펴본 후 물었다.

“이 옷들이 3일 전에 도착한 거 아닌가요? 그때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어요?”

“이 옷들은 브랜드 측의 수석 디자이너들이 직접 가져온 거예요. 운송 차량마저 방탄 차량이고 도착해서도 꼼꼼하게 살폈었는데 그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최연준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고 당장 CCTV를 확인하라고 분부했다.

“서연아, 조급해하지 마.”

최연준이 그녀를 위로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회장은 맨체스터에서 보안이 가장 좋은 곳이야. 정말로 누군가 일부러 망가뜨린 거라면 분명 CCTV에 찍혔을 거야.”

강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발표회가 바로 내일인데...”

“내일 발표회는 잠시 취소하도록 해.”

최연준이 휴대 전화를 꺼내 비서에게 연락했다.

“고급 드레스의 런칭쇼를 연기한다고 알려. 그리고 구체적인 시간은 미정이야.”

“여보...”

강서연이 긴장한 얼굴로 최연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고급 드레스 런칭쇼는 국제 패션 위크의 일부분이라 각계에서도 매우 중시했고 드레스의 디자이너들도 전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었다. 그런데 만약 김중 그룹에서 이 행사를 망친다면 체면이 깎이는 건 물론이고 거액의 위약금까지 물어내야 한다.

“괜찮아.”

최연준은 강서연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꽉 잡았다.

“런칭쇼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 미뤘을 뿐이야. 위약금을 물어도 괜찮아. 난 당신의 건강이 가장 중요해.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선 안 되지. 안 그래?”

강서연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니까 책임을 져도 내가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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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들짝 놀란 곽보미가 강서연을 붙들었다.“흥분하지 말아요. 애가 놀라면 어떡해요.”강서연은 웃으며 곧장 회의실로 돌아가 디자이너들과 어떻게 디자인을 수정하면 좋을지 상의했다.구멍 난 부분이 그리 크지 않아 조금만 수정하고 동양의 요소를 가미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디자이너들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수정본을 확인한 그들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동양 요소들의 고귀함과 신비함이 드레스를 더욱 남다르게 만들어주었다.“그림으로 보면 효과는 아주 좋아요.”한 디자이너가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만든다는 건 아마 어려울 것 같아요.”회의실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이 드레스들은 전부 수작업으로 제작한 거예요. 이 부분도 예외는 아니고요.”“여기에 동양 요소가 담긴 무늬를 새긴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우리는 자수를 수놓을 줄 몰라요. 지금부터 배운다면 시간이 될까요?”강서연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구멍 난 곳에 자수를 수놓는 건 물론이고 바느질까지 해야 했다. 그리고 무늬가 옷감과도 잘 어울려야 하고 터진 자리가 절대 보여선 안 되었다. 그야말로 난도가 높은 작업이었다.문제는 그들도 자수할 줄 몰랐고 맨체스터를 다 뒤져도 자수 장인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 지금부터 배운다고 해도 여전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한참 고민하던 강서연은 오성에서 사람을 데려와야 하나 망설였다. 그런데 그때 한 가지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나석진이 서지현을 처음 만났을 때 그 혼혈 소녀가 외투를 그에게 팔려고 했었다.그때 나석진이 이런 평가를 했다.“서연아, 걔가 그 외투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몰라. 바느질이 어찌나 꼼꼼한지 나까지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니까. 허, 정말 감쪽같았어.”어릴 적부터 호의호식하며 지낸 나석진은 항상 좋은 것만 보면서 자랐다.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한다는 건 손재간이 엄청나다는 게 분명했다.강서연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새어 나왔다.지

    Huling Na-update : 2024-02-06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08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여길 활보하고 다니는 거예요? 이렇게 다니면 당신이 저 사람들의 타깃이 된다는 거 몰라요? 아마 몸에 지닌 걸 다 뺏겨서 팬티 바람으로 도망쳐야 할걸요?”나석진은 잠깐 흠칫하다가 이내 가볍게 웃었다.“그 정도로 심각해?”서지현이 진지하게 말했다.“찬혁 오빠가 당한 걸 보고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그때는 저녁에 사고가 났잖아...”“아저씨.”서지현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밤낮을 가리지 않아요.”“뭐?”나석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범죄라는 소리에 놀란 게 아니라 아저씨라는 호칭에 충격을 받았다.‘아저씨? 아까 찬혁 씨는 오빠라고 불렀잖아! 내가 아저씨라고 불릴 정도로 늙어 보여? ’나석진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고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그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던 서지현은 기분이 별로라는 걸 눈치챘다.‘하긴, 귀한 사람이 이런 곳에 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서지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정하게 물었다.“아저씨는 절 찾으러 왔어요? 찬혁 오빠는 인제 괜찮죠? 제... 제가 잘못했어요. 찬혁 오빠를 지하실에 며칠이나 가둬놓는 게 아닌데... 그래도 제가 찬혁 오빠의 목숨을 살려줬는데 용서해 주면 안 돼요?”서지현이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전 정말 배상할 돈이 없어요... 하지만 힘은 있어서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경찰에 신고하지만 말아줘요. 저... 강제적으로 추방되면 진짜 갈 곳이 없어요.”나석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서지현은 마음이 움찔했다.‘망했다! 그날 병원에서도 참 괴상했어. 아저씨처럼 잘난 사람은 당연히 나 같은 사람을 얕잡아보겠지. 인제... 정말로 나에게 뭐 어쩌려는 거 아니야?’“아저씨...”서지현이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저씨? 지금 제 말 듣고 있어요?”고개를 돌린 나석진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당장이

    Huling Na-update : 2024-02-06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09화

    호텔 룸 밖에 서 있는 강서연은 안의 상황이 걱정되었다.그 룸은 나석진의 스위트 룸이었는데 서지현이 안에 들어간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나석진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서만 지냈다. 굳게 닫힌 방 안에는 서지현이 갇혀있었다.그는 경호원까지 데려다가 방문을 지키게 하면서 정작 자신은 여유롭게 밖으로 돌아다녔다. 호텔로 돌아오면 거실 소파에 축 늘어져 긴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술잔을 흔들며 그윽한 눈빛으로 방문을 쳐다보면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곤 했다.강서연은 경호원에게서 나석진이 서지현을 잡아 온 그날 딱 두 마디만 했다고 들었다.“들어가 있어!”이게 첫마디였다고 한다. 그러고는 모든 드레스와 설계도를 그녀에게 던지고 퉁명스럽게 두 번째 말을 내뱉었다.“자수를 완성하지 못하면 밥도 없어!”강서연이 실소를 터트렸다. 물론 나석진이 진짜로 서지현을 굶길 리가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평소 매우 점잖고 팬들에게도 다정한 나석진이 왜 서지현을 만난 후에 이성을 잃은 것일까?“서연이 왔어?”나석진은 그제야 문 앞에서 왔다 갔다 망설이는 강서연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가려야 하는 음식도 많았다. 아무거나 마실 수 없어 그냥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강서연은 웃으며 컵을 건네받고는 안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지현 씨는...”“걱정하지 마.”나석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솜씨가 재빠르고 능숙해서 하루만 더 주면 다 완성할 거야.”그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이 옷장에서 서지현이 자수를 마친 몇 벌을 꺼냈다. 옷을 보자마자 강서연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이 세상에 이런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정말로 있구나!’“어때? 괜찮지?”나석진이 말을 이었다.“저 녀석 다른 재주는 없어도 손재간은 아주 훌륭해. 허, 예전에 남양 집에도 자수를 놓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는데 다들 고수였어. 그런데 다 얘보다 못해.”“오빠가 이렇게까지 칭찬

    Huling Na-update : 2024-02-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10화

    서지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떠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아쉬웠다.조급해진 나석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서지현이 아무 반응이 없자 얼굴을 톡톡 치려던 그때 의사가 말렸다.“아가씨가 그동안 너무 과로해서 이런 거니까 푹 자게 내버려둬요. 한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겁니다.”“한잠이요? 벌써 12시간이나 잤다고요.”시계를 내려다보는 나석진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너무 오래 자서 바보가 되는 건 아니겠죠?”의사는 헛웃음을 짓더니 별다른 말 없이 그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석진은 모든 화를 문 앞의 경호원에게 쏟아냈다.“거기 서서 뭐 해? 다시 가서 의사 선생님을 모셔 와!”“도련님, 그건...”경호원도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방금 나간 의사는 벌써 다섯 번째 의사였다. 물론 의사마다 전부 똑같은 말만 했다.서지현이 이틀 밤낮을 자지 않고 꼬박 새웠으니 당연히 충분한 수면이 필요했다. 너무나도 정상적인 일인데 왜 도련님은 이토록 긴장하는 걸까?경호원들은 또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워 의사를 찾으러 가는 척했다.나석진은 문을 쾅 닫고 들어와 서지현의 옆에 앉았다.소녀의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긴 하지만 안색은 그래도 괜찮았다. 발그스름한 두 볼이 마치 봄날의 벚꽃 같았고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은 동화 속의 잠자는 공주 같았다.나석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에게 바느질하라고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밥도 먹지 말고 잠도 자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서지현이 진짜로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 이틀 밤낮을 꼬박 새우면서 아주 훌륭한 무늬를 드레스에 수놓았다. 그러다가 결국 과로로 쓰러지고 말았다.‘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거야? 설마 바보는 아니겠지?’나석진은 후회막심했고 자신을 자책했다.‘고작 호칭 때문에 어린애에게 왜 그랬을까? 품위나 잃게...’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갈색 곱슬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숱이 많고 촘촘하여 아주 예뻤다.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Huling Na-update : 2024-02-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11화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나석진은 깜짝 놀랐다. 다른 요구라도 얘기할 줄 알았는데 단지 맛있는 밥 한 끼뿐이었다.그의 뇌리에 범죄자가 득실거리던 그 길거리가 또다시 떠올랐다. 더럽고 협소한 지하실, 그리고 광장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여행객의 시선을 끄는 집시들... 이 세상에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다.미안한 마음이 밀려온 나석진은 고개를 들어 기대 가득한 소녀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힘겹게 대답했다.“알았어.”서지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잠도 푹 잤겠다, 이따가 맛있는 음식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이게 바로 천국인 건가?잠시 후 누군가 밥을 가져왔다. 전부 이 호텔의 최고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었는데 일하는 이틀 동안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어 보였다.서지현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였고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먹으려다가 갑자기 다시 멈추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침대를 깔끔하게 정리한 후 음식을 탁자 위로 옮겼다.나석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침대 옆까지 가져다줬으면 침대에서 먹으면 되지, 왜 내려와?”“먹다가 흘리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이렇게나 좋은 침대를 더럽힐 수는 없죠.”서지현은 연어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감탄했다.“너무 맛있어요! 너무!”나석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지현이 이깟 침대를 왜 이렇게나 아끼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더러워지면 청소부에게 맡겨 깨끗이 빨라고 하면 되는데.서지현도 나석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무슨 물건이든 그에게는 별거 아니었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할라.”나석진은 옆에 서서 물과 휴지를 챙겨주었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춧가루를 뿌리는 것조차 도우미가 옆에서 뿌려줬었는데 이젠 그가 어린 소녀를 챙겨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Huling Na-update : 2024-02-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12화

    최연준은 나석진에게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나석진은 처음에는 사양하는 척하다가 이내 캐리어를 들고 그의 별장으로 들어왔다.두 남자는 카펫 위에 앉아서 한잔했고 강서연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태교 음악을 들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이었는데 선율이 웅장하면서도 고상하고 역동적이었다.하지만 나석진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온통 그 광장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집시들은 제대로 된 악기가 없어 교향곡 같은 걸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단지 탬버린 하나와 건반 하나로 커다란 광장을 파티 현장으로 만들었고 주변에 놀라움을 선사했다.‘그 계집애가 롱 원피스를 입고 하늘하늘 춤추는 모습은 어떨까? 목소리가 밤꾀꼬리 같아 노래를 부르면 아주 듣기 좋겠지? 그러면 주변에 보는 남자들도 많을 텐데...’그 생각에 마음이 움찔한 나석진은 저도 모르게 술잔을 꽉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였다.“뭐 해요?”최연준이 귀띔했다.“형님 차례예요.”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나석진은 최연준이 조롱 섞인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카드를 내지 않아도 이미 진 상황이었다.“그만 놀아요.”그는 카드를 휙 던지며 툴툴거렸다. 최연준은 웃으며 강서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나석진이 누굴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그렇게 걱정되면 가서 보면 되잖아요.”강서연이 피식 웃었다.“손발이 멀쩡하고 잡는 사람도 없는데 왜 안 가요?”“서연이 너 지금 날 내쫓는 거야?”나석진은 그녀를 째려보고는 최연준에게 시선을 옮겼다.“와이프 좀 단속해요.”하지만 최연준은 아예 강서연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와이프 말이 맞아요.”“당신...”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외로운 건 솔로뿐이다. 나석진은 약이 바싹 올랐다.“매제는 정말 도움이 안 돼요.”최연준은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석진은 술잔을 내려놓더니 피식 웃었다.“아내 바보가 따로 없다니까요.”“네...”최연준은 진지한 척했다

    Huling Na-update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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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준은 순간 흠칫하며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인가?남의 음모 때문에 항공기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어릴 적부터 남이 해칠까 늘 경계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옆에 똑똑한 아내가 있다는 것이다...그녀가 매번 이런 목숨이 달린 문제를 낼 때마다 최연준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얼른 대답해요.”강서연은 작은 얼굴을 그에게 들이밀고 눈을 깜빡이며 웃을 듯 말 듯 했다.“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요, 없어요?”잠깐 생각하던 최연준은 적절히 대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강서연의 손을 덥석 잡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말했다.“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바로 사라졌어. 왜냐하면... 당신을 사랑하게 된 속도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거든. 그때 내 머릿속에 군대가 들어있었는지 그 생각이 들자마자 군대들이 바로 진압해 버렸어.”최연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러다가 나중에 그 군대가 왜 그리 강했는지 알게 되었어. 군대의 이름이 바로 ‘사랑해’ 였거든.”강서연의 두 볼이 발그스름해졌고 쑥스러워하며 그에게 기댔다. 전에는 한 손으로도 강서연을 안을 수 있었지만 배가 불러오면서 이젠 두 손으로 안아야 했다.최연준이 그녀를 끌어안자 아이가 갑자기 움직였다. 너무나도 신기한 태동에 최연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여보, 아들이 방금 나에게 인사한 거야?”“네.”갑자기 마음이 울컥하고 코끝이 찡한 강서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아들이 그러는데 나중에 태어난 후에도 당신의 군대를 영원히 머릿속에 남겨둬야 한대요.”“당연하지.”최연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임신한 후로 살이 많이 올라서 볼도 통통해졌다.“여보, 아들이 태어나면 세 식구가 돼.”최연준의 한마디 한마디에 그녀에 대한 사랑이 넘쳐흘렀다.“나중에 아이가 더 생기면 네 식구, 다섯 식구가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아이가 몇 명이든 당신과의 세상을 따로 남겨둘 거야. 그 세상에는

    Huling Na-update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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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연이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지 알 리가 없었던 서지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서지현이 멋쩍게 웃으며 떠보듯 물었다.“언니, 왜 그래요?”강서연은 대답할 새도 없이 그녀를 덥석 잡아당겼다. 곧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들이 일제히 그녀를 둘러쌌다.“저 짧은 치마를 가져와요.”강서연은 서지현을 자세히 살펴보며 지휘했다.“음... 키가 좀 작네요. 하이힐을 신어도 모델보다 작아요. 그럼 런웨이에 서지 말고 꽃마차에 앉아서 현장을 한 바퀴 돌게 하죠.”“좋은 생각이에요, 사모님.”“그리고 메이크업은 너무 진하게 하지 말아요.”서지현의 미모 자체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얼굴이라 메이크업이 진하면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덮어버릴 수 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강서연의 분부대로 바로 움직였다. 스타일리스트도 옷을 가져와 서지현의 몸에 대고 어림잡아 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지현의 키가 크진 않았지만 몸매는 좋았다. 글래머한 가슴에 가느다란 허리, 그리고 다리가 길어서 비율이 아주 완벽했다. 심지어 전문 모델보다도 더 나은 것 같았다.디자이너의 눈에 그녀는 걸어 다니는 옷걸이와도 같았다. 다만 사이즈가 좀 작을 뿐.“사모님, 이분이 일어서지만 않는다면 런칭쇼는 계속할 수 있어요. 이 짧은 드레스를 원래는 다른 모델에게 입히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모델이 입으면 너무 노출이 심해서 런칭쇼 주제와 어울리지 않을까 봐 망설였었는데 지금 그 문제가 해결됐네요.”강서연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이번 런칭쇼의 주제는 낭만과 감미로움이기에 노출이 너무 심해선 안 된다. 서지현이 꽃마차에 앉아 맨 마지막에 등장했다가 현장을 한 바퀴 돌면 완벽하게 막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강서연과 달리 서지현이 긴장해 하기 시작했다.“언... 언니, 대체 뭘 어쩌려는 거예요? 저...”“뭘 어쩌려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거울 앞으로 데려가 앉히고는 거울 속의 그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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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소피아는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건... 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은 모든 걸 여동생에게 넘겼잖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랑 제임스는? 당신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여기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제임스를 어떻게 키우겠어?”“그만해!”배현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소피아는 오직 자신과 제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소피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현진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대하려 했던 건 소피아를 사랑해서지,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현진 씨...”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고 우리가 순조롭게 결혼하길 원했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네가 원하는 건, 배씨 가문을 차지하는 거잖아?”“당신...”“윤아는 내 친동생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등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배현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소피아는 배현진의 외침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배현진! 앞으로 네 여동생이랑 살 거야? 아니면 나랑 살 거야?”그 말에 배현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소피아의 뺨을 세게 때리며 속에 쌓여 있던 모든 후회와 분노를 폭발시켰다.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배현진의 얼굴을 긁으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며 뒤엉켰고 배현진의 얼굴에는 소피아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그때, 경찰이 방으로 들이닥쳐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차가운 수갑이 소피아의 손목에 채워졌다.배현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소피아가 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의 존재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온몸이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다시는 하나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4화

    임지강은 대출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 선명한 배현진의 서명과 붉게 찍힌 도장은 마치 피로 얼룩진 조롱처럼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제 생각엔,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조 회장이 말했다.“지강아, 빨리 돈을 배 도련님 계좌로 송금하고 그 두 광산을 사들여라. 그리고 배 도련님,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대해주고 있는데, 도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죠. 흥! 약속을 어기는 일은 배씨 가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배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절망이 그의 마음을 홍수처럼 휩쓸고 있었다.“배씨 가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제가 데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배 도련님도 보고 싶었을 겁니다.”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룸의 문이 열리며 배윤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배현진은 배윤아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놀라움은 곧 걱정과 초조함으로 변했다. 배현진은 재빨리 배윤아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윤아야, 괜찮아?”“나 괜찮아.”배윤아는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고작 사흘뿐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러나 배윤아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하는 순간, 증오가 담긴 눈빛이 소피아를 사로잡았다. 배윤아는 이를 악물며 소피아를 가리켰다.“오빠, 바로 저 여자가 사람을 시켜 날 해친 거야!”“뭐라고?”배현진은 몸을 떨며 경악했다.소피아는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발악하듯 배현진 곁으로 뛰어들며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아니야! 윤아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네가 사라진 동안, 난 네 소식을 찾으려고 정말 애를 썼어. 난 정말로...”“거짓말하지 마세요!”배윤아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소피아 씨가 사람을 시켜 날 폭행하고 내 물건을 훔쳐 간 건 분명해요! 그리고 소피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게 배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3화

    “조 회장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소피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우리가 그 광산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시잖아요. 대박을 기대했는데, 지금 헐값에 팔면 원금도 못 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요. 게다가 그 돈은 전부 은행 대출입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조 회장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건 아가씨가 주도한 일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배 도련님이 처음엔 그 두 광산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만.”“조 회장님...”“배 도련님.”조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오히려 추악한 수단으로 올라선 여자의 말을 믿었으니, 그 손해는 당연히 본인이 책임져야죠.”“지금 말 다했어요?”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며 격분해 외쳤다.조 회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짓누르듯 바라보았다. 그때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소피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배 도련님, 매입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배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회장은 부하에게 매입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배현진은 그만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임지강과 송윤지였다.배현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테이블을 건드렸고 접시와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임지강도 옆에 나란히 앉았다.“배 도련님, 아는 분이시죠?”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따로 소개해 드려야 할까요?”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배 도련님.”임지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도련님이 투자하신 두 광산이 이제 3200억밖에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3400억에 사들이겠습니다. 도련님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2화

    화면에 띄워진 데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배현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피아 역시 어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피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우리가 1조를 들여 산 두 광산이라고! 무려 1조라고!”배현진이 소리쳤다.“가격이 분명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3200억으로 폭락한 거냐고!”“나도... 나도 모르겠어...”소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광산의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했었단 말이야. 그 두 광산은 운산시에 있는데, 지금 운산시 광산 가격이 상승세잖아. 분명 손해 볼 투자가 아니었어.”“하지만 지금 상황 좀 봐.”배현진은 입술을 떨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피아, 그 1조는 전부 은행 대출금이야. 지금 난 은행에 수천억 빚을 졌고 이자도 엄청나다고.”“현진 씨, 진정해.”소피아는 급히 배현진을 달래며 말했다.“이 일은 조 회장이 중간에서 소개한 거래잖아. 조 회장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내가 직접 물어볼게.”...배현진과 소피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호텔 룸에서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진은 오늘의 만남을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도록 특별히 부탁했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의 대표 메뉴들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조 회장이 방에 들어서자, 배현진은 그가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의 눈빛은 마치 코너에 몰린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았고 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쥐가 된 듯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두 분이 너무 과하게 준비하셨네요.”조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의 술잔을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나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1화

    이른 아침, 소피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옆에 누운 남자의 맨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배현진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했다.배현진은 그녀의 키스에 미소로 답하며 부드럽게 눈을 떴다.하룻밤의 열정에 지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희미한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제임스는 아직 안 깨어났어?”“이 시간엔 절대 안 일어나요.”소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한 번 더?”“아니.”배현진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그는 정말로 피곤했다. 소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매일 밤 이렇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걸까?소피아는 송윤지와 완전히 달랐다. 송윤지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가 바라볼 때만 순수한 미소를 띠곤 했다.배현진은 문득 송윤지를 떠올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자기야, 무슨 일이야?”“아, 별거 아니야.”배현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맞다, 나 현진 씨랑 상의할 게 있어.”소피아는 배현진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리며 말했다.“제임스도 점점 크고 있어. 가정교사를 불러서 집에서만 공부시키는 건 이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어쨌든 앞으로는 제임스가 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지?”“음...”배현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모님이 이미 가업을 전부 윤아에게 넘겼잖아.”소피아는 미소를 띠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흡족해했다.배윤아 같은 풋내기는 소피아와 겨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배윤아를 기절시켜 조 회장의 카지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조 회장이 배윤아를 데려갔으니, 모두가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조 회장과 임지강이라고 믿을 것이다.혹시 조 회장이 색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0화

    “어떻게 소피아라는 걸 확신하죠?”배윤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부모님이 회사의 핵심 자료를 제게 모두 맡기셨어요. 그런데 그걸 받은 지 이틀 만에 공격을 당했죠.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임지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그 자료들은 어디 있어요?”“아마 소피아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자료들은 너무 중요해서 항상 제 곁에 두고 다녔거든요. 하지만 그날 제가 기절하고 다시 깨어났을 때,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만...”“다만 뭐요?”“법인 도장은 가방 안에 없었어요.”배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약간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법인 도장은 본사가 모든 자원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에요. 엄마가 제게 주자마자 저는 바로 군성이에게 맡겼어요. 지금 법인 도장은 최씨 가문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어요.”“그렇다면 소피아가 자료를 손에 넣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겠군요?”배윤아는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똑똑하네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었다.“배씨 가문 사람들도 다 무능하진 않나 보네요.”“임 선생님...”배윤아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오빠가 송윤지에게 잘못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임 선생님이 우리 가문에 복수하려고 저를 납치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선생님은 그런 수준 낮은 사람이 아니니까요.”임지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확실히 똑똑한 사람이네요.”그러나 배윤아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런데... 정말 우리 오빠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요?”임지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임지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족들에게 안부 전화라도 주세요.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실 거예요.”“이미 군성이에게 연락을 했어요.”배윤아가 말했다.“군성이에게 조용히 아빠에게 알려 드리라고 했어요. 엄마는 충격을 받으시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제 상황을 오빠에겐 비밀로 해야 해요. 오빠와 소피아는 제가 조 회장님에게 잡혀 있고 선생님이 일부러 복수를 위해 조 회장님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9화

    “설마...”“소피아!”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이름을 입에 올린 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정말 소피아일 줄이야.”임지강이 담배를 꺼내 들었다. 조 회장이 눈짓을 하자 부하가 공손히 불을 붙였다.방 안은 금세 니코틴 냄새로 가득 찼고 임지강은 잠시 침묵하며 담배 재를 털어냈다.“아마... 조 회장님도 지금 저와 같은 처지겠죠.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했다는 누명을 쓰게 됐으니 말이에요.”“그러게 말이야.”조 회장은 차갑게 웃었다.“겉으로는 온갖 아부를 떨면서도 뒤에서는 이런 음모를 꾸미고 내가 배윤아를 납치했다고 소문까지 퍼뜨리고 있더군.”“회장님과 제가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의심의 화살을 제게도 돌리겠죠.”임지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연루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저 때문에 저의 매형까지 연루되면, 배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사이도 틀어질 거고요.”“그 여자는 이런 식으로 우리 모두를 자기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조 회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웃기지 말라 그래.”조 회장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임지강은 조 회장의 꽉 쥐어진 주먹을 발견했다. 그의 손등에는 화가 잔뜩 난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조 회장님.”임지강은 잠시 침묵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운산시 광산의 가격을 조작하도록 제가 이미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 두 광산은 이제 그렇게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알고 있어.”조 회장은 임지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 일은 원래 자네 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이야. 자네의 화가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내 수고도 헛된 게 아니야. 하지만 문제는...”조 회장은 손짓으로 방 안을 가리켰다.그때 방 안에서 배윤아가 몸을 뒤척이며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임지강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배윤아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조 회장은 잠시 망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8화

    임지강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그를 철저히 파산시키고 싶습니다.”“배씨 가문 전체를 함께 무너뜨리겠다는 뜻인가?”조 회장이 묻자, 임지강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저라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지금은...”“지금은 마음이 약해졌다는 건가?”조 회장이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내가 알던 임지강은 그런 자비를 베풀 인물이 아닌데?”임지강도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 뒤로 누군가의 맑은 눈빛과 깨끗한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번 일은 송윤지가 부탁해서 오게 된 것이었다.송윤지는 배윤아의 실종 소식을 듣고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비록 배현진과 부부의 연을 맺지 못했지만, 배윤아와는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기에 친구로서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임지강 자신도 이곳에 올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송윤지의 부탁 때문이고 또 하나는 배윤아의 납치 사건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덮어씌워졌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임지강은 배윤아와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사실상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조 회장님, 전 자비를 베푸는 게 아닙니다.”임지강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단지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이미 많은데 한낱 파리 한 마리와 얽혀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 녀석에게 적당히 벌을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게다가 저는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는 아무런 원한도 없으니, 배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뜨릴 필요는 없습니다.”“흠...”조 회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1조라... 적지 않은 금액이지. 배현진은 은행에서 전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고 하더군. 이 일이 발각되면 한동안 꽤 고생하겠지.”“조 회장님, 사실 오늘 제가 온 이유는 다른 목적도 있어서입니다.”임지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약간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손짓으로 그를 제지하며 미소를 지었다.조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따라오라는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7화

    배현진은 병원 복도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그럴 리가 없어...”한참 동안 앉아 있던 배현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연준 아저씨와 서연 이모는 소피아와 함께 지낸 적이 없잖아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소피아는 절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이 녀석아,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고집을 부릴 거야.”최연준이 엄하게 꾸짖었다.배경원은 아무 말 없이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절망이 서려 있었다.“그만해요, 셋째 형님...”배경원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수정이가 응급실에 있는데, 이 아이와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없는 아들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아버지!”“꺼져버려!”배경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눈빛 너머에는 모든 걸 놓아버린 듯한 깊은 허무가 스며 있었다.배현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돌아섰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돌아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윤아를 반드시 무사히 데려올게요. 엄마도 무사할 거예요. 우리 가족은...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거예요.”배경원은 아들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잠시 후, 응급실의 불이 꺼졌다. 배경원은 화살처럼 뛰어가며 아내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의사가 땀으로 흠뻑 젖은 마스크를 벗으며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배 선생님, 사모님께서는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뭐라고요?”강서연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건, 앞으로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다들 진정하세요.”의사는 부드럽게 설명했다.“사모님의 상태가 많이 복잡합니다. 곧바로 특수 병동으로 옮길 예정이라 당분간 면회는 어려울 겁니다. 이번 주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실 가능성이 큽니다.”세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며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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