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10화

서지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떠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아쉬웠다.

조급해진 나석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서지현이 아무 반응이 없자 얼굴을 톡톡 치려던 그때 의사가 말렸다.

“아가씨가 그동안 너무 과로해서 이런 거니까 푹 자게 내버려둬요. 한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한잠이요? 벌써 12시간이나 잤다고요.”

시계를 내려다보는 나석진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무 오래 자서 바보가 되는 건 아니겠죠?”

의사는 헛웃음을 짓더니 별다른 말 없이 그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석진은 모든 화를 문 앞의 경호원에게 쏟아냈다.

“거기 서서 뭐 해? 다시 가서 의사 선생님을 모셔 와!”

“도련님, 그건...”

경호원도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방금 나간 의사는 벌써 다섯 번째 의사였다. 물론 의사마다 전부 똑같은 말만 했다.

서지현이 이틀 밤낮을 자지 않고 꼬박 새웠으니 당연히 충분한 수면이 필요했다. 너무나도 정상적인 일인데 왜 도련님은 이토록 긴장하는 걸까?

경호원들은 또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워 의사를 찾으러 가는 척했다.

나석진은 문을 쾅 닫고 들어와 서지현의 옆에 앉았다.

소녀의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긴 하지만 안색은 그래도 괜찮았다. 발그스름한 두 볼이 마치 봄날의 벚꽃 같았고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은 동화 속의 잠자는 공주 같았다.

나석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바느질하라고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밥도 먹지 말고 잠도 자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서지현이 진짜로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 이틀 밤낮을 꼬박 새우면서 아주 훌륭한 무늬를 드레스에 수놓았다. 그러다가 결국 과로로 쓰러지고 말았다.

‘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거야? 설마 바보는 아니겠지?’

나석진은 후회막심했고 자신을 자책했다.

‘고작 호칭 때문에 어린애에게 왜 그랬을까? 품위나 잃게...’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갈색 곱슬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숱이 많고 촘촘하여 아주 예뻤다.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