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왜... 모든 게 다 바뀐 걸까?“연준아.”김성주가 안절부절못했다.“미현이에게 이러지 마. 미현이는... 네 외숙모야. 좋게 좋게 말로 하면 안 돼? 네 외숙모도 저 두 사람에게 모함당했을 거야.”최연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두 눈에 그늘이 스쳤다.김자옥은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밖으로 나갔다. 외할아버지가 마음이 약해지지 않더라고 어머니가 어릴 적의 사고 때문에 김성주에게 죄책감이 들어 망설일 것이다.손미현은 김성주에게 기댄 채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울었다.“난 몰라. 아무튼... 아무튼 우리 와이프 괴롭히지 마!”김성주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최연준, 네 외숙모의 화를 계속 돋우었다간 절대 가만 안 둬.”최연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은 여전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삼촌, 정말 죄송해요.”최연준이 김성주를 보며 말했다.“삼촌은 저 여자 때문에 우리 엄마와 여러 번이나 싸웠어요. 그리고 매번 싸울 때마다 엄마는 항상 삼촌에게 져줬죠. 하지만 이번 일은 엄마가 간섭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삼촌이 아내를 감싸고 도는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예요.”최연준의 눈빛이 매우 날카로웠다.“감히 우리 와이프를 건드렸다간 그 누가 됐든 평생 하루도 편한 날이 없게 만들 겁니다.”“너...”“가만히 서서 뭐 해?”최연준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흑인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이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은 당장 내쫓아. 그리고 다시는 이 건물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해!”...“아가야, 이 노래 듣기 좋아? 이건 집시들의 노래야. 하하, 내가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얼마 없지만 이 노래는 그래도 가장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어. 왜 움직이지 않아? 음... 내가 춤추는 걸 보고 싶어서 그래? 문제없어. 지금 바로 춤춰줄게.”서지현은 망설임 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악이 없어도 마치 꽃밭에서 나풀나풀 춤을 추는 나비처럼 너무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강서연은 정원에 앉아 까르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서지현은 순간 멍해졌다.“왜요? 아저씨가 그 호칭이 싫대요?”“그건 아닌데.”강서연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그냥 궁금해서 그래. 내 사촌 오빠이고 오성에서도 엄청난 팬덤이 있는 배우거든. 그런데 왜 너에게는 아저씨야?”시선을 늘어뜨린 서지현의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고 두 손으로 컵을 꽉 잡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왜 그녀에겐 아저씨일까?왜냐하면 서지현의 뇌리에 박힌 나석진의 첫인상은 성숙하고 점잖으면서도 도도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마치... 추리소설에 나오는 매정하고 냉혈한 킬러 같았다.그때까지만 해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저씨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아저씨라고 한번 부르기 시작하니까 특별한 호칭이 되고 말았다. 서지현은 다른 사람에게는 오빠나 언니라고 불렀지만 나석진은 달랐다. 아저씨라는 호칭은 두 사람의 거리를 멀게 해주어 남의 의심을 사지 않게 한다.이런 느낌은 참으로 미묘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고 정작 만나면 또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까 두려웠다. 하여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조심스럽게 지켰다...서지현이 몰래 웃음을 터트리자 강서연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사실 강서연은 진작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아 참.”강서연이 화제를 돌렸다.“석진 오빠의 이름을 쓸 줄 알아?”서지현이 멋쩍게 웃었다.“난 한국말을 말할 줄만 알고 쓸 줄은 몰라요.”강서연이 종이 한 장을 꺼냈다.“그럼 나석진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줄 테니까 잘 기억해.”“서연 언니...”“이것 봐.”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쓰니까 잘 기억해 둬.”서지현은 쑥스러운지 얼굴이 발그스름해졌고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때 초인종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도우미가 문을 열러 나갔지만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긴 우리 사촌 오빠 집이야. 난 새언니를 보러 왔다고.”“죄송합니다,
김유정은 기가 꺾였지만 정작 강서연 앞에서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다.혹여나 최연준이 보기라도 하면 다시 지난번 같은 고난을 겪지 않을까 하여 두려웠다.그러자 그녀는 강서연의 곁에 있는 서지현을 바라보며 모든 원망을 그녀에게 쏟아냈다.“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오늘은 먼저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뵈러 올게요. 언니도 조심하세요. 출산 날짜가 다가오니 각 방면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특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은 곁에 두지 마세요!”“무슨 말이에요?”강서연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자 김유정은 간사하게 웃으며 눈빛이 고의로 서지현을 향하고 있었다.“언니께서 곁에 사람이 필요하다면 제가 있잖아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집으로 끌고 오다니요. 자수를 좀 알고 모델인 척을 한다고 해서 믿는 거예요?”서지현은 잠시 멈칫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말없이 강서연의 팔짱을 잡은 손을 풀었다.강서연은 그녀의 작은 손을 다시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볍게 두 번 만지며 걱정하지 말라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런 광경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모른 채 처음 최씨 가문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기도 서지현처럼 겁이 많고 비굴하여 임나연의 풍자를 받을 때도 속수무책했었다.그러나 김자옥과 은미연은 모두 이렇게 살며시 그녀의 작은 손을 잡으며 그녀에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가 지켜주겠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비를 맞아봤기 때문에 남을 위해 우산을 씌워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강서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서지현을 곁으로 끌어당겼고 마음속으로는 그녀에게 다짐했다.‘두려워하지 마, 언니가 있잖아!’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에 약간 날카로움을 담고 김유정을 바라보았다.“유정 씨는 언제부터 내 일에 참견했어요?”“언니, 무슨 소리예요.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요!”김유정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서지현을 한쪽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강서연에게 들통이 났다.강서연이 먼저 서지현을 뒤로 막아서자 김유정은 깜짝 놀라 바
강서연이 정색했다.“아까 유정 씨가 말한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어떤 사람들은 천한 출신이지만 마음씨는 고귀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에요. 저도 이런 사람을 옆에 두고 싶고요! 오히려 어떤 사람은 남의 집에 붙어 있으면서도 분수를 모르고 진퇴양난의 비열한 짓만 하는데 이런 사람이야말로 내쫓아야 할 집안 도둑이에요!”강서연이 냉소했다.“내 말이 맞지 않아요?”김유정은 아무런 이득도 받지 못하고 돌아서서 달아났다.“문을 닫으세요.”강서연은 집사에게 분부했다.“다음에 또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쫓아내세요. 제가 나와서 싸우길 기다리고 있지 말고요!”몇 명의 집사는 서로 마주 보며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사모님은 정말 갈수록 재미있는 분이라고 생각했고 욕을 하더라도 심도 있게 말한다.“베티!”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밀크티 두 잔만 만들어줘요!”집사는 승낙하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강서연이 서지현을 위층으로 데려가 휴식을 취할 준비를 하려고 하자 서지현은 그녀를 붙잡고 잘못한 것처럼 속삭였다.“언니, 제가 문제 일으킨 거예요?”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방금 그 아가씨는... 언니의 친척이죠?”서지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방금 그 사람한테 욕을 했어요.”그녀는 자기가 김유정을 욕해서 강서연이 나서서 김유정을 한바탕 혼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전부 그녀의 잘못이고 그녀가 참고 김유정과 따지지 않았다면 강서연도 그녀를 위해 남에게 미움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이 바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은...”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와 김유정의 앙금이 쌓인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마 자초지종을 모두 서지현에게 말해도 그녀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됐어.”강서연은 손을 흔들었다.“앞으로 그 사람한테서 멀리 떨어지면 된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서지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연은
서지현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는 확실히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그녀 같은 사람은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집에 살 것인지, 심지어 결혼을 할 것인지는 그녀에게는 다른 세계의 일인 것 같았다.강서연은 잠시 생각했다.“네가 여기 있으면 신분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야. 내가 아이를 낳으면 우리는 오성으로 돌아갈 거야. 네가 원한다면 나랑 같이 가도 돼. 연준 씨가 너의 신분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아니에요...”서지현이 급하게 손을 흔들었다.“더 이상 저 때문에 귀찮게 할 수는 없어요! 저는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언니는 저에게 너무 잘해주었어요...”강서연은 코끝이 약간 시큼했다.이 소녀는 밤새 자수를 놓아 지쳐서 쓰러졌고 또 런칭쇼를 구해주었다.더군다나 그녀는 유찬혁의 목숨을 구했고 유찬혁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신이 모아둔 전 재산으로 병원비를 내줄 생각까지 했다.그게 아무 짓도 안 했다는 건가!강서연이 웃으며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오성에 가지 않으면 남양에 갈 수도 있어!”“남양요?”“맞아. 석진 오빠의 고향이기도 해. 남양의 황실과 군세력 앞에서는 그나마 작은 체면이 있는 사람이야!”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가서 남양에서 신분이 없더라도 거기에서 살고 황실의 특사령이 있으면 신분을 얻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서지현은 마음이 흔들렸다.유럽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황실을 유지하고 있어 황실의 특사를 받으면 전국의 모든 불법체류자는 떳떳하게 다닐 수 있게 된다.그러나 이런 상황은 정말 보기 드물다.방금 강서연은 나석진이 남양 황실 앞에서 작은 체면이 있다고 하는데 서지현은 이 작다는 것이 어떻게 저울질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석진은 그녀를 위해 이런 체면을 쓰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나석진과 그녀는 하늘과 땅 차이여서 같은 세상의 사람이 아니다.그녀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서연 언니.
강서연은 들을수록 걱정이 되었다.“지현아, 아무래도 보디가드가 같이 가는 게 좋을 텐데...”“정말 괜찮아요!”서지현은 웃으며 말했다.“제가 거기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게다가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해요. 물건을 챙기는 것 외에 집시 할머니와 작별하고 싶은데 보디가드가 따라다니면 오히려 불편해요!”“그래...”“서연 언니, 저 갈게요!”강서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지현은 달아났고 뒤돌아보면서 그녀를 보며 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오늘 밤에는 안 돌아올 거예요. 내일 봐요!”강서연은 거동이 불편해 보디가드를 부르지 못했고 서지현은 그사이 종적을 감췄다.밤에 최연준이 돌아와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웠다.한 명은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한 명은 뒤척이며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여보, 무슨 일이야?”최연준이 이불을 조심스럽게 잘 덮어줬다.“배가 많이 나와서 불편한 거 아니야? 항상 왼쪽으로 누워 있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지!”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는 왼쪽으로 누워야 아기에게 좋다고 했어요.”“의사가 말한 것이 꼭 다 옳은 것은 아니야!”최연준은 진지하게 그녀와 논쟁을 벌였다.“오늘 밤은 이 남편 말을 듣고 오른쪽으로 누워! 왼쪽으로 몇 달 동안 잠을 잤는데 누가 참을 수 있겠어!”강서연이 쓴웃음을 지었다.“다 아들을 위해서잖아요.”“여보, 우리 아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당신을 잠도 제대로 못 자게 하면 내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서연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하자 최연준은 서둘러 뒷말을 참았다.“여보, 절대 그 자식을 때리지 않을게!”그가 설명하자 강서연은 이 말에 빵 터져 오른쪽으로 누웠고 작은 얼굴을 최연준 가슴에 딱 붙였다.그러자 최연준은 노트북을 옆에 버리고 만족스럽게 자기 와이프를 껴안았다.“여보.”강서연이 부드럽게 말했다.“나는 지현이가 조금 걱정돼요.”“물건을 가지러 돌아갔는데 무슨 걱정이야? 게다가 내일 돌아온다고 했잖아!”“그런데 오늘 지현이가 그곳에 불량배가 있다고
강서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배고플 줄 알았어요!”“...”“여보, 뭐 먹고 싶어요?”최연준의 머릿속에 다답형 문제가 떠올랐는데 관건은 정답을 고르지 못하는 것이었다.강서연이 맨체스터에 온 이후 줄곧 집사인 베티가 그녀의 생활을 보살펴줬는데 베티의 음식 솜씨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여보, 스테이크 빵 먹을까?”강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아니, 내가 스테이크 빵을 먹고 싶어!”최연준이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하지만 강서연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면 나는 파스타, 마카로니, 치킨, 감자튀김 먹고 싶어?”맞은편에 있는 그 진주알 같은 큰 눈이 두 번 반짝였지만 여전히 무표정이었다.남자는 문득 깨달았다.“아, 알겠다! 한식 먹고 싶어!”그제야 강서연이 살짝 웃었다.“무슨 한식 먹고 싶어요?”정답에 가까워지고 있다!최연준은 흥분해서 생각나는 한식을 다 말했다.찌개? 구이? 국수? 튀김? 무침?그런데 음식을 말하면 말할수록 답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최연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간청하는 눈빛으로 자기 아내를 바라보았다.강서연이 탄식하며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도시락 먹고 싶지 않아요?”“도...”최연준은 말문이 막혔지만 바로 응석받이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한식 먹고 싶은지 어떻게 알았어? 지금 너무 먹고 싶어 환장하겠어!”여자가 흥분해서 말했다.“비행기에 있는 도시락을 먹고 싶지 않아요?”“...”기내식?그래서 20분 후, 기내식을 전담하는 회사의 사장이 쏜살같이 도착했다.“도련님.”최연준의 비서가 그들을 소개했다.“이분은 오 대표입니다. 이 회사는 오성행 비행기의 기내식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모두 요리사고 기내식은 바로 이분들의 손에서 나온 것입니다.”최연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비서가 손짓을 하자 오 대표는 즉시 모든 주방장들을 데리고 곧장 주방으로 갔다.그들은 왜 갑자기 한밤중에 불러
강서연이 잠시 멈칫하더니 소리를 내어 웃었다.“여보 미안해요.”그녀는 미안해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들어가서 설명할게요. 갑자기 기내식이 당기는 건 당신이 아니라 나인데...”“괜찮아.”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바보면 뭐 어때서. 당신 남편은 그리 나약하지 않아.”“나는...”어쩐 일인지 요즘 입맛이 점점 이상해져서 자꾸 이상한 것을 먹고 싶어 한다.기내식을 전부터 생각했지만 참다가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이 생각이 눌러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옛날에 그녀는 기내식이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임산부는 입맛이 자주 바뀌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야.”최연준은 눈빛이 부드럽고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당신 입맛을 만족시키는 거야!”“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 줘요...”“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슈퍼맨이니까!”“연준 씨...”강서연은 눈물을 글썽거렸다.이 세상에는 항상 그녀를 무조건 사랑하고 감싸주며 온갖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이 세상에 다시는 최연준만큼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강서연은 그의 품에 기대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듯 몸을 두 번 비볐다.“나도 사실 외삼촌과 많이 닮은 것 같아.”최연준이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외삼촌이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아내를 사랑하잖아.”그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나도 마찬가지야!”...서지현이 다시 그 거리로 돌아온 것은 오후 무렵이었다.해가 저물어가자 이 거리의 어두운 세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는 늘 수많은 눈이 행인들을 주시하고, 이곳을 잘 모르는 외지 관광객들과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을 주시했다.서지현은 두건으로 대충 얼굴을 가리고 황급히 앞으로 나아갔다.거리의 불량배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휘파람을 불며 차마 입에 오르지 못하는 말을 했다.서지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두건을 벗고 그들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한국어로 욕하는 것은 못 하지만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