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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부모도 자식도 없는 게 장사 바닥이에요. 이런 상황에 지금 저와 가족 간의 정을 운운하는 건 금기를 어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손미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최연준이 한참 어린 손아랫사람이긴 하지만 엄청난 카리스마에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살짝 밀려왔다.

“연준아...”

손미현은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네 삼촌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잖아. 그냥 애야, 애. 애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겠어? 오늘 너에게 주문을 넘겨줬지만 내일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달라고 할지도 몰라. 허, 네 삼촌이 달라는데 안 줄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연준이 네 체면만 깎이잖아.”

“그런가요?”

최연준이 웃을 듯 말 듯 했다.

“외숙모는 제 체면을 생각해서 이러시는 거군요?”

“그럼, 당연하지.”

“우리 삼촌이 그 정도로 지능이 낮다고 생각해요?”

“그건...”

손미현은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때 김성주에게 진심이라면서 죽어도 결혼하겠다고 한 건 그녀였으니 말이다.

“허, 외숙모.”

최연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싸늘하게 비웃었다.

“우리 삼촌이 반응이 느리긴 하지만 바보도 아니고 이랬다저랬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에요. 외숙모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하신 거 같아요.”

손미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그를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넌 주문을 나에게 돌려줄 생각이 없다, 이거지?”

최연준은 그녀를 차갑게 쏘아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손미현은 같이 죽자는 식으로 덤벼들었다.

“경고하는데 퇴로를 남겨두는 게 좋을 거야. 날 건드렸다간...”

“어쩔 건데요?”

최연준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허, 유정이 백화점에서 서연이를 난처하게 할 때 퇴로를 생각해 봤어요?”

“오빠, 그건 다 오해야.”

김유정이 억지소리를 꾸며댔다.

“내가 임신을 해본 것도 아니고 튼살이 뭔지 당연히 모르지. 난 그저 신기해서 그런 것뿐이야... 여자의 배에 그렇게 흉측한 게 생길 줄은 정말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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