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1660 챕터

제441화

임정수가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그때 대문이 열렸다.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털 등이 서로 부딪치면서 쨍그랑 소리를 냈다.강서연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임정수 부녀에게 걸어갔다.임나연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발끈하려던 그때 임정수가 몰래 그녀를 말렸다.“이젠 예전의 강서연이 아니야. 앞으로 자주 볼 텐데 일단 참아.”임나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강서연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이렇게 좋은 일을 왜 저에게 알리지 않았어요?”강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나연 씨 혹시 아직도 나에 대해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있어요?”“농담도 참. 응어리도 절친 사이에나 있는 법이죠. 나와 서연 씨는 친구도 아니잖아요.”“그래요? 절친이라...”강서연이 피식 웃었다.“마침 잘됐네요. 오늘 나연 씨 절친도 함께 왔어요. 두 사람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으면 여기서 다 풀어요.”“뭐라고요?”임나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임정수가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강서연 씨, 오늘은 임우 그룹 내부의 일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러 온 거라면 당연히 환영이지만 다른...”“저도 당연히 알죠. 임우 그룹에 관해서는 저는 아무것도 물을 자격이 없어요.”강서연이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전 서교 땅 프로젝트의 담당자예요. 파트너에게는 반드시 신중을 기울여야죠.”“아저씨, 진짜로 임우 그룹을 나연 씨에게 넘길 건가요?”“강서연 씨!”임나연이 참다못해 언성을 높였다.“오늘 난동을 부리려고 왔어요? 담당자인지 뭔지, 그딴 걸로 날 협박하려 하지 말아요. 계속 소란을 피웠다간 경호원더러 확 내쫓으라고 할 수 있어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 앞에 사람들이 불쑥 나타났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에 손에는 쇠 방망이나 기관총을 들고 있었고 검은 티셔츠 뒷면에 육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고 살벌해졌다.최연준과 육경섭이 함께 걸어들어왔다. 가죽 구두를 신고 대리석 바닥을 밟는 소리가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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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나연 씨 날 알아봤네요?”문나의 싸늘한 웃음소리에 임나연은 움찔했다. 그녀를 쳐다보는 문나의 눈빛은 더는 절친을 대하는 그런 눈빛이 아니었다.“여... 여긴 왜 왔어요?”임나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혼냈다.“문나 씨도 저 사람들이랑 같이 내 얼굴에 먹칠하러 왔어요? 내가 없었더라면 당신이 이름을 알릴 수나 있었겠어요?”“그렇죠.”문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당신이 없었더라면 오늘 이 꼴이 되지도 않았겠죠.”그러고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스카프를 벗어 던졌다. 그녀의 얼굴에 깊게 팬 흉터를 본 순간 임나연은 아연실색했다.“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헛소리하지 말아요!”임나연은 놀란 나머지 뒷걸음질 쳤다.“난 문나 씨의 얼굴을 망가뜨리라고 한 적 없어요.”“나연 씨가 한 짓은 아니죠.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당신 때문에 일어난 거예요.”문나는 사람들을 향해 얼굴 흉터를 보여주며 당당하게 말했다.“전 오늘 이 자리에서 임나연 씨가 그동안 했던 짓에 대해 다 까발리려고 합니다. 임나연 씨는 저에게 육 대표님을 꼬시라고 했어요. 육 대표님의 술에 약을 타라고 했고 또... 기자를 불러서 스캔들을 터트렸어요. 그 바람에 사모님이 충격을 받고 뱃속의 아이를 잃은 겁니다.”“문나 씨!”임나연이 소리를 질렀다.“당신 미쳤어요? 지금 그 일을 다 나에게 덮어씌우려고요? 내가 알려준 방법이긴 하지만 당신은 머리가 돌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이라는 거 안 해요? 내가 시켰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해요?”“아직도 변명거리가 더 남았어요?”문나는 그녀를 째려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알겠어요. 내 얘기는 이쯤하고 당신 여동생 얘기나 할게요... 임수정 씨를 해한 적이 정말 없어요?”“그 입 다물어요!”임나연이 조급한 나머지 문나를 확 밀치려 하자 눈치 빠른 경호원은 총으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었다.임나연은 가슴이 두근거려 더는 꼼짝도 못 했다.“임수정 씨에게 정말 해서는 안 될 짓을 많이 했죠.”문나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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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최연준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손을 확 내팽개쳤다.강서연은 그의 팔짱을 끼고 임나연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임나연은 최연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경호원이 나서서 그녀를 제압했다.그때 대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권민지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임수정은 한없이 수척하고 안색도 창백했지만 그녀의 강인한 눈빛에 임나연도 두려움이 밀려왔다.“민지야, 수정아...”임정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여긴 어떻게 왔어?”“흥.”권민지의 말투는 싸늘하기만 했다.“당신이 가업을 저런 잔인하고 위험한 애에게 물려주게 생겼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권민지!”임정수가 권민지를 제압하려던 그때 권민지가 서류 하나를 꺼냈다.“정수 씨, 우리 혼전 계약을 잊고 있었죠?”“뭐?”임정수는 사색이 된 얼굴로 서류를 훑어보았다. 그제야 이십여 년 전에 그들이 결혼할 때 권씨 가문에서 혼전 계약서에 사인하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계약서에는 두 사람의 혼전 재산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했다. 나중에 임우 그룹이 설립되고 권민지는 계약서에 따라 임우 그룹의 3분의 2 정도 되는 지분을 차지했다.하지만 지금까지 임정수를 경계한 적이 없어 혼전 계약서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대표 자리에 오래 앉은 임정수는 혼전 계약서의 존재를 자연스레 잊어버렸다.“계약서에 또 이런 내용이 적혀있어요.”권민지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미래의 후계자를 정하거나 회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반대표를 던질 수 있어요. 전에는 우리 부부의 정을 생각해서 지금까지 그 권리를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그녀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임정수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오늘 그 권력을 쓰려고요.”임정수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두 손을 저도 모르게 떨었다.“여러분.”권민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목청을 높였다.“임나연은 제 딸이 아니라 임정수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낳은 사생아예요. 저 사람은 이십 년 동안 절 속이면서 내연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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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임정수는 떨리는 두 손으로 자료를 주어 한장 한장 훑어보았다.권민지가 휠체어 손잡이를 어찌나 꽉 잡았는지 피가 잘 통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임수정의 두 어깨가 파르르 떨리자 그녀는 어깨를 다독였다.임수정이 던진 자료는 전부 복사본이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하나씩은 주워서 볼 수 있었다.유전자 검사 결과와 상처 진단서를 본 사람들은 임정수와 임나연을 경멸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위선자!”“사람이 어찌 그런 짓을!”초라한 모습으로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임정수와 임나연은 마치 교수대에 묶인 채 심판을 받는 것 같았다.“그동안 언니가 절 어떻게 괴롭혔는지 아빠는 모르죠?”임수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니면 아빠는 진작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묵과한 건가요?”“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임정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정아, 너도 아빠 딸이야. 아픈 너를 아빠는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어...”“내 딸에게서 손 떼요!”권민지는 그를 밀어내고 삿대질까지 했다.“당신은 아빠 노릇을 할 자격이 없어요. 심지어 인간도 아니에요.”“민지야.”“아빠, 저 사람들 신경 쓰지 말아요.”임나연이 그를 부축했다.“흥, 고작 이딴 걸로 날 무너뜨리려고? 꿈 깨! 나 임나연이 이리 쉽게 무너진다면...”“무너진다면 뭐?”그때 누군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화들짝 놀란 임나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임우정이 그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임우정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힘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임우정은 임나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이 그녀를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강서연은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 괜찮아.”임우정은 강서연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다시 임나연을 보며 씩 웃었다.“오늘 당신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거야.”육경섭이 손을 흔들자 몇몇 경호원이 달려와 임나연을 단숨에 제압했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임나연이 고래고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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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 장 국장님.”육경섭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 국장이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임정수를 잡아들였다.임정수는 흉악하게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당... 당신 이 사람이랑 한패였어? 육경섭이 깡패인 거 몰라?”“임정수 씨.”장 국장이 차갑게 웃었다.“육 대표님은 정섭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영화나 드라마의 발전을 위하여 엄청난 공로를 세우신 분입니다. 내년에는 오성의 10대 걸출 청년의 후보에도 오를 수 있다고요. 임정수 씨의 뜻은 우리 시장님이 그 정도로 사리 분별을 못 한단 말씀인가요?”임정수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만 부릅떴다.“당신이 도망치지 못하게 육 대표님이 미리 와서 잡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하지만... 저 사람들이 들고 있는 총 안 보여요?”“이 총들을 마침 바치려던 참이었어요.”육경섭이 웃으며 말했다.“국장님, 제 친구가 국경 쪽에서 경찰과 협력하여 무기 밀수를 하는 사람을 잡고 있거든요. 이 총들은 전부 다 제 친구가 거두어들인 겁니다. 지금 전부 국장님께 바칠게요. 오성의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야죠.”임정수는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정수 씨.”장 국장이 옅은 웃음을 지었다.“아까 육 대표님께서 총을 쏘라고 하셨나요?”“아... 아니요.”“그럼 정수 씨에게 실질적인 상해를 입히지 않았네요.”“그렇긴 하지만...”“오성의 시민들은 정의가 넘치는 육 대표님을 본받아야 해요.”“과찬입니다, 국장님.”육경섭은 그와 죽이 척척 잘 맞았다.“오성에 오고 나서 법을 잘 지키는 착한 시민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걸요?”“아주 좋아요.”장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갑시다. 조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협조 부탁드려요.”...조서는 그저 형식에 불과했다. 다들 육경섭이 두려워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임우 그룹은 결국 다시 권민지의 손에 돌아왔다. 임수정의 병이 호전되기 전에 권민지가 맡기로 했다.임우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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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예전에는 임나연이 우리 엄마만 다치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어차피 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임나연은 날이 갈수록 저를 점점 더 심하게 괴롭혀서 증거를 남기기 시작한 거예요.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몰래 진단서를 받았고 또 유전자 검사까지 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임수정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다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결심을 내리게 한 사람을 만났죠.”강서연은 그 사람이 바로 배경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만약 그날 저녁이 없었더라면 임수정은 복수를 갈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배경원을 만난 덕에 그녀의 어두운 인생에 한 줄기의 빛이 들어왔고 모든 걸 알릴 용기가 생긴 것이었다.임수정이 나지막이 말했다.“그 사람을 만난 후로 이 세상에 저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고 또...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어졌어요.”강서연은 가슴이 먹먹해졌고 코끝이 찡했다.“경원 씨는 절대 수정 씨를 배신하지 않아요.”강서연은 그녀의 두 눈을 지긋이 쳐다보았다.“수정 씨는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어요.”임수정이 히죽 웃었다. 햇살이 그녀의 미소를 더욱 밝게 비춰주었다. 이십여 년 동안 가장 아름답게 핀 그녀의 웃음꽃이었다....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간 후, 최재원은 강서연에게 만남을 청했다.“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돼. 할아버지에게는 내가 얘기할게.”최연준은 강서연을 품에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한창 귤껍질을 까고 있던 강서연은 귤 한 알을 그의 입에 밀어 넣었다. 새콤달콤한 귤이 입안을 적시면서 갈증이 확 가시는 것 같았다.그가 더 달라고 입을 벌리던 그때 강서연이 움직임을 멈췄다. 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다물고 다정하게 말했다.“무슨 결정을 하든 내키지 않는 건 절대 하지 마.”강서연은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가볍게 웃었다.“연준 씨 할아버지를 뵈러 가는데 뭐가 내키지 않을 게 있어요?”최연준이 잠깐 멈칫했다.“할아버지께서 날 먼저 보자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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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만지지 마.”윤문희는 그녀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이 안에 딱 두 개밖에 없어. 망가뜨리면 다시 만들어야 한단 말이야.”“엄마...”강서연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할아버지를 뵈러 가는데 왜 이걸 가져가야 해요? 저도 몇 번 못 먹어봤다고요.”“이 녀석.”윤문희가 피식 웃었다.“우리 그쪽에서는 어른을 공경할 때 다 이렇게 했어.”“우리 그쪽이요?”강서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자신의 고향이 강주라고 알고 있었다. 윤문희는 그제야 괜한 소리를 많이 했다는 걸 알아채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가져가기 싫으면 됐어.”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다른 선물들도 다 귀한 거니까 최씨 가문에서 널 업신여기진 않을 거야.”그러고는 묵묵히 방으로 돌아갔다.강서연은 거실에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찡그렸다....약속 당일, 야근하려 했던 김자옥은 미팅을 두 개나 취소하고 최상 빌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가는 길에 최연준에게 전화하여 한바탕 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인마, 서연이가 네 할아버지를 만나기로 했다며? 왜 나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어?”최연준은 어안이 벙벙했다.“그걸 왜 엄마에게 얘기해요? 와서 소란을 피울 게 뻔한데.”“불효자식 같으니라고!”김자옥은 미친 듯이 액셀을 밟았고 노란색 신호등이 반짝일 때도 아슬아슬하게 건너갔다.“네 할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몰라서 그래? 너와 임나연을 계속 붙여놓으려고 했잖아. 임씨 가문에 일이 터지자마자 서연이를 만나겠다는 건... 무슨 음모가 있는 게 틀림없어. 연준아, 네 할아버지 혹시 임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서연이를 협박하는 건 아니겠지?”최연준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다 막힐 지경이었다. 한편으로 엄마의 풍부한 상상력을 감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설명했다.“엄마, 할아버지가 노망이 난 것도 아니고 임나연이 오성에서 쫓겨났는데 그럴 리가 있겠어요?”“난 그 노인네가 젊었을 때부터 나중에 치매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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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누가 같이 왔대?”“누가 같이 왔대요?”상황을 알 리가 없는 최연준은 답답하기만 했다. 두 사람의 표정을 봐서는 방금 한바탕 치열하게 싸운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 이쪽으로 다가올 때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다름 아닌 그들이었다.최연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두 사람 사이에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이봐요!”윤정재는 그를 보자마자 두 눈을 부릅떴다.“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오늘 여자친구가 집에 인사하러 온다면서요?”“안 그래도 지금 데리러 가려던 참이었어요.”“얼른 안 가고 뭐 해요!”윤정재는 마음 같아서는 그의 엉덩이라도 확 걷어차고 싶었다.“회장님.”최연준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나저나 여긴 어떻게...”“길을 잘못 들어섰어요.”윤정재는 눈을 희번덕거리고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 최연준은 의아한 눈빛으로 김자옥을 쳐다보았다.그런데 그가 입을 열기 전에 김자옥이 먼저 말했다.“재수 없어.”“엄마,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대낮에 귀신을 봤어.”최연준은 어이가 없었다.“엄마, 혹시 윤정재 회장님을 알아요?”김자옥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최연준은 두 사람 사이에 말 못 할 과거가 있다는 걸 더욱 확신했다.“엄마?”그는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표정이 확 굳어졌다.“설마 저 사람 때문에... 그때 이혼한 거 아니죠?”김자옥은 그를 노려보며 냅다 따귀를 후려갈겼다.“이 엄마를 뭐로 보고. 내가 바람을 피워도 저런 사람과는 안 피워!”“그럼 대체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그건...”김자옥은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더는 과거 일을 꺼내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얘기하기 싫다던 윤문희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녀는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었다. 하여 김자옥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손을 내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잠깐 안 좋은 일이 있었어... 아무튼 저 사람과 너무 예의 차릴 필요 없어.”최연준은 더욱 어리둥절해졌고 웃지도 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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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최재원의 서재는 마치 도서관처럼 아주 컸다. 책장은 천장에 거의 닿을 정도로 높았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서적이 가득했다.책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메아리 소리가 들렸다.소파에 앉은 강서연은 떨리는 마음에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최연준은 그녀와 깍지를 끼고 위로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최재원은 한복을 입고 책상 뒤에 앉아있었다. 연세가 지긋했지만 강건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강서연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했다.“차 마셔요, 서연 씨.”최재원은 그래도 나름 예의를 갖췄다.강서연은 차를 마시기 전 고개를 들어 최연준이 어떻게 마시는지 본 다음 그대로 따라 하며 한 모금 홀짝였다.최재원은 강서연이 머리가 좋은 아이라는 걸 보아냈다. 거칠고 무모하지 않았고 당돌하지도 않았다. 최연준이 옆에 있어도 여전히 예의 바른 모습이었고 어른 앞에서 그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최연준이 편을 들어줄 거라는 생각에 함부로 행동했을 것이다.최재원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다.그는 강서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무슨 질문을 하든 강서연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잠시 후 서재에서 나온 강서연은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그렇게나 긴장했어?”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까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어.”“그래요?”하지만 강서연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집안의 어른은 보통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세서 한 사람에 관한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아무래도 당신을 받아들인 것 같아.”“예전에도 안 받아들인 건 아니었죠.”강서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연준 씨 내연녀가 되라고 하셨잖아요.”“당신...”최연준이 두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간지럽히려 하자 강서연이 그를 말렸다.“연준 씨네 집에서는 이러지 말아요.”“알았어.”최연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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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운전기사는 헛웃음을 지었다. 저도 모르게 핸들을 해원 별장 쪽으로 틀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명황산에서 둘째와 셋째 사이의 원한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아닙니다, 아니에요.”운전기사는 재빨리 핸들을 틀었다.“저긴 별로 좋지 않은 곳이에요. 가까이 가면... 부정 타요.”“그래요?”강서연은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건물은 나름 이쁘고 화려해 보이는데? 저기 안에도 할아버지가 예뻐하는 자손이 살고 있겠지?’“서연 씨, 다른 곳도 보여드릴게요...”그런데 운전기사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옆길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화들짝 놀란 운전기사는 다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관성 때문에 강서연은 하마터면 앞 좌석에 부딪칠 뻔했다.마음을 가라앉히고 차 앞에 나타난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유빈?”“서... 서연아!”헝클어진 머리에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강유빈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보기 흉할 정도로 여윈 게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서연아.”강유빈은 유리창을 마구 두드렸다.“서연아, 잠깐 내려. 너에게 할 얘기 있어.”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운전기사에게 차 문을 잠그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강유빈은 다급하게 차 문을 열려 했다.“문 열어, 서연아.”문이 열리지 않자 미친 듯이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뭐라 해도 우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자매야. 서연아, 언니 좀 살려줘.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거야?”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막연하게 쳐다보자 운전기사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했다.“제 말이 맞죠? 이쪽에만 오면 부정 탄다니까요. 제가 알아서 따돌릴게요.”“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운전기사가 대답하기 전에 밖에서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강유빈이 몇몇 경호원에게 끌려 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녀의 목소리가 허공에 맴돌다가 점차 사라졌다.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서연 씨, 사실...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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