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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예전에는 임나연이 우리 엄마만 다치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어차피 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임나연은 날이 갈수록 저를 점점 더 심하게 괴롭혀서 증거를 남기기 시작한 거예요.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몰래 진단서를 받았고 또 유전자 검사까지 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

임수정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다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결심을 내리게 한 사람을 만났죠.”

강서연은 그 사람이 바로 배경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만약 그날 저녁이 없었더라면 임수정은 복수를 갈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배경원을 만난 덕에 그녀의 어두운 인생에 한 줄기의 빛이 들어왔고 모든 걸 알릴 용기가 생긴 것이었다.

임수정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 사람을 만난 후로 이 세상에 저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고 또...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어졌어요.”

강서연은 가슴이 먹먹해졌고 코끝이 찡했다.

“경원 씨는 절대 수정 씨를 배신하지 않아요.”

강서연은 그녀의 두 눈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수정 씨는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어요.”

임수정이 히죽 웃었다. 햇살이 그녀의 미소를 더욱 밝게 비춰주었다. 이십여 년 동안 가장 아름답게 핀 그녀의 웃음꽃이었다.

...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간 후, 최재원은 강서연에게 만남을 청했다.

“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돼. 할아버지에게는 내가 얘기할게.”

최연준은 강서연을 품에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한창 귤껍질을 까고 있던 강서연은 귤 한 알을 그의 입에 밀어 넣었다. 새콤달콤한 귤이 입안을 적시면서 갈증이 확 가시는 것 같았다.

그가 더 달라고 입을 벌리던 그때 강서연이 움직임을 멈췄다. 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다물고 다정하게 말했다.

“무슨 결정을 하든 내키지 않는 건 절대 하지 마.”

강서연은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가볍게 웃었다.

“연준 씨 할아버지를 뵈러 가는데 뭐가 내키지 않을 게 있어요?”

최연준이 잠깐 멈칫했다.

“할아버지께서 날 먼저 보자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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