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의 서재는 마치 도서관처럼 아주 컸다. 책장은 천장에 거의 닿을 정도로 높았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서적이 가득했다.책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메아리 소리가 들렸다.소파에 앉은 강서연은 떨리는 마음에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최연준은 그녀와 깍지를 끼고 위로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최재원은 한복을 입고 책상 뒤에 앉아있었다. 연세가 지긋했지만 강건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강서연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했다.“차 마셔요, 서연 씨.”최재원은 그래도 나름 예의를 갖췄다.강서연은 차를 마시기 전 고개를 들어 최연준이 어떻게 마시는지 본 다음 그대로 따라 하며 한 모금 홀짝였다.최재원은 강서연이 머리가 좋은 아이라는 걸 보아냈다. 거칠고 무모하지 않았고 당돌하지도 않았다. 최연준이 옆에 있어도 여전히 예의 바른 모습이었고 어른 앞에서 그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최연준이 편을 들어줄 거라는 생각에 함부로 행동했을 것이다.최재원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다.그는 강서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무슨 질문을 하든 강서연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잠시 후 서재에서 나온 강서연은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그렇게나 긴장했어?”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까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어.”“그래요?”하지만 강서연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집안의 어른은 보통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세서 한 사람에 관한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아무래도 당신을 받아들인 것 같아.”“예전에도 안 받아들인 건 아니었죠.”강서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연준 씨 내연녀가 되라고 하셨잖아요.”“당신...”최연준이 두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간지럽히려 하자 강서연이 그를 말렸다.“연준 씨네 집에서는 이러지 말아요.”“알았어.”최연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운전기사는 헛웃음을 지었다. 저도 모르게 핸들을 해원 별장 쪽으로 틀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명황산에서 둘째와 셋째 사이의 원한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아닙니다, 아니에요.”운전기사는 재빨리 핸들을 틀었다.“저긴 별로 좋지 않은 곳이에요. 가까이 가면... 부정 타요.”“그래요?”강서연은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건물은 나름 이쁘고 화려해 보이는데? 저기 안에도 할아버지가 예뻐하는 자손이 살고 있겠지?’“서연 씨, 다른 곳도 보여드릴게요...”그런데 운전기사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옆길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화들짝 놀란 운전기사는 다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관성 때문에 강서연은 하마터면 앞 좌석에 부딪칠 뻔했다.마음을 가라앉히고 차 앞에 나타난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유빈?”“서... 서연아!”헝클어진 머리에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강유빈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보기 흉할 정도로 여윈 게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서연아.”강유빈은 유리창을 마구 두드렸다.“서연아, 잠깐 내려. 너에게 할 얘기 있어.”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운전기사에게 차 문을 잠그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강유빈은 다급하게 차 문을 열려 했다.“문 열어, 서연아.”문이 열리지 않자 미친 듯이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뭐라 해도 우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자매야. 서연아, 언니 좀 살려줘.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거야?”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막연하게 쳐다보자 운전기사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했다.“제 말이 맞죠? 이쪽에만 오면 부정 탄다니까요. 제가 알아서 따돌릴게요.”“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운전기사가 대답하기 전에 밖에서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강유빈이 몇몇 경호원에게 끌려 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녀의 목소리가 허공에 맴돌다가 점차 사라졌다.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서연 씨, 사실... 저도
비록 마음속으로는 최씨 집안이 이런 대접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있어야 할 예절은 조금도 소홀할 수 없다.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게 해서는 안 된다.윤정재는 만약 강서연이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버지로서 당연히 준비를 해줘서 반드시 영감님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윤정재는 이미 마음속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몇백 번을 생각했지만 강서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빈손으로 오지 않았어요. 우리 어머니께서 선물을 준비해줬어요!”윤정재는 잠시 멈칫하고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어머니?”“네.”윤정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어머니께서 무엇을 준비하셨어요?”강서연은 준비한 것들을 몇 개 말했는데 전부다 남양 쪽에서 여자가 처음으로 남자 집에 갈 때 가지고 갈 물건이었다.윤정재는 코끝이 찡했다. 윤문희가 딸을 위해 준비한 것이니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맞아요. 하나 더 있어요.”강서연은 윤정재를 보며 말했다.“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녹옥떡도 있어요.”윤정재는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그는 강서연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침묵에 잠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심지어 안부의 말도 할 수가 없었다.윤정재는 무슨 신분으로 그런 것을 물을 수 있을까?김자옥의 말처럼 강서연이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들을 알게 되면 아저씨라고도 불러 주지 않을 것이다.“아저씨, 왜 그러세요?”윤정재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고개를 숙여 황급히 설명했다.“아니에요... 아까 바람이 불어서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봐요.”“서연 씨.”방한서가 멀지 않은 곳에서 급히 달려와 윤정재에게 인사를 건넨 후 공손하게 강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도련님께서 먼저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서연 씨, 차에 타세요.”“방 비서가 바래다주지 않아도 돼요!”윤정재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제가 바래다주면 돼요!”“그게...”방한서가 어떻
윤정재는 제자리에 굳어 있었다.가슴이 뭔가에 세게 부딪히는 것 같았고, 한바탕 쥐어짜는 듯 아프다가 또 마구 뛰었다.강서연은 윤정재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별생각 없이 돌아서서 차에 올라갔다. 방한서는 기사를 불러 함께 출발하려고 했다.차를 몰고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윤정재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쫓아갔다.강서연이 탄 차를 계속 따라갔고 핸들을 움켜쥔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몇 번이나 윤정재의 시선은 흐려졌다.윤정재의 머릿속에는 그 맑고 달콤한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고 여인의 미소와 눈빛이 떠올랐다.연보라색의 드레스를 입고 달빛 아래 서 있는 소녀는 소년을 볼 때마다 환하게 웃었다.소녀는 소년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모두한테 등을 돌렸다.소년이 소녀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녀의 눈빛에는 충격과 분노, 절망이 담겨 있었다...윤정재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차가 갑자기 길 한가운데 멈춰서는 바람에 뒤차들의 불만을 샀고 귀에 거슬리는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다른 기사들이 윤정재를 지나갈 때마다 그를 한 번씩 쳐다보고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교통경찰이 달려와 윤정재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반면 윤정재는 혼을 잃은 듯 차 안에 앉아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솟아나며 눈물은 비 오듯 쏟아졌다....“서연 씨, 무엇을 찾으세요?”앞에 앉은 방한서는 그녀가 계속 뒤를 돌아보는 것을 보자 물어봤다.“아니에요.”강서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저씨의 차가 뒤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또 없어졌어요.”방한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해 보았는데 이 일을 최연준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강서연을 안전하게 데려다준 후 아래층에서 최연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네. 서연 씨를 사모님 댁에 모셔다드렸습니다.”“응.”최연준은 서류를 처리하는 중이었다.“빌라에서 별일 없었지?”“없었어요, 그냥...”방한서가 뜸을 들였다.“문 앞에서 윤 회장님을 만났는데 서연 씨를 직접 데
지금의 최연준은 장모님 댁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윤정재가 서연이를 따라갔을까? 이 영감탱이!’최연준은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도대체 무슨 속셈이지?’...강서연이 집에 도착했을 때 윤문희는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강서연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서연아, 이리 와봐!”강서연이 급하게 달려갔다.윤문희는 자신이 키우는 다육식물 화분 몇 개를 가리키며 딸에게 자랑했다.“이거 봐, 내가 잘 키웠지! 생명력이 정말 강해서 십수일에 한 번 물을 줘도 이렇게 자랐다니까!”강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강서연의 기억 속으로는 윤문희는 화초를 다스릴 줄 몰랐다. 손에 닿은 것들은 죄다 죽었기 때문이다.예전에 강서연은 윤문희를 비웃으며 그녀가 유일하게 죽지 않게 키운 생물이 바로 자기와 윤찬 남매라고 말한 적이 있다.윤문희는 강서연을 힐끗 쳐다보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딸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해서 식물잎을 만지작거렸다.“엄마.”강서연이 갑자기 궁금해했다.“엄마는 아이를 낳기 전에 식물을 안 키워봤어요?”“응.”윤문희는 고개를 저었다.그때 집에는 식물원과 유리 온실이 있어 전 세계의 온갖 희귀한 식물들이 다 그 안에 있었다. 또 개인 소유의 열대 우림이 있었기 때문에 윤문희가 가꾸지 않아도 되었다.강서연은 베란다에 널려있던 빨래를 걷어 하나씩 개고 집 안부터 밖까지 다시 청소했다.강서연은 윤문희와 역할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강서연이 엄마 같았고 윤문희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딸에 더 가까웠다.강서연은 웃으며 중얼거렸다.“가끔 엄마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엄마는 뭔가 귀하게 자란 공주님 같아요!”윤문희는 잠시 멈칫하고 좀 슬퍼했다.“서연아...”윤문희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그동안 엄마가 너한테 민폐만 끼치고 많이 못 해줬어.”“아니에요!”강서연이 급하게 윤문희를 껴안았다.“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나는 그런 뜻이 아닌데요! 방금 한
“그래도 너희 둘이 결혼하지 않고 계속 같이 살면 남들에게 비난받을 거야. 서연아, 여자는 평판이 중요하다고! 예전에는 네가 최 서방 신분을 몰라서 결혼한 줄 알았을 때 같이 사는 건 남들이 뭐라 안 할 거야. 그런데 이제 알았으니 계속 같이 살고 싶으면 빨리 결혼해야지!”윤문희는 부드럽게 말했다.“엄마.”강서연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엄마는 생각이 너무 올드해요!”“올드한 게 아니라 너를 지키려고 하는 거야!”윤문희는 강서연의 손을 꼭 잡았다.“결혼을 하지 않으면 그건 명분이 정당하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이야. 엄마는 네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강서연은 코끝이 찡했다. 강명원과 안 좋았던 과거로 인해 윤문희가 명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강서연은 엄마 품에 떼쓰듯 기대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윤문희와 이렇게 애교를 부릴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윤문희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잔소리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윤문희 역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끊임없이 중얼거렸다.“알겠어요.”강서연이 위로했다.“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다 마치면 결혼 준비할게요, 이러면 됐죠?”“약속을 지켜야 해!”“걱정하지 마세요!”“맞다.”윤문희는 또 뭐가 생각나서 물었다.“너랑 최 서방... 둘이 있을 때 최 서방이 너한테 잘해주지?”강서연은 듣고 어리둥절했다.다소 말을 돌려서 얘기한 윤문희는 딸의 멍한 모습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내 말은 최 서방이 평소에 너를 얼마나 귀찮게 하니?”강서연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엄마, 왜 그런 걸 물어요?”“이게 왜? 엄마니까 물어볼 수 있지!”윤문희는 어려서부터 서양식 교육을 받아 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숨기지 않았다.“엄마가 너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단지 너무 힘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거야. 피임은 너희 둘이 상의하면 돼! 물론 나는 빨리 손자를 보고 싶긴 하지만...”“엄마!”강서연은 발을 동동 굴렀다.“장모님, 제
박경수는 잠시 멈칫했다.최재원은 평소에는 차갑고 엄숙하여 거의 이렇게 성질을 부리지 않는다.이런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더욱 드문 일은 지금 강서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박경수는 웃으며 영감님을 부축하여 방으로 돌아가 쉬게 하였고, 집사들은 매일 밤 그가 마시는 한약을 가져다주었다.최재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약을 마시고는 그릇을 쟁반에 세게 내려놓았다.“영감님.”박경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적게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괜찮아.”최재원이 손을 흔들었다.“이런 약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먹었고 지금은 몇십 년째 습관이 되어 있어. 게다가 이건 한약이어서 몸에 좋은 거야!”박경수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엔 입을 다물었다....저녁, 에덴.강서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최연준은 이미 침대 머리맡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시계를 보니 겨우 8시가 조금 넘었다.요즘 회사 일이 많아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던 최연준이 오늘은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강서연은 저녁 식사 때 이 남자가 오늘 밤 8시에 별똥별이 있다고 해서 같이 손을 잡고 옥상에 올라가 소원을 빌자고 말해준 것이 떠올라서 혼자서 웃었다.때로 남자가 유치하게 굴어도 귀여울 때가 있다.강서연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기도 한쪽에 들어가 누웠다.최연준의 안정적인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강서연은 최연준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그의 미간을 스치면서 코끝, 입술, 마지막으로 그의 각진 얼굴에 머물렀다.이 얼굴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강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는데 무심코 손끝이 최연준의 살짝 찌푸린 미간에 닿았다. 강서연은 그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최연준은 자기 업무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했고 또 시간을 내어 강서연을 도와 서교 땅 프로젝트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정리해야 했다.그리고 최연준의 은행 카드는 모두 강서연이 가지고 있다.한 푼의 비상금도 없는 남자는 밥
강서연은 소리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최연준에게 제압당했다.“자기야.”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 카드에 얼마 들어 있어?”강서연은 별 생각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연준 씨가 전에 쓰던 블랙카드예요. 안에 돈이 없지만 한도 제한 없어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먼저 내려왔다.너무 오래 키스를 한 강서연은 숨이 안 쉬어질 지경이다....강서연은 나른하게 최연준에게 기대었고 온몸이 다 흩어지는 듯했다.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지금의 최연준은 조금도 졸리지 않는다.“싫어요!”강서연이 제때 최연준을 제지했다.“나 정말 피곤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최연준이 못되게 웃었다.“강 대표께서 한도 제한이 없다고 말했는데...”강서연은 이불을 끌어안고 자신을 꼭 감싸 안은 채 커다란 눈망울로 최연준을 경계했다.최연준은 마음이 약해져서 강서연을 다시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고 그녀의 매끈한 등을 토닥였다.“알겠어, 장난 안 칠게.”최연준은 부드럽게 말했다.“그냥 잠만 자자.”강서연은 웃으며 손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지금은 잠이 덜 오는 것 같아요.”강서연은 최연준을 보며 말했다.“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요?”“그래.”그런데 무슨 얘기를 할까?강서연은 최연준이 평소 금기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둘이 있을 때 일 얘기는 듣고 싶지 않고, 다른 남자의 이름도 듣고 싶지 않고, 전에 알던 여자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수다를 떨다 보면 두 가지 주제를 벗어나지 못한다.결혼이랑 사랑싸움이다.강서연의 얼굴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고양이처럼 최연준의 품속으로 다시 움츠러들었다.“왜 그래?”최연준은 잠시 멈칫했다.“어디 불편해?”“아니에요.”강서연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다.“연준 씨... 오늘밤 우리 별똥별을 놓쳤어요.”“그러네.”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