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김자옥은 윤정재를 만나면 잘 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그들이 이전에 무슨 악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윤정재는 김자옥을 불쾌하게 한 적이 있다.최연준의 엄마를 건드리는 것은 그를 건드리는 것과 같아, 최연준은 당연히 참을 수 없다!“나는 그분을 잘 몰라.”최연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 앞으로 그분이랑 가깝게 지내지 마.”“왜요?”“왜냐하면...”최연준도 생각나는 이유가 없다.“아무튼 그분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니 같이 일할 때도 조심해. 업무 외에는 사적으로 많이 접촉하지 말고.”“하지만...”강서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날 집에 돌아가 보니 윤문희가 혼자 외롭게 있었고 베란다의 다육식물만 그녀의 친구가 돼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강서연은 마음속으로 안쓰러워했다.그때 문뜩 윤문희에게 남자친구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다면 덜 외로움을 탈 것이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윤정재만이 조건에 맞는 것 같다.“서연아.”최연준은 강서연이 말을 하려다 마는 모습을 보고 그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거 얘기하자.”강서연은 하품을 하며 몸을 뒤척였고 축 늘어진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지금 졸음이 몰려왔다.강서연은 눈을 감고 곧 잠이 들었다.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최연준이 뭐라고 말한 것 같았고 그녀는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 강서연은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들어갔고 사방이 고요하여 물줄기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앞으로 갈수록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강서연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잡았는데 손을 펼쳐보니 뜻밖에도 반딧불이었다! 강서연은 놀라고 기뻐 더 자세히 보았다... 이 반딧불은 신기하게도 두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두 쌍 날개를 가진 반딧불?’강서연은 꿈속에서 어렴풋이 생각했다.누군가 강서연에게 두 쌍 날개를 가진 반딧불은 남양 사바 지역의 열대우림에 사는데 그곳은 개인 정원이라는 말을 한 것 같다.강서연은 반딧불을 날려 보내고 계속 앞
“시상식?”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하였다.“무슨 시상식인데요?”“처남이 이번 학기에도 장학금을 받았대.”최연준은 윤찬을 언급할 때 친동생을 언급하는 것처럼 자랑스러워했다.“핵심 간행물에 논문이 게재되어 의학계 선배들의 주목을 받아서 이번에 학술 대상을 받았어.”강서연은 최연준의 핸드폰을 가져왔다.전에 안 봐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윤찬 이 자식이 최연준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윤찬은 매형만 찾지, 누나는 찾지 않는다.윤찬의 눈에 매형은 슈퍼맨과 같은 존재다!그래서 성적을 거두어도 제일 먼저 매형한테 연락한다.“이 자식!”강서연이 일부러 화를 내는 척했다.“안중에는 누나가 없는가 봐요!”“질투 났어?”최연준이 웃으며 며칠 전의 채팅 기록을 꺼내 강서연에게 보여주었다.「매형, 장학금 받으면 엄마랑 누나 선물 사주고 싶은데 어떤 것을 사줘야 좋아할까요?」문자를 본 강서연은 또 마음이 약해지면서 눈가가 저절로 촉촉해졌다.“처남이 비밀로 해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이 좋은 소식을 당신에게 알려주었을 거야.”최연준은 강서연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와. 이따가 같이 시상식에 가자.”강서연이 웃으며 승낙했다.오전에 두 사람은 오성대에 도착했다.역사 있는 명문대라 분위기는 다른 대학과는 달랐고 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마저도 고상한 분위기를 풍겼다.강서연은 오가는 대학생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학생들의 모습에서 생기와 발랄함이 느껴졌고 학술을 배우는 자신감이 넘쳤다.최연준이 음료수를 사러 가고 강서연은 혼자 길가에 서 있었다. 이때 막 농구를 마친 남학생들이 지나갔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강서연을 몇 번 쳐다봤다.그중 잘생긴 남학생 한 명이 다시 돌아와 강서연에게 번호를 따려고 했다.강서연은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누구야?”갑자기 뒤에서 굵고 두꺼운 소리가 들려왔다.강서연이 몸을 돌리자 까맣게 물든 최연준의 얼굴이 보였다.“모르는 사람이에요.”강서연은
“큰소리치고 있네!”갑자기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강서연이 목소리를 따라 찾아보니 그 목소리는 자기 뒤편 남학생한테서 나온 것이다. 건들거리는 남학생 얼굴에는 비웃음과 오만함이 가득했다.“윤찬의 배경이 뭔데?”다른 사람들도 수군거렸다.“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다니, 평소 선생님께 아부를 많이 떨었겠지?”“그냥 의학 연구잖아, 안 해본 사람이 있어? 내가 실험실에 있을 때 쟤는 피시방에서 게임만 처놀았을걸!”“맞아,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16살이었대...”“네가 뭘 안다고 그래?”다른 사람이 말했다.“쟤는 좋은 누나를 뒀는데 너는 있니?”“누나? 뭐 하는 사람이야?”“누나가 남자...”몇몇 남학생들이 모여 머리를 숙이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를 찌르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강서연은 화가 나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손이 나타나서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화내지 마.”최연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화 안 났어요.”강서연은 최연준을 바라보았다.“나는 단지 약간 의문이 들 뿐이에요. 오성대가 그래도 명문대라고 소문났는데 어떻게 이런 자질이 없는 학생이 있어요?”“누가 명문대에 반드시 좋은 학생들만 있어야 한다고 했어?”최연준은 웃으며 다시 그쪽을 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방한서에게 보냈다.얼마 안 지나서 그들의 자료를 받았다.알고 보니 전부 스타 2세들이었다. 특히 센터의 남학생은 아버지가 영화배우고 국제적인 대상을 휩쓸 정도로 위세와 명망이 대단하다.“저 학생의 이름은 양걸이야.”최연준이 속삭였다.“사실 매년 오성대에서는 소수의 자리를 기부금 입학생을 위해 준비하거든.”기부금 입학생, 돈을 많이 쓰면 학교에서 받아들이는 거다.“어쩔 수 없어.”최연준은 웃으며 말했다.“모든 학교가 그렇듯이 영국과 프랑스에 가도 명문대에는 이런 자리가 다 남아있어. 학교는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고 매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학교 이사회만으로는 안 되고 민간의 힘으로도 운영해야 해!”“그래도 찬
강서연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한번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양걸이라는 소년에게 시선이 갔다.양걸은 눈빛이 깊고 콧날이 오뚝하고 약간의 나쁜 남자 분위기를 풍겨 잘생긴 편에 속했다.화면에 나오면 많은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조금 전 그들이 윤찬을 헐뜯었다고 생각하면 강서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어진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은 직업적 도덕성과 예술 수준 두 가지 방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갖춰야 합니다.”강서연은 냉소했다.“연기를 잘한다는 것 외에도 연예계에서 높은 명망이 있어야 하는데 여러분은 어느 쪽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세요?”몇몇 스타 2세는 동시에 멈칫했다.어린 시절부터 생활 환경이 우월한 이들은 어디 가나 대접을 받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접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매번 그들이 역할을 선택하는 것이지, 역할이 그들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그들은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을 것이다.다행히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학생이 있어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이분은... 오자마자 윤찬 누나한테 관심 있냐고 물었잖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거 보면 윤찬 누나 아니야?”“윤찬 누나라면 윤씨 아니야?”“그래서 그 집안이 복잡하다고 했잖아!”양걸이 거리낌 없이 웃었다.“둘이 아빠가 다를걸!”“하하하...”몇 명의 남학생들은 다시 한데 모여 깔깔 웃었다.강서연이 심호흡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할 때 양걸이 말했다.“무슨 대단한 회사라고! 우리 아빠는 가라고 해도 안가겠다!”양걸의 말투는 경멸스러웠고 말을 할 때 고개를 들어 강서연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실제로 양걸의 아버지인 양지섭은 어진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모두 김자옥에게 거절당했다.양지섭의 평판과 인기는 후발 주자 나석진보다도 못했다.그리고 인기와 화제성 면에서는 문나보다도 못하다.그냥 연기를 잘하는 것 말고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국제상만 몇 개 받아봐서 양지섭에게 돈을 쏟아부을 가치가 없
“정섭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알고 있다고 했잖아요. 제가 부탁이 있는데 도와줄 수 있어요?”양걸은 최연준을 곁눈질하고 또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왜 도와줘야 하는 거죠?”“이참에 다들 알고 지내면 좋잖아요.”최연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들 이 바닥에서 먹고 사는데 서로 친하게 지내면 언젠가는 또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양걸은 최연준을 한 번 흘기고 말했다.“한번 말해보세요.”“정섭 엔터테인먼트에서 최근에 대작이 있다고 들었어요. 서예진 감독의 작품인데 제목이 ‘산하혼’ 인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출연하고 싶은 거예요?”최연준이 웃으며 말했다.“투자하고 싶어서요.”“걸아, 빨리 너의 그 경섭 형님한테 전화해 봐!”옆에 누군가가 양걸을 부추겼다.“전화 한 통이면 되잖아!”이번에는 양걸이 당황했다.양걸은 최연준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이 사람이 정말 부자인지 사기꾼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말만 하면 영화투자를 한다고 하지?가장 중요한 것은 양걸은 육경섭을 전혀 모른다!양걸은 난처한 안색을 띠며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아 전화 거는 것을 거절했다.최연준은 가볍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고 스피커를 켰다.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고 전화 너머로 육경섭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웬일로 나한테 전화했어요?”“최근에 '산하혼' 이라는 대작을 찍는다면서요?”“요즘에 제 일에도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제가 개인적으로 서예진 감독님을 정말 좋아해서요.”최연준이 웃으며 말했다.“저도 그 영화에 투자하고 싶은데... 영화 사업에 대한 작은 포부 같은 거죠.”“얼마나 투자하려고요?”“400억 원요.”몇 명의 스타 2세는 넋을 잃고 최연준을 바라보았다.“맞다. 양지섭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어요?”최연준은 이 말을 할 때 양걸을 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양걸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다.“알아요.”육경섭이 대답했다.“왜 묻는 거예요? 어진 엔터테인먼트에 계약하고 싶은
“오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호텔은 명황세가잖아!”강서연이 웃으며 윤찬을 놀렸다.“굳이 네가 쏘겠다고?”“이번에는 달라요!”윤찬이 진지하게 말했다.“매형, 절대로 호텔에 미리 말하지 마세요. 제가 진짜로 제가 번 돈으로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을 뿐이에요.”“그래요, 저도 찬성이에요.”최연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제가 아무 말도 안 할 테니 그냥 호텔에 가는 일반 소비자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윤찬이 기분 좋게 동의했다.그들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 윤문희를 모시고 또 김자옥을 초대했다.그래도 최연준은 은밀하게 최상의 룸으로 준비해달라고 요구했고 음식은 원가에서 티 내지 않게 적당하게 할인해 주면 된다고 여러 번 당부했다.호텔의 다른 직원들은 모두 이게 무슨 작전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지배인만 금방 알아차렸다.셋째 도련님의 처남이 흥이 나서 한턱내겠다고 하니, 당연히 그의 소원을 들어줘야지!지배인은 메뉴판을 새로 만들었다. 룸에 있는 음식들은 모두 최고급으로 올라왔고 가격은 로비보다 훨씬 저렴하다.방한서는 웃으며 매니저를 바라보고 눈빛으로 말해줬다.‘당신의 미래는 창창하고 앞길이 구만리일 거야!’룸에서는 시시때때로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룸밖에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복잡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도 그 사람을 유의하지 않았다.윤찬이 시상대에 섰을 때처럼 객석에 누군가 몰래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회장님.”진용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돌아갑시다. 이미 여기에 오래 서 있었습니다.”“나...”윤정재가 우물쭈물하다가 마지막에는 어린아이처럼 애원했다.“조금만 더 보고 갈게.”진용수는 윤정재 마음속의 고통과 모순을 이해했다.윤정재가 서 있는 각도에서 바라보면 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만 어렴풋이 보였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윤정재는 룸에 있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강서연도 있고 윤찬도 있고 윤문희도 있고...윤정재까지 더해 네 식구가 화목하게 지내면 얼
너무 급한 나머지 윤정재는 목소리 톤까지 변했다. 강서연은 깜짝 놀라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윤정재를 바라봤다.“내 말은...”윤정재도 무슨 감정인지 표현하기가 어려웠다.최연준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는 인정한다. 윤정재가 생각하는 완벽한 사윗감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연준보다 더 좋은 사람을 찾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그래도 윤정재는 아무리 봐도 최연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게다가 최연준은 김자옥의 아들이다...염라대왕 같은 시어머니를 두면 앞으로 딸이 고생할까 봐 걱정했다!“제 뜻은 아직 젊으시잖아요.”윤정재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젊은 사람들은 변수가 너무 많아서 일찍 시집을 가고 나중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어떡해요?”“그렇지 않아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연준 씨가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이에요!”“그건 남자를 많이 못 만나봐서 그래요!”윤정재가 이 말을 하자 자신도 깜짝 놀랐다.시간은 마치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윤정재가 윤씨 저택 밖에서 집안의 말다툼 소리를 들었다.윤씨 집안 어르신들이 윤문희를 꾸짖었다.“네가 남자를 많이 못 만나봐서 그래!”윤정재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떨렸다.“아저씨, 왜 그래요?”강서연이 그를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어디 아프세요?”강서연이 따뜻한 물 한 잔 가져다드렸다.“몸이 편찮으시면 먼저 들어가 쉬세요. 우리 프로젝트는 이미 충분히 정리했어요. 나머지는 밑에 사람들에게 맡기면 돼요.”“제가 다 하고 싶어서 그래요.”윤정재는 힘겹게 웃음을 지었다.그는 이 병원을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뿐만이 아니라 이 병원을 자기가 끔찍이 아끼는 딸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다.“병원은 다른 것보다 더 세심하게 봐야 해요. 번거로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강서연은 윤정재의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아저씨는 생활 속에서도 세심한 사람이죠?”윤정재는 한번 생각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나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윤정재는 순간 당황하며 강서연을 빤히 바라봤다.이게 무슨 뜻이지? 딸이 자기를 떠보는 건가?아니면 윤문희는 이미 윤정재가 오성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어 딸을 시켜 자기를 떠보게 하여 아직도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지 알아보게 한 걸까?윤정재는 코끝에서 땀방울이 송골송골 뿜어져 나왔고 가슴도 두근거렸다.강서연은 윤정재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냥 너무 뜬금없이 물어 어르신들을 놀라게 한 줄 알았다.‘엄마를 위해 짝을 찾고 싶다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잖아!’“죄송해요.”강서연이 연달아 사과했다.“아저씨, 악의로 물어본 게 아니에요. 대답하기 싫으면 안 물어볼게요!”“그게...”윤정재가 어색하게 웃었다.“사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동안 일과 의학 연구로 바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생각 범위 밖이에요.”“누군가가 아저씨와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그런가? 좋을까?’윤정재는 곤경에 빠졌다.그 사람을 제외하고 윤정재는 그 어떤 여자와도 남은 인생을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 사람은 어쩌면 평생 자기를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죠.”윤정재는 대충 둘러댔다.“현재 병원을 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일에 몰두했다.그날 밤 윤정재는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날이 밝아질 무렵에 겨우 잠이 들었다.그러나 두 시간도 채 못 자고 진용수가 그를 깨웠다.“회장님?”진용수는 윤정재의 피곤한 얼굴에 다크서클까지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정재는 극도로 자율적인 사람으로, 매일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출근하는지를 정해 시간을 완벽히 지킨다.‘오늘은 왜 이런 모습이지?’“회장님, 오늘 최씨 영감님을 만나러 가는 데 이렇게 가실 건 아니죠?”윤정재는 잠시 멈칫했다.그제야 오늘 최재원을 방문하기로 약속한 것이 생각났다.윤정재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었다. 다행히 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