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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최재원의 서재는 마치 도서관처럼 아주 컸다. 책장은 천장에 거의 닿을 정도로 높았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서적이 가득했다.

책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메아리 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앉은 강서연은 떨리는 마음에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최연준은 그녀와 깍지를 끼고 위로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최재원은 한복을 입고 책상 뒤에 앉아있었다. 연세가 지긋했지만 강건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강서연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했다.

“차 마셔요, 서연 씨.”

최재원은 그래도 나름 예의를 갖췄다.

강서연은 차를 마시기 전 고개를 들어 최연준이 어떻게 마시는지 본 다음 그대로 따라 하며 한 모금 홀짝였다.

최재원은 강서연이 머리가 좋은 아이라는 걸 보아냈다. 거칠고 무모하지 않았고 당돌하지도 않았다. 최연준이 옆에 있어도 여전히 예의 바른 모습이었고 어른 앞에서 그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최연준이 편을 들어줄 거라는 생각에 함부로 행동했을 것이다.

최재원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다.

그는 강서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무슨 질문을 하든 강서연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잠시 후 서재에서 나온 강서연은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렇게나 긴장했어?”

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까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어.”

“그래요?”

하지만 강서연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집안의 어른은 보통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세서 한 사람에 관한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아무래도 당신을 받아들인 것 같아.”

“예전에도 안 받아들인 건 아니었죠.”

강서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연준 씨 내연녀가 되라고 하셨잖아요.”

“당신...”

최연준이 두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간지럽히려 하자 강서연이 그를 말렸다.

“연준 씨네 집에서는 이러지 말아요.”

“알았어.”

최연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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