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2화

작가: 빛나라
윤정재는 제자리에 굳어 있었다.

가슴이 뭔가에 세게 부딪히는 것 같았고, 한바탕 쥐어짜는 듯 아프다가 또 마구 뛰었다.

강서연은 윤정재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별생각 없이 돌아서서 차에 올라갔다. 방한서는 기사를 불러 함께 출발하려고 했다.

차를 몰고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윤정재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쫓아갔다.

강서연이 탄 차를 계속 따라갔고 핸들을 움켜쥔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몇 번이나 윤정재의 시선은 흐려졌다.

윤정재의 머릿속에는 그 맑고 달콤한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고 여인의 미소와 눈빛이 떠올랐다.

연보라색의 드레스를 입고 달빛 아래 서 있는 소녀는 소년을 볼 때마다 환하게 웃었다.

소녀는 소년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모두한테 등을 돌렸다.

소년이 소녀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녀의 눈빛에는 충격과 분노, 절망이 담겨 있었다...

윤정재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갑자기 길 한가운데 멈춰서는 바람에 뒤차들의 불만을 샀고 귀에 거슬리는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기사들이 윤정재를 지나갈 때마다 그를 한 번씩 쳐다보고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교통경찰이 달려와 윤정재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반면 윤정재는 혼을 잃은 듯 차 안에 앉아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솟아나며 눈물은 비 오듯 쏟아졌다.

...

“서연 씨, 무엇을 찾으세요?”

앞에 앉은 방한서는 그녀가 계속 뒤를 돌아보는 것을 보자 물어봤다.

“아니에요.”

강서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저씨의 차가 뒤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또 없어졌어요.”

방한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해 보았는데 이 일을 최연준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서연을 안전하게 데려다준 후 아래층에서 최연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 네. 서연 씨를 사모님 댁에 모셔다드렸습니다.”

“응.”

최연준은 서류를 처리하는 중이었다.

“빌라에서 별일 없었지?”

“없었어요, 그냥...”

방한서가 뜸을 들였다.

“문 앞에서 윤 회장님을 만났는데 서연 씨를 직접 데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53화

    지금의 최연준은 장모님 댁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윤정재가 서연이를 따라갔을까? 이 영감탱이!’최연준은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도대체 무슨 속셈이지?’...강서연이 집에 도착했을 때 윤문희는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강서연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서연아, 이리 와봐!”강서연이 급하게 달려갔다.윤문희는 자신이 키우는 다육식물 화분 몇 개를 가리키며 딸에게 자랑했다.“이거 봐, 내가 잘 키웠지! 생명력이 정말 강해서 십수일에 한 번 물을 줘도 이렇게 자랐다니까!”강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강서연의 기억 속으로는 윤문희는 화초를 다스릴 줄 몰랐다. 손에 닿은 것들은 죄다 죽었기 때문이다.예전에 강서연은 윤문희를 비웃으며 그녀가 유일하게 죽지 않게 키운 생물이 바로 자기와 윤찬 남매라고 말한 적이 있다.윤문희는 강서연을 힐끗 쳐다보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딸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해서 식물잎을 만지작거렸다.“엄마.”강서연이 갑자기 궁금해했다.“엄마는 아이를 낳기 전에 식물을 안 키워봤어요?”“응.”윤문희는 고개를 저었다.그때 집에는 식물원과 유리 온실이 있어 전 세계의 온갖 희귀한 식물들이 다 그 안에 있었다. 또 개인 소유의 열대 우림이 있었기 때문에 윤문희가 가꾸지 않아도 되었다.강서연은 베란다에 널려있던 빨래를 걷어 하나씩 개고 집 안부터 밖까지 다시 청소했다.강서연은 윤문희와 역할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강서연이 엄마 같았고 윤문희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딸에 더 가까웠다.강서연은 웃으며 중얼거렸다.“가끔 엄마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엄마는 뭔가 귀하게 자란 공주님 같아요!”윤문희는 잠시 멈칫하고 좀 슬퍼했다.“서연아...”윤문희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그동안 엄마가 너한테 민폐만 끼치고 많이 못 해줬어.”“아니에요!”강서연이 급하게 윤문희를 껴안았다.“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나는 그런 뜻이 아닌데요! 방금 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54화

    “그래도 너희 둘이 결혼하지 않고 계속 같이 살면 남들에게 비난받을 거야. 서연아, 여자는 평판이 중요하다고! 예전에는 네가 최 서방 신분을 몰라서 결혼한 줄 알았을 때 같이 사는 건 남들이 뭐라 안 할 거야. 그런데 이제 알았으니 계속 같이 살고 싶으면 빨리 결혼해야지!”윤문희는 부드럽게 말했다.“엄마.”강서연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엄마는 생각이 너무 올드해요!”“올드한 게 아니라 너를 지키려고 하는 거야!”윤문희는 강서연의 손을 꼭 잡았다.“결혼을 하지 않으면 그건 명분이 정당하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이야. 엄마는 네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강서연은 코끝이 찡했다. 강명원과 안 좋았던 과거로 인해 윤문희가 명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강서연은 엄마 품에 떼쓰듯 기대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윤문희와 이렇게 애교를 부릴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윤문희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잔소리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윤문희 역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끊임없이 중얼거렸다.“알겠어요.”강서연이 위로했다.“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다 마치면 결혼 준비할게요, 이러면 됐죠?”“약속을 지켜야 해!”“걱정하지 마세요!”“맞다.”윤문희는 또 뭐가 생각나서 물었다.“너랑 최 서방... 둘이 있을 때 최 서방이 너한테 잘해주지?”강서연은 듣고 어리둥절했다.다소 말을 돌려서 얘기한 윤문희는 딸의 멍한 모습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내 말은 최 서방이 평소에 너를 얼마나 귀찮게 하니?”강서연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엄마, 왜 그런 걸 물어요?”“이게 왜? 엄마니까 물어볼 수 있지!”윤문희는 어려서부터 서양식 교육을 받아 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숨기지 않았다.“엄마가 너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단지 너무 힘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거야. 피임은 너희 둘이 상의하면 돼! 물론 나는 빨리 손자를 보고 싶긴 하지만...”“엄마!”강서연은 발을 동동 굴렀다.“장모님, 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55화

    박경수는 잠시 멈칫했다.최재원은 평소에는 차갑고 엄숙하여 거의 이렇게 성질을 부리지 않는다.이런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더욱 드문 일은 지금 강서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박경수는 웃으며 영감님을 부축하여 방으로 돌아가 쉬게 하였고, 집사들은 매일 밤 그가 마시는 한약을 가져다주었다.최재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약을 마시고는 그릇을 쟁반에 세게 내려놓았다.“영감님.”박경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적게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괜찮아.”최재원이 손을 흔들었다.“이런 약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먹었고 지금은 몇십 년째 습관이 되어 있어. 게다가 이건 한약이어서 몸에 좋은 거야!”박경수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엔 입을 다물었다....저녁, 에덴.강서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최연준은 이미 침대 머리맡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시계를 보니 겨우 8시가 조금 넘었다.요즘 회사 일이 많아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던 최연준이 오늘은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강서연은 저녁 식사 때 이 남자가 오늘 밤 8시에 별똥별이 있다고 해서 같이 손을 잡고 옥상에 올라가 소원을 빌자고 말해준 것이 떠올라서 혼자서 웃었다.때로 남자가 유치하게 굴어도 귀여울 때가 있다.강서연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기도 한쪽에 들어가 누웠다.최연준의 안정적인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강서연은 최연준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그의 미간을 스치면서 코끝, 입술, 마지막으로 그의 각진 얼굴에 머물렀다.이 얼굴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강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는데 무심코 손끝이 최연준의 살짝 찌푸린 미간에 닿았다. 강서연은 그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최연준은 자기 업무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했고 또 시간을 내어 강서연을 도와 서교 땅 프로젝트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정리해야 했다.그리고 최연준의 은행 카드는 모두 강서연이 가지고 있다.한 푼의 비상금도 없는 남자는 밥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56화

    강서연은 소리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최연준에게 제압당했다.“자기야.”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 카드에 얼마 들어 있어?”강서연은 별 생각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연준 씨가 전에 쓰던 블랙카드예요. 안에 돈이 없지만 한도 제한 없어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먼저 내려왔다.너무 오래 키스를 한 강서연은 숨이 안 쉬어질 지경이다....강서연은 나른하게 최연준에게 기대었고 온몸이 다 흩어지는 듯했다.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지금의 최연준은 조금도 졸리지 않는다.“싫어요!”강서연이 제때 최연준을 제지했다.“나 정말 피곤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최연준이 못되게 웃었다.“강 대표께서 한도 제한이 없다고 말했는데...”강서연은 이불을 끌어안고 자신을 꼭 감싸 안은 채 커다란 눈망울로 최연준을 경계했다.최연준은 마음이 약해져서 강서연을 다시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고 그녀의 매끈한 등을 토닥였다.“알겠어, 장난 안 칠게.”최연준은 부드럽게 말했다.“그냥 잠만 자자.”강서연은 웃으며 손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지금은 잠이 덜 오는 것 같아요.”강서연은 최연준을 보며 말했다.“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요?”“그래.”그런데 무슨 얘기를 할까?강서연은 최연준이 평소 금기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둘이 있을 때 일 얘기는 듣고 싶지 않고, 다른 남자의 이름도 듣고 싶지 않고, 전에 알던 여자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수다를 떨다 보면 두 가지 주제를 벗어나지 못한다.결혼이랑 사랑싸움이다.강서연의 얼굴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고양이처럼 최연준의 품속으로 다시 움츠러들었다.“왜 그래?”최연준은 잠시 멈칫했다.“어디 불편해?”“아니에요.”강서연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다.“연준 씨... 오늘밤 우리 별똥별을 놓쳤어요.”“그러네.”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8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57화

    전에 김자옥은 윤정재를 만나면 잘 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그들이 이전에 무슨 악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윤정재는 김자옥을 불쾌하게 한 적이 있다.최연준의 엄마를 건드리는 것은 그를 건드리는 것과 같아, 최연준은 당연히 참을 수 없다!“나는 그분을 잘 몰라.”최연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 앞으로 그분이랑 가깝게 지내지 마.”“왜요?”“왜냐하면...”최연준도 생각나는 이유가 없다.“아무튼 그분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니 같이 일할 때도 조심해. 업무 외에는 사적으로 많이 접촉하지 말고.”“하지만...”강서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날 집에 돌아가 보니 윤문희가 혼자 외롭게 있었고 베란다의 다육식물만 그녀의 친구가 돼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강서연은 마음속으로 안쓰러워했다.그때 문뜩 윤문희에게 남자친구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다면 덜 외로움을 탈 것이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윤정재만이 조건에 맞는 것 같다.“서연아.”최연준은 강서연이 말을 하려다 마는 모습을 보고 그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거 얘기하자.”강서연은 하품을 하며 몸을 뒤척였고 축 늘어진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지금 졸음이 몰려왔다.강서연은 눈을 감고 곧 잠이 들었다.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최연준이 뭐라고 말한 것 같았고 그녀는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 강서연은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들어갔고 사방이 고요하여 물줄기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앞으로 갈수록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강서연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잡았는데 손을 펼쳐보니 뜻밖에도 반딧불이었다! 강서연은 놀라고 기뻐 더 자세히 보았다... 이 반딧불은 신기하게도 두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두 쌍 날개를 가진 반딧불?’강서연은 꿈속에서 어렴풋이 생각했다.누군가 강서연에게 두 쌍 날개를 가진 반딧불은 남양 사바 지역의 열대우림에 사는데 그곳은 개인 정원이라는 말을 한 것 같다.강서연은 반딧불을 날려 보내고 계속 앞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58화

    “시상식?”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하였다.“무슨 시상식인데요?”“처남이 이번 학기에도 장학금을 받았대.”최연준은 윤찬을 언급할 때 친동생을 언급하는 것처럼 자랑스러워했다.“핵심 간행물에 논문이 게재되어 의학계 선배들의 주목을 받아서 이번에 학술 대상을 받았어.”강서연은 최연준의 핸드폰을 가져왔다.전에 안 봐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윤찬 이 자식이 최연준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윤찬은 매형만 찾지, 누나는 찾지 않는다.윤찬의 눈에 매형은 슈퍼맨과 같은 존재다!그래서 성적을 거두어도 제일 먼저 매형한테 연락한다.“이 자식!”강서연이 일부러 화를 내는 척했다.“안중에는 누나가 없는가 봐요!”“질투 났어?”최연준이 웃으며 며칠 전의 채팅 기록을 꺼내 강서연에게 보여주었다.「매형, 장학금 받으면 엄마랑 누나 선물 사주고 싶은데 어떤 것을 사줘야 좋아할까요?」문자를 본 강서연은 또 마음이 약해지면서 눈가가 저절로 촉촉해졌다.“처남이 비밀로 해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이 좋은 소식을 당신에게 알려주었을 거야.”최연준은 강서연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와. 이따가 같이 시상식에 가자.”강서연이 웃으며 승낙했다.오전에 두 사람은 오성대에 도착했다.역사 있는 명문대라 분위기는 다른 대학과는 달랐고 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마저도 고상한 분위기를 풍겼다.강서연은 오가는 대학생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학생들의 모습에서 생기와 발랄함이 느껴졌고 학술을 배우는 자신감이 넘쳤다.최연준이 음료수를 사러 가고 강서연은 혼자 길가에 서 있었다. 이때 막 농구를 마친 남학생들이 지나갔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강서연을 몇 번 쳐다봤다.그중 잘생긴 남학생 한 명이 다시 돌아와 강서연에게 번호를 따려고 했다.강서연은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누구야?”갑자기 뒤에서 굵고 두꺼운 소리가 들려왔다.강서연이 몸을 돌리자 까맣게 물든 최연준의 얼굴이 보였다.“모르는 사람이에요.”강서연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59화

    “큰소리치고 있네!”갑자기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강서연이 목소리를 따라 찾아보니 그 목소리는 자기 뒤편 남학생한테서 나온 것이다. 건들거리는 남학생 얼굴에는 비웃음과 오만함이 가득했다.“윤찬의 배경이 뭔데?”다른 사람들도 수군거렸다.“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다니, 평소 선생님께 아부를 많이 떨었겠지?”“그냥 의학 연구잖아, 안 해본 사람이 있어? 내가 실험실에 있을 때 쟤는 피시방에서 게임만 처놀았을걸!”“맞아,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16살이었대...”“네가 뭘 안다고 그래?”다른 사람이 말했다.“쟤는 좋은 누나를 뒀는데 너는 있니?”“누나? 뭐 하는 사람이야?”“누나가 남자...”몇몇 남학생들이 모여 머리를 숙이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를 찌르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강서연은 화가 나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손이 나타나서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화내지 마.”최연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화 안 났어요.”강서연은 최연준을 바라보았다.“나는 단지 약간 의문이 들 뿐이에요. 오성대가 그래도 명문대라고 소문났는데 어떻게 이런 자질이 없는 학생이 있어요?”“누가 명문대에 반드시 좋은 학생들만 있어야 한다고 했어?”최연준은 웃으며 다시 그쪽을 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방한서에게 보냈다.얼마 안 지나서 그들의 자료를 받았다.알고 보니 전부 스타 2세들이었다. 특히 센터의 남학생은 아버지가 영화배우고 국제적인 대상을 휩쓸 정도로 위세와 명망이 대단하다.“저 학생의 이름은 양걸이야.”최연준이 속삭였다.“사실 매년 오성대에서는 소수의 자리를 기부금 입학생을 위해 준비하거든.”기부금 입학생, 돈을 많이 쓰면 학교에서 받아들이는 거다.“어쩔 수 없어.”최연준은 웃으며 말했다.“모든 학교가 그렇듯이 영국과 프랑스에 가도 명문대에는 이런 자리가 다 남아있어. 학교는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고 매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학교 이사회만으로는 안 되고 민간의 힘으로도 운영해야 해!”“그래도 찬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460화

    강서연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한번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양걸이라는 소년에게 시선이 갔다.양걸은 눈빛이 깊고 콧날이 오뚝하고 약간의 나쁜 남자 분위기를 풍겨 잘생긴 편에 속했다.화면에 나오면 많은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조금 전 그들이 윤찬을 헐뜯었다고 생각하면 강서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어진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은 직업적 도덕성과 예술 수준 두 가지 방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갖춰야 합니다.”강서연은 냉소했다.“연기를 잘한다는 것 외에도 연예계에서 높은 명망이 있어야 하는데 여러분은 어느 쪽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세요?”몇몇 스타 2세는 동시에 멈칫했다.어린 시절부터 생활 환경이 우월한 이들은 어디 가나 대접을 받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접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매번 그들이 역할을 선택하는 것이지, 역할이 그들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그들은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을 것이다.다행히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학생이 있어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이분은... 오자마자 윤찬 누나한테 관심 있냐고 물었잖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거 보면 윤찬 누나 아니야?”“윤찬 누나라면 윤씨 아니야?”“그래서 그 집안이 복잡하다고 했잖아!”양걸이 거리낌 없이 웃었다.“둘이 아빠가 다를걸!”“하하하...”몇 명의 남학생들은 다시 한데 모여 깔깔 웃었다.강서연이 심호흡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할 때 양걸이 말했다.“무슨 대단한 회사라고! 우리 아빠는 가라고 해도 안가겠다!”양걸의 말투는 경멸스러웠고 말을 할 때 고개를 들어 강서연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실제로 양걸의 아버지인 양지섭은 어진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모두 김자옥에게 거절당했다.양지섭의 평판과 인기는 후발 주자 나석진보다도 못했다.그리고 인기와 화제성 면에서는 문나보다도 못하다.그냥 연기를 잘하는 것 말고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국제상만 몇 개 받아봐서 양지섭에게 돈을 쏟아부을 가치가 없

최신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9화

    배현진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을 떠나 허공을 떠도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그는 허공에 떠 있는 듯 응급실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의사들이 급히 자신을 응급처치하는 모습과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누워 있는 자기 육체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에서 해방된 듯한 감각이 그를 감쌌다.의식은 또렷했지만,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없었다.그날, 배현진은 오강호와 싸웠다.송윤희와 이혼 후 더 나락으로 떨어진 오강호는 그날 술집에서 술에 취해 있던 배현진과 우연히 마주쳤다.말다툼은 곧 몸싸움으로 번졌고 오강호는 배현진이 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자, 송윤지를 언급하며 조롱을 쏟아냈다.배현진은 격분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먼저 손을 댄 쪽이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오강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배현진은 오강호에게 몇 대 얻어맞고는 응급실로 실려 가고 말았다.지금도 배현진의 귀에는 오강호의 말이 메아리처럼 맴돌고 있었다.“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더니 별수 없군. 여자를 제대로 붙잡지도 못하고 결국 임지강에게 뺏겼다지? 하하하...”“배 도련님, 혹시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임지강이 송윤지에게 접근한 건 처음부터 다 계획된 거였을 거야!”“너 같은 쓰레기가 무슨 남자야. 약혼녀도 남에게 빼앗기고 말이야.”배현진의 가슴 한구석이 세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강한 힘이 그의 영혼을 다시 육체로 끌어당겼다.옆에서 심전도가 삐 울리더니 직선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의사들은 제세동기를 정리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환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했습니다. 약물을 투여하세요.”배현진의 꼭 감겼던 두 눈이 살짝 떨렸다.그를 때린 사람이 임지강과 송윤지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걸까?혹시, 그 둘 사이에 정말로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그는 알아내야 했다.죽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자신이 겪은 모든 수모를 반드시 임지강에게 똑같이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8화

    임지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제가 누나랑 형부께 누를 끼쳤네요.”“그렇게 생각하지 마.”임우정은 부드럽게 말했다.“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은 결국 운명 같은 거야. 따지고 보면 이 일의 원인은 나야. 내가 처음에 송윤지를 현진이에게 소개하지 말아야 했어.”“저 때문에 누나가 곤란해진 거예요.”임지강은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제가 조금 비겁한 방법을 썼어요.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배씨 가문을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배현진이 은행에 진 빚은...”임지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우정이 임지강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경원이와 수정이는 모두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빚진 돈은 은행에 분할해서 납부할 거야.”“그럼 이자는 받지 않을게요.”임우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안도와 약간의 무력감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배현진에 대해서는.”임지강은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윤지를 괴롭힐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죠. 지금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심지어 정말로 정신이 나갔다 해도 그건 자업자득이에요.”“됐어, 봐줄 줄도 알아야지. 너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잖아...”임지강은 고개를 들어 임우정을 바라봤고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냄새예요?”갑자기 집 안에서 송윤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지강은 놀라며 황급히 돌아섰다.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송윤지가 급히 주방으로 달려 들어왔다.임지강도 곧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아이고, 이거 다 태웠네요!”송윤지는 놀라 외치며 불을 껐다. 그런 다음 행주로 냄비 뚜껑을 열었다.“이건 뭐예요?”“제가 만든 당근 소고기 스튜예요...”임지강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윤지에서 한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이 모양이었다.“물 안 넣었어요?”송윤지는 코를 찡그리며 물었다.“당근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7화

    임지강은 송윤지의 세계에 다시 한번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임지강은 이제 송윤지의 아파트에서 종종 머물렀다. 겉으로는 송윤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라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윤지는 몇 번 거절하려 했지만, 임지강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그냥 놔두기로 했다.임지강은 비록 소파에서 자야 했지만, 그것조차도 행복했다.임지강은 언젠가는 송윤지의 곁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임지강은 대부분의 시간을 송윤지와 함께 보내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세 끼를 직접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송윤지가 과거에 자신을 위해 했던 일들이 얼마나 힘들고 정성이 담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과거 송윤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가끔 송윤지는 집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임지강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꿈이 자꾸 송윤지를 괴롭혔지만, 송윤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조강이 곁에 있으면 훨씬 마음이 놓인다는 것을.임지강은 배현진과는 완전히 달랐다.배현진은 늘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앞으로’ 같은 말로 막연한 미래를 약속하곤 했다.반면, 임지강은 ‘내가 있잖아’, ‘나한테 맡겨’, ‘두려워하지 마’ 같은 말로 송윤지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임지강의 말 속에는 사랑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서 송윤지를 얼마나 아끼는지 충분히 느껴졌다.그날은 송윤지가 쉬는 날이었다. 임지강은 주방에서 당근과 소고기를 넣은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이 요리는 임지강이 새로 배운 것이었다. 임지강은 요리의 모든 과정을 조심스럽게 진행했고 조미료를 넣는 것도 마치 화학 실험을 하듯 정밀하게 측정했다.잠시 후, 요리의 향기가 퍼져 나갔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냄비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조절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그가 문을 열자, 임우정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우정은 복잡한 표정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누나?”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6화

    배현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임지강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소중히 여겨야 할 때 외면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임지강은 손가락으로 배현진의 코앞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다시 내 여자를 건드리면, 소피아와 함께 감옥에서 만나게 될 거야.”임지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송윤지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는 이제 배현진과 배윤아 두 남매만 남아 있었다.배현진은 멍하니 바닥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후회와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배현진의 모습을 보며 배윤아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오빠...”배윤아는 조심스럽게 배현진을 부축하며 말했다.“사실, 오빠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진작에 알아봐야 했어. 소피아가 없었다면, 우리 집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배현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벽에 기대어 머리를 부딪치며 자신을책망했다.“오빠.”배윤아는 애써 배현진의 마음을 다독이며 말했다.“내 생각엔 임지강 씨는 오빠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진심으로 오빠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닐 거야. 이미 송윤지의 복수를 한 거나 다름없으니, 더는 오빠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게다가 다행히도 오빠가 진 빚은 임지강 씨의 은행에서 대출받은 거니까, 그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부탁하면 좀 봐주지 않을까?”“봐준다고?”백약곡의 쓴웃음은 공허하고 힘이 없었다.“지금 나는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끝났어...”“오빠에겐 아직 나랑 부모님이 있잖아!”배윤아는 울먹이며 말했다.“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야! 오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잘못했다고 해. 오빠가 진 빚은 부모님이 분명 해결하려고 하실 거야.”“내가 은행에 진 빚은 수천억이라고.”배현진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게다가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한 사람은 임지강이야. 그 사람은 절대 날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오빠...”배윤아가 더 말을 이어가려 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5화

    “현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소피아는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건... 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은 모든 걸 여동생에게 넘겼잖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랑 제임스는? 당신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여기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제임스를 어떻게 키우겠어?”“그만해!”배현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소피아는 오직 자신과 제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소피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현진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대하려 했던 건 소피아를 사랑해서지,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현진 씨...”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고 우리가 순조롭게 결혼하길 원했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네가 원하는 건, 배씨 가문을 차지하는 거잖아?”“당신...”“윤아는 내 친동생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등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배현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소피아는 배현진의 외침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배현진! 앞으로 네 여동생이랑 살 거야? 아니면 나랑 살 거야?”그 말에 배현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소피아의 뺨을 세게 때리며 속에 쌓여 있던 모든 후회와 분노를 폭발시켰다.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배현진의 얼굴을 긁으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며 뒤엉켰고 배현진의 얼굴에는 소피아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그때, 경찰이 방으로 들이닥쳐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차가운 수갑이 소피아의 손목에 채워졌다.배현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소피아가 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의 존재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온몸이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다시는 하나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4화

    임지강은 대출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 선명한 배현진의 서명과 붉게 찍힌 도장은 마치 피로 얼룩진 조롱처럼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제 생각엔,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조 회장이 말했다.“지강아, 빨리 돈을 배 도련님 계좌로 송금하고 그 두 광산을 사들여라. 그리고 배 도련님,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대해주고 있는데, 도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죠. 흥! 약속을 어기는 일은 배씨 가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배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절망이 그의 마음을 홍수처럼 휩쓸고 있었다.“배씨 가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제가 데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배 도련님도 보고 싶었을 겁니다.”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룸의 문이 열리며 배윤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배현진은 배윤아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놀라움은 곧 걱정과 초조함으로 변했다. 배현진은 재빨리 배윤아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윤아야, 괜찮아?”“나 괜찮아.”배윤아는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고작 사흘뿐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러나 배윤아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하는 순간, 증오가 담긴 눈빛이 소피아를 사로잡았다. 배윤아는 이를 악물며 소피아를 가리켰다.“오빠, 바로 저 여자가 사람을 시켜 날 해친 거야!”“뭐라고?”배현진은 몸을 떨며 경악했다.소피아는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발악하듯 배현진 곁으로 뛰어들며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아니야! 윤아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네가 사라진 동안, 난 네 소식을 찾으려고 정말 애를 썼어. 난 정말로...”“거짓말하지 마세요!”배윤아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소피아 씨가 사람을 시켜 날 폭행하고 내 물건을 훔쳐 간 건 분명해요! 그리고 소피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게 배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3화

    “조 회장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소피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우리가 그 광산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시잖아요. 대박을 기대했는데, 지금 헐값에 팔면 원금도 못 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요. 게다가 그 돈은 전부 은행 대출입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조 회장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건 아가씨가 주도한 일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배 도련님이 처음엔 그 두 광산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만.”“조 회장님...”“배 도련님.”조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오히려 추악한 수단으로 올라선 여자의 말을 믿었으니, 그 손해는 당연히 본인이 책임져야죠.”“지금 말 다했어요?”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며 격분해 외쳤다.조 회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짓누르듯 바라보았다. 그때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소피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배 도련님, 매입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배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회장은 부하에게 매입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배현진은 그만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임지강과 송윤지였다.배현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테이블을 건드렸고 접시와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임지강도 옆에 나란히 앉았다.“배 도련님, 아는 분이시죠?”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따로 소개해 드려야 할까요?”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배 도련님.”임지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도련님이 투자하신 두 광산이 이제 3200억밖에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3400억에 사들이겠습니다. 도련님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2화

    화면에 띄워진 데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배현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피아 역시 어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피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우리가 1조를 들여 산 두 광산이라고! 무려 1조라고!”배현진이 소리쳤다.“가격이 분명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3200억으로 폭락한 거냐고!”“나도... 나도 모르겠어...”소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광산의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했었단 말이야. 그 두 광산은 운산시에 있는데, 지금 운산시 광산 가격이 상승세잖아. 분명 손해 볼 투자가 아니었어.”“하지만 지금 상황 좀 봐.”배현진은 입술을 떨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피아, 그 1조는 전부 은행 대출금이야. 지금 난 은행에 수천억 빚을 졌고 이자도 엄청나다고.”“현진 씨, 진정해.”소피아는 급히 배현진을 달래며 말했다.“이 일은 조 회장이 중간에서 소개한 거래잖아. 조 회장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내가 직접 물어볼게.”...배현진과 소피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호텔 룸에서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진은 오늘의 만남을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도록 특별히 부탁했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의 대표 메뉴들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조 회장이 방에 들어서자, 배현진은 그가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의 눈빛은 마치 코너에 몰린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았고 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쥐가 된 듯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두 분이 너무 과하게 준비하셨네요.”조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의 술잔을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나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1화

    이른 아침, 소피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옆에 누운 남자의 맨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배현진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했다.배현진은 그녀의 키스에 미소로 답하며 부드럽게 눈을 떴다.하룻밤의 열정에 지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희미한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제임스는 아직 안 깨어났어?”“이 시간엔 절대 안 일어나요.”소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한 번 더?”“아니.”배현진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그는 정말로 피곤했다. 소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매일 밤 이렇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걸까?소피아는 송윤지와 완전히 달랐다. 송윤지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가 바라볼 때만 순수한 미소를 띠곤 했다.배현진은 문득 송윤지를 떠올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자기야, 무슨 일이야?”“아, 별거 아니야.”배현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맞다, 나 현진 씨랑 상의할 게 있어.”소피아는 배현진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리며 말했다.“제임스도 점점 크고 있어. 가정교사를 불러서 집에서만 공부시키는 건 이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어쨌든 앞으로는 제임스가 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지?”“음...”배현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모님이 이미 가업을 전부 윤아에게 넘겼잖아.”소피아는 미소를 띠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흡족해했다.배윤아 같은 풋내기는 소피아와 겨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배윤아를 기절시켜 조 회장의 카지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조 회장이 배윤아를 데려갔으니, 모두가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조 회장과 임지강이라고 믿을 것이다.혹시 조 회장이 색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