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는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비록 몸은 아팠지만 반짝이는 두 눈은 그 질문을 하기 전에 그녀 마음속에 이미 답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임수정은 권민지를 도와주고 싶었고 자신을 위해 정의를 되찾고 싶었다.“잘 생각해야 해요.”윤정재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것들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그야말로 집안 망신이에요. 그때 가서 수정 씨도 연루될 수 있어요.”“그딴 건 두렵지 않아요.”임수정이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어차피 저는 곧 죽을 사람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저들이 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어요.”“누가 그래요? 수정 씨가 죽는다고? 지금 내 의술을 의심하는 거예요?”윤정재가 피식 웃었다.“이런 얘기를 하면 수정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속상해한단 말이에요.”임수정은 잠깐 멈칫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갑자기 발갛게 달아올랐다.“경원 씨 괜찮던데, 임정수보다 수정 씨를 더 걱정하더라고요.”윤정재는 주삿바늘을 꺼내 그녀의 정맥을 능숙하게 찔렀다.“우리 아빠는 절 걱정해 준 적이 없어요.”임수정은 자신을 비웃었다.“제가 태어날 때부터 부족해서 아빠는 항상 절 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매달 수억 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부담된다면서 내기 싫어하셨죠. 만약 엄마가 치료를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아빠는 아마 절 그냥 죽게 내버려 뒀을걸요.”윤정재는 이런 소리를 끔찍이도 싫어했다.‘딸은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키워야 하는 거 아니야? 서연이었더라면 수억 원이 아니라 수십억, 수백억... 아니 전 재산을 다 쓰더라도... 퉤퉤퉤!’윤정재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접었다.‘갑자기 왜 서연이가 아파질 생각을 하는 건지, 원.’“아저씨, 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임수정이 계속하여 말했다.“누구보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서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못해요. 그러니까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이게 임정수에게는 치명
Last Updated : 2023-12-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