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원을 본 간호사들이 반갑게 인사했다.“도련님, 또 오셨네요?”배경원은 간호사들을 향해 씩 웃고는 곧장 병실 안으로 걸어갔다.그에게 반한 몇몇 간호사들은 한데 모여 까르르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경원 도련님 너무 멋지지 않아요? 어린 남자들 전혀 못지않아요.”“그러게 말이에요. 얼굴도 멋있고 정도 많아요. 수정 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왔어요... 어휴, 그런데 수정 씨는 도련님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니, 너무 안타까워요.”“수정 씨도 참 가여워요. 사고를 당했는데 친아버지도 나 몰라라 하잖아요... 경원 도련님이라도 곁에 있어 줘서 얼마나 다행이에요.”배경원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임수정이 침대 머리맡에 멍하니 앉아있었다.그는 잠깐 움찔하다가 이내 미소를 쥐어짜고 침대 옆으로 살며시 다가갔다.“오늘은 좀 어때요?”배경원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들자 임수정은 본능적으로 피하더니 몸을 움츠린 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그 모습에 배경원은 속상하기만 했다. 오랜 시간 옆에 있어 줬지만 임수정은 여전히 그를 낯선 사람 대하듯 했다.배경원은 억지로 웃으며 손을 거두어들였다. 그는 물 한 잔을 따라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수정 씨, 그거 알아요? 예전에 어떤 사람이 잠을 자는데 모기 한 마리가 와서 물어버린 거예요. 잠에서 깬 그 사람이 모기를 잡으려는데 모기가 글쎄 이런 말을 하더래요.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 오늘 제 생일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모기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놓은 다음에 손뼉을 치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대요. 하하...”배경원은 혼자 웃기 시작했고 임수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그를 쳐다보았다. 임수정이 아무 반응이 없자 배경원의 웃음도 점점 굳어졌다.“어... 안 웃겨요?”배경원이 머리를 긁적였다.“내가 웃긴 얘기를 하면 항상 이렇게 썰렁해지더라고요.”임수정은 뜻밖에도 그의 이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그녀의 미소는 마치 밤
“수정 씨...”윤정재는 잠깐 생각하다가 슬쩍 물었다.“혹시 뭔가 생각난 거 있어요?”임수정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나한테는 다 얘기해도 돼요.”윤정재의 미소는 마치 모든 걸 다 꿰뚫어 보는 듯했다.“사실 수정 씨를 진료하던 첫날에 수정 씨가 사람들에게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생각난 게 아니라 아예 기억을 잃은 적이 없죠?”임수정은 다리를 움츠리고 앉아 작은 주먹을 깨물었다.한참 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윤정재가 그녀에게 주사를 놓으려는데 임수정이 갑자기 윤정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창백한 얼굴로 뭔가 애원하는 것 같았다.“아저씨는 좋은 사람인 거 알아요...”임수정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그러니까 제발 다른 사람에게는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윤정재는 무의식적으로 병실 밖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들어와 문을 걸어 잠갔다.“사실 제 옆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 중에 몇 명은 임나연의 사람이에요...”임수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정확히 구분할 수 없어서 기억을 잃은 척한 거예요.”윤정재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서 사고가 난 그날에 일부러 강서연 씨의 차를 들이박은 거예요?”“전 강서연 씨의 차인 줄 몰랐어요.”임수정이 다급하게 설명했다.“그때 납치됐을 때 운전기사가 임나연이 시켰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무서워서... 그냥 아무 차나 들이박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사고라도 나면 적어도 절 어쩌진 못하니까요.”“네.”윤정재가 고개를 끄덕였다.“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네요. 그럼 기억을 잃은 척한 것도 임나연이 또 수정 씨를 해칠까 봐 그런 거예요?”임수정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죽지 않는 한 임나연은 또 다른 방법으로 절 죽이려 할 거예요. 제가 없어야 임나연이 살 수 있거든요...”윤정재는 눈앞의 연약하고 병약한 임수정을 다시 보게 되었다.침착하고 자신을 지킬 줄 알았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다시 살아났다. 권민지의 고귀한 혈통을 물
윤정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는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비록 몸은 아팠지만 반짝이는 두 눈은 그 질문을 하기 전에 그녀 마음속에 이미 답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임수정은 권민지를 도와주고 싶었고 자신을 위해 정의를 되찾고 싶었다.“잘 생각해야 해요.”윤정재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것들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그야말로 집안 망신이에요. 그때 가서 수정 씨도 연루될 수 있어요.”“그딴 건 두렵지 않아요.”임수정이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어차피 저는 곧 죽을 사람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저들이 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어요.”“누가 그래요? 수정 씨가 죽는다고? 지금 내 의술을 의심하는 거예요?”윤정재가 피식 웃었다.“이런 얘기를 하면 수정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속상해한단 말이에요.”임수정은 잠깐 멈칫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갑자기 발갛게 달아올랐다.“경원 씨 괜찮던데, 임정수보다 수정 씨를 더 걱정하더라고요.”윤정재는 주삿바늘을 꺼내 그녀의 정맥을 능숙하게 찔렀다.“우리 아빠는 절 걱정해 준 적이 없어요.”임수정은 자신을 비웃었다.“제가 태어날 때부터 부족해서 아빠는 항상 절 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매달 수억 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부담된다면서 내기 싫어하셨죠. 만약 엄마가 치료를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아빠는 아마 절 그냥 죽게 내버려 뒀을걸요.”윤정재는 이런 소리를 끔찍이도 싫어했다.‘딸은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키워야 하는 거 아니야? 서연이었더라면 수억 원이 아니라 수십억, 수백억... 아니 전 재산을 다 쓰더라도... 퉤퉤퉤!’윤정재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접었다.‘갑자기 왜 서연이가 아파질 생각을 하는 건지, 원.’“아저씨, 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임수정이 계속하여 말했다.“누구보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서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못해요. 그러니까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이게 임정수에게는 치명
임정수가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그때 대문이 열렸다.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털 등이 서로 부딪치면서 쨍그랑 소리를 냈다.강서연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임정수 부녀에게 걸어갔다.임나연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발끈하려던 그때 임정수가 몰래 그녀를 말렸다.“이젠 예전의 강서연이 아니야. 앞으로 자주 볼 텐데 일단 참아.”임나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강서연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이렇게 좋은 일을 왜 저에게 알리지 않았어요?”강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나연 씨 혹시 아직도 나에 대해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있어요?”“농담도 참. 응어리도 절친 사이에나 있는 법이죠. 나와 서연 씨는 친구도 아니잖아요.”“그래요? 절친이라...”강서연이 피식 웃었다.“마침 잘됐네요. 오늘 나연 씨 절친도 함께 왔어요. 두 사람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으면 여기서 다 풀어요.”“뭐라고요?”임나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임정수가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강서연 씨, 오늘은 임우 그룹 내부의 일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러 온 거라면 당연히 환영이지만 다른...”“저도 당연히 알죠. 임우 그룹에 관해서는 저는 아무것도 물을 자격이 없어요.”강서연이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전 서교 땅 프로젝트의 담당자예요. 파트너에게는 반드시 신중을 기울여야죠.”“아저씨, 진짜로 임우 그룹을 나연 씨에게 넘길 건가요?”“강서연 씨!”임나연이 참다못해 언성을 높였다.“오늘 난동을 부리려고 왔어요? 담당자인지 뭔지, 그딴 걸로 날 협박하려 하지 말아요. 계속 소란을 피웠다간 경호원더러 확 내쫓으라고 할 수 있어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 앞에 사람들이 불쑥 나타났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에 손에는 쇠 방망이나 기관총을 들고 있었고 검은 티셔츠 뒷면에 육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고 살벌해졌다.최연준과 육경섭이 함께 걸어들어왔다. 가죽 구두를 신고 대리석 바닥을 밟는 소리가 총알
“나연 씨 날 알아봤네요?”문나의 싸늘한 웃음소리에 임나연은 움찔했다. 그녀를 쳐다보는 문나의 눈빛은 더는 절친을 대하는 그런 눈빛이 아니었다.“여... 여긴 왜 왔어요?”임나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혼냈다.“문나 씨도 저 사람들이랑 같이 내 얼굴에 먹칠하러 왔어요? 내가 없었더라면 당신이 이름을 알릴 수나 있었겠어요?”“그렇죠.”문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당신이 없었더라면 오늘 이 꼴이 되지도 않았겠죠.”그러고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스카프를 벗어 던졌다. 그녀의 얼굴에 깊게 팬 흉터를 본 순간 임나연은 아연실색했다.“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헛소리하지 말아요!”임나연은 놀란 나머지 뒷걸음질 쳤다.“난 문나 씨의 얼굴을 망가뜨리라고 한 적 없어요.”“나연 씨가 한 짓은 아니죠.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당신 때문에 일어난 거예요.”문나는 사람들을 향해 얼굴 흉터를 보여주며 당당하게 말했다.“전 오늘 이 자리에서 임나연 씨가 그동안 했던 짓에 대해 다 까발리려고 합니다. 임나연 씨는 저에게 육 대표님을 꼬시라고 했어요. 육 대표님의 술에 약을 타라고 했고 또... 기자를 불러서 스캔들을 터트렸어요. 그 바람에 사모님이 충격을 받고 뱃속의 아이를 잃은 겁니다.”“문나 씨!”임나연이 소리를 질렀다.“당신 미쳤어요? 지금 그 일을 다 나에게 덮어씌우려고요? 내가 알려준 방법이긴 하지만 당신은 머리가 돌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이라는 거 안 해요? 내가 시켰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해요?”“아직도 변명거리가 더 남았어요?”문나는 그녀를 째려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알겠어요. 내 얘기는 이쯤하고 당신 여동생 얘기나 할게요... 임수정 씨를 해한 적이 정말 없어요?”“그 입 다물어요!”임나연이 조급한 나머지 문나를 확 밀치려 하자 눈치 빠른 경호원은 총으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었다.임나연은 가슴이 두근거려 더는 꼼짝도 못 했다.“임수정 씨에게 정말 해서는 안 될 짓을 많이 했죠.”문나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
최연준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손을 확 내팽개쳤다.강서연은 그의 팔짱을 끼고 임나연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임나연은 최연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경호원이 나서서 그녀를 제압했다.그때 대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권민지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임수정은 한없이 수척하고 안색도 창백했지만 그녀의 강인한 눈빛에 임나연도 두려움이 밀려왔다.“민지야, 수정아...”임정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여긴 어떻게 왔어?”“흥.”권민지의 말투는 싸늘하기만 했다.“당신이 가업을 저런 잔인하고 위험한 애에게 물려주게 생겼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권민지!”임정수가 권민지를 제압하려던 그때 권민지가 서류 하나를 꺼냈다.“정수 씨, 우리 혼전 계약을 잊고 있었죠?”“뭐?”임정수는 사색이 된 얼굴로 서류를 훑어보았다. 그제야 이십여 년 전에 그들이 결혼할 때 권씨 가문에서 혼전 계약서에 사인하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계약서에는 두 사람의 혼전 재산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했다. 나중에 임우 그룹이 설립되고 권민지는 계약서에 따라 임우 그룹의 3분의 2 정도 되는 지분을 차지했다.하지만 지금까지 임정수를 경계한 적이 없어 혼전 계약서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대표 자리에 오래 앉은 임정수는 혼전 계약서의 존재를 자연스레 잊어버렸다.“계약서에 또 이런 내용이 적혀있어요.”권민지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미래의 후계자를 정하거나 회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반대표를 던질 수 있어요. 전에는 우리 부부의 정을 생각해서 지금까지 그 권리를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그녀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임정수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오늘 그 권력을 쓰려고요.”임정수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두 손을 저도 모르게 떨었다.“여러분.”권민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목청을 높였다.“임나연은 제 딸이 아니라 임정수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낳은 사생아예요. 저 사람은 이십 년 동안 절 속이면서 내연녀의
임정수는 떨리는 두 손으로 자료를 주어 한장 한장 훑어보았다.권민지가 휠체어 손잡이를 어찌나 꽉 잡았는지 피가 잘 통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임수정의 두 어깨가 파르르 떨리자 그녀는 어깨를 다독였다.임수정이 던진 자료는 전부 복사본이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하나씩은 주워서 볼 수 있었다.유전자 검사 결과와 상처 진단서를 본 사람들은 임정수와 임나연을 경멸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위선자!”“사람이 어찌 그런 짓을!”초라한 모습으로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임정수와 임나연은 마치 교수대에 묶인 채 심판을 받는 것 같았다.“그동안 언니가 절 어떻게 괴롭혔는지 아빠는 모르죠?”임수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니면 아빠는 진작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묵과한 건가요?”“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임정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정아, 너도 아빠 딸이야. 아픈 너를 아빠는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어...”“내 딸에게서 손 떼요!”권민지는 그를 밀어내고 삿대질까지 했다.“당신은 아빠 노릇을 할 자격이 없어요. 심지어 인간도 아니에요.”“민지야.”“아빠, 저 사람들 신경 쓰지 말아요.”임나연이 그를 부축했다.“흥, 고작 이딴 걸로 날 무너뜨리려고? 꿈 깨! 나 임나연이 이리 쉽게 무너진다면...”“무너진다면 뭐?”그때 누군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화들짝 놀란 임나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임우정이 그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임우정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힘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임우정은 임나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이 그녀를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강서연은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 괜찮아.”임우정은 강서연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다시 임나연을 보며 씩 웃었다.“오늘 당신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거야.”육경섭이 손을 흔들자 몇몇 경호원이 달려와 임나연을 단숨에 제압했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임나연이 고래고래 소
“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 장 국장님.”육경섭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 국장이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임정수를 잡아들였다.임정수는 흉악하게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당... 당신 이 사람이랑 한패였어? 육경섭이 깡패인 거 몰라?”“임정수 씨.”장 국장이 차갑게 웃었다.“육 대표님은 정섭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영화나 드라마의 발전을 위하여 엄청난 공로를 세우신 분입니다. 내년에는 오성의 10대 걸출 청년의 후보에도 오를 수 있다고요. 임정수 씨의 뜻은 우리 시장님이 그 정도로 사리 분별을 못 한단 말씀인가요?”임정수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만 부릅떴다.“당신이 도망치지 못하게 육 대표님이 미리 와서 잡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하지만... 저 사람들이 들고 있는 총 안 보여요?”“이 총들을 마침 바치려던 참이었어요.”육경섭이 웃으며 말했다.“국장님, 제 친구가 국경 쪽에서 경찰과 협력하여 무기 밀수를 하는 사람을 잡고 있거든요. 이 총들은 전부 다 제 친구가 거두어들인 겁니다. 지금 전부 국장님께 바칠게요. 오성의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야죠.”임정수는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정수 씨.”장 국장이 옅은 웃음을 지었다.“아까 육 대표님께서 총을 쏘라고 하셨나요?”“아... 아니요.”“그럼 정수 씨에게 실질적인 상해를 입히지 않았네요.”“그렇긴 하지만...”“오성의 시민들은 정의가 넘치는 육 대표님을 본받아야 해요.”“과찬입니다, 국장님.”육경섭은 그와 죽이 척척 잘 맞았다.“오성에 오고 나서 법을 잘 지키는 착한 시민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걸요?”“아주 좋아요.”장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갑시다. 조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협조 부탁드려요.”...조서는 그저 형식에 불과했다. 다들 육경섭이 두려워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임우 그룹은 결국 다시 권민지의 손에 돌아왔다. 임수정의 병이 호전되기 전에 권민지가 맡기로 했다.임우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