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그는 마치 쥐덫에 걸린 쥐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강서연은 몰래 옷장을 힐끗거렸다. 옷장 문이 비스듬히 열려있었고 박경실은 아직도 옷장 안에서 꿈쩍도 하질 않았다.그 모습에 강서연은 피식 웃었다.원래는 박경실더러 나오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인제 보니 그녀가 직접 나설 필요까진 없어 보였다.강서연이 신고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그때 임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요!”주변의 분위기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임정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앞으로 두어 걸음 걸어 나와 최연준과 강서연을 쳐다보았다.“이 일로... 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어쨌거나 우리 임씨 가문이랑 최씨 가문과 연관된 일이잖아.”“그 말은 옳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아저씨.”최연준의 눈빛이 싸늘해졌다.“두 가문의 체면과 직결된 일이니까 더더욱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되죠!”“그러니까 말이에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아까 신고하겠다고 난리를 친 것도 아저씨고, 이젠 신고하지 말라는 것도 아저씨예요. 대체 아저씨가 무슨 생각인 건지 정말 모르겠네요.”임정수는 그녀를 노려보며 매섭게 말했다.“이 일은 회장님께 얘기만 하면 돼요. 그럼 회장님께서 알아서 하실 거예요.”“할아버지는 경찰도 아니고 연세도 많으신데 뭘 알아서 하신다는 거죠?”최연준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혹시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신고하지 말라는 거예요?”“최연준 너...”임정수는 최연준의 성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의 앞에서조차 이토록 시건방을 떨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그때 임나연이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쓱쓱 닦았다. 그러면 지문이 쉽게 나오지 않을 테니까...“아빠, 엄마, 그만 해요!”임나연이 훌쩍이며 말했다.“원래는 좋은 마음으로 큰 사모님 생신을 축하드리러 왔는데 이런 모함이나 당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여기서 그만 망신당하고
최신 업데이트 : 2023-11-0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