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1655 챕터

제261화

최연준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강서연이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깔자 기다란 속눈썹도 따라서 파르르 떨렸다.“나중에 알게 되었죠.”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신분과 이름은 그저 기호일 뿐이라는 걸 말이죠. 당신이 돈이 많든 돈이 없든, 최연준이든 구현수든 다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은 변한적 없이 그대로였고... 나도 마찬가지예요.”최연준은 그녀를 보며 손을 살며시 잡았다. 강서연은 씩하고 웃더니 그와 깍지를 끼었다.“서연아, 그럼 나 용서하는 거야?”“난 당신을 탓한 적이 없어요. 그냥 당신의 정체를 갑자기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에요.”그녀가 입술을 삐죽거렸다.“하지만 나 시간이 더 필요한데... 기다려줄 수 있어요?”“그럼! 당연하지!”그는 평생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기다릴 수 있었다. 최연준은 지금 이 상황이 혹시라도 꿈일까 봐 두려워 그녀를 꽉 껴안았다.“서연아, 이젠 날 떠나지 않을 거지?”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강서연이 히죽 웃었다.“네. 안 떠나요.”“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평생 안 떠날 거지?”강서연이 화들짝 놀랐다.‘왜 또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지? 지난번 성당에서도 이렇게 물었었는데!’“연준 씨, 그때 다 녹화했잖아요. 증거가 연준 씨 손에 있는데 또 물어요?”최연준은 휴대 전화를 꺼내고는 환하게 웃었다.그런데 그때 주변의 비둘기들이 뭔가에 놀랐는지 푸드덕 날아갔고 풀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쿵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누군가가 풀숲에서 튀어나오면서 발을 헛디딘 바람에 마침 두 사람의 앞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최연준은 본능적으로 화들짝 놀란 강서연의 앞에 서며 그녀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두 사람 모두 경악했다.“배경원?”배경원이 무릎을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머리에 나뭇잎이 묻은 채로 두 사람을 향해 어색하지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연준 형... 형수님, 비둘기 먹이를 주고 있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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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다시 알게 되었으니 제대로 소개할게.”최연준이 가볍게 웃었다.“유찬혁 변호사는 오성에서든 강주에서든 아주 유명한 변호사야. 자문 비용도 아주 초 단위로 계산해서 받는다니까. 그리고 배경원은...”그의 시선이 강서연에게 머물렀다.“그때 당신이 쟤에 관한 자료를 달달 외우고 교통사고까지 났으니 더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배경원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왜요!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는 다 잘못된 거예요! 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형수님,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아셔야 해요! 제가 보기에는 바람둥이 같지만 사실 누구보다 일편단심이에요. 그리고 얼굴이 잘생기다 보니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는다고나 할까요. 연준 형도 포함... 아이고!”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찬혁이 그의 머리를 툭 쳤다. 고개를 든 배경원은 최연준의 싸늘한 눈빛과 딱 마주쳤다. 배경원은 억울하다는 생각밖에 없었다.‘어휴, 잘생긴 게 죄지.’...해원 별장에 온 임나연은 경호원이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쳐들어갔다.거실에 들어와 보니 옷들이 바닥에 잔뜩 널브러져 있었는데 빨간 옷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채 대리석 바닥을 또각또각 걸었다. 그런데 커다란 소파 위에서 최지한이 한 여자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순간 구역질이 난 임나연은 등을 돌리고 기침을 두어 번 했다. 인기척이 들리자 최지한이 고개를 들고 실눈을 뜬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도련님...”여자가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았다. 최지한은 웃을 주워 그녀에게 던지고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임나연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때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됐어요?”임나연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마침 옷을 다 입은 강유빈은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최지한이랑 뜨거운 시간을 보내자 했더니 이 년 때문에 다 망쳤잖아! 대체 누구이기에 최지한의 집에 마음대로 드나드는 거지?’강유빈이 입술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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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결국 강유빈은 임나연의 상대가 아니었다. 강유빈의 얼굴에 임나연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나타났다.그때 최지한이 눈짓을 보내자 경호원들은 재빨리 나서서 두 사람을 말리고는 강유빈을 데리고 나갔다.강유빈은 발버둥 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도련님, 왜 절 안 도와주세요! 도련님...”그녀의 목소리가 해원 별장에서 빠르게 사라졌다.임나연은 강유빈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퉤 하고 뱉었다. 그러고는 도우미의 손에서 깨끗한 수건을 건네받고 소파에 앉아있는 최지한을 흘겨보았다.“당신 눈멀었어요?”임나연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저년이 날 때리는 데 왜 가만히 있어요?”“나연 씨.”최지한이 잇몸을 드러내고 웃었다.“나연 씨 신분에 왜 저런 애랑 싸우고 그래요.”“최지한 씨!”“됐어요, 그만 화 풀어요.”최지한이 도우미에게 차를 내오라고 했다.“차 좀 마시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요.”임나연은 그를 째려보았다. 오늘 그를 찾아온 건 그가 대체 어쩌려는 생각인지 정확히 들어보기 위해서였다.최지한은 줄곧 그녀에게 강서연을 없애고 최연준을 되찾게 도와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났지만, 강서연을 없애기는커녕 오성에 왔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러니 임나연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그녀는 최지한을 매섭게 째려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도련님, 우리 임씨 가문이 그동안 당신네 부자한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이러기예요? 돈만 챙기고 입 싹 닫겠다는 건 아니죠?”“나연 씨 무슨 말을 그리 섭섭하게 해요?”최지한은 기지개를 켜고는 소파에 기댔다.“그런데 지난번에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해직한 후로 우리가 이사회에서 별 힘이 없어요.”“그럼 내 일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거예요?”최지한이 차갑게 웃었다.“지금 연준이가 강서연 옆에 딱 붙어있어서 강서연을 없애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 같아요.”임나연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최지한이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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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강서연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최연준이 한창 어머니와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카드놀이 방법이 아주 신기하고 룰도 복잡했는데 사람의 논리성과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놀이였다. 어머니가 어릴 적에 그녀에게 가르쳤었지만 아무리 가르쳐도 그녀가 터득하지 못한 바람에 나중에는 더는 그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저렇게 재미나게 놀 줄은 생각지 못했다.거실에서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좋은 최연준은 매번 티 나지 않게 그녀에게 져주었다. 기분이 좋아진 윤문희는 최 서방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한 게임이 끝난 후 최연준이 카드를 섞으려다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강서연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왔어?”“오늘 일찍 퇴근했네?”윤문희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최 서방이 온 오후 나랑 카드놀이를 했어. 피곤해 보이니까 얼른 가서 맛있는 것 좀 해줘.”강서연은 어이가 없었다.“엄마.”그녀는 피식 웃으며 일부러 떠보듯이 말했다.“저도 종일 출근하느라 힘들어요.”“최 서방보다 힘들었겠어?”윤문희가 목소리를 높였다.“이게 얼마나 머리를 써야 하는 건데. 네가 어렸을 적에 수백 번이나 가르쳤는데도 넌 터득하지 못했어. 그런데 최 서방한테 딱 한 번 가르치니까 바로 알더라!”최연준은 아무 말 없는 강서연을 뒤로 한 채 으쓱거렸다. 그러고는 강서연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쪼르르 안방으로 따라갔다.강서연은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연준은 그녀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평소에는 힘 있고 딱딱하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자마자 바로 부드러워졌다.강서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딱 적당한 힘에 그녀도 시원한지 두 눈을 감고 마사지를 즐겼다.“좀 쉬고 있어. 밥하지 않아도 돼.”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호텔에 연락해서 저녁밥 가져오라고 할게.”“그럼 연준 씨는요?”“이따가 나가봐야 해.”화들짝 놀란 강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어딘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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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최연준이 순간 멈칫했다.“뭐라고?”“날 도와줄 거예요?”‘당연하지!’최연준은 속으로는 미친 듯이 외쳤지만 겉으로는 침착한 척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왜 갑자기 도와달라는 거야?”“그거야...”강서연이 말을 얼버무렸다.“뭔가를 성공하려면 자신의 노력 말고도 옆에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죠. 안 그래요?”최연준은 살짝 의외라는 눈치였다.예전에 경영 대학원을 다닐 때 첫 수업에서 교수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이 성공하려면 시기상의 적절함과 지리상의 이로움, 그리고 사람들의 화합 이 세 가지를 다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강서연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히죽 웃었다.“내가 인터뷰해야 하는 상대는 나석진이에요. 지금 이 실력으로 나석진 씨의 매니저도 날 무시할걸요? 이건 내 힘으로는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임무예요. 다들 지금 내가 우스갯거리가 되길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내 옆에는 못 하는 게 없는 슈퍼맨이 있죠...”그녀는 최연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귀엽게 웃었다.“만약 슈퍼맨이 나한테 초능력을 빌려줘서 이 임무를 완성하게 도와준다면 아주 고마워할 거예요!”“어떻게 고마워할 건데?”“구두가 필요하다면서요?”그녀가 두 눈을 깜빡였다.“제일 좋은 구두 하나 사줄게요!”“그것뿐이야?”“그리고...”그녀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리며 씩 웃었다.“평생 당신을 먹여 살릴게요.”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 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알았어.”그러더니 대뜸 휴대 전화를 꺼내려 했다. 강서연은 그를 말리며 피식 웃었다.“지금 당장 연락하라는 게 아니에요. 일단 내가 스스로 해본 다음에 그래도 안 되면 그때 연준 씨한테 도움을 청할게요.”최연준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점쟁이 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점쟁이 할머니는 강서연에게 조선 시대였더라면 중전마마가 됐을 팔자라고 했고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했다.사실 그녀의 총명한 지혜로 누구와 결혼하든 다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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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최연준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반격하려던 그때 최연희가 다시 다가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따가 자리에 앉으면 절대 흥분하지 마.”“왜?”“아무튼...”최연희는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이따가 밥이 안 넘어갈 수도 있어.”최연준은 살짝 움찔했다가 이내 자신만만하게 걸어갔다. 그런데 최연희의 말이 사실이었다.최재원이 메인 자리에 앉아 서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고 원래 최연준의 자리였던 그의 옆자리에 임나연이 앉아있는 것이었다.“연준아, 멍하니 서서 뭐 해?”최재원이 먼저 말을 건넸다.“얼른 자리에 앉아.”최연준은 굳은 얼굴로 주먹을 꽉 쥔 채 임나연 옆으로 걸어갔다.도우미는 의자를 빼낸 후 최연준에게 깍듯하게 자리를 안내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최연준에게 쏠렸다.그와 강서연의 일이 최씨 가문 전체에 퍼지면서 그가 강주에서 요양할 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연준이 강서연 때문에 최재원과 정면으로 여러 번 맞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 와중에 최재원이 가족 모임에 임나연을 초대했다는 건... 그의 손주며느리는 임나연뿐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발표한 거나 다름없었다.“임씨 가문과 사돈을 맺으면 나쁠 게 없죠.”누군가가 수군거렸다.“우리 셋째 도련님은 왜 그걸 모를까요...”“어릴 적부터 떵떵거리며 살아온 도련님이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 리가 있겠어요?”“그나저나 저건 무슨 양복이에요? 너무 형편없어 보이는데요?”임나연이 최연준을 힐끗 보았다.‘평소 패션위크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만 고집하던 연준이었는데 오늘은 왜... 딱 봐도 길거리 싸구려 옷이잖아.’“연준 씨.”임나연은 참하고 얌전한 척했다.“이 양복이 좀 낡은 것 같은데 다른 걸로 갈아입을래요?”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싸늘하게 째려보았다. 임나연은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수프만 마셨다.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수군거리지 않았다.최연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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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 앞의 반찬만 내려다볼 뿐 누구 하나 젓가락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저마다 곧 있을 재미난 구경거리를 기대했다.아니나 다를까 최재원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최진혁을 째려보았다. 최연준은 옆에서 피식 웃었다.최재원은 자기 가족이 외부 사람과 가까이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최진혁은 예전에 이 점을 이용하여 최연준이 최연준의 외할아버지와 더 가깝게 지낸다고 이간질하면서 최재원의 불만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최연준은 그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예전에 그가 했던 짓을 그대로 갚아주는 것뿐이었다.“최... 최연준!”화가 난 최진혁은 말까지 더듬었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지금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버지, 연준이 말 믿지 마세요. 얘가 지금 저한테 불만이 있어서 화풀이하려고 이러는 거예요.”“삼촌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억울하죠.”최연준이 느긋하게 말했다.“제가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는 웃어른을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저도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지금까지 새겨듣고 있고요. 제가 삼촌한테 화풀이한다는 건 할아버지가 절 웃어른도 존경할 줄 모르는 안하무인으로 잘못 가르쳤다는 말이에요?”“너!”말문이 막힌 최진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친척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최재원이 잔뜩 굳은 얼굴로 젓가락을 확 던지자 쨍그랑하고 그릇과 부딪혔다.임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안한 얼굴로 최연준을 보며 말했다.“오늘 이 자리에 오는 게 아닌데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최씨 가문의 가족 모임인 걸 몰랐어요. 실례 많았습니다.”“그래요.”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젠 최씨 가문의 가족 모임인 걸 알았겠네요?”“최연준 씨...”“연준이가 아직 젊어서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다 하네!”최진혁은 물을 한잔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아무리 그래도 나연이는 손님인데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게 어디 있어.”“대접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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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임나연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연... 연준 씨.”임나연이 웃으며 말했다.“하도 급해 보여서 걱정돼서 물은 거예요...”“별일 아니에요.”최연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내가 그렇게 귀찮아요?”임나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앞으로 임우 그룹하고 최상 그룹이 업무적으로 자주 손을 잡을 텐데 우리...”“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공과 사는 분명히 할 테니까.”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그리고 업무상에 문제가 있으면 사무실로 찾아와요.”“알았어요!”임나연은 그의 태도가 조금은 좋아진 줄 알고 신난 얼굴로 대답했다.방한서가 차를 가져오자 최연준이 차에 올라타려 했다. 그런데 임나연도 함께 따라오는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임나연 씨, 방금 공과 사를 분명히 할 거라고 얘기했잖아요.”임나연은 순간 멈칫했다.“지금 사적인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그가 입술을 앙다물었다.“나연 씨는 그만 따라와도 될 것 같아요.”그러고는 차를 타고 휙 가버렸다.그에게 버림받은 임나연은 점점 사라지는 차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두 눈에 원망과 분노가 가득 섞여 있었다.‘아까 그 전화는 강서연 그년이 걸어온 거겠지?’그녀는 잠깐 마음을 가라앉히다가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큰아버지, 저예요... 네, 윤찬의 일은 어떻게 됐어요?”임나연은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하하, 진짜 입학 자격을 취소했어요? 너무 잘됐어요!”“진짜지, 그럼.”휴대 전화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제부턴 네가 나서서 그 애를 다시 입학시키면 최연준도 너한테 아주 고마워할 거야.”임나연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최연준은 곧장 강서연의 집으로 달려갔다.윤찬은 축 처진 얼굴로 짐을 정리했다. 책을 정리하던 그때 입학 통지서가 툭 떨어졌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내려다보던 그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처남이 전화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어.”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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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최연준이 그 번호를 보니 오성대에서 걸려온 것은 맞았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학교 이사회의 전화번호인 것 같았다.오성대의 이사회에서 3분의 1이 임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자들이었다.입꼬리를 씩 올리던 그는 단번에 어찌 된 일인지 알아챘다.“왜 그래요?”강서연이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이 번호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아니야. 잠깐만 기다려.”최연준은 베란다로 향했다. 강서연은 거실에서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연거푸 전화를 여러 통 걸었다. 목소리는 진지하게 내리깔았고 표정은 무뚝뚝하기만 했다.‘이게 바로 리더의 기품이겠지?’가슴이 움찔한 그녀는 볼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살짝 숙였다.“누나.”윤찬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매형한테 진짜 방법이 있을까요?”“응, 있을 거야.”그녀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 갔다.“알았어요...”윤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누나, 매형이 구현수가 아니라 최연준이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역시 권력이 있고 돈 많은 매형이 있으니까 좋네요.”강서연은 윤찬을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베란다에 있던 최연준이 홀가분하게 웃으며 다가왔다.“어떻게 된 일인지는 대충 알아냈어. 이틀 뒤에 학교 이사회에 다녀올게.”그는 윤찬을 보며 어깨를 토닥였다.“요 이틀 집에 있어요. 잠깐 휴식한다고 생각해요.”“네, 알았어요.”윤찬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 강서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큰일을 벌써 해결했다고? 만약 연준 씨의 신분으로 학교에 압력을 가한 거라면 찬이한테도 좋을 게 없는데.’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녀는 윤찬이 조용히 공부하기만을 바랐다. 일이 시끌벅적해지면 어찌 가만히 연구할 수 있겠는가?최연준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당신이 싫어할까 봐 나랑 당신 관계는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어. 당신이 어느 날... 나한테 명분이라도 주면 모를까.”그의 말에 강서연은 멈칫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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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웃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서연아, 시간도 늦었는데...”“그래서요?”“안 가면 안 될까?”최연준이 떠보듯이 물었다.“날이 이렇게 어두운데 밤길이 위험하잖아. 내가 혼자 가면 마음이 놓여?”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그를 아파트 밖으로 힘껏 밀어냈다. 그런데 최연준의 덩치가 하도 커서 그녀가 젖 먹던 힘까지 다 써도 최연준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게다가 힘을 너무 준 탓에 중심을 잃어 그의 품속에 넘어지고 말았다.최연준은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의 눈빛 속에 이글거리는 욕망을 본 순간 강서연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볼도 빨갛게 달아올랐다.“이... 이러지 말아요.”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자 뜨거운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행히 밖이라서 최연준은 야릇한 생각을 그나마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서연아.”최연준이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일으켜 세웠다.“당신이 싫다면 난 절대 강요하지 않아. 하지만... 가끔 나한테 응원이라도 해주면 안 돼? 적어도 당신이 날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말이야.”강서연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그는 다시 윤찬의 일을 꺼냈다.“처남의 일은 큰일이 아니야. 내가 자세히 알아본 다음에 깔끔하게 해결해줄게.”고개를 든 강서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말을 꺼냈다.“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많이 당황했어요... 처음 그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일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널리 퍼뜨리는 거였어요. 지금 신문사에서 일하니까 그 정도는 쉽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잘 생각해 보니까 정말로 그렇게 했더라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겠더라고요.”“응.”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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