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1655 챕터

제241화

‘최연준은 뭐가 저리 겁나서 자기 집에 오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 거야?’“서연아, 눈 좀 붙이고 있어. 나 밑에 마트 가서 마실 거 좀 사 올게.”임우정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임우정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1층 현관문 앞 두 사람에게 다가간 그녀는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더니 입을 열었다.“구현...”임우정은 입술을 깨물더니 이름을 고쳐 불렀다.“최연준 씨, 서연이 이제 막 잠들었어요. 지금 올라가려는 거면 조용히 들어가요.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마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최연준은 숙연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답했다.“고마워요.”“아니에요.”임우정은 그런 최연준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사실 서연이가 연준 씨를 마음에서 놓은 건 아닐 거예요. 그저 일시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힘들어서 그래요. 천천히 풀어줘요. 그러다 보면 서연이도 마음이 수그러들지 않겠어요?”“네.”“하지만, 명심해요! 다시 한번 또 서연이를 속이고 마음 상하게 하면, 내 손에 먼저 죽을 줄 알아요. 강서연 대신해서 내가 가만 안 둘 거니까!”“흠흠!”육경섭이 한 발 나서서 급하게 상황을 진정시켰다.“우정아, 그럴 것까지야. 그 정도 심각한 거 아니야...”“심각한 게 아니라고? 서연이 이번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어!”육경섭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입도 뻥긋 못했다. 이어 최연준에게 눈치를 주었다.최연준은 곧장 계단으로 향했고, 조심히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임우정은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고개를 들어 집을 올려다보았고, 별다른 기척 없이 조용한 모습을 보고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발길을 떼려 했다. 그러던 차에 육경섭이 그녀의 길을 가로막았다.“뭐 하는 거야?”임우정은 커다래진 눈으로 육경섭을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눈앞의 육경섭은 이상하리만치 달라 보였다. 평소 그녀를 만나면 늘 웃는 얼굴이던 그가 유난히도 근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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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임우정은 어이가 없었다. 곧 동네 구경꾼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부러운 눈길을 보냈고, 누군가는 드라마 보듯 엄마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또 누군가는 동영상을 찍으며 작은 소리로 웃었다.“키보드에 무릎 꿇는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많이 듣긴 했는데 이렇게 실물로 영접할 줄이야! 진짜 저렇게 사과하는 사람이 있구나!”“하하하...”임우정은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볼이 다 빨개졌다.“육경섭! 너, 대낮에 뭐 하는 짓이야! 정신 나갔니? 얼른 일어나! 그만 일어나라고!”임우정은 육경섭을 잡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육경섭은 그만둘 줄 모르고 더 고래고래 다 들으라고 소리쳤다.“하지 마! 오늘 누구라도 내가 마누라한테 사과하는 걸 방해 할 시, 이 육경섭의 원수가 될 줄 알아. 내가 이 바닥 경력 다 살려서 원수 같은 놈들 다 가만두지 않... 아야!”육경섭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우정한테 귀가 잡혔다. 육경섭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임우정을 훔쳐보는 눈빛에는 달콤함이 한껏 넘쳤다. 뒤에 서 있던 부하들은 그 모습에 빵 터졌고, 결국 참지 못해 입을 가리고 몸을 돌려 웃었다.“그만해, 언제까지 쪽 팔리게 할 거야?”“알았어, 알았어...”“알았으면 그만 집에 가지!”“그래, 그래, 그래. 집에 가자! 우정아, 살살... 해.”육경섭은 일어서서 임우정을 뒤따랐고, 그 와중에도 키보드는 잊지 않고 챙겨갔다.“하하. 마누라, 반지는 얼마나 큰 거면 좋을까? 십 캐럿이면 충분한가?”...그리고 며칠 동안, 강서연은 최연준과 마주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쭉 본인 곁을 지켜주고 있음은 잘 알고 있었다.최연준은 밤에는 소파에서 자고,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아침을 차려 놓고 집을 나서기를 반복했다. 사실 멀리 가지도 않고 아파트 밑에서 배회했다. 강서연은 창가에 서서 서성이는 최연준의 외로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쓰라렸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고 오성 쪽에서 여러 번의 소식을 전해 왔다.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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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아니면, 강서연 씨를 아예 오성으로 데리고 가는 건 어때? 집안에 그래도 나랑 네 아버지가 있잖아. 적어도 강서연 씨가 화는 입지 않게 할 수 있어.”최연준은 마지못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은 대표님. 그런데 그리하면 서연이가 저를 더 싫어할걸요.”“구현수는 잡았어?”최연준은 나직이 답했다.“아니요. 구현수를 데리고 간 사람이 꽤 술책도 좋고, 강주 일대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근교 강변 길목을 속속히 잘 알고 있어서, CCTV 가 있는 곳에서는 얼굴 싹 가리고, 번호판도 없는 차라서 조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네요.”“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은미연의 위로에 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고마움을 눈맞춤으로 대신했다.“연희랑 언제 같이 돌아갈 생각이에요?”“조만간. 연희도 마음 다잡고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서.”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최연희가 활기차게 옷자락을 펄럭이며 뛰어 들어왔다. 최연준을 본 그녀는 다급히 강서연의 상태를 물었고, 최연준은 최연희 뒤를 따라 들어 온 사람을 주시했다.“연준 도련님, 안녕하세요.”최연준은 그 남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당신은...”“저 인지석이라고 합니다. 연준 도련님은 저를 아마 모르실 거예요.”‘이 사람이 인지석이라고.’최연준은 못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소년은 얼굴만 봐서는 그저 스무 살 정도로밖에 안 돼 보이지만, 나이답지 않은 성숙하고 듬직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깔끔하고 잘생긴 얼굴이지만,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심상치 않은 음흉함이 묻어났다...인지석은 최연준의 컵이 빈 것을 보고 재빠르게 차를 따라줬다. 인지석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차를 따르는 순간, 머릿속에 전광석화같이 앞서 조사했던 CCTV 화면들이 뇌리를 스쳤다. 화면 속 운전자는 얼굴이 다 비치지는 않았지만, 캡모자 아래로 드러난 얼굴 일부분이 지금 모습같이 야위고 창백했다...최연준은 갑자기 가슴이 덜컹했다!“인지석?”인지석은 전혀 내색하는 기색 없이 겸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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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최연준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집안은 조용했고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그는 조심스러웠고, 움직임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그 자리 그대로 조용히 서 있었다.최연준은 강서연의 이런 평소와는 다른 행동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했던 신석훈의 말이 떠올랐다. 신석훈은 의사로서의 의견을 줬다.“서연 씨 정도면 가벼운 증상이에요. 병원 심리 상담을 통해 풀어내는 게 제일 좋기는 한데... 결자해지라고, 서연 씨 문제의 원인이 최연준 씨한테 있는 거라면 당신이 최적의 심리상담사일 거로 생각해요.”최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 역시도 그녀의 심리 상담을 자처하고 싶었지만, 강서연은 그한테 전혀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다. 곁에 다가가지도 못하니 말이다.그때, 욕실 문이 열렸고, 목욕 타월을 두른 강서연이 걸어 나왔다. 문득 최연준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서연아...”최연준이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침실로 몸을 숨겼고 문까지 잠가 버렸다. 그 문은 마치 둘을 서로 다른 세계로 갈라놓는 장치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연은 문을 살짝 열어 문틈으로 최연준을 몰래 보았다. 최연준은 크지 않은 거실에서 거둔 빨래를 정갈하게 개어 놓고 있었다. 예전의 최연준은 빨래 개는 법을 몰랐는데, 지금은 아주 손에 익은 모습이었다.사실 최연준은 강서연을 위해 자신을 바꿀 수도, 모든 걸 내던질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강서연은 갑자기 목이 메어왔고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입술을 깨물었다.이럴 때일수록 강서연은 더욱 엄마와 같이 있고 싶었다. 며칠 뒤에 그녀는 윤문희 거처로 몸을 옮기기로 했다. 윤문희는 퇴원하고 난 뒤 쭉 약을 복용하면서 정신이 많이 맑아졌고, 일상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좋아졌다.모처럼 정신이 맑아진 그때, 윤문희는 딸의 상황을 전해 듣고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딸 곁을 지키면서 그녀를 돌봤다. 가끔 악몽을 꾸기는 하지만, 엄마 옆에서 강서연은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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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강서연은 눈썹이 흔들리더니 어떤 표정을 지을지를 몰라 했다.“아니, 아예 장을 봐왔다니까, 생선도 사고 채소도 사고. 이것저것 다 사 와서 냉장고가 터질 지경이야.”윤문희는 미간이 움직이더니 베란다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저 봐. 저기 저렇게 쌓아 뒀어. 마트를 통째로 들고 온 줄.”강서연은 어머니를 소파에 앉히고는 부엌에 들어가 보려는데 마침 최연준이 요리를 들고나왔다. 마주 선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멈칫했다. 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최연준의 시선을 피했고 곧장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방은 상상 그 이상으로 어질러져 있었고 전쟁을 치른 것 같은 상태였다. 강서연은 결국엔 이 난장판을 본인이 거둬야 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처음 함께할 때를 떠올려 보면, 최연준은 양반집 자제처럼 누군가 시중을 드는 걸 당연시 했고 가끔 주방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었다. 그때 강서연은 집안일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어서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제 와서 그 모습이 왠지 이해가 갔다. 최연준은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당연히 여러 사람의 시중을 받으면서 컸을 것이고, 집안일은 손 한 번도 대보지 못한 도련님이었을 것이다. 집안일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최연준은 마지막 요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뻣뻣하게 서서는 두 손은 어색하게 앞치마를 만지작거렸다.강서연은 땀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장모님...”최연준은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뗐다.“보기엔 이래도 맛은 있을 거예요. 드셔 보세요!”윤문희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강서연을 의자에 끌어 앉혔고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기 집에서 한 번이라도 이런 걸 해 봤을까? 자기 부모님께 밥 한 끼라도 지어 드려봤을까? 굳이 나를 위해서 이렇게 자세를 낮춰가며 비위를 맞출 일이 뭐가 있다고... 나랑은 태초부터 전혀 다른 세상 사람인데.’여기까지 생각이 든 강서연은 갑자기 마음이 괴로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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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주문한 어묵탕이 곧 나왔고 강서연은 느긋하게 숟가락을 들고 어묵탕을 가볍게 저어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탕의 시원하고 얼큰한 향이 최연준의 코끝을 파고들었다.최연준은 고개를 들어 강서연을 한 번 쳐다보았고, 강서연의 시선은 그에게 있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또 바닥 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다 강서연이 일어서더니 빈 그릇 하나를 가지고 다시 앉았다. 그녀는 당근을 골라내고는 어묵 한 꼬치와 국물을 거기에 담아냈다. 그러더니 어묵탕을 그의 앞으로 밀어 놓고는 한참 침묵 뒤에 겨우 한 마디를 뱉어냈다.“먹어요.”최연준은 또 흠칫 놀라더니 빙그레 웃어 보였다. 강서연이 병원에서 나온 뒤로 처음 그한테 한 말이어서 그런지 약간 울컥했다.갑자기 예전에, 제인 호텔로 데리고 가서 식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손에 든 돈이 얼마 없었음에도 그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던 그녀. 결국 비싼 랍스터 볶음밥을 주문해 주던 그녀. 그리고 거의 먹지 않은 채 다 구현수에게 나눠 주던 그녀. 최연준은 문득 본인이 거지가 돼도, 강서연이라면 자신을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킬 것 같았다.‘아니, 감옥살이 신분의 구현수도 다 받아 줬으면서, 어떻게 나를 밀어내지?’최연준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서연아,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강서연은 멈칫했고 눈만 살짝 움직이더니 한참 만에야 시선을 들어 최연준을 보았다. 최연준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강서연은 여전히 불편했고 뭔지 모르게 두려웠다.“현수...”그녀는 하마터면 이름을 잘못 부를 뻔했고, 입술을 깨물더니 한참 후에야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최 도련님... 할 말이 뭔데요. 해요.”최연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 설마 나랑 선을 긋겠다는 건 아니지?”강서연은 쓴웃음을 지었다.“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 년 동안 현수 씨라고 불렀는데. 지금 갑자기...”최연준은 마음이 급해서 답했다.“지금도 현수 씨라고 불러도 돼.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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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갑자기 출몰한 최연준의 모습에 회의장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최재원의 차갑고 엄숙하던 표정이 약간 온화하게 누그러졌다.“돌아왔어?”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최재원은 고개를 까딱하며 앉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나 최연준은 회의실을 천천히 도보하더니 그 긴 회의실 테이블 끝자리 중앙에 곧게 서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이사진의 얼굴을 자세히 한번 훑어보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센 분위기에 다들 숨조차 함부로 쉬지 못했다.최진혁은 혼이 나간 듯이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실룩하더니 간신히 미소를 짜내면서 입을 열었다.“연준아, 어떻게 온 거야?”“제가 별로 반갑지 않은가 보네요, 삼촌?”최연준은 입꼬리를 쓱 올렸다.“그럴 리가! 그저 묻는 거야...”“제가 삼촌하고 지한 형의 걸림돌이 될까 봐 걱정하시는 건가 싶어서.”최진혁은 화가 난 얼굴로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최연준을 째려보았다. 그에 반해 최연준은 담담하게 최진혁의 자리로 걸어가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삼촌, 여기 제자리였던 것 같은데요.”“연준이 너...”“제가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할지 몰라도, 자금 문제는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최연준은 심오한 눈빛을 하고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얘기했다.“제가 자금 다 마련했거든요.”최진혁은 문득 의아했다. 이렇게 큰 액수의 자금을 그가 무슨 수로 마련했다는 건가 싶었다. 최연준이 외가 쪽에 손 벌리지 않고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사실 최재원이 제일 꺼리는 사태가 최상 가문의 일에 외부 세력이 개입되는 것이었다.이를 잘 아는 최진혁은 조손 둘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본인 앞에 주어졌다 생각되었고 씩 웃어 보였다.“허, 또 영국 측에 손을 벌렸나 보네? 연준아, 내가 삼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넌 최씨 집안 자손인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엇을 하든, 최상 가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거 명심해.”“그쪽이 연준이 너의 외할아버지가 맞기는 해도 최상하고는 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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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자료를 펼쳐 보던 회의실 사람들은 놀란 눈치였다. 상업기획서는 완벽하고 상세했고 충분한 자금 출처는 놀랍게도 동명과 레이안 두 회사가 적혀있었다.동명과 레이안은 상장 회사다. 원래는 조용하더니 갑자기 주식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해서 연속 상한가를 친 최근 유명해진 회사였다. 모두가 이 두 회사의 배후에 최연준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최연준은 웃는 듯 아닌 듯 최진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기억이 맞는다면, 삼촌, 동명하고 레이안 사장님을 만나려고 했다죠, 아마.”“너, 연준이 너...”최진혁은 말문이 막혀 제대로 말을 내뱉지도 못했다. 이 두 곳 외에도 투자 회사 하나가 더 있었다. 앞서 인수하려 했던 회사 이름들이 모두 자료에 기록되어 있었다. 눈부신 이력은 누가 봐도 멋있는 성적이었다.최연준이 정색해서 말했다.“입찰 자격을 얻었고 비딩도 그저 절차를 밟는 거라서. 서부 땅 이전 절차는 비밀리에 잘 처리되고 있어요. 삼 일 뒤, 공지가 뜰 겁니다. 낙찰자는 당연히 저 최연준이고요. 삼촌, 이제 서부 땅은 제 것입니다.”최연준은 냉소를 지었다.“삼촌이 지한 형 데리고 굳이 저의 밑으로 와서 일하길 원하신다면, 뭐, 제가 두 분 자리는 까짓거 마련해 드리죠!”“최연준!”최진혁은 얼굴이 붉그락푸르락 상기되었고 이를 갈며 최연준을 노려보았다. 최연준도 질세라 똑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최진혁을 째려보았다. 그 표정은 마치 사나운 늑대같이 매서웠다.“연준.”최진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허, 참 조용히도 숨어서 많은 일을 했네. 이런 일뿐만 아니라 신분도 숨기고 다니고. 그러니 너를 용서 못 한다고 아직도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지...”최연준은 피식 웃었다.“그러는 삼촌은 시시각각 자신의 신분을 잘 드러내고 다니시나 봐요. 그래서 최상 가문의 명분을 내걸고 해외 불법 조직하고 결탁도 했나 보죠?”“뭐라는 거야!?”최재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매서운 눈매로 최진혁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아니면 삼촌이 무슨 돈으로 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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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집주인이 강서연에게 전화를 걸어 작은 방을 계속 임대할지 말지를 물어왔다. 강서연은 마음이 조여왔다. 그곳은 최연준과의 추억이 많이 담긴 곳이어서, 아직 최연준에 대한 화가 다 풀린 건 아니지만, 둘의 추억들이 사라지는 건 또 싫었다.집주인이 큰 소리로 물었다.“구 씨 새댁, 기면 기다 말 좀 해요! 계속 임대를 안 할 거면 다른 사람한테 세를 내놓게!”강서연은 주저 없이 말했다.“안 돼요. 저희 분명 일 년 계약했어요. 아직 만료일도 아닌데 왜 이러세요!”“그래요. 구 씨 새댁, 일 년은 안 됐죠. 그런데 월세를 내야지, 안 그래요.”강서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밀리지 않을게요! 있다가 바로 계좌 입금해 드릴게요! 그리고요. 저 구 씨 새댁이 아니에요!”그녀는 목소리를 한층 더 높여 집주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저희 남편 최 씨예요!”“아... 그래요. 그래, 최 씨 새댁!”집주인 입장에서는 방세만 제때 받으면 되는 거라 새댁이 최 씨든, 구 씨든 예수님이든 아무 상관 없었다.강서연은 전화를 끊고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윤문희는 웃으며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썹을 꿈틀하며 강서연에게 물었다. “딸, 방금 뭐라 했어?”강서연은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나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남편이 최 씨라고?’주먹만 한 강서연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고, 눈꺼풀은 한참 내려앉은 채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윤문희는 자애롭게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서연아, 엄마가 가끔 내 정신이 아니긴 해도, 내가 볼 때, 너 최 서방을 좋아하는 것 같아. 많이.”“엄마...”“여자가 보통 ‘남편’ 이란 단어를 함부로 남발하지 않지.”윤문희는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이미 내뱉은 이상, 마음속 깊이 자리한 것이고, 그 위상 또한 흔들림 없을 거야. 그게, 평생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해. 딸, 내가 볼 때 최연준은 네가 기댈 수 있는 사람 같아.”강서연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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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울리는 핸드폰을 본 강서연은 약간 멍을 때리더니 통화버튼을 눌렀다. 핸드폰 너머로 부드러운 미소의 최연준이 보였다. “뭐예요?”강서연은 말없이 본인의 카메라를 꺼버렸다. 최연준은 개의치 않고 여전히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중저음에 낮게 깔린 목소리는 마성의 음성이었다.“난 지금 마당에서 산책하고 있어.”강서연이 흠칫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한눈에 봐도 꽤 큰 정원이 비쳤다. 어둠 속에서도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임을 알 수 있었다. 최연준의 등 뒤 배경은 우뚝 솟은 산들과 크고 웅장한 건물이었다. 잠깐씩 분수 소리도 같이 들렸다. ‘어릴 때부터 이런 곳에서 자랐구나... 나와는 진짜 천지 차이.’강서연은 갑자기 열등감이 들었고, 창가에 앉아서 불안한지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한참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핸드폰도 칠흑 같은 블랙 화면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아직 전화를 끊지 않고 듣고 있었기에. 핸드폰 너머로 최연준은 강서연의 호흡과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걸로도 이미 충분했다.“서연아.”최연준은 나지막이 물었다. “강주의 날씨는 어때? 별 보여?”강서연은 고개를 들어 봤고, 강주는 날이 흐려서 그런지 밤하늘이 먹먹하게 안개가 자욱해서 뭐가 보이지 않았다.“여기 하늘 봐 봐.”최연준은 핸드폰을 들어 별빛이 흘러내리듯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을 비췄다. 바다처럼 넓고 너무 예쁜 밤하늘이었다. “밤하늘이 너무 예뻐서. 별도 많고.”하지만 강서연의 핸드폰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조용히 웃음을 참았다.‘최연준, 좀 유치하네.’“거긴... 안 추워요?”강서연이 조용히 물어왔고 최연준은 어리둥절하다가 이어서 웃으며 답했다.“응. 별로. 아침저녁만 좀 쌀쌀하네.”“옷이 얇아 보이네요. 감기 안 들게 몸 잘 챙겨요.”“그래!”그는 핸드폰 화면에다 힘껏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거기 별들 영상으로는 안 보여요.”강서연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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