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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최연준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집안은 조용했고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그는 조심스러웠고, 움직임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그 자리 그대로 조용히 서 있었다.

최연준은 강서연의 이런 평소와는 다른 행동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했던 신석훈의 말이 떠올랐다. 신석훈은 의사로서의 의견을 줬다.

“서연 씨 정도면 가벼운 증상이에요. 병원 심리 상담을 통해 풀어내는 게 제일 좋기는 한데... 결자해지라고, 서연 씨 문제의 원인이 최연준 씨한테 있는 거라면 당신이 최적의 심리상담사일 거로 생각해요.”

최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 역시도 그녀의 심리 상담을 자처하고 싶었지만, 강서연은 그한테 전혀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다. 곁에 다가가지도 못하니 말이다.

그때, 욕실 문이 열렸고, 목욕 타월을 두른 강서연이 걸어 나왔다. 문득 최연준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서연아...”

최연준이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침실로 몸을 숨겼고 문까지 잠가 버렸다. 그 문은 마치 둘을 서로 다른 세계로 갈라놓는 장치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연은 문을 살짝 열어 문틈으로 최연준을 몰래 보았다. 최연준은 크지 않은 거실에서 거둔 빨래를 정갈하게 개어 놓고 있었다. 예전의 최연준은 빨래 개는 법을 몰랐는데, 지금은 아주 손에 익은 모습이었다.

사실 최연준은 강서연을 위해 자신을 바꿀 수도, 모든 걸 내던질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강서연은 갑자기 목이 메어왔고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럴 때일수록 강서연은 더욱 엄마와 같이 있고 싶었다. 며칠 뒤에 그녀는 윤문희 거처로 몸을 옮기기로 했다. 윤문희는 퇴원하고 난 뒤 쭉 약을 복용하면서 정신이 많이 맑아졌고, 일상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좋아졌다.

모처럼 정신이 맑아진 그때, 윤문희는 딸의 상황을 전해 듣고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딸 곁을 지키면서 그녀를 돌봤다. 가끔 악몽을 꾸기는 하지만, 엄마 옆에서 강서연은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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