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1655 챕터

제251화

최연준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좋은 소식?”“저 예외적으로 대학에 붙었어요!”“예외적으로?”“네! 오성대! 저 의학원에 붙었어요.”강서연은 웃으며 핸드폰을 돌려받았다.“윤찬이 정말 오성대에 붙었어?”최연준은 조금 많이 의외였다. 겨우 열여섯, 열일곱 살의 처남이 고등학교 졸업하기도 전이라서.“네, 합격 통지서를 받았어요.”강서연은 은근히 동생이 자랑스러운지 말했다. “오성대 교수님이 직접 뽑아주셨어요. 찬이가 모두 다섯 번의 시험을 치렀고 모두 좋은 성적으로 시험도 통과하고 대학도 합격했어요!”“축하해요!”자신을 닮은 어린 처남이 더 특별한 느낌이어서 최연준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성적이 출중해서 어린 나이에 명문대 입학을 한다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처남이 오성으로 와서 학교 다녀야겠네. 이참에 처남을 핑계 대고 강서연과 장모님 다 오성으로 모시고 올라오는 것도...’최연준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흥분했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처남. 학교 첫등교하는 날에 나한테 말해요. 내가 픽업 갈게요.”강서연이 앞질러 거절했다.“아니에요! 찬이도... 이젠 다 큰 사람인데 혼자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죠. 굳이 필요 없어요. 진짜! 스스로 알아서 학교로 가서 잘할 거예요.”“서연아...”강서연은 시선을 피하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늦었어요. 먼저 끊을게요. 일찍 쉬어요.”최연준이 인사도 하기 전에 핸드폰 통화는 끊겼고, 화면에서 그녀의 모습도 사라졌다.그는 한참 멍하니 핸드폰을 보았고, 텅 빈 것 같은 마음에 괴로웠다.“도련님.”방한서는 좋은 마음에 최연준을 위로했다. “강서연 씨 시간이 필요하니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그래, 알지.”최연준의 목소리는 보기보다 차분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아. 적어도 서연이가 지금 나를 무작정 피하는 건 아니라서!”방한서는 최상 가문 도련님 최연준이 이렇게 누구한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세상만사 마음이 통해야 순리에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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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윤문희는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었다.그녀는 두 눈이 빨갛게 된 채, 마치 귀신이라도 보듯 강명원을 매섭게 쳐다보았다.지난날 그가 그녀를 받아들인 것은 맞지만, 그는 그녀를 망치기도 했다. 그리고 강서연이 그의 친딸이라고 믿게 한 바람에 하마터면 이 딸을 버릴 뻔했다!윤문희의 머릿속에는 오랜 기억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어두웠던 과거의 고통은 평생 다시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상처였다...“허, 설마 아직도 그 남자를 생각해?”강명원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그 남자는 벌써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으니, 진작에 너를 버렸어! 그 남자는 윤 씨 가문을 점령하고, 너를 이용해서 목적을 달성한 후, 너를 내팽개친 거야!”“그만 해요!”윤문희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이 세상에서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나뿐이야!”강명원의 이목구비가 거의 일그러졌다.“윤문희! 강진 그룹은 새로운 시장을 개발하려고 해, 새로운 약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말도 안 돼요!”윤문희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생각도 하지 말아요! 그 물건은 내가 이미 망가뜨렸으니, 지금 내 손에 없어요. 강명원 씨가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윤씨 가문의 그 누구도... 손에 넣을 생각하지 말아요!”“너...”강명원이 손을 들자 강서연이 갑자기 앞을 막아 나섰다.“너랑 상관없는 일이니 비켜!”“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만, 제발 우리 엄마를 자극하지 마세요!”강서연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강서연, 너...”“아빠!”강유빈이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이 미친 여자한테 묻지 말아요, 아빠가 찾고 있는 물건은 분명히 이 방에 있을 거니 우리가 직접 뒤져요!”강명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이렇게 뻔뻔스러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강서연은 강유빈에게 달려들었다. 강명원은 강서연의 손목을 잡고 휘둘렀고, 그녀는 갑자기 균형을 잃고 벽에 그대로 부딪혔다!아픔을 참고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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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허, 강명원 씨, 감히 나랑 해보자는 거예요?”그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오늘 강유빈과 당신이 여기서 죽었다고 해도 이 도시에서 실종 인구가 2명 늘 뿐 나는 살인범이 되지 않을 거예요.”“너...”“다른 사람을 괴롭힐 때 그 뒤에 누가 있는지부터 생각해봤어야죠!”최연준의 드센 기세에 강명원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더는 지탱할 수 없었던 강유빈은 손발을 마구 허우적댔다.“강명원 씨.”최연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앞으로 계속 나랑 해볼 건지, 아니면 생각도 없는 딸과 함께 꺼질 건지 잘 생각해봐요.”강명원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딸을 내려놔... 우리가 갈게.”“간다고요?”최연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강 회장님은 사람 말귀도 못 알아들어요? 나는 꺼지라고 했는데요!”그가 손을 풀자 강유빈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어가다시피 밖으로 도망쳤다.강명원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모욕만 당했다. 문을 나설 때 손발이 말을 듣지 않아 개처럼 기어나갔다.집안이 드디어 조용해지자 강서연은 황급히 엄마를 위로하려 엄마의 어깨를 감싸고 자신에게 기대도록 했다.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문희의 창백한 얼굴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엄마...”강서연은 약을 가져와, 황급히 엄마의 입에 넣었다.“박스는?”윤문희는 긴장하며 물었다.“서연아... 서연아! 그 박스, 박스가 어디 있어!”“엄마, 걱정하지 마세요.”강서연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박스는 저한테 있어요. 제가 잘 간직하고 있어요!”“잃어버리지 말아!”“안 잃어버려요, 엄마.”“서연아, 이건 엄마가 남겨주는 거야, 그리고 찬이도....”진정제를 먹은 윤문희는 차츰 조용해졌고,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고마움에 그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이 필요해?”최연준이 한숨을 내쉬더니 눈살을 찌푸렸다.“강명원이 왜 왔어?”“나도 몰라요.”강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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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무슨 일인데요?”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최연준은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당장 구현수와의 혼인 관계를 청산해야 해.”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 방법이 있으니깐. 또 한 가지...”그가 웃었다.“강서연 씨가 오성의 서교 땅 프로젝트를 인수해 이 땅이 더 높은 상업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네?”강서연은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타고난 사람은 없어.”최연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처음부터 배우면 빨리 성장할 거야.”“하지만...”“서연아.”그가 진지하게 말했다.“넌 할 수 있어.”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이런 느낌은 이상했다. 열등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가 하사하는 선물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예전에 그가 최연준이 아니었을 때,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들을 그녀에게 꺼내주고, 월급카드도 그녀에게 줬으며, 커피숍도 그녀에게 주었지만... 그녀는 전혀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묵묵히 그의 손바닥에서 손을 빼내는 강서연의 얼굴에 어둠이 스쳤다.“서연아, 다른 뜻은 없어...”최연준은 그녀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무언가를 설명하려는데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강서연은 그를 힐끗 보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윤문희를 보살폈다.최연준이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육경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얘기하신 사람을 다 데려왔는데 지금 나한테 있어요.”“알았어요, 고마워요.”최연준이 조용히 말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다 최연준 씨와 트러블이 있는 거예요?”육경섭이 씩 웃으며 물었다.“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고 싶어요? 얘기만 해봐요, 여기 10대 고문 같은 것이 잘 갖춰져 있는데, 대신 먼저 쓸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최연준이 전화를 끊었다.육경섭을 찾아가기 전에 그는 먼저 오피스텔로 가서 캐비닛에 있는 가족관계 증명서를 꺼냈다. 그가 가볍게 웃으며 손에 들고 막 떠나려 할 때, 옆에 있는 꽃 배나무 무늬의 작은 박스를 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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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육경섭은 그를 흘겨보며 가볍게 피식 웃더니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사람들은 문 앞에 불빛이 비치는 것을 보자 저마다 문 쪽으로 달려갔다.“뭐 하는 거야!”육경섭이 호통쳤다.“형님 살려주세요... 전엔 어디서 뵌 적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형님께 미움을 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얘기 좀 해 주시겠어요?”“형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최연준이 앞으로 나아가 가족관계 증명서를 그들 앞에 내놓았다.“이건...”“이 증명서에 나와 있는 두 사람은 혼인 관계를 청산해야 해.”최연준은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남자가 없으니, 나에게 가장 빠른 해결책을 줘야겠어!”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던 두 사람의 머리 위쪽으로 한 줄기 빛이 비쳐 가족관계 증명서의 내용을 엿볼 수 있었다.“구현수?”누군가 알아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분은... 강 씨네 그 사위예요...”“아는 사람이야?”최연준은 눈썹을 찡그렸다.“아니요, 몰라요...”그 사람은 식은땀을 흘리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허둥대며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런데 1년 전 강 회장님이 사람을 보내 딸이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하면서 좀 봐 달라고 했어요...”최연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넣었다.“어떻게 봐주는 건데?”“양쪽 모두 현장에 나오지 않고 주민등록 번호로 입력하는 거예요...”“이 자식이, 말을 한 번에 다 할 수 없어?!”육경섭은 책상을 내리쳤다.그 사람은 눈을 질끈 감고 간이 콩알만 해져 나머지 얘기를 다 했다.“저, 저, 저. 제가 그분들에게 등록해 줬어요! 하지만 인터넷으로 조회해보니 구현수의 주민등록증이 오래전에 말소됐더라고요. 실종자예요! 실종자가 어떻게 결혼할 수 있어요? 그리고 또, 두 사람이 함께 오지 않으면 등록할 수 없게 돼 있어요. 그래서 가짜 가족관계 증명서 두 장을 만들었어요...”“뭐라고?”육경섭은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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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강서연은 줄곧 침대 옆에서 윤문희를 보살폈다. 하지만 윤문희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명원과 강유빈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간 바람에 그전에 했던 치료가 물거품이 돼버리고 말았다.강서연은 넋이 나간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그녀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신석훈이 전에 윤문희를 치료했던 주치의와 정신과 전문의에게 문의한 결과 다들 환경을 한번 바꿔보라고 했다.“서연 씨, 환경 좀 바꾸면 아주머니의 병세가 호전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신석훈이 계속하여 말했다.“제가 아주머니의 증상과 비슷한 여러 케이스를 연구해봤는데 환경이 바뀌니까 다들 회복되더라고요. 회복되는 정도는 다르긴 하지만. 아주머니는 강주에서 안 좋은 일을 겪었잖아요. 그럼 계속 이곳에서 지내게 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거나 생활 방식을 바꾸면 아주머니한테 도움이 될 거예요.”한숨을 내쉬던 강서연은 최연준이 그날 했던 말이 떠올랐다.‘정말 함께 오성으로 가야 하나?’“서연아...”윤문희가 두 눈을 떴다. 허약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 앉으려 애를 썼다. 강서연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고는 등받이를 가져다주었다.“엄마, 좀 어때요?”“가슴이 답답해.”윤문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이곳에만 있으면 강명원이 나한테 했던 짓들이 자꾸만 떠올라...”그녀의 손을 잡은 강서연은 코끝이 찡해져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다.만약 구현수에게 협박당하지 않았더라면 이 기분을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번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그녀는 윤문희의 기분이 어떨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그 일이 지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트라우마 때문에 커피숍에 가지 못했다. 마당에 들어설 때마다 구현수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했던 그날이 떠올랐다.“엄마.”그녀가 잠깐 멈칫하더니 떠보듯이 물었다.“우리가 다른 도시로 가서 사는 건 어떨 것 같아요?”“다른 도시?”윤문희가 화들짝 놀랐다.“찬이가 다니는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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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강서연은 마음이 복잡해져 잡고 있던 이불을 더 꽉 쥐었다.그동안 그녀는 최연준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리조트 밖에서 만났던 점쟁이 할머니의 말을 떠올렸다.가까이 있을 땐 남편이고 멀리 있을 땐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었다. 그녀는 갑자기 울컥한 마음이 들어 눈가가 촉촉해졌다. 점쟁이 할머니가 두 사람이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라고 했었다...그녀는 최연준을 힐끗 보았다. 희미한 불빛 사이로 그의 손목에 낀 빨간 팔찌가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런 소리를 왜 믿냐고 했었다. 사실 그도 그런 걸 쉽게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빨간 팔찌까지 낀 건 그녀를 잃는 게 두려워서였다.강서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사실 그녀도 그를 잃을까 봐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다.만약 운명이 그들을 갈라놓으려고 한다면 헤어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내밀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연준 씨.”최연준은 가슴이 움찔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귀는 쫑긋했지만, 감히 돌아보지 못하고 계속 딱딱하게 앉아있었다.“며칠 뒤에... 아마 오성으로 갈 거예요.”“뭐?”강서연이 가볍게 웃었다.“귀가 잘 안 들려요?”최연준은 꿈꾸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볼을 꼬집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이야?”“네.”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찬이도 대학교에 가야 하고 엄마도 다른 곳에서 지내고 싶대요. 그래서 오성에 가려고요.”최연준은 모든 걸 그에게 맡기라고 얘기할 참이었다. 그런데 강서연이 그의 마음을 알아챈 듯 먼저 말을 가로챘다.“이 일은 연준 씨가 신경 쓰지 말아요. 지낼 집도 알아놓았고 이력서도 몇 군데 넣었어요. 저한테 면접 보러 오라고 회사에서 연락이 올 거예요.”“서연아...”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우린 오성에 그냥 생활하러 갈 뿐이에요.”최연준은 그녀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환경을 바꿀 생각이었는데 마침 윤찬이 오성대에 붙었다. 그녀가 최연준 때문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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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날짜가 1년 전으로 바뀌어있었다.“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요?”강서연이 다정하게 말했다.“작년 이날에 우리가 결혼했어요.”그날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이었다. 강서연이 폭풍우를 뚫고 흙투성이인 흰색 드레스를 입은 채 마을의 작은 집으로 들어왔다.마을의 어르신들은 이런 날씨에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최연준은 천천히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흐릿한 달빛이 이불 밖에 내민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환하게 비췄다.최연준이 손을 잡자 강서연이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 없어 발버둥 치다가 결국 그냥 잡게 내버려 두었다. 그의 손바닥이 어찌나 따뜻하고 두꺼운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1년 전으로 돌아갔으니 다시 서로를 알아가는 게 좋겠어. 난 최연준이라고 해. 집에 돈이 많긴 하지만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난 그저 내 와이프가 주는 용돈을 받아 쓰면서 와이프 옆에 평생 있고 싶어.”“여보.”최연준이 사랑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난 나가서 일하고 싶지 않아. 오성에 오면 당신이 날 먹여 살리면 안 돼?”강서연은 아무 말이 없었다.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그래요, 내가 평생 먹여 살릴게요. 당신이 돈을 벌지 못해도 내가 벌게요.’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수도 없이 이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볼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강서연을 배웅하러 나온 임우정은 아쉬움에 강서연의 손을 놓지 못했다.두 사람은 학교 때부터 함께한 사이라 친자매보다도 더 가까웠다. 강서연이 떠난다고 하니 임우정은 가슴이 먹먹했고 공항에 도착해서도 눈시울이 여전히 붉었다.“거기 가서도 몸 잘 챙겨!”임우정이 그녀의 손을 잡고 귓가에 속삭였다.“도움이 필요하면 연준 씨한테 얘기해. 어쨌거나 1년이나 함께 산 부부잖아. 그리고 연준 씨도 널 엄청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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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강서연은 오성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회사에서 면접 연락을 받았다.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녀는 새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퇴근 후에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챙겼고 주말에는 윤찬을 보러 학교에 가면서 필요한 생필품도 가져다주곤 했다.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다시 단순하고 조용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최연준은 묵묵히 그녀 옆을 지키기만 할 뿐 그녀의 생활은 방해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 집에 자주 가서 집안일을 도와주곤 했다.솔직히 말해서 도와줬다고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한 집안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강서연이 다시 한번 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녀가 기분이 좋으면 뭐라 하지 않았지만,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야근하거나 혹은 생리할 때면... 아무리 다정하던 그녀도 까칠해졌다.강서연이 그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를 때마다 윤문희가 나서서 말렸다.“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우리 최 서방한테 말을 좀 예쁘게 하면 안 돼?”“소리 지를 시간에 네가 직접 하면 되잖아. 왜 우리 최 서방한테 그리 무섭게 굴어?”혹은 또 이런 말로 그의 편을 들었다.“우리 최 서방이 아무리 널 좋아한다고 해도 함부로 해서는 안 돼! 계속 이렇게 최 서방한테 소리를 지르면 엄마 화낸다?”강서연은 이런 상황이 어이없기만 했다.‘대체 엄마는 누구 친엄마야?’그리고 최연준이 장모님이라고 어찌나 친근하게 부르는지, 두 모녀보다도 더 가까워 보였다.강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식 웃었다....그녀가 출근하는 회사는 한 신문사였다. 출근 첫날 상사가 그녀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젊은 사람은 자신을 많이 단련해야 해요. 힘든 일을 잘 참고 견디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정신이 있어야 해요.”다들 사실 상사의 얘기를 귓등으로 들었지만 강서연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에 몰두했다.그 결과 동료들이 그녀를 만만하게 여기면서 일이 점점 쌓여만 갔다. 기사 원고를 써야 할 뿐만 아니라 편집, 그리고 사무실의 잡다한 일까지 전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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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순간 멈칫한 강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두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빵 부스러기를 비둘기에게 먹이고는 그녀 옆에 앉은 최연준은 그녀를 보며 씩 웃었다.“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강서연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어떻게 알았지?’“아직 당신한테 내 어릴 적 얘기 안 했네.”최연준이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이혼했어. 아빠랑 함께 살긴 했지만, 엄마 보러 영국에 자주 가. 우리 엄마 성격이 강해서 내가 나약해지는 걸 용납 못 하셔. 최씨 가문 쪽에서 할아버지는 날 후계자로 키우셨어. 그래서 내가 하는 모든 일, 심지어 밥 먹고 물 마시고 걷는 걸음걸이까지 모두 엄격하게 가르쳤어... 그뿐만 아니라 가족 내부의 경쟁도 시도 때도 없이 마주쳐야 했어. 할아버지가 누굴 중히 여기면 그 사람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경쟁 타겟이 되거든.”씁쓸하게 웃는 최연준을 보고 있자니 강서연은 마음이 아팠다.‘그때... 연준 씨는 고작 예닐곱 살 정도 되는 아이였을 텐데...’“겨울방학 대부분은 맨체스터에서 보냈어. 거기 아주 유명한 알버트 광장이 있는데 기분이 우울할 때면 거기 가서 비둘기 먹이를 주곤 했어.”강서연은 그를 묵묵히 쳐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얼굴에 옅은 서글픔이 드리워졌다.다들 최연준처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세상의 고통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은 저마다 같은 불행이 있었다.강서연은 묵묵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두 사람의 그림자가 바닥에 나란히 비쳤다. 벤치에 딱 붙어 앉은 건 아니지만 그림자는 그야말로 빈틈없이 붙어있었다.“서연아.”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업무상에 문제가 있으면 내가...”“괜찮아요.”그녀가 단칼에 거절하자 최연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강서연은 고개를 들고 반짝이는 두 눈으로 그에게 다정하게 말했다.“연준 씨가 좋은 뜻으로 그러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오성에 온 것 자체가 나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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