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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최연준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강서연이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깔자 기다란 속눈썹도 따라서 파르르 떨렸다.

“나중에 알게 되었죠.”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신분과 이름은 그저 기호일 뿐이라는 걸 말이죠. 당신이 돈이 많든 돈이 없든, 최연준이든 구현수든 다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은 변한적 없이 그대로였고... 나도 마찬가지예요.”

최연준은 그녀를 보며 손을 살며시 잡았다. 강서연은 씩하고 웃더니 그와 깍지를 끼었다.

“서연아, 그럼 나 용서하는 거야?”

“난 당신을 탓한 적이 없어요. 그냥 당신의 정체를 갑자기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녀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나 시간이 더 필요한데... 기다려줄 수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그는 평생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기다릴 수 있었다. 최연준은 지금 이 상황이 혹시라도 꿈일까 봐 두려워 그녀를 꽉 껴안았다.

“서연아, 이젠 날 떠나지 않을 거지?”

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강서연이 히죽 웃었다.

“네. 안 떠나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평생 안 떠날 거지?”

강서연이 화들짝 놀랐다.

‘왜 또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지? 지난번 성당에서도 이렇게 물었었는데!’

“연준 씨, 그때 다 녹화했잖아요. 증거가 연준 씨 손에 있는데 또 물어요?”

최연준은 휴대 전화를 꺼내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그때 주변의 비둘기들이 뭔가에 놀랐는지 푸드덕 날아갔고 풀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쿵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누군가가 풀숲에서 튀어나오면서 발을 헛디딘 바람에 마침 두 사람의 앞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최연준은 본능적으로 화들짝 놀란 강서연의 앞에 서며 그녀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두 사람 모두 경악했다.

“배경원?”

배경원이 무릎을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머리에 나뭇잎이 묻은 채로 두 사람을 향해 어색하지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연준 형... 형수님, 비둘기 먹이를 주고 있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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