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준이 순간 멈칫했다.“뭐라고?”“날 도와줄 거예요?”‘당연하지!’최연준은 속으로는 미친 듯이 외쳤지만 겉으로는 침착한 척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왜 갑자기 도와달라는 거야?”“그거야...”강서연이 말을 얼버무렸다.“뭔가를 성공하려면 자신의 노력 말고도 옆에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죠. 안 그래요?”최연준은 살짝 의외라는 눈치였다.예전에 경영 대학원을 다닐 때 첫 수업에서 교수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이 성공하려면 시기상의 적절함과 지리상의 이로움, 그리고 사람들의 화합 이 세 가지를 다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강서연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히죽 웃었다.“내가 인터뷰해야 하는 상대는 나석진이에요. 지금 이 실력으로 나석진 씨의 매니저도 날 무시할걸요? 이건 내 힘으로는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임무예요. 다들 지금 내가 우스갯거리가 되길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내 옆에는 못 하는 게 없는 슈퍼맨이 있죠...”그녀는 최연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귀엽게 웃었다.“만약 슈퍼맨이 나한테 초능력을 빌려줘서 이 임무를 완성하게 도와준다면 아주 고마워할 거예요!”“어떻게 고마워할 건데?”“구두가 필요하다면서요?”그녀가 두 눈을 깜빡였다.“제일 좋은 구두 하나 사줄게요!”“그것뿐이야?”“그리고...”그녀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리며 씩 웃었다.“평생 당신을 먹여 살릴게요.”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 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알았어.”그러더니 대뜸 휴대 전화를 꺼내려 했다. 강서연은 그를 말리며 피식 웃었다.“지금 당장 연락하라는 게 아니에요. 일단 내가 스스로 해본 다음에 그래도 안 되면 그때 연준 씨한테 도움을 청할게요.”최연준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점쟁이 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점쟁이 할머니는 강서연에게 조선 시대였더라면 중전마마가 됐을 팔자라고 했고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했다.사실 그녀의 총명한 지혜로 누구와 결혼하든 다 행복하게
최연준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반격하려던 그때 최연희가 다시 다가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따가 자리에 앉으면 절대 흥분하지 마.”“왜?”“아무튼...”최연희는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이따가 밥이 안 넘어갈 수도 있어.”최연준은 살짝 움찔했다가 이내 자신만만하게 걸어갔다. 그런데 최연희의 말이 사실이었다.최재원이 메인 자리에 앉아 서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고 원래 최연준의 자리였던 그의 옆자리에 임나연이 앉아있는 것이었다.“연준아, 멍하니 서서 뭐 해?”최재원이 먼저 말을 건넸다.“얼른 자리에 앉아.”최연준은 굳은 얼굴로 주먹을 꽉 쥔 채 임나연 옆으로 걸어갔다.도우미는 의자를 빼낸 후 최연준에게 깍듯하게 자리를 안내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최연준에게 쏠렸다.그와 강서연의 일이 최씨 가문 전체에 퍼지면서 그가 강주에서 요양할 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연준이 강서연 때문에 최재원과 정면으로 여러 번 맞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 와중에 최재원이 가족 모임에 임나연을 초대했다는 건... 그의 손주며느리는 임나연뿐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발표한 거나 다름없었다.“임씨 가문과 사돈을 맺으면 나쁠 게 없죠.”누군가가 수군거렸다.“우리 셋째 도련님은 왜 그걸 모를까요...”“어릴 적부터 떵떵거리며 살아온 도련님이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 리가 있겠어요?”“그나저나 저건 무슨 양복이에요? 너무 형편없어 보이는데요?”임나연이 최연준을 힐끗 보았다.‘평소 패션위크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만 고집하던 연준이었는데 오늘은 왜... 딱 봐도 길거리 싸구려 옷이잖아.’“연준 씨.”임나연은 참하고 얌전한 척했다.“이 양복이 좀 낡은 것 같은데 다른 걸로 갈아입을래요?”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싸늘하게 째려보았다. 임나연은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수프만 마셨다.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수군거리지 않았다.최연준이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 앞의 반찬만 내려다볼 뿐 누구 하나 젓가락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저마다 곧 있을 재미난 구경거리를 기대했다.아니나 다를까 최재원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최진혁을 째려보았다. 최연준은 옆에서 피식 웃었다.최재원은 자기 가족이 외부 사람과 가까이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최진혁은 예전에 이 점을 이용하여 최연준이 최연준의 외할아버지와 더 가깝게 지낸다고 이간질하면서 최재원의 불만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최연준은 그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예전에 그가 했던 짓을 그대로 갚아주는 것뿐이었다.“최... 최연준!”화가 난 최진혁은 말까지 더듬었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지금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버지, 연준이 말 믿지 마세요. 얘가 지금 저한테 불만이 있어서 화풀이하려고 이러는 거예요.”“삼촌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억울하죠.”최연준이 느긋하게 말했다.“제가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는 웃어른을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저도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지금까지 새겨듣고 있고요. 제가 삼촌한테 화풀이한다는 건 할아버지가 절 웃어른도 존경할 줄 모르는 안하무인으로 잘못 가르쳤다는 말이에요?”“너!”말문이 막힌 최진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친척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최재원이 잔뜩 굳은 얼굴로 젓가락을 확 던지자 쨍그랑하고 그릇과 부딪혔다.임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안한 얼굴로 최연준을 보며 말했다.“오늘 이 자리에 오는 게 아닌데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최씨 가문의 가족 모임인 걸 몰랐어요. 실례 많았습니다.”“그래요.”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젠 최씨 가문의 가족 모임인 걸 알았겠네요?”“최연준 씨...”“연준이가 아직 젊어서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다 하네!”최진혁은 물을 한잔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아무리 그래도 나연이는 손님인데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게 어디 있어.”“대접이라면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임나연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연... 연준 씨.”임나연이 웃으며 말했다.“하도 급해 보여서 걱정돼서 물은 거예요...”“별일 아니에요.”최연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내가 그렇게 귀찮아요?”임나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앞으로 임우 그룹하고 최상 그룹이 업무적으로 자주 손을 잡을 텐데 우리...”“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공과 사는 분명히 할 테니까.”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그리고 업무상에 문제가 있으면 사무실로 찾아와요.”“알았어요!”임나연은 그의 태도가 조금은 좋아진 줄 알고 신난 얼굴로 대답했다.방한서가 차를 가져오자 최연준이 차에 올라타려 했다. 그런데 임나연도 함께 따라오는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임나연 씨, 방금 공과 사를 분명히 할 거라고 얘기했잖아요.”임나연은 순간 멈칫했다.“지금 사적인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그가 입술을 앙다물었다.“나연 씨는 그만 따라와도 될 것 같아요.”그러고는 차를 타고 휙 가버렸다.그에게 버림받은 임나연은 점점 사라지는 차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두 눈에 원망과 분노가 가득 섞여 있었다.‘아까 그 전화는 강서연 그년이 걸어온 거겠지?’그녀는 잠깐 마음을 가라앉히다가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큰아버지, 저예요... 네, 윤찬의 일은 어떻게 됐어요?”임나연은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하하, 진짜 입학 자격을 취소했어요? 너무 잘됐어요!”“진짜지, 그럼.”휴대 전화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제부턴 네가 나서서 그 애를 다시 입학시키면 최연준도 너한테 아주 고마워할 거야.”임나연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최연준은 곧장 강서연의 집으로 달려갔다.윤찬은 축 처진 얼굴로 짐을 정리했다. 책을 정리하던 그때 입학 통지서가 툭 떨어졌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내려다보던 그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처남이 전화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어.”최
최연준이 그 번호를 보니 오성대에서 걸려온 것은 맞았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학교 이사회의 전화번호인 것 같았다.오성대의 이사회에서 3분의 1이 임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자들이었다.입꼬리를 씩 올리던 그는 단번에 어찌 된 일인지 알아챘다.“왜 그래요?”강서연이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이 번호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아니야. 잠깐만 기다려.”최연준은 베란다로 향했다. 강서연은 거실에서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연거푸 전화를 여러 통 걸었다. 목소리는 진지하게 내리깔았고 표정은 무뚝뚝하기만 했다.‘이게 바로 리더의 기품이겠지?’가슴이 움찔한 그녀는 볼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살짝 숙였다.“누나.”윤찬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매형한테 진짜 방법이 있을까요?”“응, 있을 거야.”그녀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 갔다.“알았어요...”윤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누나, 매형이 구현수가 아니라 최연준이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역시 권력이 있고 돈 많은 매형이 있으니까 좋네요.”강서연은 윤찬을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베란다에 있던 최연준이 홀가분하게 웃으며 다가왔다.“어떻게 된 일인지는 대충 알아냈어. 이틀 뒤에 학교 이사회에 다녀올게.”그는 윤찬을 보며 어깨를 토닥였다.“요 이틀 집에 있어요. 잠깐 휴식한다고 생각해요.”“네, 알았어요.”윤찬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 강서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큰일을 벌써 해결했다고? 만약 연준 씨의 신분으로 학교에 압력을 가한 거라면 찬이한테도 좋을 게 없는데.’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녀는 윤찬이 조용히 공부하기만을 바랐다. 일이 시끌벅적해지면 어찌 가만히 연구할 수 있겠는가?최연준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당신이 싫어할까 봐 나랑 당신 관계는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어. 당신이 어느 날... 나한테 명분이라도 주면 모를까.”그의 말에 강서연은 멈칫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
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웃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서연아, 시간도 늦었는데...”“그래서요?”“안 가면 안 될까?”최연준이 떠보듯이 물었다.“날이 이렇게 어두운데 밤길이 위험하잖아. 내가 혼자 가면 마음이 놓여?”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그를 아파트 밖으로 힘껏 밀어냈다. 그런데 최연준의 덩치가 하도 커서 그녀가 젖 먹던 힘까지 다 써도 최연준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게다가 힘을 너무 준 탓에 중심을 잃어 그의 품속에 넘어지고 말았다.최연준은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의 눈빛 속에 이글거리는 욕망을 본 순간 강서연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볼도 빨갛게 달아올랐다.“이... 이러지 말아요.”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자 뜨거운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행히 밖이라서 최연준은 야릇한 생각을 그나마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서연아.”최연준이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일으켜 세웠다.“당신이 싫다면 난 절대 강요하지 않아. 하지만... 가끔 나한테 응원이라도 해주면 안 돼? 적어도 당신이 날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말이야.”강서연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그는 다시 윤찬의 일을 꺼냈다.“처남의 일은 큰일이 아니야. 내가 자세히 알아본 다음에 깔끔하게 해결해줄게.”고개를 든 강서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말을 꺼냈다.“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많이 당황했어요... 처음 그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일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널리 퍼뜨리는 거였어요. 지금 신문사에서 일하니까 그 정도는 쉽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잘 생각해 보니까 정말로 그렇게 했더라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겠더라고요.”“응.”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나연이 강서연을 보는 눈은 독기를 품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바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 대범하게 인사했다.“셋째 도련님.”강서연은 마음이 조여지면서 무의식적으로 최연준을 바라보았다. 여자의 촉이란 항상 무서운 법이다. “셋째 도련님.”임나연은 두 사람 앞에 다가서서 강서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분이 말로만 듣던 서연 씨죠?”강서연은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최연준은 안색이 좋지 않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로 왔어요?”“할아버지께서 도련님을 집으로 모시라고 했어요.”임나연은 일부러 심각하게 말했다.“방 비서님도 도련님을 설득 못 한다고 하시길래 할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어요.”강서연은 생각에 잠겼다. 방한서는 최연준의 비서이자 그의 심복이다.‘방한서도 할 수 없는 걸 네가 나선다고 되겠어? 그리고 영감님께서 왜 굳이 너를 보내겠어?’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기가 최상 가문 심지어 최연준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아닌가?강서연은 이 모습이 너무 웃겼다. 사실 임나연이 차에서 내릴 때부터 자기에게 좋은 마음을 품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연준 씨.” 임나연은 최연준 곁으로 다가갔다.“빨리 출발해요. 할아버지께서 기다리겠어요. 아, 맞다.”또 강서연을 보면서 웃으며 물었다.“서연 씨께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연준 씨가 왜 가족 모임도 안 가고 급하게 뛰쳐나왔겠어요!”“그랬어요?” 강서연은 최연준을 한 번 보고는 슬쩍 그의 소매를 잡고 힘을 써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미안해요. 빨리 돌아가요.”임나연이 또 입을 열었다.“서연 씨께서 만약 난처한 일에 부딪혔다면 사실 연준 씨를 여기까지 달려오게 할 필요는 없어요. 저한테 말해도 제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 수 있어요.”강서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괜찮아요. 저랑 연준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인데 연준 씨의 친구는 당연히
임건은 미리 준비한 변명을 꺼내어 구구절절 설명했다.“셋째 도련님께서 잘 모르시겠지만, 그 학생은 나이가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적도 조작한 것입니다. 나이를 이유로 학적을 취소하는 것도 그 학생의 체면을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지, 성적이 가짜라는 타이틀을 달면 더 이상 얼굴 들고 살기 힘들 것이에요.”“시험 볼 때 감독하는 사람이 없었나요?”“있긴 있는데, 그냥...”“그냥 당신들이 죄를 덮어씌우려고 하는 것이죠.”최연준은 강조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윤찬 학생이 무엇을 하든지 다 잘못된 거 아니에요?”이러한 반응은 임건이 바라는 바이다.그는 얕게 웃으며 최연준의 더 큰 반응을 기대했다. 그러면 그는 이 틈을 타 윤찬의 학적 복원을 제안하고 겸사겸사 최씨, 임씨 두 집안의 통혼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윤찬이 최연준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연준이 찾아온 이상 그에게 중요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임건은 몸을 곧추세우고 얼굴에 약간의 자만을 드러냈다.“이사장님.”최연준은 인상을 구겼다.“오늘 이사장님을 부른 것은 윤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윤찬은 아주 우수한 학생이고 미래 훌륭한 인재가 될 것입니다.”“맞습니다.”임건은 웃으며 그 말에 동의했다.“그러면 이사장님께서 도와줄 수 있어요?”“결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임건은 또다시 머리를 굴렸다.“윤찬 학생은 셋째 도련님과 무슨 사이예요?”최연준은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는 임건이 분명 이렇게 물어볼 것이라 예상했고 늙은 여우가 자기 입으로 이 말을 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임건은 틀림없이 윤찬과의 관계를 수소문하고 나서 저울질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윤찬은 저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최연준의 표정은 변화 없었지만, 눈빛에는 깊은 뜻을 품고 있었다.임건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어쨌거나 저도 부탁을 받은 거예요.” 최연준은 일부러 신비하게 말했다.“이 윤 도련님의 집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