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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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결투는 계속되었다. 홍복홍은 홀로 4대 신전 강자를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끄떡없었다.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우는 모습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나무들이 쓰러지고 집이 무너져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유진우는 문 앞에 서서 가끔 날아오는 기운을 막곤 했다. 홍복홍이 결투 장소를 멀리 옮겼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의원이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형님네 집안 어르신이 이렇게나 강했어요? 4대 천신급 고수와도 전혀 밀리지 않고 맞설 줄은 정말 몰랐어요.”왕현은 전방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결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데다가 속도도 너무 빨라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우리 집안 어르신이 아니에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형님 아버지랑 같이 있는 거죠?”왕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유씨 가문의 하인이나 다름없어요.”유진우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홍복홍에게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하인이요?”왕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고 가슴이 움찔했다.‘하인이 이렇게나 강하다고? 진우 형님네 집안이 왕실 집안은 아니겠죠?’“뭔가 문제 생긴 것 같아.”그때 유진우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갑자기 길목을 쳐다보았다.길목의 불빛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계속 깜빡이기 시작했고 흐릿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불빛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불빛이 밝아졌을 땐 그림자도 사라졌고 불빛이 어두울 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불빛이 매번 반짝일 때마다 그 그림자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수염이 덥수룩한 영감이었는데 이국적인 외모에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저승사자처럼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저 저... 저 사람 누군지 알아요! 저 사람이 바로 신전의 명왕 하데스예요!”그때 인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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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하데스는 동방의 예절대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 그러고는 손을 번쩍 들어 다시 아래로 꾹 눌렀다.“우르르 쾅쾅!”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마치 작은 산 같은 검은 손바닥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유만수를 힘껏 짓눌렀다.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와 비교하니 유만수는 마치 한 마리의 개미처럼 유난히 작아 보였다. 저 손바닥에 맞는다면 사람이 아니라 아마 의원 전체가 그대로 무너져내릴 것이다.“쿵!”결투 장소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현무문의 제자들은 그 위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시뻘건 피를 토해내며 털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신들의 전쟁에 백성들만 죽어날 판이었다.마스터급 고수들을 인간 핵무기라고 비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충 일격만 가해도 산이 무너지고 땅을 갈라놓을 만한 힘을 지녔으니 일반인들이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말이다.“뭐야?”머리 위로 떨어지는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나설까 말까 망설이던 그때 한 흰옷 영감이 갑자기 나타나 유만수의 앞을 가로막았다.흰옷 영감이 금빛을 내뿜자 사오 미터 되는 금색 거인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나더니 손바닥 그림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금색 거인은 미동도 없이 흰옷 영감의 뒤에 서 있었다. 마치 금색의 불상 같았다.“당신은 또 누굽니까?”하데스가 어두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물었다. 암살 과정에 그 어떤 예외도 없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고수가 숨어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성은 부씨요, 자금성에서 내관직을 맡고 있습니다.”흰옷 영감은 백발이었지만 얼굴은 동안이었고 수염도 기르지 않았다. 말할 때 시선을 늘어뜨리고 태도도 겸손하여 위압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부씨?”하데스가 실눈을 뜨고 그를 보더니 문득 뭔가 생각난 듯했다.“아... 기억났어요. 당신이 바로 그 전설 속의 제일 고수 부규환 씨군요.”흰옷 영감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헛된 명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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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조금 전까지 격렬하게 싸우던 홍복홍 등 5인도 약속이나 한 듯이 공격을 멈추었다.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쩍 벌렸다.‘신전의 최고 신왕 중 한 명인 명왕 하데스가 이렇게 쉽게 죽었다고? 그것도 단 일격에?’‘어찌 이런 일이!’하데스는 마스터급 존재이자 서방 세계의 최고 고수였다. 게다가 실력도 어마무시하여 인간 핵무기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데 흰옷 영감은 그런 거물을 손쉽게 죽여버렸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잠깐의 침묵 끝에 현장 전체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신전의 신왕께서 저렇게 죽었다고?”“세상에나! 오늘 대체 왜 이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야, 신들의 전쟁!”현무문의 제자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전씨 부자든 당주 강수원이든 너나 할 것 없이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자금성의 내관직에 있는 자가 이리도 엄청난 실력을 지녔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설마 이게 바로 제일 고수의 실력이란 말인가?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명왕님이 죽었어?”아테나 4인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하데스를 보자마자 혼비백산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아테나 4인이 서경의 호위를 상대하고 명왕이 유만수를 처리하기로 했었다. 그들은 이번 암살 작전을 수도 없이 훈련했었는데 성공률이 99%에 달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계산했는데도 고수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계산하지 못했다. 게다가 명왕마저 그 고수의 상대가 아니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이미 완전히 실패했다!“아레스, 철수해!”아테나는 이를 꽉 깨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도망쳤다.“젠장! 거의 성공이었는데!”아레스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도망쳤다.명왕마저 그의 실력이 아닌데 그들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었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흰옷 영감의 모습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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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이런 강자는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만인이 우러러보는 존재인데 왜 이리도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릴까?“위왕? 도련님?”강수원은 넋이 나간 얼굴로 유만수와 유진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 순간 오금이 저리는 공포감이 그를 확 덮쳤다.지금 현시대에 위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바로 서경의 권력자이자 유씨 가문의 실권자, 그리고 용국의 지존인 유만수이다.‘저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등 굽은 영감이 바로 하늘 같은 존재인 위왕이라고?’그 생각에 강수원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낯빛도 창백해졌다.만약 등 굽은 영감이 위왕이라면 유진우가 바로 위왕의 아들이자 천재 유장혁이란 말인가?“털썩...”강수원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낯빛은 창백해지다 못해 핏기라곤 없었고 절망이 가득했다.강수원 뿐만 아니라 전씨네 부자도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특히 전세권은 바지에 지리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건드린 사람이 위왕의 아들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부 내관, 그만 일어나. 사내가 이리 쉽게 무릎을 꿇어서야 하겠어? 아 참, 까먹을 뻔했군. 부 내관은 사내가 아니지.”유만수는 덤덤하게 웃으며 장난치듯 말했다.“감사합니다, 위왕님.”부규환은 잠깐 올려다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늘어뜨렸다.“오늘 아주 타이밍 좋게 나타났어. 우리를 계속 따라다닌 거지?”유만수가 떠보듯 물었다.“주인님께서 위왕님의 안전이 걱정되신다면서 저더러 몰래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부규환이 고개를 푹 숙였다.“지켜주는 건가? 아니면 감시하는 건가?”유만수가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위왕님. 위왕님은 하도 귀하신 몸이라 용국의 국운과 직결되어 있어요. 혹시라도 다치게 되면 그건 용국의 불행이란 말입니다.”부규환이 한껏 비굴한 태도로 굽신거렸다.“하하... 참으로 충실한 심복이구나!”유만수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과찬이십니다.”부규환이 허리를 굽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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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윙!”유진우가 들고 있던 장검에서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부규환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둥!”그런데 반투명한 골든벨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부규환을 뒤덮으며 유진우의 검을 막았다. 날카로운 검 끝이 골든벨에 부딪히면서 여러 갈래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그 어떤 폭발음도 부딪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진우가 내뿜은 기운이 골든벨에 전부 흡입되면서 부규환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도련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부규환의 표정은 여전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죽이려고 그러는 거지!”유진우는 발을 힘껏 내디디며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골든벨을 찌르려 했다.“둥!”골든벨은 다시 한번 대량의 물결이 일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전 그저 주인님의 명을 받고 왔을 뿐이에요. 지금 이러시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부규환이 덤덤하게 말했다.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검으로 계속 찌르기만 했다. 그러자 골든벨이 점점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일렁이던 물결이 더욱 촘촘해졌다. 그렇게 십여 번 찌르자 뚜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이 끊어지고 말았다. 일반 검은 유진우의 기운을 버티지 못했다.“그만해!”유진우가 계속 포기하지 않자 유만수가 결국 나서서 말렸다.“넌 쟤 상대가 아니야. 계속 싸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어.”“상대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싸워봐야 알죠!”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개를 때려도 주인이 누군지 봐야지. 부 내관은 오늘 명을 받고 왔어. 여기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절대 감당 못 해!”유만수가 경고했다.“그래서요? 살인범이 그냥 가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거예요?”유진우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마치 먹이에 굶주린 짐승 같았다.“장혁아, 제발 내 말 좀 들어. 아직은 때가 아니야.”유만수가 고개를 내저었다.부규환은 천자의 옆을 지키는 호위이다. 무슨 이유에서든 유씨 가문에서 죽는다면 엄청난 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기 아들이 그때의 싸움에 휘말리는 걸 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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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평안 의원을 나선 흰옷 영감 부규환은 곧바로 차에 탑승했다.운전기사는 얼굴도 잘생기고 피부도 하얀 남자였는데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어 어딘가 괴이해 보였다.“부 내관님, 10년 동안 실종됐던 유장혁이 이런 작은 의원에 숨어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게다가 그때 일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던데. 제가 기회를 봐서 처리할까요?”남자의 목소리는 날카로우면서도 차가웠다.“아직은 죽여선 안 돼.”부규환이 눈을 감고 담담하게 말했다.“유만수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누구도 유진우를 건드릴 수 없어.”“내관님, 사람이라면 나이 들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에요. 그 어떤 허점도 보이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처리할 자신이 있어요.”남자가 웃으며 말했다.“그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쉽지 않아.”부규환이 고개를 내저었다.“유만수가 왜 엄청난 공을 세우고 50만 대군을 이끌면서도 서경에서 주인님을 위해 일을 하는지 알아?”“그거야 당연히 주인님을 두려워해서 그렇겠죠.”남자가 오만한 기세로 대답했다.“두려워하는 건 맞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쁜 놈을 벌하고 싶어도 무고한 사람들이 다칠까 봐 그러는 거야.”부규환이 담담하게 웃었다.“천재라고 불리는 아들이 살아있는 한 유만수는 욕심이 있어도 절대 함부로 하지 못해. 아무튼 아들이 죽으면 유만수는 두려울 게 없어져서 한 마리의 맹수로 변할 거야. 그때가 되면 용국의 하늘도 바뀌겠지.”10년 전, 서경의 왕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만수는 변방에서 군대를 움직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참았다.이유가 뭘까? 죽는 게 두려워서? 왕권이 두려워서?진짜 이유는 유장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유장혁은 위왕의 마지막 신념이자 버팀목이었다. 하여 유장혁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용국은 대란이 일게 될 것이다.“내관님, 유장혁이 서경으로 돌아와서 왕위를 이어받으면 우리한테는 엄청난 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남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하하, 천재라고 불려봤자 그냥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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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진작 갔어야죠. 여기 남아있어봤자 해만 끼치는데.”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네 아버지가 가기 전에 나한테 너 좀 집에 돌아가게 설득해달라고 했어. 그런데 내가 거절했다.”술광이 의자에 앉아 찻잔에 차를 따랐다.“유씨 가문이 너무 위험한 곳이라 거기서 사람들과 암투를 벌일 바엔 밖에서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게 낫다고 했어. 그런데 놀랍게도 네 아버지가 동의하더라고. 유씨 가문은 너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테니까 넌 그냥 즐겁게, 행복하게만 살면 된다고 했어. 네 아버지는 그냥 네가 시간 되면 집으로 가서 어머니한테 인사 좀 드리길 바라셔.”그의 말에 유진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언가가 가슴을 쿡 찌른 것처럼 아팠다.그는 어머니가 준 옥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언젠가는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돌아가는 날이 바로 진범의 제삿날일 겁니다!”만약 진범의 머리를 자르지 못한다면 무슨 면목으로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인사를 올리겠는가?“됐어, 할 얘기는 다 했어. 무슨 결정을 내리든 네가 알아서 해.”술광은 차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다시 잠을 청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진우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복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무슨 생각해?”그때 이청아가 갑자기 걸어오더니 유진우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응? 언제 들어왔어?”유진우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이 큰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도 못 봤어? 어느 여자 생각해? 나? 아니면 조선미 씨?”이청아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다 아니야.”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불구덩이에 스스로 빠질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뭐야? 설마 또 다른 여자 있어?”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연히 아니지.”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유진우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아침부터 그런 얘기 하려고 온 건 아니지?”“흥!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이청아가 두 눈을 부릅떴다.“좋은 소식 알려주려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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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이청아를 보며 유진우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우리 대단하신 이 대표님은 여자지만 남자한테 절대 뒤지지 않죠. 앞으로는 기필코 재벌가의 여왕이 되실 겁니다!”그러고는 두 손을 맞잡아 가슴 앞에 올리며 예의를 갖췄다.“나 지금 진지하단 말이야! 내가 이씨 가문의 족장이 되면 조선미 씨보다도 지위가 더 높아. 그때가 되면 당신은 나만 믿으면 돼!”이청아는 턱을 살짝 들고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의욕이 철철 넘쳤다.예전에는 자신의 출신이 조선미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이씨 가문의 후계자라는 신분이 뒷받침해주고 있어 조선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나중에 누가 이기고 유진우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재주에 달려있다.“주인님, 주인님, 전화 왔어요!”그때 앙증맞은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청아가 전화를 받자마자 장경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딸, 지금 어디야? 당장 들어와. 본가의 셋째 사모님이 널 만나시겠대.”“셋째 사모님은 무슨 일로 오셨대요?”이청아가 떠보듯이 물었다.족장 이세훈은 혈기 왕성하던 젊은 시절 세 여자와 결혼했다. 인제 첫째 사모님은 70대, 둘째와 셋째 사모님은 60대가 되었다.“네가 후계자 자격을 얻었잖아. 셋째 사모님께서 너한테 힘을 보태주려고 그러는 거지. 우리 청아는 참 복도 많아!”장경화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이청아는 전화를 끊고 유진우와 함께 가려 했다.“왜? 나도 가야 해?”유진우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물었다.“당신도 우리 가족인데 당연히 가야지.”이청아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하지만...”“됐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건 당신이 빌붙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이청아는 다짜고짜 그를 끌고 차에 올라탔다.남자를 대할 때 가끔은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30분 후, 두 사람이 탄 자동차가 이씨 가문 별장 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이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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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사나운 눈초리를 한 오금란을 보며 이청아도 눈살을 찌푸렸고 낯빛이 어두워졌다.오금란이 차를 그녀의 얼굴에 뱉은 건 더 이상 예의범절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대놓고 모욕을 주는 것이었고 시작부터 아주 호된 맛을 보여주었다.“이청아! 뭐야 너! 차를 따르랬더니 펄펄 끓는 물을 따랐어? 우리 할머니를 다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핑계를 찾은 이서우는 이때다 싶어 그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내가 보기엔 불만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저러는 거 같은데!”조국화도 맞장구를 쳤다.“아닙니다, 아니에요... 청아는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아까 마셔봤는데 데일 정도로 뜨겁지 않았어요.”장경화가 황급히 해명했다.“그럼 네 말은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오금란의 표정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했나 봐요. 제 입이 문제 있는 것 같아요.”장경화는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감히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그녀의 태도에 세 사람은 몰래 우쭐거렸다. 이런 시골사람에게는 처음부터 호된 맛을 보여줘야 나중에 고분고분해진다고 생각했다.“청아야, 가만히 서서 뭐 해? 얼른 할머니께 다시 따라드려야지!”이서우가 손가락질하며 명령하듯 말했다. 그녀는 족장 할아버지가 왜 이청아를 후계자 후보에 올렸는지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이서우조차도 후계자 자격이 없는데 말이다. 그러니 화가 나고 질투 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시 따를게.”장경화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차 한잔을 따른 후 이청아에게 건네고는 다시 오금란에게 드리라고 눈짓했다.하지만 이청아는 찻잔을 받지 않았다. 그들이 일부러 그녀를 못살게 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왜? 불만 있어?”오금란이 그녀를 째려보며 쌀쌀맞게 말했다.“이 정도 예절도 지키지 못한다면 절대 큰 그릇이 못돼!”그러고는 서류 하나를 꺼내 티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이게 뭔지 알아? 네 위임장이야. 남성에 자산이 2조 정도 되는 조경 그룹이 있는데 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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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순간 그녀도 어디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세 번째 차를 따르고 건네려던 그때 누군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말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낯빛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유진우였다.“이번에는 내가 할게.”“당신이?”이청아가 화들짝 놀랐다.‘진우 씨 성격에 절대 누구한테 고개를 숙일 사람이 아닌데. 설마 나 때문에?’“네까짓 게 뭔데? 무슨 자격으로 우리 할머니께 차를 올리는 건데?”이서우는 대놓고 그를 무시했다. 그녀가 모욕을 주려는 사람은 이청아였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유진우가 아니었다.“시골 사람들은 정말 예의도 없어. 개나 소나 다 나랑 말 섞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오금란은 고개를 쳐들고 불만을 드러냈다.“차 한잔일 뿐인데 누가 올리든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오늘 제가 기분이 좋아서 직접 올릴게요.”유진우는 찻잔을 건네받고 오금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를 오금란의 머리에 그대로 부어버렸다.차에 찻잎이 섞여 있어 떨어진 찻잎이 그녀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그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유진우의 간덩이가 이 정도로 부었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눈앞의 이분은 이씨 가문에서 덕망이 높은 셋째 사모님이다. 평소 어딜 가든 사람들이 그녀를 추어올리기에 바빴고 아부는 늘 있는 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겠는가?“유진우, 지금 뭐 하는 짓이야!”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한 이서우가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우리 할머니를 모욕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너, 너... 이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천추에 용납 못 할 큰 죄를 지었구나!”오금란이 두 눈을 부릅뜨고 노발대발했다.재벌 출신인 그녀는 지위가 아주 높았다. 지금까지 남에게 모욕을 주는 건 늘 그녀였고 그녀를 모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아직도 화가 덜 풀렸네요? 한잔으로 모자라면 한잔 더 드릴게요.”유진우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뜨거운 물을 한잔 따라 오금란의 얼굴에 냅다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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