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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순간 그녀도 어디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세 번째 차를 따르고 건네려던 그때 누군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말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낯빛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유진우였다.

“이번에는 내가 할게.”

“당신이?”

이청아가 화들짝 놀랐다.

‘진우 씨 성격에 절대 누구한테 고개를 숙일 사람이 아닌데. 설마 나 때문에?’

“네까짓 게 뭔데? 무슨 자격으로 우리 할머니께 차를 올리는 건데?”

이서우는 대놓고 그를 무시했다. 그녀가 모욕을 주려는 사람은 이청아였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유진우가 아니었다.

“시골 사람들은 정말 예의도 없어. 개나 소나 다 나랑 말 섞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오금란은 고개를 쳐들고 불만을 드러냈다.

“차 한잔일 뿐인데 누가 올리든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오늘 제가 기분이 좋아서 직접 올릴게요.”

유진우는 찻잔을 건네받고 오금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를 오금란의 머리에 그대로 부어버렸다.

차에 찻잎이 섞여 있어 떨어진 찻잎이 그녀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유진우의 간덩이가 이 정도로 부었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눈앞의 이분은 이씨 가문에서 덕망이 높은 셋째 사모님이다. 평소 어딜 가든 사람들이 그녀를 추어올리기에 바빴고 아부는 늘 있는 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겠는가?

“유진우,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한 이서우가 욕설을 퍼부었다.

“감히 우리 할머니를 모욕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너, 너... 이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천추에 용납 못 할 큰 죄를 지었구나!”

오금란이 두 눈을 부릅뜨고 노발대발했다.

재벌 출신인 그녀는 지위가 아주 높았다. 지금까지 남에게 모욕을 주는 건 늘 그녀였고 그녀를 모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화가 덜 풀렸네요? 한잔으로 모자라면 한잔 더 드릴게요.”

유진우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뜨거운 물을 한잔 따라 오금란의 얼굴에 냅다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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