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갔어야죠. 여기 남아있어봤자 해만 끼치는데.”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네 아버지가 가기 전에 나한테 너 좀 집에 돌아가게 설득해달라고 했어. 그런데 내가 거절했다.”술광이 의자에 앉아 찻잔에 차를 따랐다.“유씨 가문이 너무 위험한 곳이라 거기서 사람들과 암투를 벌일 바엔 밖에서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게 낫다고 했어. 그런데 놀랍게도 네 아버지가 동의하더라고. 유씨 가문은 너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테니까 넌 그냥 즐겁게, 행복하게만 살면 된다고 했어. 네 아버지는 그냥 네가 시간 되면 집으로 가서 어머니한테 인사 좀 드리길 바라셔.”그의 말에 유진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언가가 가슴을 쿡 찌른 것처럼 아팠다.그는 어머니가 준 옥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언젠가는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돌아가는 날이 바로 진범의 제삿날일 겁니다!”만약 진범의 머리를 자르지 못한다면 무슨 면목으로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인사를 올리겠는가?“됐어, 할 얘기는 다 했어. 무슨 결정을 내리든 네가 알아서 해.”술광은 차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다시 잠을 청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진우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복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무슨 생각해?”그때 이청아가 갑자기 걸어오더니 유진우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응? 언제 들어왔어?”유진우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이 큰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도 못 봤어? 어느 여자 생각해? 나? 아니면 조선미 씨?”이청아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다 아니야.”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불구덩이에 스스로 빠질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뭐야? 설마 또 다른 여자 있어?”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연히 아니지.”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유진우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아침부터 그런 얘기 하려고 온 건 아니지?”“흥!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이청아가 두 눈을 부릅떴다.“좋은 소식 알려주려고 왔어.
이청아를 보며 유진우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우리 대단하신 이 대표님은 여자지만 남자한테 절대 뒤지지 않죠. 앞으로는 기필코 재벌가의 여왕이 되실 겁니다!”그러고는 두 손을 맞잡아 가슴 앞에 올리며 예의를 갖췄다.“나 지금 진지하단 말이야! 내가 이씨 가문의 족장이 되면 조선미 씨보다도 지위가 더 높아. 그때가 되면 당신은 나만 믿으면 돼!”이청아는 턱을 살짝 들고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의욕이 철철 넘쳤다.예전에는 자신의 출신이 조선미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이씨 가문의 후계자라는 신분이 뒷받침해주고 있어 조선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나중에 누가 이기고 유진우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재주에 달려있다.“주인님, 주인님, 전화 왔어요!”그때 앙증맞은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청아가 전화를 받자마자 장경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딸, 지금 어디야? 당장 들어와. 본가의 셋째 사모님이 널 만나시겠대.”“셋째 사모님은 무슨 일로 오셨대요?”이청아가 떠보듯이 물었다.족장 이세훈은 혈기 왕성하던 젊은 시절 세 여자와 결혼했다. 인제 첫째 사모님은 70대, 둘째와 셋째 사모님은 60대가 되었다.“네가 후계자 자격을 얻었잖아. 셋째 사모님께서 너한테 힘을 보태주려고 그러는 거지. 우리 청아는 참 복도 많아!”장경화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이청아는 전화를 끊고 유진우와 함께 가려 했다.“왜? 나도 가야 해?”유진우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물었다.“당신도 우리 가족인데 당연히 가야지.”이청아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하지만...”“됐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건 당신이 빌붙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이청아는 다짜고짜 그를 끌고 차에 올라탔다.남자를 대할 때 가끔은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30분 후, 두 사람이 탄 자동차가 이씨 가문 별장 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이 차에
사나운 눈초리를 한 오금란을 보며 이청아도 눈살을 찌푸렸고 낯빛이 어두워졌다.오금란이 차를 그녀의 얼굴에 뱉은 건 더 이상 예의범절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대놓고 모욕을 주는 것이었고 시작부터 아주 호된 맛을 보여주었다.“이청아! 뭐야 너! 차를 따르랬더니 펄펄 끓는 물을 따랐어? 우리 할머니를 다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핑계를 찾은 이서우는 이때다 싶어 그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내가 보기엔 불만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저러는 거 같은데!”조국화도 맞장구를 쳤다.“아닙니다, 아니에요... 청아는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아까 마셔봤는데 데일 정도로 뜨겁지 않았어요.”장경화가 황급히 해명했다.“그럼 네 말은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오금란의 표정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했나 봐요. 제 입이 문제 있는 것 같아요.”장경화는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감히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그녀의 태도에 세 사람은 몰래 우쭐거렸다. 이런 시골사람에게는 처음부터 호된 맛을 보여줘야 나중에 고분고분해진다고 생각했다.“청아야, 가만히 서서 뭐 해? 얼른 할머니께 다시 따라드려야지!”이서우가 손가락질하며 명령하듯 말했다. 그녀는 족장 할아버지가 왜 이청아를 후계자 후보에 올렸는지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이서우조차도 후계자 자격이 없는데 말이다. 그러니 화가 나고 질투 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시 따를게.”장경화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차 한잔을 따른 후 이청아에게 건네고는 다시 오금란에게 드리라고 눈짓했다.하지만 이청아는 찻잔을 받지 않았다. 그들이 일부러 그녀를 못살게 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왜? 불만 있어?”오금란이 그녀를 째려보며 쌀쌀맞게 말했다.“이 정도 예절도 지키지 못한다면 절대 큰 그릇이 못돼!”그러고는 서류 하나를 꺼내 티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이게 뭔지 알아? 네 위임장이야. 남성에 자산이 2조 정도 되는 조경 그룹이 있는데 원래는
순간 그녀도 어디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세 번째 차를 따르고 건네려던 그때 누군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말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낯빛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유진우였다.“이번에는 내가 할게.”“당신이?”이청아가 화들짝 놀랐다.‘진우 씨 성격에 절대 누구한테 고개를 숙일 사람이 아닌데. 설마 나 때문에?’“네까짓 게 뭔데? 무슨 자격으로 우리 할머니께 차를 올리는 건데?”이서우는 대놓고 그를 무시했다. 그녀가 모욕을 주려는 사람은 이청아였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유진우가 아니었다.“시골 사람들은 정말 예의도 없어. 개나 소나 다 나랑 말 섞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오금란은 고개를 쳐들고 불만을 드러냈다.“차 한잔일 뿐인데 누가 올리든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오늘 제가 기분이 좋아서 직접 올릴게요.”유진우는 찻잔을 건네받고 오금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를 오금란의 머리에 그대로 부어버렸다.차에 찻잎이 섞여 있어 떨어진 찻잎이 그녀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그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유진우의 간덩이가 이 정도로 부었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눈앞의 이분은 이씨 가문에서 덕망이 높은 셋째 사모님이다. 평소 어딜 가든 사람들이 그녀를 추어올리기에 바빴고 아부는 늘 있는 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겠는가?“유진우, 지금 뭐 하는 짓이야!”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한 이서우가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우리 할머니를 모욕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너, 너... 이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천추에 용납 못 할 큰 죄를 지었구나!”오금란이 두 눈을 부릅뜨고 노발대발했다.재벌 출신인 그녀는 지위가 아주 높았다. 지금까지 남에게 모욕을 주는 건 늘 그녀였고 그녀를 모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아직도 화가 덜 풀렸네요? 한잔으로 모자라면 한잔 더 드릴게요.”유진우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뜨거운 물을 한잔 따라 오금란의 얼굴에 냅다 뿌렸다
오목조목 틀린 부분을 짚어내며 지적하는 유진우를 보면서 장경화는 할 말을 잃어 입을 떡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주변 모든 사람이 말문이 막힌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이 많은 대중 앞에서 덕망 높은 3대 가문의 사모님을 훈계하다니, 어찌 감히...?“이...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내 말 한마디면 네 집안은 바로 풍비박산이야. 알아?”오금란이 창피함에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노여움에 전의 점잖음을 모두 잃은 것 같았다.“해보시든가요.”유진우가 조금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대답했다.“그, 그래!” 오금란이 노발대발하더니 대뜸 깔깔 웃었다.“장경화, 이 배은망덕한 것! 내가 이리 고생하며 강능에 온 목적이 바로 너희 가족을 일으키기 위해서인데. 은혜를 모르는 건 둘째 치고, 감사함도 모르고 이리 날뛰는구나! 이 위임장을 보니 주인을 바꾸려는 것 같은데. 너희가 자산이 2조 되는 조경 그룹 회장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니 당장 족장에게 알려야겠구나.”그녀가 폰을 꺼내어 전화하려 했다.이를 본 장경화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무릎을 꿇고 빌었다.“사모님! 제발 멈춰주세요. 이 아이가 한 말은 저희와 아무 관계도 없어요. 저 애 때문에 우리를 탓해서는 안 돼요!”“할머니, 믿지 마세요. 유진우는 장경화의 사위예요!”이서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전 사위! 전 사위라고! 이미 내 딸과 이혼했어!”장경화가 다급히 정정하며 말했다.“흥! 당신네가 어떤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든 상관없어! 한번 결혼했으면 당신네 사람이지!”오금란이 음습한 얼굴로 말했다.“이제 당신들은 내가 만족하도록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할 거야. 난 기회 준 거니까, 내 탓 하지 마.”“예예예... 바로 사과시키도록 하겠습니다.”장경화가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유진우를 향해 소리쳤다.“야, 너! 거기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머리 박고 사죄해!”“하겠으면 당신이나 하
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기 때문에.2,000억의 유동자금이라... 이것은 강능의 내로라하는 금수저들도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투자를 받아내지 못하면 현명한 청아는 당연히 스스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겠지? 그룹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되니까.”오금란이 한쪽 입꼬리를 쓱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2,000억의 투자는 족장의 요구가 아니라 그녀가 설치한 덫이었다.외부인이 회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절대 두고 볼 수 없는 그녀였다. 그녀는 기어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트집을 잡아내 물러나게 할 셈이었다.그때면 족장이 묻는다 해도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왜 대답을 안 해. 설마 이런 작은 일도 못 하면서 회장 자리를 넘보는 건 아니지?” 오금란이 비꼬며 코웃음 쳤다.“네가 못하겠다면 그 회장 자리엔 내가 앉으면 되겠네.” 이서우가 고개를 쳐들며 비아냥거린다.2,000억의 자금, 그녀의 인맥으로 못 할 일도 아니었다. 그녀가 도움을 청한다면 할머니께서도 발 벗고 나설 것이었기 때문에.“누가 못한다고 했나요? 고작 2,000억인걸, 3일이면 모을 수 있어요.” 이때 유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3일? 미쳤어?!”장경화는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 “이렇게 큰돈을 3일 내로 어떻게 모아? 30일이면 몰라도. 아니, 30일이어도 간당간당한데!”“진우 씨. 고작 3일 이내에 내가 어딜 가서 그 많은 돈을 얻겠어?”이청아도 눈살을 찌푸렸다.2,000억의 투자자금을 모으는 것은 온 투자시장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만한 어려운 일이었다.그리고 앞으로 3일뿐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괜찮아, 나한테 맡겨. 할 수 있어.” 유진우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그래. 그렇다고 하니 3일 주지.”오금란의 눈이 반짝였다. “하하. 어리석네. 3일 이내에 모으지 못한다면 모두 제 발로 우리 그룹을 나가야 할 거야.”말을 마치고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붙잡을 틈도 없이 떠나버렸다. 다
이 씨네 별장을 나간 유진우가 폰을 꺼내 막 전화하려 할 때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에는 ‘손기태’ 가 떠 있었다.“네, 손 회장님. 방금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먼저 전화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유진우가 전화를 받으며 공손히 말했다.“진우 씨가 저를 찾는다고요. 부탁할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손기태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네. 맞습니다. 제 친구에게 어려움이 생겨서 급히 자금이 필요합니다. 혹시 손 회장님께 빌릴 수 있을까 해서요.”유진우가 물었다.“하하!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돈을 빌리는 거라면 문제없죠. 제가 다른 건 없어도 돈은 넘쳐나거든요. 얼마나 필요합니까?” 손기태가 긴장을 풀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2,000억입니다.”“어렵지 않죠. 내일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진우 씨, 왜 이렇게 딱딱하게 구는겁니까. 의사 선생님께서 제 고질병을 치료해 주신 후로 제가 얼마나 감사하며 살고 있는데요.”“축하합니다... 아, 방금 전화한 건 무슨 일이었어요?” 유진우가 화제를 전환했다.“선생님께서 전에 귀한 약재들을 주의해 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영천에 최근 몇 가지 약재가 나왔답니다. 그런데 그중에 진우 씨가 원하던 천년 청련이 있다지 뭡니까.” 손기태가 벅찬 듯이 한숨에 말했다.“천년 청련이 확실합니까?” 유진우가 다급히 물었다.수명단을 만드는 데에 세 가지 재료 중 최상품의 영약만 부족했다.이 세 가지 영약은 각각 혈정화, 칠색 영지, 그리고 천년 청련이었다.하나하나가 모두 진귀한 것으로서 극히 희귀한 약재들이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천년 청련의 소식을 듣는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큰 행운이고 기쁨이었다.“가짜는 아닐 겁니다. 약신궁의 사람들도 모두 나섰다고 하니. 하지만 경매는 늘 이런 식으로 입소문을 타는 법이니 구체적인 상황은 가봐야 압니다.” 손기태가 자신의 추측을 알려주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손
“허! 안 믿네? 그럼 두고 보시든가.”빵떡모자 소녀는 둘을 아니꼽게 보면서 입을 삐죽거린다.이에 둘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일분일초 흘러갔고 경매는 점차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부 값이 나가는 물건들이 하나하나 나왔다.드디어 많고 많은 사람이 꿈에도 그리던 천년 청련이 모습을 드러냈다.“게스트 여러분, 다음으로 경매에 내놓을 물건은 바로바로, 이 최상품 영약입니다! 희귀하고 진귀하기로 소문난 이 영약! 세계에서도 보기가 드물다고 하는데요! 오늘날까지 천년이나 살아온 영약이죠! 이름하여... 천년 청련!”사회자가 손을 흔들자 직원들이 조심스럽게 박달나무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뚜껑을 여니 안에는 푸른빛을 띠는 연꽃 한 송이가 정중앙에 놓여 있었다.연꽃의 꽃잎도, 잎사귀도 전체가 옥처럼 맑고 투명했다.잎은 청색, 연꽃의 중심은 금색을 띠고 있었는데 마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정교한 예술품처럼 아름다웠다.불빛이 비치자 더더욱 투명한 청 빛을 발하며 찬란히 빛났다.“역시 천년 청련이구만. 이건 꼭 가져가야겠어!”빵떡모자 소녀의 눈이 확 밝아지며 생기를 띠었다. 소녀는 방방 뛰며 흥분을 가라앉지 못했다.다른 경매자들도 모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설레는 마음으로 천년 청련을 보고 있었다.“자. 물품은 모두 확인했고 그 가치는 여러분들이 잘 알 거라 믿습니다. 경매 시작 가격은 200억, 매번의 인상 가격은 10억 이상입니다. 지금부터 천년 청련의 경매를 시작합니다!”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현장은 순식간에 값을 부르는 사람들로 가득해졌다.“240억!”“260억!”“모두 비키세요, 300억이요!”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경매에 나서자, 경매는 점점 경쟁처럼 번져갔고 더 많은 부자가 너도나도 참여하기 시작했다.천년 청련 같은 귀한 약재는 값어치가 나간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으므로 많은 사람은 수중에 충분한 자금이 준비되어 있었다.누군가 경매에 성공한다면, 그의 경매가격은 처음 시작 가격보다 몇십 배나 불어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