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621 - 챕터 1630

1828 챕터

제1621화

“이청성 씨였군요.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유진우는 금세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이 늦은 밤에 누구의 부탁을 받고 오신 건가요?”그는 이청성을 알지 못했지만 미인도에서 반쪽 옆모습만 본 적이 있기에 그녀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선생님께서 편지를 보시면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겁니다.”이청성은 설명 없이 소매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유진우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고맙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편지를 받아 펼쳐 보았다.편지 내용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편지에는 서명이나 인사도 없이 단 한 줄의 문구만 적혀 있었다.[임강왕 이만기, 현재 진산의 서하사에 거처 중, 법명은 각진.]글을 보는 순간, 유진우는 이 편지가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다.예상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었다.‘약속한 삼일이 정확히 지켜졌다니... 좀 놀라운 속도인데?’“그분께 감사 인사 전해 주세요. 오늘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요.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씀해 주라 하세요.”곧 유진우는 손가락을 튕겨 봉투를 가루로 만들어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편지 외에 고모께서 한 마디 더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이청성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최근 궁 안에서 이변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거라고요.”“경고 고맙습니다. 염두에 두겠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까스로 잡은 실마리를 이렇게 쉽게 놓칠 수는 없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남았을 뿐이었다.“유장혁 씨, 세상은 변하고 십 년 전의 일이 십 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운명의 섭리입니다.”이청성은 나지막이 말했다.“운명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전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아요. 인간의 의지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죠. 결과가 어찌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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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유장혁 씨가 그곳에 가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이 물건을 받아주길 바랍니다.”이청성은 이렇게 말하며 갑자기 주머니에서 금빛 부적을 꺼내어 두 손으로 유진우에게 건넸다.부적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고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지진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그 부적에서 묘하게 신비롭고 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이건 제가 구한 호신 부적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유장혁 씨가 재난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몰라요.”이청성이 설명했다.“호신 부적이요?”유진우는 약간의 호기심이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왜 저를 도와주는 건가요?”“유장혁 씨는 죽어선 안 돼요. 적어도 지금은.”이청성의 목소리는 진지했다.유장혁의 목숨은 귀중하고 용국의 국운과 연결되어 있어 그가 연경에서 죽게 된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었다.이청성은 그런 사태를 막고 싶었고 그를 도와 이 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것이 운명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그녀의 책임이었다.“이청성 씨의 대의에 감사드립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서슴없이 호신 부적을 받아들었다.조금 전의 대화를 통해 그는 이청성의 진짜 신분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그녀는 친제감 소속일 가능성이 컸다.친제감은 용국에서 매우 신비로운 부서로 그곳의 사람들은 하늘의 별자리부터 지리까지 두루 알고 있으며 예언과 점술로 국운을 예측할 수 있다.능력이 뛰어난 자는 하늘을 날고 요괴를 물리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다만 친제감은 평소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고 나라의 안위에 관한 일에만 개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제가 할 말은 다 했고 할 일도 다 했으니 이제는 유장혁 씨가 깊이 생각해볼 때입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호신 부적을 건네고 나서 이청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인간의 일은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길 뿐이었다. 결과가 무엇이 될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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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밤은 금세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세면을 마친 유진우는 옷을 갈아입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형님, 이번 길이 험난할 텐데 제가 같이 가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야 서로 보탬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왕현은 어깨에 검을 멘 채로 방에서 달려 나왔다.비록 실력은 부족하지만 유진우를 위해 망을 봐주고 지키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었다.“괜찮아요. 왕현 씨가 할 일은 집에서 잘 머무르면서 아저씨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에요.”유진우는 왕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기억해요. 무슨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면 아저씨와 함께 바로 떠나야 해요. 절대로 위험을 감수하면 안 됩니다.”“알겠습니다!”왕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아저씨의 안전을 지킬 것입니다!”“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마요. 난 그저 잠시 다녀오는 것뿐이니 잠깐 주의만 하면 돼요. 그럼 다녀올게요.”유진우는 이렇게 가볍게 인사를 남기고 혼자서 문을 나섰다.진산은 외곽의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어 차로 약 두 시간가량 걸렸다.사람의 발길이 드문 탓에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진산 위에 있는 서하사는 더욱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장소였다.이청성의 도움 없이는 유진우도 한때 권세를 떨쳤던 임강왕이 작은 사찰에서 불경을 외며 은둔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그러나 어떤 일은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유진우가 서하사로 향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가 연경 안에서 일기 시작했다.각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이 시각, 옥면 산장 서재 안에서는 문관옥이 군사 전략을 연구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어르신!”이때, 한 심복이 급히 뛰어 들어와 정중하게 보고했다.“방금 급히 전해진 밀서가 도착했습니다. 당장 확인하셔야 할 듯합니다.”“응? 가져와 봐라.”문관옥은 한 손으로 봉투를 받아 펼쳐 보았고 이내 그 내용에 눈빛이 반짝였다.“유장혁이 진산 서하사로 향한다. 강력히 저지하되 필요시 가차 없이 처단하라!”문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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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한비영은 천천히 눈을 뜨고 물었다.“누구지?”“나다.”곧 흰 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하얀 노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노인은 학처럼 곧은 자세에 자연스러운 위엄이 느껴지는 얼굴로 온몸에 속세를 벗어난 듯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이 인물은 바로 천하회의 종주, 소명이었다!“스승님?”한비영은 순간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일어섰다.“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그저 너를 보러 왔다.”소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비영아, 요즘 수련의 진전은 어떠냐?”“이미 마스터 대원만에 도달하여 대 마스터까지는 한 걸음 남았습니다.”한비영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지금의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사용한다면 일반 대 마스터와 맞설 수 있을 정도였다.“훌륭하구나. 젊은 나이에 이 경지에 도달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라. 나도 그때 너만큼은 못했지.”소명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과찬이십니다. 스승님께서 정성껏 가르쳐 주신 덕분에 제가 오늘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겁니다.”한비영은 고개를 숙였다.“겸손해할 필요 없다. 네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네 노력 덕분이다.”소명은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 누군가와 크게 싸웠다지? 천신사상결을 사용했다던데 사실이냐?”“그렇습니다.”한비영은 부인하지 않았다.“상대는 굉장히 강했는데 천신사상결의 첫 세 가지 형태를 막아낼 정도였습니다. 아쉽게도 네 번째 형태인 전신의 분노까지는 쓸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확실히 승리할 수 있었을 텐데...”“아주 좋다.”만족스러운 대답에 소명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젯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오늘 너에게 설욕할 기회가 생겼구나.”“네?”한비영은 잠시 멍해졌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젯밤 네 상대는 천재 유장혁이었다.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소명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오늘 아침, 옛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우리 천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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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청풍산, 한빙담.상반신을 드러낸 한 젊고 잘생긴 청년이 물 위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그의 몸은 마치 가벼운 배처럼 물결을 따라 미묘하게 위아래로 일렁이고 있었다.청년의 머리 위로는 몇 마리 새들이 날아다니며 입에 짚과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물고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었다.물속에서는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청년 주위를 맴돌며 장난치듯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청년은 이 순간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어 하늘과 땅, 만물과 공명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똑!”그때, 한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호수 위에 가볍게 내려섰다.그의 두 발이 물결을 일으켜 물속의 물고기들은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고 새들도 깜짝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시기가 되었다. 스승님께서 당장 산에서 내려가라고 명하셨어. 늦어선 안 된다고 하시네.”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말했다.하지만 청년은 여전히 눈을 감고 물 위에 조용히 앉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했다.검은 옷의 인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임무의 목표는 천재 유장혁이야. 네가 한번 겨뤄보고 싶어 하던 상대 아닌가? 이번이 절호의 기회야.”이 말에 청년은 마침내 천천히 눈을 떴다.나른하고 무기력해 보이던 눈에 드문드문 생기가 돌았다.“장소는?”청년이 담담히 물었다.“진산 서하사.”검은 옷의 인물이 답했다.청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물 위에서 천천히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그리고 한 발을 딛자마자 온몸이 금빛으로 변하며 그는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사라졌다.“몸을 칼처럼 만들어 하늘을 날다니... 설마 또 경지를 뛰어넘은 건가?”검은 옷의 인물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이십 대 초반에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하다니... 온 세상을 둘러봐도 맞설 자가 누가 있을까?’심지어 천재라 불리는 이들도 그보다는 약간 부족할 뿐이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천하 무쌍이었다!...운래진, 평안촌.수염이 덥수룩하고 온몸이 흙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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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결국 돌멩이랑 나무 조각만 잔뜩 남았다."어휴 이 바보야 왜 이렇게 순진한 거야. 밤새 고생해서 잡은 물고기를 싹 다 뺏겼잖아."지나가시던 어르신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다. "아 맞다, 어젯밤에 강풍 때문에 우리 집 기와가 날아갔는데, 이따가 시내 가서 좀 사다가 얹어줘. 알겠지?"바보는 말없이 씩 웃기만 했다. "어휴. 진짜 순진한 녀석이라니까. 어서 가봐, 마누라가 아침밥 차려놓고 기다리겠다."할아버지는 손을 저으며 바보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안 촌은 작은 마을이었다. 늙은이부터 어린아이까지 다 합쳐도 겨우 백여 명 정도가 사는 곳이었다.근데 이 바보만큼은 마을에서 좀 특이한 경우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이 바보는, 마을 사람들 기억엔 그저 말도 못 하는 순진한 바보였다. 누가 속이든 괴롭히든 그저 헤벌쭉 웃기만 했고, 그 모습은 늘 한결같았다.바보는 마을 앞에서 뒤까지 걸어가더니, 울타리가 있는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집이 크진 않고 좀 남루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울타리로 둘러싼 마당에는 닭이랑 오리가 몇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늙은 황구 한 마리가 대문 앞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바보가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서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바보야, 왔어?" 소리를 듣고 중년 여자가 문밖으로 나와서는, 가까이서 보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다 뭐야, 돌멩이랑 나무토막뿐이네? 생선이랑 새우는? 설마 또 누구한테 다 빼앗긴 거 아니지?"바보는 말이 없었고,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숙하게 웃기만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중년 아줌마는 화가 나면서도 한숨이 나왔다. "아이고 바보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니. 그 녀석들 말 믿지 말라고. 벌써 몇 번이나 속았는데? 왜 정신을 못 차리니?""친구.... 친구...." 바보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됐어, 됐어. 너한테 말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하는데."중년 여자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바보의 어깨에 묻은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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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바보는 용작검을 깨끗이 닦은 뒤 검집에 넣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그릇과 젓가락을 정리하고, 집 안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그러고는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오고, 닭과 오리에게 먹이를 주었다.모든 일을 끝낸 후, 바보는 옷을 갈아입고 현관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검집을 등에 메고 천천히 집을 나섰다. 대문을 막 나서려는데, 양 갈래머리를 한 어린 여자아이가 급히 달려왔다. 아이는 대여섯 살 정도로 보였고, 얼굴은 좀 검었지만,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예뻐서, 앞으로 미인이 될 상이었다.눈가가 붓고 코 주변에 핏자국이 있어, 방금 누군가와 싸운 듯했다."바보 오빠!" 여자아이는 한 손에 물고기를, 다른 손에 게 몇 마리를 들고서 바보 앞으로 달려와 자랑스레 말했다. "봐, 내가 네 것들을 되찾아 왔어. 어때, 대단하지?" "또 싸운 거니?" 바보가 쪼그리고 앉았다."걔들이 오빠를 괴롭히고 물건을 가로챘잖아. 돌려달라고 했는데 안 준다고 해서, 혼내준 거야!" 여자아이는 고개를 치켜들고 뽐내듯 말했다. "내가 말라 보여도 힘이 엄청나게 세. 걔들 울면서 도망갔어!" "이런 것들 가지고 그럴 필요 없었는데." 바보가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어쨌든 난 걔들이 오빠를 괴롭히는 건 절대로 용납 못해!"여자아이는 완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는 내 친구니까, 누가 오빠를 괴롭히면 내가 대신 혼내줄 거야!" "친구라고?" 바보는 살짝 웃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자두야,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난 정말 행운이야. 떠나기 전에 선물을 하나 줄게."바보는 가슴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여자아이에게 주며 말했다. "이건 내 평생의 노력이 담긴 거야. 이제 네게 주는 거야. 네게 도움이 됐으면 해." "어? 책?" 여자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근데 난 글자를 못 읽어." "괜찮아, 글자를 배우고 나서 읽어도 돼." 바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자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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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바보는 자두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주면서 말했다. "자두야, 잘 기억해.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있어. 난 이만 가야겠다." 자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보가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긴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알게 되었다. 바보가 자신에게 준 책이 수많은 대가가 평생 꿈꾸던 값진 보물이었다는 것을.그날 평안 촌 개울가에는 몇몇 아줌마들이 빨래하면서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집안일이랑 동네 뒷담화로 한창 재미가 붙어있을 때였다. "야, 저기 좀 봐! 멋진 남자 왔다!"노란 옷을 입은 여자가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들 뒤를 돌아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저기 바보 아냐?""바보라고?" 노란 옷을 입은 여자가 자세히 보더니 마침내 알아보고 놀라며 말했다."어머나! 진짜 바보네.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달라 보여?""옷도 말끔하고, 머리도 단정하고, 얼굴에 바보 같은 웃음도 없어졌어. 이러니까 제법 멋있어" 여자들이 수군거렸다. "춘자 씨! 바보 왔어!"노란 옷을 입은 아줌마가 저 멀리 향해 외쳤다. "응?" 춘자라고 하는 아줌마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평소에는 어리숙하기만 하던 바보가 웃으면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단정한 이목구비에 깊이 있는 눈빛이 더해져,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바보 맞아?" 춘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춘자 씨, 나 멀리 가야 해서 오래 못 돌아올 것 같아. 집 일은 네가 좀 봐줘."바보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가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동안 바보는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고 맨날 몇 마디 단어만 멍청하게 되풀이하더니, 갑자기 조금 전엔 말도 똑똑하게 하고 목소리도 또렷하니 보통 사람처럼 말하는 게 아닌가. 정말 깜짝 놀랐다. "너.... 말을 할 수 있게 된 거야?" 춘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멍하니 쳐다보았다."춘자 씨, 이렇게 오래 날 보살펴줘서 정말 고마워. 너랑 결혼한 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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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천기각 백효당.선우현은 평소 아끼던 보물 함을 열어 그 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양피지의 표지에는 세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경세방(驚世榜)!천기 각의 경세방은 천하의 가장 뛰어난 강자들을 모두 망라했다.방에는 나이 제한도 없고 남녀 구분도 없으며, 노소의 차이도 없었다. 오직 실력만이 기준이었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방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명성이 자자한 전설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이었다!선우현은 봉인을 조심스럽게 뜯고 양피지를 천천히 펼쳤다.그 안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으며, 열 개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위에서 아래로 차례로제1위: 용호산의 장선기제2위: 호룡각의 이원무제3위: 서량검신 백준제4위: 검종 종주 홍흥조제5위: 천하회 종주 소무명제6위: 무고교 교주 공대숙제7위: 한상성 성주 한상제8위: 진무사 사장 반유림제9위: 흑방의 고혼제10위: 대내 상시 부규환선우현은 명단을 한번 쭉 살펴본 뒤, 붓을 들어 제10위인 부규환의 이름 옆에 표시를 그었다. 그러고는 붓을 위로 올려 제9위 고혼의 이름 옆에도 표시했다. 그때 백효당의 제자 하나가 급하게 문을 박차고 들어와 죽간을 올리며 보고했다.“당주님, 긴급 소식입니다. 한상 성주가 드디어 성을 나섰답니다!”“뭐라고?”선우현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적잖이 놀란 듯했다.한상이란 자가 10년째 성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갔는데, 하필 오늘 그 규칙을 깨다니.“한상이가 어디로 갔지?”선우현이 입을 열었다.“연경 쪽으로 향했습니다. 아마도 진산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진산 서하사란 말이지?”선우현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재밌군... 안위순에 이어 고혼, 이제 한상까지 움직였어. 육장수 녀석이 오늘 살아남기 힘들겠는데.”정보망으로 유명한 백효당은 사방에 정보원들이 깔려 있어 소식을 빨리 접했다.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늘 가장 먼저 알아냈다.어젯밤부터 연경이 소란스러웠는데, 오늘 아침엔 더욱 심상치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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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경성아, 서하사 일로 점을 봤더니 징조가 아주 안 좋아. 이러다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어.”백발노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라가 뒤집힐 정도예요? 혹시 유장혁의 목숨이 위험하단 거예요?”이경성이 불안한 듯 되물었다.어젯밤에 특별히 당부했던 거고, 호신부적까지 건네준 것도 다 유장혁이 무사하길 바라서였다.만약 그가 죽기라도 하면 전쟁이 벌어지고 피바다가 될 테니까.“유장혁 얘기가 아니라, 국운... 그러니까 용맥 말이야.”백발노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번 서하사에서 벌어질 일로 인해 누군가가 용맥을 훼손할 거야. 그러면 국운이 떨어지고 큰 재앙이 닥쳐서 온 나라가 뒤바뀔 거다!”“상황이 그렇게까지 심각하단 말씀이세요?”이경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황실의 일원이자 흠천감의 제자로서, 그녀는 당연히 용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한번 망가지면 황실이 혼란에 빠지고 권력이 바뀌며, 심각한 경우에는 왕조까지 교체될 수 있는 일이었다!“스승님, 이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이경성이 근심스레 물었다.“운명이 이미 정해졌으니, 바꿀 수 없다. 이제는 하늘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구나." 백발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가 천기를 살펴 해결 방법을 찾으려 했으나,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크게 떨렸다.이는 하늘이 보내는 경고였다.만약 그가 그렇게 했다간, 반드시 하늘의 벌을 받아 목숨을 잃을 것이다.“중대한 일이니, 돌아가서 전하께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스승님께서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이경성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쓸데없는 수고일 뿐이다. 황제라 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테니.”백발노인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어떻게든 시도는 해봐야 합니다.”이경성의 눈빛이 단호했다.“그러려무나, 가보아라.”백발노인은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가볍게 한숨지으며 말했다.“네게는 천운이 있으니, 운명을 완전히 바꾸진 못하더라도 어쩌면 피해는 조금은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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