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용작검을 깨끗이 닦은 뒤 검집에 넣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그릇과 젓가락을 정리하고, 집 안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그러고는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오고, 닭과 오리에게 먹이를 주었다.모든 일을 끝낸 후, 바보는 옷을 갈아입고 현관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검집을 등에 메고 천천히 집을 나섰다. 대문을 막 나서려는데, 양 갈래머리를 한 어린 여자아이가 급히 달려왔다. 아이는 대여섯 살 정도로 보였고, 얼굴은 좀 검었지만,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예뻐서, 앞으로 미인이 될 상이었다.눈가가 붓고 코 주변에 핏자국이 있어, 방금 누군가와 싸운 듯했다."바보 오빠!" 여자아이는 한 손에 물고기를, 다른 손에 게 몇 마리를 들고서 바보 앞으로 달려와 자랑스레 말했다. "봐, 내가 네 것들을 되찾아 왔어. 어때, 대단하지?" "또 싸운 거니?" 바보가 쪼그리고 앉았다."걔들이 오빠를 괴롭히고 물건을 가로챘잖아. 돌려달라고 했는데 안 준다고 해서, 혼내준 거야!" 여자아이는 고개를 치켜들고 뽐내듯 말했다. "내가 말라 보여도 힘이 엄청나게 세. 걔들 울면서 도망갔어!" "이런 것들 가지고 그럴 필요 없었는데." 바보가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어쨌든 난 걔들이 오빠를 괴롭히는 건 절대로 용납 못해!"여자아이는 완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는 내 친구니까, 누가 오빠를 괴롭히면 내가 대신 혼내줄 거야!" "친구라고?" 바보는 살짝 웃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자두야,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난 정말 행운이야. 떠나기 전에 선물을 하나 줄게."바보는 가슴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여자아이에게 주며 말했다. "이건 내 평생의 노력이 담긴 거야. 이제 네게 주는 거야. 네게 도움이 됐으면 해." "어? 책?" 여자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근데 난 글자를 못 읽어." "괜찮아, 글자를 배우고 나서 읽어도 돼." 바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자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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