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사의 법당은 크지 않았고 금빛 화려한 장식도 없었으며, 정면에는 단지 3-4미터 높이의 석가모니 불상 하나만 모셔져 있었다.소박한 모습이었지만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불상 주변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불상 앞 방석 위에는 마른 체형의 중년 스님이 앉아 있었다.황적색 가사를 입고 눈을 감은 채 한 손으로는 목어를 두드리고 다른 손은 입 아래에 둔 채 경문을 읊고 있었다.매우 신실한 모습이었다.“주지 스님, 유 시주님이 와계십니다.”가사 입은 스님이 앞으로 나아가 조용히 전했다.이 말에 주지 각진 스님은 드디어 손의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일어나 유진우에게 합장하며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유 시주님, 오래간만입니다.”“그러게요,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지금 각진 스님이라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임강왕 전하라고 불러야 할까요?”“저는 이미 세속의 인연을 끊고 법호를 각진이라 하오니, 그저 각진이라 부르시면 됩니다.”각진 스님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유진우는 담담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각진 스님, 제가 오늘 갑자기 찾아온 것은 주로 몇 가지 의문점을 해소하고 싶어서입니다.”“유 시주님께서 물으시려는 것은 10년 전의 일들이겠지요?” 각진 스님은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맞습니다.” 유진우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진 스님, 10년 전 당신은 아직 출가하지 않으셨고 자금성에서 막강한 권력을 쥐고 계셨죠. 당연히 내막을 알고 계실 텐데, 숨김없이 진실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유 시주님, 지난 일은 모두 지나갔는데 왜 과거에 매달리시나요?” 각진 스님이 심란한 표정으로 말했다."지나간 일이라도 없었던 일이 되진 않습니다. 전 단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인데, 그게 잘못된 걸까요?" 유진우가 반문했다.“어떤 진실은 모르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알게 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각진 스님이 조심스레 경고했다.“저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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